엔쿠라스 272화-신등장(神燈將)의 제(祭)(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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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에인'을 만났기 때문일까 벤하르트는 최근에는 느껴보지 못했었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지금껏 대적해왔던 자들의 강함은 벤하르트의 약함때문이라기 보다 상대가 강했기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중요한것은 벤하르트가 그것을 알고도 남을 정도로 인지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저런 사람들만 아니라면 자신은 충분히 강하다' 라는 생각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니 이전의 자신을 돌아볼 일은 실상 거의 없다 할수 있었다.
그런 생각은 서서히 자기를 좀먹어 왔기에 움직임은 단련하고 연습한대로 습관으로 굳어진 대로 나와왔고 그것은 자연히 정직하고 굳건한 강함으로 그에게 붙어오고 있었다. 벤하르트가 얻은 힘 '검의 힘'과 '자기최면' 그리고 '기'와 그에 따른 '기술' 들은 점점 벤하르트를 진정으로 강자로 만들어 왔던 것이다. 그 자체만 따지면 오히려 좋다 할수 있었지만, 그에 의해 자연히 이전에 벤하르트가 해왔던 행동들의 빈도도 줄어들수밖에 없었다.
요는 누군가를 상대함에 있어 느슨함이 생겨버린것. 필요하지 않으니 쓰지 않는것이다. 진정으로 불리할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았기에 그는 요령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약자의 방법. 치사함이나 비겁한 수라고 불리우는 것들을 떠올린 것이다. 물론 벤하르트의 경우에는 비겁이라고 해도 지극히 전투시에 일어날수 있는 예외성을 이용한 것이었지만, 그런 기분이나 방법으로 싸움에 임하는것은 상당히 오랜만의 일이었다.
'왔다.'
최대한 은밀하게 라고 해도 달리기라는것은 기척을 없애는데에 한계가 있는 법이었지만, 지금의 발각은 그의 작전이었다. 상대방이 보기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어수룩함을 일부러 보이는것.
'저런 초짜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거지?'
벤하르트와 일정 거리를 띄고 남자는 자신의 무기인 단검을 빼어 들었다. 한번쯤 의심해야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도 벤하르트의 무방비 스러운 모습은 훌륭하게 차려놓은 밥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일류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남자는 벤하르트의 지척에 까지 접근했다.
'잡았다!'
벤하르트의 뒤를 쫓던 남자는 확실하게 잡았다고 생각했다. 둘의 실력의 차이라고 한다면 정면 대결이라 할지라도 벤하르트가 간단하게 밀릴리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그는 예상하지 못한 벤하르트의 일격에는 같은 실력이었기에 더더욱 반응할수 없는것이었다. 벤하르트가 메고 있는 검의 위치로 오른손 잡이라는 것을 읽고 노린 오른쪽 어깨의 공격은 그에게 있어 치명적인 약점을 나아 버렸고 무난하게 벤하르트는 그에게서 씨앗을 빼앗을수 있었다.
"좋아."
기절해버린 남자를 위해 폭죽을 쏘아 올리고 그는 부단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으으윽. 사 살려줘. 여기서는 죽이면 실격이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분명히 처음에 말해두지 않았었나? 완전범죄라면 상관 없는 것이라고, 다행히 이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나는 당신을 노리지도 않았어. 그런데 왜!"
"나를 노리지 않고 그녀석을 노린것에 이유가 있겠지? 나도 그녀석이 이곳에서 통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노리지 않을게. 제발 목숨만은."
"안됬지만, 의외의 변수였다고 자신의 운을 탓해라."
"으아아!"
회심의 일격조차 무산되며 검이 목을 스치고 지나간다. 싸늘한 감촉이 시원하다고 느끼면서, 그의 시야는 점차 내려가고 이윽고 눈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휘감겼다.
"죽인건가. 꽤 해주는구만 루에인."
"죽였다고?"
예선전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K는 실없는 소리를 계속 해서 말했는데, 대부분은 흘려 버렸지만 그중에서도 루크의 귀에 제대로 들어온것은 벤하르트가 카도스에서 행한 일담의 일이었다. 그때문에 그도 본의 아니게 루에인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 약간 의외라는듯한 루크의 말에 K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아 그럼.. 그녀석이라면 충분히 죽이고도 남지."
K는 확정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 K와 루크가 있는곳에서 루에인이 있는곳은 장애물이 있어 잘 볼수가 없는 곳이었다. 루에인은 그런것까지 감안해 남자를 몰았던 것이다. 루에인이라면 죽이는것에 주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K와 루에인을 잘 알지 못하는 루크의 차이였지만, 루크도 곧 루에인이 죽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정도의 실력에 저런 성격이라면 꽤나 성가시겠군.'
"그녀석은 벤하르트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지. 한번 기회를 줬지. 벤하르트가 결선에 오르면 상대를 해줘도 좋다고,"
"벤하르트는 너의 먹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확실히 그렇지만, '저정도'의 난제도 넘어서지 못한다면 절대로 이르지 못하는것이 있는것도 사실이지."
K는 생각했다. 당한다면 그정도의 자질. 결코 자신이 상대할만한 사내가 되지는 못한다고, 반대로 이겨낸다면 그것이야 말로 자신을 향해 한발자국을 더 내민 것이라고,
만약 벤하르트를 노리는 자가 벤하르트의 수준에서 절대로 이길수 없다면 그것은 씨앗이 개화하기 전에 잘라지는 것으로 아깝다 라고 느껴야 할 일이었겠지만, 상대가 루에인정도라면 적당한 시련인 것이었다. 루에인의 위협을 넘어설때야 말로 진정으로 자신이 상대하고 싶은 남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 느낌이지만,'
여유로운것은 어느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음. 방금 남자는 세개나 가지고 있었군. 이렇게 나가면 쉽게 모을수 있겠는데, 제대로 된 사람 한명만 잡으면 된다는 이야기니까,'
일곱개의 씨앗을 품에 넣고 벤하르트는 기척을 잠재웠다. 달리지 않고 걸으면서 그는 유적 회랑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지형적으로 이득을 볼수 있는 곳이라면 한번은 싸워 보았던 유적 회랑이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지난날을 되새기며 회랑쪽으로 천천히 접근하자 싸움의 소리가 들려왔다.
'한사람이 아니다.'
두사람도 아니었다. 마치 서바이벌을 하는것 같이 많은 사람들이 서로와 싸우고 있었다. 하나같이 정면 승부로도 벤하르트가 이기기 어려울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씨앗을 얻기 위해 라는 표정 보다 마지못해 싸우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기에 주변에는 기절했는지 죽었는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탈락되어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어찌된 일이지."
"알려줄까?"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에 그는 화들짝 놀랐다.
"아."
벤하르트는 뒤에서 들려온 음성에 바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몸을 뒤로 빼는 행위만으로 가볍게 피한후 남자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벤하르트의 앞에 섰다.
"알려준다니.."
"아 저녀석들은 말이지. 나에게 복종해버린거다."
"!?"
"똑똑한 녀석들이지. 이곳 회랑은 전부 내 영역이다. 이곳에 들어온 녀석들은 전부 내가 관리 하게 되지. 최후에 남은 한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선전을 통과하게 내가 손을 두고 있을 것이지만, 나머지는 봐줄 생각이 없거든. 즉 이곳에서 나갈수 있는건 나와 살아남은 한명 뿐이라는 것이지. 너도 들어왔으니 저 싸움에 참가 해야 할거야. 저 재밌는 '위선'에 말이지. 크크큭."
근육질의 몸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기를 보면서 벤하르트는 자신이 상대할만한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그가 보기에도 위압적으로 주변을 덮어 내고 있는 기의 양은 보통을 월등히 넘고 있었던 것이다.
회랑을 영역이라고 말한것도 주변을 기로 덮어 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입으로 말해 준것이었다.
"어이 이녀석도 추가다."
자신을 보고 겁을 먹은것같은 벤하르트의 모습을 자랑스레 보면서 그는 싸우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벤하르트를 들이밀었다. 초췌한 얼굴로 그들은 벤하르트를 바라보았다.
'왜. 저런 눈으로 보는거지?'
"안되겠다. 전력 아래야."
"씨앗은 누가 가질건데?"
"내가 갖도록 하지."
부채 같은 수염을 가진 덩치큰 남자가 벤하르트의 앞으로 다가 왔다. 대검을 들고 휘두르는데 검풍만으로도 몸이 날아가버릴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와 함께 든것은 하나의 의문. 방금전의 싸움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패기서린 공격이었던 것이다. 마치 대련위주의 싸움에서 실전으로 바꿔버린것만 같은 공격이었다.
"으윽."
"운이 좋구나 꼬마야."
재차 공격을 하기위해 부채수염이 남자는 검을 바로 잡았다.
'이런'
검을 들어 자세를 취해 '수'의 움직임으로 그의 대검을 막아내고 벤하르트는 남자와 대치했다.
"음?"
"어이 방금건 네.."
"이상하군. 이녀석 보기보다는 실력이 좋은것 같은데,"
"후우, 그렇다면 잡아 낼수 없지."
푹 꺼지는 한숨을 쉬면서 해골처럼 마른 몸을 가진 남자가 말했다.
"저기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어이 이녀석 플랫트도 모르는 모양인데?"
"정말이군 표정을 보니 진짜 모르는 모양이야."
'그나저나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해도 되는건가.'
자신의 주위로 모여든 자들은 얼추 잡아도 30은 되어 보였다. 근육질의 남자를 생각하면서 벤하르트는 주변을 살펴 보았다. 이정도로 많은 무리가 모여있다는 것을 그 남자가 모를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플랫트라면 신경 안써도 된다. 다 알고 있거든 그녀석도."
"무슨 소린지.."
"모르는것 같으니 처음부터 설명해주마. 저기 나온건 플랫트라고 하는 녀석이다. 너는 아무래도 신등장의 제에 처음 참가하는 모양이군."
처음 벤하르트에게 대검을 무시무시하게 휘둘러 대던 부채수염의 중년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만,"
"저녀석이 뭐라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플랫트가 신등장의 제에 참가한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실력은 디레인과 맞붙을 정도로 강하다 하더군. 두번다 디레인과의 결투에서 아슬아슬하게 졌다고 했으니, 하지만 그보다 골치 아픈 것은 녀석의 성격이다."
'성격?'
"녀석은 '이런모습'을 보는것을 좋아한다. 실제로 이번이 세번째지만 전에 참가 했던 두번도 같은 것을 만들어 예선전을 치뤘다고 하더군. 최후의 1인은 살려준다고 처음에 이야기 했던것을 너도 들었겠지? 그건 거짓말이다. 실제로 그녀석이 처음 참가했을때 내가 살아 남아 봤으니까, 절망 어린 얼굴을 한 나를 가볍게 비틀어서 잡아채 탈락 시키더구만,"
"그렇다면 어째서 가만히 있는 건지. 다같이 덤비면,"
"그게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단체로 덤벼도 저녀석은 이길수가 없다. 그정도의 실력차이도 존재하고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곳에서는 무리야. 녀석이 만든 이곳은 사용할수 있는 '기'의 양을 현저하게 줄여 버리거든."
"그렇다면 뭣하러 이런 일을 하는건지 알수가 없군요. 그냥 들어온 사람들의 씨앗을 빼앗으면 되는것 아닙니까?"
실력이 있다면 닥치는 대로 빼앗으면 될 일이었다.
"그게 바로 저녀석의 악취미라는 것이다. 이도 저도 할수 없는 우리가 서로를 향해 계속 싸우는 것을 보는 것을 보는 것을 즐기는 것이지. 살아남은 녀석들도 결국은 절망에 빠져 탈락해버리는 것이다. 소문으로는 디레인과의 싸움에서도 일부러 지는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거기에 처음 만났을때 했던 말을 들어 보니 녀석은 오히려 자신을 향해 무리지어 덤비는 쪽을 선호하는것 같더구만,"
"뭐라 말했는데?"
그 부분의 이야기는 처음 나왔는지 벤하르트가 아닌 다른 남자가 물었다.
"그러니까.. '이번 녀석들은 근성이 없구만, 정말로 한명이 남을때까지 싸워 대다니.. 아쉽군.' 이었을거다."
그렇게 말하고 억양까지 흉내낸것이 약간 머쓱해져서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음?'
벤하르트는 무언가 생각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30명이나 되는데 각자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 보는건."
부채수염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대답했다.
"싸움의 공간은 여기서 부터 여기까지. 이 밖으로 나가면 그녀석의 주먹이 기다리고 있지. 덩치는 그래도 어마어마하게 빠르니까, 저녀석과 저녀석 저녀석이 한번에 나갔지만 한호흡만에 저꼴이다. 살펴보니 뼈가 아작이 나서, 무리였다. 그래서 생각한것이 바로 저녀석을 물리치는 것이다."
"예?"
"'각개'로 당하니까 안되는 거야. 정예를 모아서 녀석을 친다. 이정도로는 무리지만, 어차피 이번에는 300명 좀더 모이게 되어 있어. 최고조가 되었을때 치는것이다. 저런 악취미에 놀아나는것은 질색이다. 어이 협력 하겠지? 어차피 이것 의외에 방법은 없어."
방법이 없는것은 분명 사실인 것이다. 딱히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에도 지금의 상황은 너무도 혼란 스러운 것이었다.
'이런 예선전이 있을 줄이야. 차라리 루에인을 따라다니는게,, 아니 이건 아니군. 그거에 비하면 이것은 나은 걸거야.'
그는 위안 아닌 위안에 위안 삼고 있는 자신이 그렇게 한심스럽게 느껴질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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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 뵙습니다. 3일에 한번씩은 올리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대체근무가 겹치는 바람에 --;;;;
어쨋든 연참대전이 시작되었으니 한 20화 정도는 매일 올라가겠네요. 힘내야 겠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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