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49화-약속(3)
"오랜만이군요."
"뭐냐 말 안한거냐?"
베라스키는 레니아에게 질타하듯 물었다.
"말할리가 없잖아. 뭐 좋은 일이라고,"
"하기사 그것도 그렇겠구만, 너희들의 입장이라면 말이지."
"뭘 말하고 말을 안해?"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그가 레니아에게 물었다.
"네가 자고 있을때도 한번 들렸다는 이야기였다. 오랜만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니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베라스키와 레니아의 시선이 마주쳤는데 서로를 향해 보는 눈치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에 벤하르트는 레니아가 왠지 만나는 사람맘다 싸움을 걸고 늘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 원 싸움닭도 아니고,'
왠지 레니아는 싸움 분위기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하는 착각 마저 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실제 그럴리가 없다고는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여기 온 이유는 뭡니까?"
"몰라서 묻는게냐. 내가 준 요력을 네가 감당해내지 못한것 때문에 온것 아니냐. 애초에 눈치를 한번 줬으면 알아서 떠나거나 도망을 치거나 했었어야지. 다시는 안볼 생각이었는데 벌서 두번이나 더 만나고 말게 되어 버렸잖느냐."
"잠깐만요 저도 할말은 있습니다. 그런 위험한것을 선물이랍시고 주다니 제정신인 겁니까? 거기에 고야마가 없으면 사용하지도 못할 힘을 그것 때문에 저는.."
말이야 바른말이지 베라스키와 벤하르트 레니아 고야마의 관계에서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그중에서도 벤하르트는 순전히 피해자였다. 그런 와중에 베라스키에게 뭐라고 듣고 가만히 있을만큼 벤하르트의 속이 넓지는 않았다. 본래 작은것은 잘 따지고 드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그는 거친 목소리로 반발했다.
"그거야 네 능력 부족이지. 분명히 넣어 뒀으니 원할때에 사용하면 그뿐이고 조절하는것도 자기 본위로 익히면 그만인것. 그것을 못하는것은 전적으로 네 탓이 아니냐. 원래 말만 하면 구름 같이 몰려 들어 가지고 싶어 하는게 나의 힘이다. 준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줄 알아야지."
"몇번이고 말해봐야 저는 가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베라스키에게 아무리 그런말을 들어도 고야마라는 혹을 달아 받은 힘이니 별로 그녀의 말에 동조할수가 없었다. 벤하르트의 태도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도 눈치 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잡아 채며 퉁명스러운 노파의 음성으로 말했다.
"안정화는 시켜주마."
"안정화라뇨?"
"지금은 날뛰려 하고 있으니 진정은 시켜주겠다는 말이다."
"그냥 가져 가시죠. 별로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런 힘. 으아아아아아. 잠깐만요 아아아악 뭐하는 겁니까?"
"잠깐 뭐하는 거야? 너"
별안간 큰 비명을 지르는 벤하르트를 보며 베라스키에게 그녀가 물었다. 베라스키는 벤하르트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았는데 마치 벤하르트의 생기를 흡입하기라도 하는듯한 상으로 보였다. 비명소리가 점점 커져감에 따라 베라스키의 모습도 점점 바뀌어 나갔다. 벤하르트의 눈에 흰자위 밖에 안보일정도로 기절해있는 상황에서 비명소리가 서서히 멎어 들자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온 베라스키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끝났다."
"벤 벤 괜찮아?"
기절한 벤하르트를 보고 레니아는 날카로운눈으로 베라스키를 노려보았다.
"그냥 기절한것 뿐인데 호들갑이구나."
"헛소리 마시지. 어떤 말로 포장하더라도 너는 벤을 이용해 위기에서 벗어날 생각을 한것 뿐이잖아. 설사 네가 베풀었다는 은혜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벤의 목숨이나 나까지 합한다 해도 받을수 없을정도로 대단하다 하더라도 이런 꼴이 되느니 안받는게 나았어. 이러니 저러니 거들먹 거리지 마시지. 나한테는 벤을 저 꼴로 만들 고야마보다 네가 더 마음에 안드니까,"
"그런가. 실례 했군."
"일이 다 끝났으면 나가줘. 네가 바라듯 우리도 더이상 너를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벤도 다 알고 있었어. 분명 네가 한 짓이 자신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어차피 휘말려 버렸고 벗어날수 없으니까, 고작해야 한번 보았던 벤렌이 불쌍해서 네 딸을 위해서 자신이 감수해 주겠다. 뭐 이런 식으로라도 생각했겠지.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하지만 나는 네 딸인 벤렌 조차도 벤 처럼 좋아라 보지는 않아. 어차피 수많은 인간중에 스쳐지나갈 한명일 뿐이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소나 돼지나 다름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정을 준다해도 그 이상까지는 이르지 않아.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네가 있으니까 더더욱이."
"신이 생각할만한 내용이로구나. 너는 조금 다를줄 알았는데,"
"달라. 이미 나는 신도 뭣도 아니니까, 의미가 없다해도 벤처럼 구할수 있고 지킬수 있어. 그저 이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뿐. 너는 어떻게 보아도 선인은 아니다 라고, 잘못 만났다면 혹은 벤렌이 없었다고 하면 아니면 또 뭐가 있을까.. 여하튼 이런 관계가 되지는 않았겠지. 나는 벤과는 달라. 누구에게나 잘해주고 누구에게나 좋게 대할수는 없어."
"그게 맞는것이다."
베라스키는 싸늘히 말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녀는 잘못된쪽은 분명히 벤하르트쪽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무래도 너는 꽤 고생을 많이 할것 같구나. 어느쪽도 폐가 되는 조합이야."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그거야 네 생각이지. 네가 말한 고생이라는게 어떤건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과연.. 낄낄 내가 괜한 참견을 한 모양이군. 일단 나의 힘은 가라앉혀 두었다. 그 남자에게는 일러 두거라. 내 힘을 쓰는것은 언제나 자신의 의지이고 다루는것도 제압하는것도 자신의 의지라는 것을. 아마 이제는 정말 보지 못할것이다. 이제 호라반으로 벤렌과 함께 내려가야 하니까,"
"그건 낭보네."
레니아의 말을 듣고 낄낄 거리던 베라스키는 창으로 몸을 날렸다.
"미안했다."
웃음소리에 비해서는 터무니 없이 작은 소리였지만 레니아는 분명하게 들을수 있었다. 듣는다고 지금까지의 그녀의 모습을 다르게 생각하는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미안하다고 생각할거면 애초에 이런 일을 벌이지 말았어야지. 이렇게 되어 버린이상 벤은 분명히 어떻게 가더라도 감당했을것 같지만,"
기절해 있는 벤하르트를 보고 레니아는 손을 올려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분명 이성은 침착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있을텐데, 자꾸만 감정이 이성을 이겨 버릴것만 같아. 그런 내가 두려우면서도 불쾌하게도 느껴지면서도 왜 좋다고 생각하려 하고 있을까. 한심스레.."
한숨을 쉬면서 자신을 그렇게 만든채 곤히 기절해 있는 벤하르트의 머리를 한대 쥐어 박았다.
"이녀석 때문이겠지. 역시."
원래 몸상태도 안좋았던 벤하르트는 그대로 하루나 꼬박 잠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내려 갔다고?"
"그렇다 하더라. 베라스키는 꽤 마음에 안들었지."
"그야 뭐. 그렇지."
벤하르트라고 해도 그녀를 말로나마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도 몸은 굉장히 많이 나은것 같아. 슬슬 여행을 준비해도 될것 같은데?"
여전히 기를 사용하기는 어려웠지만 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몸을 움직이는데에는 지장이 없을정도까지 몸은 회복 되어 있었다.
"벤. 고양이 좋아해?"
"글세. 좋아하지 않을까."
"조금은 싫은점도 생각해 두는게 어떨까?"
그로부터 3일뒤 내렸던 눈도 슬슬 녹아 내리고 추위도 가시기 시작해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여행길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레니아가 떠난다는 말에 꽤나 많은 페펜도시의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레니아는 사방팔방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지만 벤하르트는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것만 같이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레니아 너 이정도로 인기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뭣하러 벤에게 뽐내려 했다고 생각하는거야. 나 참. 왠지 나에 대한 관심이 없는것 같은데?"
많은 사람 보다도 벤하르트가 그런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심정이 강했기에 조금은 실망하며 그녀가 말했다.
"그럴리가,"
그녀의 옆에 있는 벤하르트를 보고 많은 남자들은 이런 저런 자기들만의 생각을 펼치며 벤하르트를 헐뜯거나 시기하곤 했는데 개중에는 그의 귀에 충분히 들릴정도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어?"
꽤 많은 사람들이 레니아를 주목하고 있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 구석에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모임이 있었다. 그리고 곧 그 수를 헤아리고 벤하르트는 그들이 레니아에게 거절 당한 남자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번 보았던 남자도 침울하게 그리고 왠지 분노가 섞인 얼굴로 벤하르트를 노려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작게 한숨쉬고 레니아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리체프 쿤타 굴드먼 기하인 하이예프 패켓 친리안 부제프 아돌브."
"네 넷."
"받아주지 못해서 미안. 그래도 말야 딱히 너희들을 싫어한건 아니었어."
거진 말조차 받아주지 않았던 레니아의 미소를 보아설까, 지나가는 레니아의 뒤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남자들이 서 있었다. 그러다가도 벤하르트가 돌아서 그들을 보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이를 갈면서 그를 노려 보는 것이었다.
'무섭구나. 아름다운 여자란.'
정말이지 오랜만의 둘만의 여행준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였다. 준비를 거진 끝마치고 하루 이틀 내로 출발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때 언제나와 같이 노크소리와 함께 흰 옷을 입은 학자들이 그들의 여관으로 들어왔다.
"레니아님. 다시 생각해주실수는 없으십니까?"
떠난다고 보고 한 뒤부터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그들은 벤하르트의 여관에 들렀다. 그에 관한 레니아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았지만 그들의 태도 또한 한결같아서 그 사이에 낀 벤하르트는 괜시리 그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감당해야 했다.
"저 남자 때문이지요? 어이 자네 생각을 달리 할수는 없나?"
"그렇네 이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분인 것이네. 자네가 포기만 해준다면."
"레니아 수습좀 해줘."
"레니아! 라니"
"너희들 정말 내가 그렇게 필요해?"
눈에 보이는 외견 나이로 말하기에는 굉장히 건방지다 할수 있는 말투였지만 그들은 고개를 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필요한건 그저 돈이었어. 돈이 필요하니까 그 일을 맡은거야."
"그렇다면 돈을 더 드리겠습니다. 얼마라도,"
"그 돈이 필요한 이유는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그 그.."
"그리고 여행을 하는데 필요한건 바로 이녀석 벤 뿐이야. 너희들이 필요로 하는게 나인것과 같이. 한번쯤은 다시 들를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상황이 나오게 된다고 한다면 더 이상은 작업을 해줄수 없을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다니,, 죄송합니다."
레니아에게 구애 했다가 완벽하게 무시당했던 남자들의 소문을 가장 먼저 접한것도 본것도 그들이었기에 그녀의 경고는 강력한 협박으로 다가왔다. 더 부탁한다면 도리어 후에라도 있을지 모르는 일조차 사라지게 할 뿐이었기에 그들은 포기하고 돌아갈수밖에 없었다.
"지식에 목숨을 건 녀석들이어서 그렇지 나쁜 녀석들은 아니야. 하긴 지금쯤 나에대해 욕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리 그렇게 까지."
"재채기가 나올것만 같거든."
그렇게 그들은 페펜도시를 떠날 준비를 차분하게 끝마쳐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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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뒀던 스토리를 향해 한발자국씩 가고 있는게 맞는건지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으음...
그나저나 연참대전에 부정행위가 떳다니,,
저도 사실은 예전에 12시를 넘어서 수정한적은 있습니다. 한 100자 내외로요? 확인해보면 알수 있겠지만요,
근데 이번건 그런게 아닌 모양이더라구요. 덕분에 이제 저도 12시 넘어서 수정 같은것은 꿈도 못꾸겠습니다. 그래도 전날 새벽에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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