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50화-헤이로카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페펜도시를 떠나 북쪽 길로 접어 들었다.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었고 눈이 녹아 가면서 날씨도 개여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나들이라도 하는듯 기분이 좋았다.
"헤이로카는 어떤 도시야?"
"글세. 나도 소문밖에는 들어 보지 못해서 말야. 정확하게는 알지 못해."
"그 소문이 어떤건데?"
"투사의 성지라고도 불리우는 헤이로카는 말야.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 실력을 보이고 자랑하는 곳으로 유명하지. 얼마나 유명한가 하면 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한가닥 잘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너도나도 앞다퉈 헤이로카로 온다고 하더라."
"꽤 자세히 알고 있잖아."
"소문은 들었으니까, 그리고 책자도 살짝 봤고."
"책자?"
"그래 페펜도시는 헤이로카와 꽤 근접한 도시니까, 유명한 헤이로카를 소개하는 책자 정도야 어디서든지 구할수 있어. 그곳의 돌아가는 정세라던가 그런것도 포함해서.."
"한번 줘봐."
벤하르트는 책자를 넘겨 주면서 흥미를 느끼는하게 바뀌는 레니아의 표정을 볼수 있었다. 책자를 넘겨주고 조금 걷다가 레니아의 모습이 궁금해서 그가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다소 어두운 얼굴로 책자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벤하르트가 관심을 보이자 그녀는 황급히 접고는 그에게 책자를 건네 주었다.
"전혀 없어."
"그래?"
"그래 아니 그 책자는 나한테 줘. 내가 가지고 있을게."
'있구만, 뭔가가'
벤하르트도 책자를 한번 쭉 읽어 본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충의 내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레니아가 숨겨야 할 무언가는 전혀 찾을수 없었기 때문에 의아함을 느꼈다.
"잠깐만 나도 잠시 확인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것이 인간의 본성이었지만 레니아의 손은 평상시와 다르게 굉장히 빨라서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빼앗겨 버렸다.
"안돼. 내가 가지고 갈게."
"....."
"벤 뭐야 표정이 왜그래?"
흙이라도 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벤하르트에게 레니아는 따지듯 물었다.
"어? 아니. 궁금해서 말야."
웃으면서 그가 말을 얼버무렸다.
'으음.'
길을 걸으면서 벤하르트는 애써 밝은 척 했지만 실상 속내는 근심 덩어리로 가득 차 있었다. 이유인즉슨 아직까지도 기를 다룰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약하게 주위를 두르고 있는 기가 있는것을 느낄수는 있어도 그 기를 사용할수가 없었다. 고야마와 싸운 후부터는 계속해 이런식이었기 때문에 조금 불안해 하고 있었지만 몸상태가 안좋았던 한때의 일이라고 애써 자신을 속여 가면서 까지 위로하고 있었지만, 몸이 거진 완벽하게 돌아온 지금도 전혀 기를 다룰수 없다는것은 굉장히 큰 불안으로 다가 왔다.
'레니아에게는 미안하지만 설마하니 그 정도 움직임에도 반응하지 못할줄이야.'
자신이 사실을 말한다고 해서 레니아가 딱히 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테지만 사실을 솔직히 고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되려 좋아하지 않을까 그녀 성격에.. 좋아할만한 상황은 아니니 그건 아닐까,'
레니아에 대해서 아는것도 많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성격은 읽기 힘들었다.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인내심에 그것을 뒤덮을만한 이성이 있으니 서로가 팽팽하게 맞물리는 것이다.
벤하르트는 헤이로카에 도착할때 까지만이라도 숨기기로 마음을 먹은채 조금은 편히 먹고 길을 걸었다.
얼마간 걸었을까. 돌절벽 위에서 한차례 굉음이 들려왔다.
"캬하앗!"
공중제비를 돌면서 한 남자가 뛰어 내렸다.
'습격인가?'
바로 손을 검에 가져갔는데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그 움직임 매우 더뎌 답답하게 까지 느껴졌다.
"안녕하십니까."
"벤 아는사람이야?"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헤헤 모르는게 당연하지. 나도 사실은 너희들을 잘 모르거든. 한가지는 알고 있지만, 거기 있는 여자 최근에 소현자라고 불렸던 레니아가 맞지? 몇번인가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한번쯤 이런 기회를 가져 보고 싶었지."
혀를 내밀어 입술을 닦고 그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단번에 내달렸는데 그 움직임이 마치 바람을 가르는듯 했다.
[팅]
그가 노린것은 벤하르트 쪽이었다. 목표가 레니아가 아님에도 벤하르트는 예측하지 못했다면 단번에 당했을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진땀을 뺐다.
"뭐하는거야!"
"앞으로 볼 재미에 이녀석은 필요가 없을것 같아서 해결해 두려고 했는데 생긴것과 다르게 조금은 하는군. 그래봐야 조금이지만 말야."
"네녀석 뭐하러 이런 일을 저지르는거지?"
조용히 벤하르트가 물었다. 사실 자신들을 딱히 말도 없이 습격한 남자에게 굳이 이름을 묻거나 할 필요는 없었지만, 싸움을 해도 이길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기 있는 소현자는 페펜도시에서 꽤나 돈을 많이 벌었지? 그 여비와 경국지색의 미모를 한번에 얻을수 있는 기회라는건 흔한 일이 아니거든. 이유라 하면 그것이다. 돈을 버는것은 헤이로카에 가서 하려고 했지만 일단 용돈 벌이 정도는 해두어도 괜찮겠다 싶었지, 상대라고 해봐야 나약해 보이는 검객 하나 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하는 녀석이어서 다행이다. 그냥 일방적인건 재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괴롭히다 죽여주지 라고 말하면서 그는 벤하르트에게 달려 들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막는다 해도 벤하르트가 한번 휘두를때 두번의 공격을 받을 정도가 된다면 승패는 명확했다. 버티는것도 힘겨울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당하게 되는 것이다. 막아도 다른 한쪽을 점거 당하고 공격을 하면 맞지도 않을뿐더러 급소 부근에 이격을 허용당해서 벤하르트가 실제로 허용할수 있는것은 매회매회 방어밖에 할수 없었다.
'으으.'
가까스로 일섬의 자세를 취하고 남자에게 휘둘렀다. 그 공격에 남자는 놀라며 얼굴에 상처하나를 입게 되었다. 상처라고 해도 엄청난 명검인 벤하르트의 검에 표피만 살짝 긁힌 정도라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저절로 나을 정도로 약한 상처였지만 전혀 예기치 못했던 공격이었기에 짧은 시간을 허용했다는것이 컸다.
그리고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백색 섬광이 어깨 밑을 꿰뚫었다.
"크악."
"꽤나 건방진 소리를 내뱉어 주는데, 누가 네놈에게 따라가 준다고 하더냐?"
"마법사 였었나?"
갸냘퍼 보이는 체구에 항상 번역만을 도왔기 때문에 아마 도시의 누구도 레니아가 마법을 익혔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것은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레니아가 노린곳도 그가 사용하고 있는 팔의 어깨 부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벤하르트가 약해져 있다고 해도 승패는 이미 기울었다 할수 있었다.
"하하하 이것참 웃기는 노릇이로군. 헤이로카에 갈 내가 어중이 떠중이 마법사와 저런 제대로 검도 휘두르지 못하는 검사에게 당하다니. 수치스럽다."
"어디가 어중이 떠중이냐. 당한주제에 입만 살아서는. 거기에 벤하르트가 검도 휘두르지 못한다는것도 취소해라."
"응? 설사 네 마법이 경지에 다다랐다고 해도 문외한인 내가 봤으니 정확하게 비교할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저녀석의 검술은 글렀다. 저런녀석을 호위로 달고 다녀서야 마법사도 어중이 떠중이라고 판단할수밖에."
"뭐야!"
"이 수치는 접어 두도록 하지. 혹시라도 어중이 떠중이가 아니라는것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다면 헤이로카에서 슬리드를 찾아 오도록 해라. 팔만 낫는다면 언제든지 상대해 주지. 그전에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레니아는 성을 내면서 마법을 쏘아내었지만 눈에 보이는 마법이 그에게 통용될리가 없었다. 그는 가볍게 피해내면서 그길로 헤이로카를 향해 달려간 것이다.
"뭐냐고 그녀석 어중이 떠중이 마법사라니. 거기다가 벤. 오늘은 왜 그렇게 미적미적인거야. 설마하니 또 죽이기 싫어서 그랬다는 이야기는 꺼내주지 않기를 바래."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아서 그런것 뿐이야."
제상태였다면 방금전 상대했을때 정도는 가볍게 이길수 있을것 같았지만 상대도 굉장히 자신을 봐주고 있었다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점칠수는 없었다.
'꽤 위험했어. 레니아가 아니었다면 큰일이 났을수도..'
"나에게 당하고 나서 빌빌 거리면서 도망간 주제에 입은 살아서 까불기는 근데 벤. 아까부터 왜 자꾸 말이 없어?"
그 흔한 동조조차 하지 않는 벤하르트를 보며 그녀가 말했다.
"아 아 미안 뭣좀 생각하느라고 말야. 확실히 강했지 그녀석."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나한테 맥없이 당하기만 했는데, 전혀 듣고 있지 않았구만?"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못들은거야."
"변명은 그나저나 그녀석 헤이로카에 간다고 했었지? 어쩔꺼야?"
보복이던 대결이던 간에 어느쪽도 벤하르트에게 선택할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헤이로카에 싸우러 가는건 아니니까, 거기에 당분간은 조금 싸움이라는 것에서 벗어나 보고 싶어."
푸른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말하는 그를 보며 레니아는 약간 불만스러운 얼굴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고는 말했다.
"하기사 가끔은 평화로운것도 좋지. 생각해보면 그동안 정말 몸이 남아 나질 못했던것 같아."
"앞으로도 그럴것 같다만, 아직 아오이스의 일도 전혀 끝난게 아니고,"
"그것도 그렇네."
"그러니 조용히 지내잔 말야. 헤이로카에 도착하면 말이지. 설사 화나는 일이 있어도 넓은 관용과 아량으로 용서해주면서 가급적이면 싸움을 피하도록 하자. 아무래도 아까 그녀석도 꽤나 강했던것 같은데 그런 녀석들이 널려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알았어. 근데 뭔가 굉장히 몸을 사리는 것 같은데?"
"별로 원래 신중 했잖아. 헤이로카가 특별할 뿐이야."
"아니 아니 그건 아니지 않아? 무법마을이었던 대르나드에 갈때도 태연자약 했었잖아."
뭐가 그리도 자랑 스러운지 그녀는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쓸데 없는것에는 예리하지 않았으면 좋았는데,'
"방금 전 같은 상황도 있고 아오이스도 있고 고야마도 있고, 어쨋든 찾고자 하면 너무 많아져 버렸잖아. 그러니 조금 더 신중해져 버린것이겠지."
"그런가."
그후로도 몇차롄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그에 따라 벤하르트는 더더욱 침착하게 받아 넘겨서 결국 그녀는 헤이로카에 가기 전에 의심을 풀어 버렸다.
사흘 정도를 더 가서 그들은 마침내 헤이로카에 도착했다. 도시 앞에서 부터 무장한 병사가 존재 하는게 일반적인 도시와는 다르다는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여행객 둘인가?"
"아 네."
경비병이 있어서 본래 다른 나라에서는 수배범이 되어 있는 벤하르트는 잠시 걱정을 했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들은 순순히 통과 시켜 주었다. 하도 거친 사람들이 많은 까닭에 나라에서도 치안 유지를 위해 병사들을 배치시켜 놓은것일뿐 다른 의도는 별다르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정도로 병사를 넣다니 상상 이상인데,"
길거리를 돌아 보아도 일반인들과 병사들의 비율이 비슷할정도로 많은 수의 경비병들이 도시를 돌아 다니고 있었다. 물론 그 숫자는 겉으로 보기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병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낭비가 심하네."
"그 이상으로 부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겠지. 일단 여관방부터 구할까?"
"그래."
여관을 구해 짐을 풀어 놓고 그들은 도시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투사의 성지답게 수개의 경기장도 있었고 그것들을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가는줄 모를정도였다.
"음?"
지금까지 헤이로카에 있었던 역사를 전시해 놓은 전시관 안의 역대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던 투사들의 석상을 지나다 레니아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래 레니아."
"왠지 낯익은 얼굴이."
"어디가?"
레니아는 멀리 석상을 가리켰다. 벤하르트도 슬쩍 보니 굉장히 낯익어 보이는 얼굴이 있는것이 아닌가. 다가갈때마다 점점 의혹은 확신으로 바뀌어만 갔다.
"루크 샐던..?"
그곳에 있는것은 한때 자신이 가장 존경하던 형님이었던 루크의 석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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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하루의 끝자락에 올리게 되면 요즘은 하는게 많아 너무 힘든데 내일은 2화 분량을 써둬야 할것 같습니다.
원래 저번 연참대전때 여기의 끝까지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꿈이 너무 컸었던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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