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70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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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글거리는 무도가들의 사이에 껴서 벤하르트는 동쪽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른 낮인데도 입구까지 퍼져 오는 요사스러운 기운은 동쪽숲의 위험을 보여주는듯 했다.
"그러면 규칙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웅성 거리던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입을 다물었다. 이따금씩 숲에서 나오는 야수의 울음소리나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이 들려오는것을 빼고는 잡음조차 들리지 않게 되고 나서야 진행자는 입을 열었다.
"각자 이곳에 오기 전에 받았던 씨앗은 간직 하고 계시겠지요. 그것은 여러분의 생명입니다. 그와 동시에 무기가 될수도 있습니다."
"무슨 소리요?"
"일단 기본적인 규칙부터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 예선을 치르는 곳에서 살인은 절대 금지 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자는 당연히 실격처리가 됩니다."
"진검을 휘두르는 대결에서 살인이 나지 않게 하라니 그게 가능할것이라고 생각하는거냐!?"
점잖게 규칙을 듣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웅성거리면서 들고 일어났다.
"어쨋든 규칙이 그렇단 이야깁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요청하시고 그것을 도와주거나 도와주지 않는것도 각자 잘 생각해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규칙은 어쨋든 말이 안된다고, 만약 자신이 탈락을 해버려서 화풀이로 누군가 약한 녀석을 죽이거나 해 오히려 살아남은자들이 의심을 받거나 모함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되는거지?"
"완전범죄라면 인정해 드리겠습니다만, 한명이라도 목격자가 있다면, 그런 짓을 벌인 사람은 디레인에게 쫓겨 죽게 될 것입니다. 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아무도 못볼때 저질러 주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이야기 해드리지요. 1년에 한두번은 분명히 사망자가 나옵니다. 실수던 스스로의 본의던간에 확률은 0이 아니라는 이야기로 지금이라도 포기할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 주십시오."
주춤 거리면서 실력에 자신이 없는 몇몇의 사람들은 그자리에서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벤하르트는 약간 아쉬워 했다. 자신보다 확실히 약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씨앗을 얻을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역으로 말하면 1년중에서도 대부분의 경우는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곳에 오신 이유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오신분들이실테니까요. 그리고 또 말해둘것이 있습니다. '실수'로 죽인 경우가 있을수 있는데, 그 경우에도 일단 사망한다면 저희로써는 책임을 묻지 않을수 없습니다. '죽음'에는 '죽음' 뿐이니, 실력에 자신있는 사람들도 이점 생각하셔서 계속 하실건지 안하실건지 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본래 죽이기 위해 싸우는것과 제압을 위해 싸우는것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었다. 비등한 실력이라 해도 후자 쪽이 월등히 어렵다는것은 당연지사였다. 칼을 찌르면 사람은 죽게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급소가 아닌 부분을 노려서 아니 도리어 적에게 피해를 주기 어려운곳을 노려서 제압하는것은 보통 껄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반면에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전력을 다해도 상대가 죽지 않는다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실력차이가 있어도 그 격을 줄이는 규칙인 것이었다.
'힘들겠지만, 오히려 좋게 봐도 되겠군.'
누군가를 죽이지 않아야 하는 규칙은 벤하르트에게는 금상첨화나 다름 없었다. 원래 검을 휘두르는것을 그렇게 익혀왔고 죽이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보다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마음이 후련해진 것이다.
"그럼 일단 살인에 대한 규칙은 끝이 났고, 두번째는 이 씨앗에 대한 규칙입니다. 이 씨앗은 생명이자 무기. 일단 여러분들은 스스로의 피를 내어서 씨앗에 묻혀 주시기 바랍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진행자의 말에 따라 살짝 피를 내어 씨앗에 묻혔다.
"자신의 피가 묻은 씨앗은 잘 간수하십시오. 빼앗겨도 실격 잃어버려도 실격 파기되어도 실격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씨앗이 있다해도 그건 마찬가지인 사항입니다만, 실력이 모자르신 분들을 위한 규칙이 있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씨앗을 파기하면 그 상대도 같이 실격이라는 것입니다."
"뭐야 그 규칙은!"
"방패막이로 길동무를 삼아도 된다 이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되려 빼앗을수도 있다는점입니다. 그리고, 입구와 출구는 동시에 이곳이지만, 시작하고 나서 10분간은 싸워선 안됩니다. 바로 싸우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두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 따로 부연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나 물어봅시다."
중년의 남자가 진행자에게 물었다.
"씨앗을 빼앗기고도 저항하거나 반항을 해서 도로 되찾을 가능성도 있지 않소?"
"이 씨앗은 간단한 씨앗이 아닙니다. 자신의 피를 묻히라고 한것에는 의미가 있지요. 그런 걱정은 일체 안하셔도 됩니다. 일단 뺏기만 하면 뺏은 쪽이 승자인것은 보장해드리도록 하지요. 거기에 아까 말했던 상대의 열매를 파괴 해 버린 사람은 자신의 열매를 비롯해서 모아두었던 열매까지 전부 파손 되어 버리니 아무쪼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진행자가 무어라 말할때마다 참가자들은 웅성거리면서 불만을 토로 했지만 들은척도 않고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에 이것을 받아 주세요."
진행자가 손짓하자 한 청년이 무언가 큰 상자를 껴안아 들면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건.."
"폭죽?"
"예선전이라 해도 신등장의 제에서는 본래 목숨을 거는것에 거리낌이 없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말도 많고 해서 이미 탈락하거나 다쳐서 숲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경우에는 사용해 주십시오, 구조대를 파견해 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도 명심해야 할것은 '실수'로 발사 했다고 해도 일단 사용하면 탈락이라는 것입니다."
'난잡하군.'
규칙은 분명 누구나 이용할수 있을정도의 흠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이 예선이 꽤나 눈치 싸움이라는것을 알아 차릴수 있었다.
"예선전은 내일 이시간까지 입니다. 늦으면 늦는대로 실력 처리가 되니 잘 명심하도록 해 주시고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무운을 빌겠습니다."
'내일이라니..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이제서야 말하다니.'
하지만 그런 불평을 내새울 시간도 없이 진행자의 신호와 함께 그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일제히 동쪽숲으로 달려 나갔다.
시작하고 10분동안은 싸울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주위를 보면서 슬슬 흝어지는 사람들을 확인하면서 사원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쪽의 숲은 굉장히 커서 3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전부 수용할수 있을 정도였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숲이기 때문에 35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숨을 곳'은 존재 하지 않았다. 10분이 끝나자 마자 싸움이 시작되었고 곧바로 몇몇은 승부를 볼수 있었다.
벤하르트도 예외는 아니어서 처음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던 한명을 손쉽게 무력화시키고 씨앗 한개를 손에 넣었다.
"끄으으으으."
신음성을 내면서 벤하르트에게 씨앗을 빼앗긴 남자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뭔가 문제라도,"
"몸이 저려서 제대로 움직이기가 힘듭니다."
'이런 종류의 마도구인것인가.'
"폭죽은 꺼내 드리겠습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처신하세요. 마수들도 많으니까 뭐 알아서 하시겠지만서도."
적에게 이정도로 신경써주는 벤하르트를 그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폭죽의 심지를 비벼 발사 했다. 사실 몸이 저리는것은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어서, '일단' 빼앗았을때에 반격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 했기 했다. 마수가 들끓는 이런 위험한 곳에서 10분이나 20분정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그만큼 위험한 일인것을 감안했던 것이었는데 그것을 모르는 벤하르트는 친절하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의 폭죽을 쏘아 주었던 것이었다.
일단 자신의 씨앗이 없으면 이 예선에서는 살아남는 의미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빼앗은사람이 떠나기만 해도 그것으로 승자와 패자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이었다. 이미 진 사람이 이긴사람에게서 혹은 이긴사람에게서 빼앗은 자를 향해서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 씨앗을 찾아 헤매는 짓은 대부분의 사람이 하지 않는것이다. 인간의 생각을 이용해 만든 규칙에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었지만, 그런 변수가 일어나는 것은 수많은 신등장의 제 중에서도 그렇게 많은 일은 아니었다. 그런것도 감안하는것이 신등장의 제를 참가하는 사람들의 각오인것이었다.
벤하르트의 실력은 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속아낼수 있을정도의 실력은 되어 있었고 이런 빼앗기고 빼앗는 것에는 능숙했기 때문에 곧 세개의 씨앗을 더 빼앗을수 있었다.
'좋아. 이대로만 간다면 충분히.'
그가 순조롭게 모아간다고 생각하고 난지 10분도 안되어 벤하르트는 자신의 미숙한 늘어짐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벌써 그가 노릴수 있었던 실력 없는 사람들은 이미 거진 정리 되어 버린 까닭이었다. 기척을 죽이고 이동하고는 있었지만, 이동하면서 하나하나의 사람을 발견할 때마다 그만큼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고 있는것이나 다름 없었다.
'뭔가가 온다.'
자신의 뒤에서 무엇인가가 날아온다는것을 느끼고 그는 곧바로 검을 뽑아들어 공격을 막아내었다. 예리한 명검은 손쉽게 물체를 잘라낼수 있었고 반으로 갈라진 물체에서나온 액체가 그의 얼굴에 묻었다.
"이건?"
"끠 끠이.."
마치 원숭이처럼 생긴 마수는 답지 않게 풍부한 감정이 섞인 시건방진 웃음을 지으면서 손에는 몇개의 과일 열매를 들고 있었다. 벤하르트의 검은 쉽사리 잘랐지만, 마수가 들고 있는 과일들은 하나같이 단단한것이어서 정확하게 머리통을 맞는다면 기절하는것은 손쉬울 정도의 무기가 될수 있는 열매들이었다.
"적은 사람만이 아니란 것이군."
그 말을 꺼내며 그는 폴짝 뛰어서 다음 공격을 피했다. 벤하르트가 피한것에 화가났는지 시건방진 웃음에서 분노한 얼굴로 벤하르트에게 따라 붙었다. 숲에서 계속 살아온 야생의 생물은 물건을 던지면서 벤하르트의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더는 도망칠수 없겠다.'
마수의 열매를 발로 차버리고 두번재 공격은 베어 내면서 그는 원숭이같은 마수에게 돌격해 바로 베어 버렸다.
"꾸 꾸끠이이."
고통 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면서 마수는 벤하르트에게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휴우."
"꾸웨..."
마수가 낸 죽기 직전의 단말마에 벤하르트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피의 강을 이루면서 동강나 있는 마수의 몸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런 이런 안되지 벤하르트 하르크. '이녀석들은' 동료를 꾀어 낸다고."
그 목소리는 벌서 몇번이나 들어왔던 '적'의 목소리였다. 솔직하게 말하던 거짓말을 하던 어떤 경우라 해도 벤하르트가 그에 관해 무엇인가의 말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어느쪽이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루에인 파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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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같은건 어떻게 되던 좋을텐데, 그냥 죽이지만 않고 데스매치! 라고 하기에는 장소가 장소여서 이리저리 어떻게 할까 궁리하다보니 이게 웬걸 1화의 70퍼를 잡아 먹어 버렸네요.
그나저나 선작이 좀 늘어서 기분이 막 좋아지려고 하네요. 글고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후우,,
그리고 제목은 싹 갈아 치웠습니다. 석연치 않았던 이번 화의 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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