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45화-이변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추대나 추앙을 받는다는건 어떤 사람에게든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해도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나 레니아에게는 그런 기분이 더했다. 각각의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제각각 달랐기에 벤하르트는 그녀만큼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고, 한시라도 빨리 헤이로카를 향해 가고 싶었지만 즐거워 하는 레니아의 모습을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누그러 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서로 같이 고생해왔지만 그것을 느끼는 강도는 서로간에 다를것임에 분명했다. 신이었던 레니아는 더더욱 그러했을터. 즐거운 일이 없진 않았어도 대부분은 위험과 함께한 고생길이 아니라고는 할수 없었다. 그런 레니아에게 조금이라도 더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자로써. 더 존재하게 해주고 싶었다.
"후우."
레니아가 학자들을 도우러 간 시간. 이제는 무리하게 일을 할 생각도 들지 않아서 그는 도시를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20일. 슬슬 떠나야 겠지.'
목적도 없이 한달이나 여행을 하지 않는것은 별로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아껴쓴다면 몇달정도는 버틸수 있는 여행비도 모았겠다. 실상 페펜도시에 머물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그가 마음을 쓰고 있는것은 레니아에 대한 배려였다.
"며칠만 더 머물까."
그는 시장안에서 돈을 주고 몇가지 과일을 샀다. 곧 레니아가 돌아올 시간이어서 오랜만에 과일이나 맛보게 해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20일이나 머무른 까닭에 이제는 눈감고도 어느정도 길을 잡을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도시를 거닐다 그는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어 오빠다!"
"벤렌?"
같은 도시에 머물면서도 여지껏 단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던 벤렌이 그를 향해 달려와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된거야? 어머니는?"
"나 말이냐?"
어느샌가 등뒤에서 노괴의 모습을 한 베라스키가 말을 걸어왔다. 언제 봐도 징글징글한 모습은 그녀의 본래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차이가 있어서 얼마전 있었던 일들이 마치 오래전에 있었던 추억속의 일인것처럼 느껴졌다. 기척을 느끼지 못해 깜짝 놀라면서 그는 살짝 뒷걸음질 쳤다.
"하아."
"괜찮아?"
"아 뭐. 그런데 여긴 무슨일로 왔어?"
"작은아버지가 파티를 열어주신다고 했어. 엄마랑 나는 음식을 사오기로 한거야. 헤헤."
웃으면서 그녀는 봉투안에 든 무언가를 흔들었다. 흔들리는 모양으로 봐서 그것이 고기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눈치챌수 있었다.
"그런데 그 작은아버지라는 집은 어디야?"
"그건 네가 알필요 없다. 너와 우리의 은원은 전부 청산되어 있으니까, 더는 관계 되지 않는것이 현명한 것이다."
벤하르트는 그녀의 말에 너무 냉정하다 생각했지만 처음 만났을때부터 괴팍한데다 그런 성격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잠자코 넘어가 주었다.
"원이라니. 원한같은건 산적이 없는데요."
"말이 그렇단 이야기인 게지. 보기보다는 우둔한 녀석이로구나."
"위치 정도는 알아도.."
"고야마와 엮이게 만든건 분명히 내 탓이지만, 그것은 묘왕아(猫王牙)로 갚았으니, 이제는 이쪽에서 별로 네놈과 엮이고 싶지 않은것이란 말이다. 이런 몸으로 그를 만나고 싶지도 않고 이녀석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지."
"알겠습니다. 벤렌 이곳은 재미있어?"
"응. 작은 아버지네 집에는 재밌는게 많이 있거든. 오빠도 같이 놀면 좋을텐데, 엄마 오빠랑 언니도 같이 가면 안돼?"
벤렌의 말에 베라스키는 기분나쁜 미소를 띄우며 답했다.
"당연하지. 그런 말보다 샀으면 어서 돌아가자꾸나."
그 말에 벤렌은 잠시 울상지은 얼굴을 하다가 곧 평상시의 얼굴이 되어 말했다.
"그럼 오빠 안녕. 나중에 또 봐."
"그래."
정작 벤렌은 고개를 돌려 가려는데 베라스키는 벤하르트의 앞에 멈추어서서 물었다.
"그런데 레니아는 어디에 간게냐?"
여행도중에도 레니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던 그녀의 물음에 순간 벤하르트는 잘못 들었나 했지만 베라스키가 재차 물어주자 그제서야 대답해 주었다.
"그녀석 지금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최근에 이곳에 나온 소현자가 바로 레니아란 말이죠."
"적당히 해두는게 좋을거다. 이목이라는건 인간에 한정되는것이 아니니까, 하기사 전직이 그렇다면 소현자가 대수겠느냐만은. 낄낄."
"엄마 안와?"
"간다. 그럼 아무쪼록 조심하거라."
자신의 힘을 벤하르트에게 대부분 넘겨 주었음에도 그녀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그녀는 벤렌을 데리고 그야말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런 베라스키의 모습을 보고 그는 외모나 실력이나 괴물같다고 생각했다.
설마하니 다시 만날줄은 몰랐기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벤렌 모녀를 만난것은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다. 여관으로 돌아온 벤하르트는 레니아와 함께 과일을 먹으면서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베라스키를 만났다고?"
"그래. 덧붙혀서 벤렌도. 그렇게 주절주절 주거니 받거니 했는데, 언제나와 같은 독설이 나오더라."
"흐음."
레니아는 손을 턱에 가져가 생각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왠지 영문 모를 표정을 하다가 그녀는 말을 돌려 그날 있었던 해석을 벤하르트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언제까지나와 같이 하루가 끝날줄로만 알았다.
학자들이 많은 페펜 도시의 밤은 고요했다. 어딘가의 도시처럼 축제로 밤이 끝나지 않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는 아주 적막한 조용함. 사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별로 발견할수 없는 페펜도시에도 오랜만의 깊은 밤이었다.
"후우."
어둠속에서 한 인영이 여관의 창을 너머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살폈다.
"저런 놈 하나를 잡는데 우리들 다섯을 전부 파견하다니.. 우리들이 그렇게 못 미더운 것인가."
한 남자가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말도 안되는 불평은 하지 마. 조직의 명령은 절대적이야. 거기에 현실적이지."
그 남자의 말을 여자의 목소리가 받아 내었다.
"우리 다섯이 나서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겠지. 무나부드 내 생각에도 그건 괜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셋을 보내도 될 경우에는 셋만 보내곤 했었잖나."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대행자가 될수 있는 후보생들인데, 고작해야 저런 무지렁이 둘을 잡아내라고 한다는것이.."
"글세. 무지렁이일까."
창문너머로 실제 보고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무나부드라는 사내의 생각도 꼭 틀린것 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쨋든 어서 치기나 하자고, 이런 임무에 더 시간을 끌고 싶은 마음은 없어. 시간을 끌어 봐야 좋을건 없지 않냐?"
"신중을 기해야지. 우리가 후보로써 존재하는 이유는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니."
그들은 아오이스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오이스에는 몇가지 계급을 구분 시켜 두고 있으나 그들의 존재는 굉장히 이질적인 것이었다. 요컨대 간부가 될수 있을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아직' 아무런 위치에도 속해 있지 않은 자들인 것이다. 최 말단 보다도 더 밑일수도 있으며 어지간한 계급으로는 말도 못 붙힐정도로 높기도 한 것이다. 그러한 것에는 언제나 각자의 실력에 따른 취급이 따랐다.
두보엔으로부터 계약 조건을 내건지도 1년이 지나가고 아오이스에서는 더이상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두고 볼수가 없었다. 실상은 루에인이 실패 하고 난 뒤로 부터 위기감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K의 뒷처리로 인해 벤하르트의 흔적은 완벽하게 페이렌에서 끊겼으며 거기에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향한 곳은 가렌더 부크였기 때문에 실제 가렌더 부크에 이르러 찾지 않는다면 찾을수 없었던 것이다. 정보가 있었다면 추리를 해서라도 찾아낼수 있었을 것이고 추격하는것도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 정보를 제공해줄 루에인은 이미 죽은 자가 되어 있었고 그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K는 당연히 입을 열리 없었다. 도리어 흔적을 지워 주기 까지 해 아오이스로써도 레니아와 벤하르트를 찾아낼수 없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최근에 들려온것이 바로 그 소문이었다. 이미 알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소현자의 명성. 아오이스에서 그런 유명한 일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을리 없었다. 차라리 여행을 하고 있었다면 예측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사실이었지만, 레니아의 행동은 자신을 잡아줍쇼 하는 행동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신중하게.. 우리에게 있는건 그것뿐이니까,"
각진 투박한 외모에 붉은빛이 감도는 살구빛 머리칼을 가진 청년이 말했다. 아오이스의 최고 간부인 대행자의 위치에 오르기 위한 후보생이라고 하지만 실상 그들은 대행자가 될수 있어서 그렇게 놓인게 아니었다. 잠재력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정작 그들 스스로는 그런 야망을 거의 가지지 않았다. 후보생으로 간신히 머물러 있는것도 한 팀을 이루어 임무에 실패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대행자의 자리가 나도 그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을 버리기 위한 말 같은 존재들이었지만, 그들은 그런 사실조차도 이용해 먹었다. 그것으로 자신들의 지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굳이 따지고 든다면, 루에인같은 실력자는 대행자에 이를수 있었을까. 바꿔말하면 그들은 루에인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열등감을 느끼는것은 그들 전부였지만 사실 후보생으로 결정 되었다는 것은 자신이 모르는 재능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누구나 개화할수 있는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재능에 눈을 떴다면 이렇게 후보생으로 머물러 있을수 조차 없었을수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현재의 위치가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인형으로써의 삶일지라도 그것 자체에 의미가 없지는 않은것이다. 도리어 부족했기에 더 살아남을수 있기도 한 것이다.
"좋아. 무나부드 베자."
각자의 무기를 챙겨 두고 소리없이 창문에 다가섰다. 문을 열고 돌격하려는 순간 보이지 않는 검은 공격이 무나부드를 후려쳤다.
"읏."
머리가 박살이 날것같은 고통 속에서도 그는 신음성을 내지 않고 훌륭하게 낙법을 해 바닥에 착지했다. 곧바로 이어지는 광탄에 일단은 조의 대장격인 살구머리칼의 청년 지제스는 창문에서 떨어졌다.
"왠 녀석들이냐."
젊었을때부터 습격이나 기습에 굉장히 민감하게 살아왔던 벤하르트의 오감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의도치 않아도 왠만한 살기에는 감지할수 있을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당연히 아오이스의 자객도 진즉에 알고 있었다.
"과연 우리가 전부 나설만은 하다는 건가."
조금 즐거운듯한 얼굴로 무나부드는 자신의 검을 챙겨들었다. 보통의 성인이 사용하는 검보다 두어배는 큼지막한 검은 척 보기에도 굉장히 압도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를 제외한 나머지 자객들도 하나둘씩 무기를 챙겨 들었다.
'다섯이나 되는건가.'
벤하르트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 혼자 싸운다면, 아니 두명이나 세명까지는 어떻게든 상대할수 있을것 같았지만 아무리 방법을 떠올리려 해도 다섯은 무리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려고 마음먹고 벤하르트가 다시 물었다.
"어디서 온 녀석들이냐?"
루에인같이 사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들은 취급은 후보생이어도 명령을 받드는 수하나 다름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지제스의 손짓에 따라 넷의 어둠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그들을 상대하려는 벤하르트는 뒤에서 느껴지는 힘에 의해 엉덩방아를 찧었다. 순간 자신이 알아채지 못한 적일까 싶어 가슴이 철렁했지만, 당연히 그럴리는 없었다.
"혼자 감당하려 들지 마."
"으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놔."
엉덩방아를 찧은 상황만 아니었어도 굉장히 멋진 말이 되었을지도 몰랐을 레니아의 말은 코앞에 다가온 위기에 생각없는 행동이 되어 버렸다. 벤하르트는 몸을 돌려 동시에 둘을 상대했다. 아무리 실력이 떨어져도 본래는 루에인과 같은 서열로 놓이는 '잠재력이 출중한 자'들이 그렇게 녹록할리는 없었다. 둘을 상대하는데에도 벤하르트는 생각보다 눈앞의 자객들이 훨씬 실력이 뛰어나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일단 실력을 가늠해보려 했지만 그조차도 시간 낭비로 전력을 다해도 실상은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었던 것이다. 셋으로 합류된 싸움에 밀리려 하는 벤하르트에게 활로를 만들어 준것은 한줄기의 마법이었다.
"레니아."
"혼자는 감당하지 말랬지?"
말을 하면서 레니아는 공격을 부드럽게 받아내었다. 벤하르트에게 기술을 지도 받은지도 이미 오랜시간 그중에서도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먹는 공격을 그녀는 가장 좋아했다.
'한명정도는 상대가 가능할까?'
그의 기대가 맞아 떨어진다 해도 한명이 남는 불리한 상황. 하지만 그녀는 그의 기대를 뛰어 넘었다. 다섯이 합격했을때 의미가 있는게 상대방의 공격이라면 그 역으로 레니아가 벤하르트에게 맞추어 두명이 합격을 펼칠수도 있는것이었다. 평상시의 위기와 지금의 위기는 굉장히 다른 것으로 평상시에 느끼는 위험이 압도적인 하나의 힘에 대한 대응이라면 지금은 전력상의 문제로 레니아도 충분한 전력이 될수 있었던 것이다. 본래 권법의 지식도 있는데다 벤하르트에게 더 배웠기 때문에 머리로는 어떤 상황에 어떤 공격을 해야 할지 충분히 생각이 가능한 그녀였다. 요지에 날아와 상대방의 공격을 끊어주는 레니아의 마법 덕에 벤하르트는 또 한명이 붙은 네명과 싸우면서도 어느정도 싸움을 유지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 유리함도 얼마가지 못했다. 지제스의 손짓 한번에 둘이 벤하르트에게 붙고 셋이 레니아에게 붙어 버린 것이다.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차원으로 볼때 그녀는 뛰어난 위용을 보일수 있었지만 실전을 얼마 겪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 할수 있었다.
"레니아."
둘을 제치고 레니아를 구하러 가고 싶었으나 시간을 벌고자 척하니 버티는 둘을 곧장 바로 넘을수는 없었다. 곧 레니아의 표정도 다급해져 가고 있을때 그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오이스의 조직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변수. 그들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것은 별로 틀린것이 아니었지만, 그들로서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변수가 거기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꺄악."
여자의 비명소리. 작다곤 하나 그것은 충분히 주위에 들려 한순간이나마 싸움이 멎어 들었다. 아오이스의 자객들중 홍일점인 세니하스의 팔이 나가떨어져 있었고 배에서는 혈액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주저앉아 고통을 참고 있었다.
"세니하스!"
"무나부드 멈춰. 지금은 그럴때가.."
하지만 그 상황은 이상했다. 지제스도 평정을 되찾을수는 없었다. 벤하르트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이렇게 까지 일방적으로 당할리는 없었다. 강하다는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신중하게 버티는 수단을 선택했을 세니하스가 이렇듯 쉽사리 당할리는 없는 것이다.
'어째서?'
그 상황을 가장 이해하지 못한것은 벤하르트였다. 여력이 있을때는 밀린다고 할지언전 제압의 전투를 하는것이 이미 몸에 배여 있는 벤하르트는 눈앞의 상황을 이해 하지 못했다. 그냥 움직임을 멎게 하기 위해 위협적으로 팔을 내지른것 뿐인 공격이 그녀의 팔과 허리의 살을 뚫은 것이다. 마치 두부라도 쥔것처럼.. 직접적인 원수조차도 용서하라고 할정도로 마음이 허약한 벤하르트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그런 변화를 눈치챈 레니아는 다급히 외쳤다.
"벤! 뭐하는거야! 저녀석들은 적이라고!"
그 말에 잠시 정신을 되찾은 벤하르트는 무나부드의 대검을 피했다. 동료의 부상에 무나부드는 이성을 잃고 공격하고 있었지만 벤하르트는 굉장히 여유롭게 그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아까의 움직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정도로 재빠르고 압도적이게.. 그 와중에 몇번이고 공격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선뜻 공격하지 못했다. 세니하스의 살을 뚫어버린 공격이 눈앞에서 가시지 않는것이었다. 벨수는 있다. 불구가 되지 않을정도로 힘을 쓰지 않을정도로 하지만 그의 공격은 이미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가 공격하는것이 세니하스처럼 단번에 무나부드를 이길수 있다거나 하는것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이전의 벤하르트를 상대할때 방어를 하기 위한 기의양으로 방어했기에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 주의 하고 있는 무나부드에게는 설사 맞는다고 해도 아까워 같은 일이 벌어질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한번 들어간다면 엄청난 충격인것에는 변함이 없었고 그 승패와 지금의 상황을 재빠르게 눈치챈 지제스는 그들에게 퇴각 명령을 내렸다.
"어째서!"
"상황을 보지 못하면 죽을 뿐이다. 적어도 세니하스는 살려야지!"
죽이지 못해 안달난 충혈된 눈으로 무나부드는 벤하르트를 쳐다보고 자리를 비웠다. 충분히 쫓아갈수 있고 잡아낼수 있음에도 벤하르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런 벤하르트에게 답답함 마저 느끼는 레니아였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그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에게 이상함을 느꼈다.
"어?"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아직도 충격을 가시지 못한 벤하르트는 그것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그녀를 시선으로 흝었는데, 그녀의 말에 그 자신도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머리색이.. 검어."
어둠 속에서 잘 분간되지 않았지만 평상시와는 다른 잡티하나 섞이지 않은 흑발을 보고 레니아가 말했다. 그에 혼란도 채 가시지 못한채 벤하르트는 중얼거렸다.
"고야마."
====================================
아오이스라는 조직은 제가 말하기는 뭐하지만 굉장히 큰 조직이지요. 엔쿠라스 뿐 아니라 다른 세계관에서도 등장할수 있는 조건을 갖춘 유일한 조직으로,, 그 이름은.. 뭐 주저리주저리 설명하고는 싶지만,, 벤하르트나 레니아에 관련된 두보엔의 일외에도 사실은 굉장히 하는 일이 많지요. 간부로 설정해놓은 대행자들은 많지 않지만, (특별한 일은 빼고) 그 아래의.. 레벨들은.. 엄청나게 일이 많다는 설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보이지 않는 설정을 다 써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많이 하지요. 생각해둔것은 그래도 좀 있는데 정리해서 쓰자니 뒤죽박죽 거리기도 하고 숨겨두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아오이스로도 거진 반년 조금 모자르게는 벤하르트를 완벽하게 놓쳤다는 뜻이지요. 그 전에는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 그다지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 말이죠. (제 소설에는 이런게 조금 있는데요. 벤하르트와는 별다르게 다른곳에서는 따로 일이 있거나 하는 경우도 있거나 말거나..)
처음 루에인이 나온 혈화의길에서도 사실은 하나를 섞어 두었습니다만 지금 이야기하긴 뭐하니,
이래저래 안써도 안봐도 좋은 쓸데없는 잡설이 길어졌네요. 그나저나 맨날 새벽에 올리네.. ㅠㅠ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