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65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3)
"으으으.."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벤이 이모양 이꼴이 된거야?"
"간단한 검사다."
루크는 간결하게 대답했지만, 벤하르트의 몰골을 보면 검사를 받은것보다 고문을 받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해 보였다. 금방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몰골을 보고 레니아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루크는 언제나와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벤하르트가 제정신을 차린것은 루크의 집에 도착하고 난 후 3시간 뒤의 일이었다.
"깨어났느냐?"
"루크 형님. 여기는."
"내 집이다."
그는 덤덤하게 벤하르트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
"하아아, 지옥이었습니다. 차라리 기가 돌아오지 않아도 좋을만큼."
"그걸 선택하는것도 네 몫이겠지. 다만, 저녀석이 고치지 못한 다면 어지간해서는 고치기 힘들다는 뜻일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래서 어떻다던데요?"
"온전히 된다고 해도 반 정도만 수복 가능하다고 하더군."
"반? 고작해야 그겁니까? 거기에. '온전히'라는 부분이 엄청나게 걸리는데요. 온전히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
루크도 벤하르트의 고통을 맛봤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결말에 대해서는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벤하르트가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워 하면서 실신한것은 고작해야 '검사' 였을뿐 실제 치료는 그것보다 더한 고통을 맛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렇다고 해도 나는 저렇게 꼴사납게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지.'
고개를 끄덕이는 루크를 보고 더욱 불안해진 벤하르트가 물었다.
"어떻게 되는데요?"
"그걸 내가 알리 있나. 마음의 준비나 해두거라."
"그럼 제가 왜 이리 되었는지라도 조금 알려 주시는게,"
"벤. 용과 만난적이 있었느냐?"
"용?"
용은 전설속에서나 나오는 생물로 일반인들에게는 경외시 되는 존재이며 실제로 일생에 용을 한번이라도 목격하는 사람은 그다지 흔하지 않았지만, 벤하르트는 이미 그 용의 수장이었던 마물을 만난적이 있었다.
'고야마.'
그제서야 벤하르트는 자신의 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것이 고야마가 떠나기 직전에 사용했던 유규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으윽."
검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그런 꼴이라니 아무리 적이었다고 해도 그는 억울한 마음을 금할수가 없었다.
"마음에 걸리는것은 있는 모양이로군. 저녀석이 병명이 용인(龍印)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처럼 대단한 것을 본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라면 도대체 어떤 용을 만난것이냐."
"형님은 모르셔도 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내가 몰라도 되면 누가 알아도 된다는 거지?"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루크의 언성이 슬슬 높아지기 시작하자 벤하르트는 불안함을 느꼈지만, 가급적이면 루크에게 고야마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 주고 싶지는 않았다. 루크가 아무리 매정한척을 해도 실제 위험이 닥치면 분명히 나설것임에 틀림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곳에 오기 전에 만난 용의 잔당이.."
"한가지 말해두지 않은게 있었는데, 만약에 하나라도 거짓이나 뺀 구석이 있다는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면 그때는 각오해두는게 좋을거다."
루크가 그렇게 못을 박아 두자 잘 포장하려던 벤하르트의 입이 멈추었다.
그 후 잠시동안 대화가 오가지 않는 시간이 흐르고 벤하르트는 결국 입을 열었다.
"고야마. 한번쯤은 들어본적이 있는 이름이로군."
"예? 그렇습니까?"
'보통의 경우는 몰라야 되는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벤하르트는 자신이 루크를 정말 별로 모르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연철장에 있었던 루크여봐야 그 많은 100여년의 세월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시간일 뿐인 것이다. 그 외의 시간동안 루크가 어떻게 지냈는지 루크가 자신과 지냈던 몇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자신이 생각하거나 예상할수는 없는 영역인 것이었다.
"꽤나 위험인물과 관계를 쌓고 있군. 거기에 그런 녀석에게 우리들의 검을 만들어 주었다는게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아."
"아 아아아 노 놓으세요 좀."
루크는 벤하르트의 볼을 잡다가 놓아 주었는데,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국이 한나절이 지나도 붉은 자국이 지워 질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지나간 일이니. 어쩔수 없고, 혹여 문제가 생긴다면 네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녀석을 적으로 두고 있다면 설사 반이라는 적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할수 밖에 없겠군."
"네?"
자신의 기를 확실하게 고칠수 있다면 두말할것도 없이 응했을테지만, 그 지옥같은 고통속에서 그것도 반정도 밖에 얻지 못하는 기를 되는가 되지 않는가라는 확률 까지 신경 서야할 치료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루크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일리보다도 그의 말이 정답이라고 하는게 옳은 말. 루크는 고야마라는 거대한 적을 보고 이런 결론을 내린것이지만, 실상 벤하르트의 경우는 그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이야 검을 만들어 주었으니 얼마간은 멀쩡하겠지만, 고야마와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두보엔, 그리고 자신을 뒤쫓는 수수께끼의 조직 아오이스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살아있는것이 용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어쩔수 없군요. 하는수밖에."
그의 말에 기운은 없었다.
"일을 할때 그런 태도면 될일도 되지 않는다. 확실하게 마음은 다잡아 둬라. 네가 겪을 고통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것이니까,"
"네? 그건 무슨?"
어깨를 툭툭 치면서 벤하르트는 생전 처음으로 동정어린 루크의 시선을 볼수 있었다.
'어쨋든 신등장의 제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기본적인 단련을 기본으로 한다. 그 전까지는 치료를 받지 않을거다.'
그 말에 오랜만에 벤하르트는 한가한 시간을 받을수 있었다. 바로 치료를 받을수 없는것은 조금 불안했지만, 그보다 더한것은 치료에 대한 공포 였다. 그 루크가 그런 표정을 지어줄 정도의 치료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인 것이었다. 따스한 기운이 몰려오는 봄날 그의 등골은 서늘하게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레니아나 만나러 가볼까."
왠지 레니아를 만나면 기분이 조금 풀어질것 같아 그는 괜시리 기대를 하면서 그녀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집안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본적이 없는데,'
그날 늦은 저녁에야 지친듯한 얼굴로 들어온 레니아를 보고 벤하르트는 궁금해하면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침 대련을 재빨리 끝내놓고 루크의 시야에서 벗어나 벤하르트는 레니아를 미행하기 위한 준비를 끝내 두었다. 다행인것은 벤하르트를 치료하기 위해 같이 갔었던 날 이후로 루크는 단련을 하는데에 있어 벤하르트를 어느정도 자율적이게 풀어주었다는 것에 있었다.
이미 벤하르트가 자신만의 일섬의 기술 하나를 익혀 두었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할것이라는 판단 하에 두고 도시로 나간것이었지만, 정작 벤하르트 본인은 수련에 대한 의지보다 레니아에 대한 궁금증이 더 강했다.
레니아를 따라 나서는 로오나의 눈을 피해 사각지대에서 천천히 조여서 천천히 그는 그들을 따라 미행해 나갔다.
그런 부분에서는 전문가라고 스스로도 자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자신은 있었다.
'여기는..?'
로오나와 레니아가 도착한곳은 인적이 거의 없는 도시 북쪽의 옛 공터였다.
"레니아 잠깐만."
"어? 뭐야? 무슨일 있어?"
"잠시 기다리세요."
로오나는 몸을 날려 바로 뒷쪽으로 달려 나갔다. 방향을 돌려 달아나려는 벤하르트의 목에는 어느샌가 닿아 있는 서늘한 칼이 쥐여 있었다.
이미 루크에게 배운 기를 사용하는 능력자인 그녀가 루크의 집에서 부터 벤하르트를 신경 쓰지 않을리 없었다. 하다 못해 벤하르트가 기를 사용할수 있고 그녀가 해놓은 '장치'를 파하지 않는 이상은 미행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그녀에게 걸릴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장치가 없었다고 해도 애초에 그녀가 사용하는 감지의 영역은 넓어서 이미 옛전에 그녀는 벤하르트의 미행을 깨닫고 있었다.
목에 아슬아슬하게 닿을듯 말듯한 서늘한 칼날을 눈으로 보면서 그는 살짝 놀랐다.
'어? 이거..'
눈으로 보나 느껴지는 예기(銳氣)로 보나 틀림 없는 루크가 만들어 준 검이었다.
'아무나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더니 로오나에게는 만들어 주셨구나 형님.'
"무슨 볼일 입니까?"
무미건조한 차가운 말투로 그녀가 물었다.
"아니 뭐 요즘 레니아가 무슨 일을 하는 지가 궁금해서. 저번의 일도 있고 하니 조금 걱정이 되어서 살짝.."
"한심스런 인간이군요. 어째서 루크님이 당신 같은 남자를 사제랍시고 데리고 있는지 이해할수 없습니다."
'아니 높혀 말해주고는 있는데, 너무 말이 험하잖아.'
"별수 없지 않나. 그런 관계 인걸."
"관계라니, 고작해야 같이 동문수학한 선후배 사이에 지나지 않지 않습니까? 거기에 그녀를 지키는건 제 역할이라고 분명히 그때 말해 두었을텐데요."
말투의 억양은 평소와 별로 다름이 없었지만, 박자가 왠지 따지는듯이 바뀌어 갔다.
"그래도 지난번 일도 있고 해서.."
"방심했을 뿐입니다. 저는 이제 레니아를 호위 해야 하니 돌아가 주시지요."
"알았어. 뭘 하는지만 보고 갈게. 히.. 이 칼좀 치우고 이야기 하자고, 정말 위험하다니까 루크형님의 검은."
"....."
말을 하면서도 벤하르트는 듣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에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물러났다.
"지켜보는것은 안됩니다. 이건 제 의지가 아닌 레니아의 의지니까. 돌아가세요."
로오나는 한바퀴를 돌아 바닥에 검을 휘둘렀다. 루크의 검 답게 날카로운 검명과 함께 바닥에는 큰 균열의 검흔이 새겨졌다.
"이곳을 넘어오면 당신이 루크님의 사제던 아니던간에 공격할겁니다. 적어도 기절 이상을 느낄수 있을 정도로."
말만이 아닌 그 이상의 살기를 잔뜩 느끼면서 벤하르트는 아무리 생각해봐야 딱히 드러나지 않는 죄목을 억지로 찾아내려는듯 로오나를 처음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회상했다.
'역시 생각나지 않는데, 그나저나 기절이상이라니. 진짜 싫은 모양이로군.'
"그리고 오늘 한번은 봐주었으니, 다음에 한번 시간을 내주세요."
"시간을 내는거야 상관 없지만, 오늘 한번 봐준건 도대체 뭐야?"
"정말 몰라서 묻는겁니까? 경고를 무시하고 쫓아와도 이렇게 기회를 준 이것입니다."
'알리가 없지.'
루크를 모시는 시종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벤하르트는 궁금증을 뒤로 할수밖에 없었다.
"아. 오해할까봐 미리 이야기해두는 것이지만, 저는 당신이 정말 싫습니다."
"..... 그런 오해는 하지도 않아.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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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대전이 끝나서 사실 4500 이상은 안써도 상관 없었는데 말이지요. 어제 앤드류님의 추가 댓글을 보고
'아 오늘은 '꼭!' 올려야 겠다.' 하고 생각해 놓은 글을 쓰려고 보니 12시.. 그때 생각난것은 '내일써야지' 였습니다.
.....
여튼 앞으로 몇화 정도는 짜여진 스토리 대로 나갈수 있을것 같군요. ㅇㅅㅇ... 그리고 선작이 미묘하게 늘어서 더 쓰고 싶었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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