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71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8)
루크는 예선전의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서 동쪽 숲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는 벤하르트에게 자신이 해줄수 있는 한도까지는 손을 봐 주었다.
예선전을 치루는 것을 북과 동 양쪽으로 나눈것과 상대적으로 익숙해 있는 동쪽숲을 전장으로 삼아 준것이 그것이었다. 그가 제공해준 것은 지리적인 이점 하나뿐. 벤하르트가 그나마의 약세를 극복할수 있도록 작게 손을 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벤하르트가 이기게 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것으로 기회를 만드는것은 벤하르트 자신의 몫인 것이다.
루크가 도와 줬다고 하여 벤하르트가 예선을 통과 할수 있는것이 아니고 반대로 설령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도 벤하르트가 월등하게 불리해지거나 하는것은 아니었다. 그저 단순하게 루크는 벤하르트의 편을 들어 준 것이다. 다만 그것의 정의의 한계치가 한없이 낮았을뿐이었지만,
동쪽숲을 내려다 볼수 있는 산의 언덕위는 탁 트인곳이었기 때문에 참가자중 어느 한사람도 그곳에 머물지 않을것이라는것을 루크는 알고 있었다. 괜히 그곳에 가서 표적이 될 이유가 없는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루크의 안력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에 그곳으로 올라 벤하르트의 예선전을 지켜볼 요량이었다.
언덕에 도착하자 한줄기 바람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바람이라기 보다는 칼날인것 마냥 보였지만 또 자세히 보면 그것은 칼날조차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지만 루크의 몸은 공격에 자연스럽게 반응해 그 칼바람을 피했다. 루크를 지나 바닥에 박힌것은 스페이스 에이스 카드 한장.
'카드?'
그 카드에 루크는 한명의 인물을 떠올렸다.
"오랜만.. 이라고 해야 하나? 설마하니 이런곳에서 인연이 닿을줄은.. 후후 재밌군."
"K.. 인가."
루크는 다짜고짜 검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아오이스의 배신자인 네가 이런곳에서 저녀석을 보고 있을 줄이야. 기막힌 우연이로군."
"이곳에는 뭐하러 온것이냐. 나를 잡아가기 위함인가?"
"잡아? 후후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나에게 있어서 그런 낭비를 할리가 없지. 너를 잡아서 아오이스에 잡아 가느니 나의 쾌락을 위해 한번의 싸움을 하는게 백배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가. 너를 잡아갈리가 없잖아? 물론 만난것 자체에는 굉장히 놀랐다. 처음에는 잘못 본것이라고 착각했지만, 그만한 기도를 내뿜을수 있는 사내가 같은 얼굴을 한채로 두명이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지. 한번쯤은 붙어 보고 싶었다. 같은 아오이스의 대행자는 어느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까 하고.."
아오이스의 대행자들끼리는 기본적으로 '대련' 조차도 금하고 있었다.
'목적조차 가지고 있지 않고 이곳에 온것이었나.'
루크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상대의 실력을 얕보는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없는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1:1이라는 더욱이 안심했다.
"좋다. 그리 생각한다면 싸워주지."
루크는 검을 뽑아 들었다. K가 아오이스에 돌아가기 전에 해치워 두는것이 후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다. 너같은 좋은 제물을 이런곳에서 낭비할수는 없지. 독기커녕 살기조차도 없는 이런 밋밋한 싸움에 버려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소재다. 너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재료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양념과 방법이 곁들여지지 않는다면 결코 맛있는 요리는 될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저 단순하게 구워도 맛있게 먹을수 있는 재료가 있다면 K는 그 희귀한 재료를 결코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K의 반응에 루크는 살기를 띄우며 말했다.
"죽고 죽이는 싸움을 원한다는 건가?"
루크는 뽑아든 검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집중된 기는 무엇이든지 잘라 버릴수 있을정도로 예리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아오이스를 나간지 반세기를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런 몸을 유지할수 있다니 나로서는 감격이지만."
'마음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싸우고 싶지만,'
그것은 참아야 했다. 설사 루크의 상태가 자신을 죽일수 있을정도의 살기를 머금은 달아오른 상태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호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단순히 눈앞에 적이 있고 무력화 시키면 혹은 죽여 두면 좋다. 정도의 의미. 자신을 죽일 필요는 있으나 집착할 필요도 없는 밀리거나 비길것 같으면 언제라도 접을수 있는.. 그런 미적지근한 싸움만은 되어선 안되는 것이다.
최상의 소재. 루크가 어느정도의 저력을 가졌는지는 마주하고 있는 순간 알수 있었다. 성격도 '아오이스'의 조직에 머물러 있었던 한때가 있었기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설사 패하거나 밀린다고 해도 그가 도망을 치거나 후일을 미루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것도 알고 있었지만, K에게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상대가 가진 전력 이상의 실력과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죄이는 행동이라고 해도, 그는 그것을 원하며 살아왔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는 루크와 싸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등한 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싸움 따위는 애초에 그에게 있어서는 애들 장난, 대련에 지나지 않는것이다. 그가 원하는것은 서로의 목을 겨누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절대'적인 무언가. 예를 들면 원한이나 복수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목적의식을 동반한 싸움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한치도 뒤로 물러 날수 없는 서로의 목숨을 겨냥하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있는 죽고 죽이는 싸움.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 붙히고 상대의 극한을 부수는 그 기쁨을 만끽하고 싶은 것. 그것이 바로 K가 노리는 것이었다.
"싸울 마음은 없다만, 그렇게도 나와 싸워 보고 싶다면야,"
내키지는 않지만, 무시당하고 가만히 있을 그가 아니다. 정식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무대가 올때까지 싸우기 싫다면 그때까지 본 실력을 숨기면 되는 것이다. 상대가 그러는 것은 용납할수 없지만 자신이라면 그 경우는 다른 것이다.
'살의가 없군.'
검과 카드가 서로를 대치한채 잠시 시간이 지나고 루크는 검을 도로 집어 넣었다.
"원하는 대로 싸울 필요는 없을것 같군. 다만, 그렇다면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는 설명해 주어야 겠다."
"농사를 짓고 있는 중이지."
기대가 묻어 나오는 K의 목소리에 루크가 물었다.
"농사?"
"네녀석이 데리고 있었던 그녀석 이름이.. 아아 벤하르트. 그녀석을 포함해서 한명 더 눈여겨 보고 있는 녀석이 있거든."
"노리고 있는것은 벤하르트인가?"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겠지?"
싸늘하게 얼굴을 바꾸며 K가 말했다.
루크는 K가 위험하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라는 것에서 그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눈여겨 보고 있는 상태야 말로 아오이스 라는 조직에게서 어느정도의 '방패'가 될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벤하르트가 아오이스에게 쫓기고 있다면 언젠가는 K가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 않은 대행자들과 붙을 가능성이 높기도 했기 때문에..
'아오이스에게 쫓기는건가. 벤하르트녀석은. 아니면 그 신? 하기사 '어느쪽이라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기분은 더럽군.'
사제의 여행 이야기는 이미 들었지만 중요한 부분은 어디고 전혀 말해주지 않았었다. 벤하르트였기 때문에 자신을 신뢰하지 않아서 라는 이유는 아닐것임에 틀림 없었으나 그렇다고 한들 이야기 하지 않은것은 루크에게 있어서 굉장히 불쾌한 일이었다.
"어이 꽤나 재밌어져 가고 있는데, 계속해서 그곳에 서 있을건가? 벤하르트 라는 녀석을 보러 온것이 아니었나?"
"....."
"루에인 파르츠!"
"아.. 벤하르트 하르크 거기서 더 움직이지 마라. 주체할수가 없어진다."
루에인은 검을 들어 벤하르트의 머리를 겨눈채 말했다. 벤하르트도 그의 실력이 카도스에서 만났을때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기 때문에 지금의 몸으로는 이길수 없다는것을 몸으로 느끼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는 지금이라도 너를 죽이고 싶다. 네녀석을 볼때마다 이 상처가 욱씬거리고 지난날의 고통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 위에 있는 인간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네녀석을 죽이지 말라는 명을 받았다. 내가 벤하르트 네놈에게 손을 쓰지 않는것은 그 얄팍한 말뿐인 강압에 의함일 뿐으로 언제든지 변덕에 의해 네 목은 날아갈수가 있다는것을 알아라."
"더 위라면 아오이스를 말하는건가? 레니아라면 몰라도 어째서 나까지 살려 가려 하는것이냐?"
벤하르트는 루에인의 상황과 K와의 관계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위가 아오이스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짐작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것이었다. 아오이스에서 머물고 있을때 루에인이 받았던 명령은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가급적이면 살려서 데리고 오는것이었기 때문에 아오이스의 명령은 맞은 것이었으나 현재 루에인이 말한 사람은 다름아닌 K였기 때문에 뒤의 관계에 대한 답은 틀린것이었다.
"그런것을 내가 말해줘야 할 필요가 있나? 나는 너를 죽이지 못해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너같은 원수에게 말해줄 의무따위 어디에도 없지."
'큭.'
"이런 마수에게나 쫓기는 실력이라니 우습기 그지 없군. 지금이라도 단칼에 베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만,"
"루에인. 나를 죽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면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요조차 없었을텐데 무슨 연유로 내게 나타난거지?"
"명령은 '이곳에서는 죽이지 말라'이다. 이 예선전 이런곳에서 떨어질 생각은 아니겠지? 본선에서 나와 만날때 까지 절대로 지지 말아라. 네놈을 죽이는건 이 나의 검이다."
루에인이 어떤 말을 하던간에 벤하르트는 예선에서 떨어질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디레인을 걸고 싸우는 본선에서 자신을 죽일 각오로 덤비는 루에인과 싸우는 것은 별로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차라리 훗날을 기약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것도 고지식한 그에게 있어서는 불가능한 사고였다.
"죽기 위해 이기라는 거냐?"
"그렇다. 하지만 애초에 죽을 마음이 있었다면 이전에 만났던 때에 이미 너는 죽고 사라져 있었겠지. 그러니까 지금까지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것이다."
검을 접어 두고 루에인은 벤하르트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다 곧바로 돌아서 벤하르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벤하르트는 몸을 뒤로 날려 그의 검격을 피하려 했지만, 너무 빨라 제대로 반응할수 없었다. 하지만 루에인의 검은 벤하르트의 쪽이 아닌 그 위쪽을 향해 휘둘려졌다.
"바보같은 녀석이다. 마수에게나 인간에게나 떨거지 취급이라니. 여기서 네녀석을 죽이지 못하는것이 한이라면 한이군."
루에인은 '다음'이라는 환상때문에 벌써 수차례나 벤하르트에게 패배를 맛보았다. 조금씩 조여 들어가듯이 상대를 조롱하려는 행위는 지금의 그에게 없었다. 마수에게서 벤하르트를 구해준것도 지금의 공격을 막아준것의 도움들은 어디까지나 최종적으로 벤하르트를 죽인다라는 목적 하나만을 가지고 행한 일일 뿐이었다.
저벅거리는 걸음으로 루에인은 침을 저격한 사람을 찾아 자리를 벗어났다.
'저녀석..'
죽일수 있는 기회는 언제라도 있었음에도 자신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에 벤하르트는 놀라고 있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루에인은 벤하르트에게 뼛속 깊이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죽일수 있는 상황속에서도 자신을 안죽였다는 것은 그만큼 아오이스의 구속력이 굉장하다는것을 뜻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오이스라는 조직의 위험성에 벤하르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을 듣고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검을 쥐어 들었다.
비명소리가 난것은 루에인이 사라진 방향이었기 때문에 그는 쉽사리 그것이 자신을 노렸던 사람의 목소리임을 추측해낼수 있었다.
'그래 이럴때가 아니지. 일단은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먼저다.'
혼란해 있던 정신을 차리고 그는 숲을 은밀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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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이나 돌려가면서 썼는데도 어딘가 삐걱이는게,,
으음... ==;;;;
이번화에서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볼때는 조금 중요한 부분인데 말이죠. 흐음..
그래도 중요한 발을 하나 내딛은것 같군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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