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54화-헤이로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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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니.. 무슨?"
"일이라기보다는 목적에 가까운 것이지만, 만약 도와 준다면 성공과 실패에 관계 없이 50마크닐을 주도록 하지."
"무슨 일인지 일단 들어 보기라도 해야 겠는데,"
"저번에 내가 슬리드를 쫓고 있다는 것은 이야기 했었지? 헤이로카에서는 도전하기 위해 이름을 내거는 경우도 있고, 그 이름 만으로도 사람을 찾아 낼수도 있으니까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우스는 헤이로카에 도착해 슬리드를 찾는 이야기를 벤하르트와 레니아에게 꺼내 주었다. 그때 무심결에 나온 슬리드와 사우스는 맞붙었는데, 슬리드는 사우스와 몇합을 겨뤄 보더니 도시 안으로 숨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 뒤로는 사우스의 계책에 슬리드가 걸리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거기에 자신이 사는 곳마저도 숨겨 사우스는 슬리드를 찾아낼수가 없었다.
"그런 일로 이번 일의 미끼가 되어 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못잡는다고 해도 돈은 선불로 주도록 할테니."
"50마크닐이나 주는 이유가 있겠지? 이 이야기는 단순히 10마크닐만 해도 충분히 거래가 가능한 거래인데, 무리해서 50마크닐로 불러 올릴 필요는 없어."
"이유라."
실실 웃으면서 그가 말을 꺼냈다.
"이유같은것으로 위안을 삼을수 있을까? 이래뵈도 잔뼈가 굵은 인간인데, 네가 듣고 싶어할 만한 내용을 말해주는것이야 전혀 무리될게 없지. 실상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 금액의 일을 네가 받거나 받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의 일일뿐. 굳이 이유를 붙혀야 안심이 된다면 위험 보수라고 생각해도 좋아."
"....."
"이거 참. 꿍꿍이가 없는데도 되려 그것이 더 의심을 사게 될줄은 몰랐다."
"50마크닐은 확실히 주는거지?"
"물론 뭣하면 지금 줘도 좋아."
사우스는 품에서 돈뭉치를 꺼내들었다. 들어 있는 단위사 마크닐이라면 50마크닐은 족히 되어 보이는 양이었다.
'역시나 디레인 돈은 많이 버는건가.'
"잠깐. 일단 상의 한번 해보고."
"내일 아침에 찾아 오도록 하지."
숙련된 움직임으로 그는 그림자에 녹아들듯 사라졌다.
사우스와 헤어진후 여관방에서 레니아가 물었다.
"벤. 어쩔거야?"
"글세. 레니아 네 의견은 어때?"
"하루 벌어 하루를 해결하는 삶이 괴로운건 사실이지만, 굳이 위험에 빠질 필요는 없을것 같은데,"
이런 일의 경우 벤하르트에게 있어 레니아가 나서게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 언질이나 시늉조차도 일체 금해 이번에도 분명히 그가 나설것임에 뻔한 일인 것이다. 너무 과도한 이득은 그에 상응하는 위험을 내포한다는것을 그녀도 그간 여행을 하면서 충분히 느낀 바였다. 돈만 있다면 마음 편하게 무시하라고 할수 있을만한 상황이었지만,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것도 애매모호 했다.
일단 일 자체는 굉장히 간단해서 사우스의 말대로라면 위험도 그렇게 커보이지는 않은 일에다 무엇보다 그 보수가 굉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50마크닐이잖아. 어지간하게 '실수' 몇번정도는 눈감아 줄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거든."
"실수를 기정사실인것처럼 포함하지 마."
작은 주먹이 그의 머리에 박혔다. 이제 몸상태를 훤히 깨닫고 있는 벤하르트는 피하는 시늉 조차 하지 않고 그 장난을 받아 낸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 뵈는 상은 아니지만 말야. 그녀석이 하고 있는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것 같아."
"뭐가?"
"의외로 고민하고 있는것처럼의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야. 실제 슬리드의 실력은 사우스와 비교해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을거야. 사우스는 자신있는것처럼 이야기 했으니까, 얼마나 위일지는 몰라도, 단번에 잡지는 못한다. 정도가 적당한 수준이겠지."
"그러고 보니 한번 도망쳤다고 했었었지. 그렇게 보면 슬리드쪽이 확실히 약한것아냐?"
"원래 강하다는 것은 모든것을 포함해서 강한것이거든. 한수정도의 차이가 난다면 도망치는것 조차 불가능 할 정도라는 거지. 아마도 아주 미세하게 사우스가 강하거나 혹은 지난번에는 방심을 했다거나 했을거야."
벤하르트의 의견을 들으면서 검사인 까닭일까 그럴사해 보인다고 레니아는 생각했다.
"그래서?"
"말 그대로의 위험 수당으로 50마크닐을 제시한게 아닐까 싶은게 내 생각인데, 목숨값을 쳐서 50마크닐이면 50마크닐쪽이 싼것이니까, 이경우에는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할 정도가 아니긴 하지만,"
"글세. 벤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일단 한번 나가볼까 하는데 설마하니 단번에 살수를 쓸리도 없을테고, 이런 도시에서 죽는 일을 일으킬리도 없으니까 50마크닐은 얻을수 있을것 같거든."
"그럼 내가 나가볼게. 요즘 벤은 너무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말야."
지나가는 투로 레니아가 그렇게 말하자 벤하르트가 벌떡 일어나면서 되받아쳤다.
"바보야. 네가 나갔다가는 한순간에 잡히고 끝나버려. 적어도 대응을 할수 있는 사람이 나가야 되는 거라고, 그녀석이 지목한것도 다름 아닌 나였고,"
'그런 일이 아니었다면 나와는 이야기도 안 섞었을것 같은데,'
그런 벤하르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그래봐야 그녀석 눈에는 너와 나를 한쌍으로 보고 있으니까 너만 나가면 되려 의심을 사게 될것 아냐. 나까지 포함해서 나가는게 더 일을 확실히 하는 셈이 될거야."
"이런 일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뭐가 있어. 다른 쪽으로 열심히 하려고 하라고, 그래 이 기회에 이곳의 신을 어떻게 하면 만날수 있는지 부터 찾아 보는게 어때?"
"벤."
"왜?"
"둘러 대 봐야 소용없어. 이미 나도 마음을 먹었거든. 그정도의 위험을 지금 같은 상태의 너를 그대로 놔둘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거기에 내가 가줘야만 복수를 하려고 찾는 구도가 완성 되게 되어 있어. 처음에 바로 기절해버린 너 혼자는 별로 느껴지지도 않고 경각심만 유발 시킬 뿐일거라고,"
레니아의 말은 전체적으로는 옳은것이었기 때문에 벤하르트가 따로 반박은 할수 없었다. 심정으로는 그게 아닌데 싶어 뭐라고 따로 기별을 주고 싶은데도 구구절절 작지만 옳은 말이라 손을 댈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말야 벤. 하나 더 물어 봐도 될까?"
"뭔데?"
"'기' 사용할수 없지?"
"뭐? 에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한번에 두번 세번까지 같은 상황이면 말야. 어쩔수 없이 보이게 된다고, 나도 나름대로는 마법사에 무술도 익혔으니까, 그정도의 차이 정도는 알수 있어."
"그거야 아직 몸상태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몸이 부러져서 못움직일때도 기는 사용할수 있을텐데, 당장에 나만해도 기절한것만 아니면 마력을 사용하는건 가능하다고,"
레니아의 얼굴이 살짝 침울해 졌다.
"내게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잖아. 언젠가 누가 그랬었듯이 머저리 같은 녀석이야 너는."
"미안. 그래도 곧 돌아올것 같아서.."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이미 곧 이라는것도 곧이 아니잖아. 이번에 돈을 받으면 제일 먼저 할것은 벤의 치료가 될거야."
"무슨 소릴 하는거야? 외상도 아니고 '기'에 관해서 어떤 치료를 한다는 거야."
벤하르트의 말을 듣고 그녀는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늘여 놓느냐는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이곳은 수천명의 싸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잖아. 투사의 성지인가 뭔가 하는곳에 기를 다루는 의사가 없을리가 없잖아. 내가 손수 오늘 낮에 조사해뒀어."
'무슨 말도 안되는 일처리냐.'
"좋아. 어쨋든 최대한 조심해서 가보도록 하자고, 어디까지나 돈보다는 안전을 기준으로.."
"어차피 선불이잖아."
"....."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여관의 방문이 두들렸다. 문을 열자 실실 웃는 얼굴로 문앞에 서 있는 사우스와 아직 잠도 못깬채 불만스럽게 서있는 여관 주인의 모습이 보여왔다.
"그래 결정은?"
"받아 들이기로 했다."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 옷만 가볍게 걸친 벤하르트가 대답했다.
"좋아. 그럼 일단 50마크닐은 여기에 둘게. 일처리는 확실한게 좋으니까 일단 지금 세어 보는게 좋을것 같은데, 나중에 잘못 되었다거나 하는 일로 만나 봐야 돈을 더 줄수는 없으니까,"
사우스의 말을 듣고 그는 묵묵히 돈을 세기 시작했다.
"저기 어디서 왔어?"
"응?"
방금까지만 해도 눈앞에서 이야기 하고 있었던 사우스는 번개같은 속도로 레니아의 옆에 가서 이야기를 걸고 있었다.
"저런 남자랑 한방을 쓰다니 괜찮아?"
"아 뭐. '돈'을 아껴야 하니까 말야."
그런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도 벤하르트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역시 세상은 능력있는 남자가 최고지."
"글세. 그건 잘 모르겠는데,"
"어이 다 됐다. 50마크닐 확실하구만, 아니 99크닐이 추가로 와 있더라."
"그건 내 나름의 선심이야."
'선심 좋아하네.'
일부러 더 세도록 하기 위한 수단인것을 파악하지 못한 그가 아니었다. 사우스의 단순한 장난인 행동인것은 알겠고 돈을 더 받은것도 낭보였지만, 순순히 즐거워 하기는 어려웠다.
'이게 999 크닐이 아니라 다행이군.'
"그럼 일단 상의를 좀 해볼까. 일단 만나는 곳을 정해서 약속을 잡아 줬으면 좋겠군. 결투의 형식이면 더 좋겠어. 나는 기를 숨기고 조금 떨어진곳에서 구경하도록 할게. 그러니까 도달하는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버티는 것은 그쪽 나름대로의 능력에 맡기도록 할게. 그게 그렇게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무시 하지 마."
"두번째였지? 슬리드를 만난건. 세번째가 되면 그녀석은 장난끼를 버리니까 더 위험해 질거야. 그때가 되면 50마크닐도 적었다고 투정할지도 모르니까 아무쪼록 조심하도록 하라고,"
"어이 그런 위험한 일에는.."
레니아의 팔을 가로 막으면서 그는 웃었다. 언제나와 같이 웃지 않는 웃음을 띄우면서 말했다.
"그게 바로 50마크닐짜리 일이 아니겠어? 아가씨."
사실 그들에게 있어서 슬리드와는 따로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었다. 기단의 등급으로 등록 되어 있는 슬리드에게 간단히 전할 편지를 남겨 두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셋이 머리를 짜내어 생각한것이 복수라는 이름의 소재였다.
'반드시 감옥에 넣어 주겠다? 하 웃기는 녀석들이군 힘의 차이도 알지 못하는건가? 아니면 그것을 뒤집을만한 기책이라도 가지고 있나? 어느쪽이든 형편없는 녀석들이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동생 사우스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만나자고 한곳은 인파가 많은곳. 전의 일도 있었으니 이정도의 생각이라면 쓸데없는 기우라고 생각할수도 있었지만, 상대가 사우스여서야 기우라고 생각하는것 자체가 실례가 되는 행위였다.
"한번 볼까? 이런 약속 따위 늦는다 해도 별 상관 없지."
그는 자유롭게 살았다. 삶도 죽음도 자신의 뜻대로 그렇기에 구속당한 동생이라는 속박이 우습게도 느껴졌지만, 그 속박덕에 더욱더 자신이 자유롭다는 상상을 하면서 살았다. 자유야 말로 그와 사우스가 가장 바라던 인생사. 각자가 한발자국씩 다른 자유를 원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함정이라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겠군.'
허세가 아닌 진심으로 웃으며 그는 헤이로카의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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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게 반 정도로 생각하면서 쓰고 있었거든요. 사실 이 후의 일까지 쓰고 난 뒤의 일까지 가보려고 했는데 왠일인지.. 예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금새 써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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