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29화-수배(6)
"헤헤 저 둘은 분명히 이녀석들이 맞군. 100크닐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농락한 이 늙은이 부터 제재를 가해야 겠군."
"아쉽지만 너희들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중년 남자는 표정 변화 없이 싱긋 웃고는 쇠사슬을 부렸다. 쇠사슬은 마치 뱀처럼 움직여 남자의 한 팔을 묶고는 비틀어 부숴 버렸다.
"크아아아악."
"너희들의 역할은 이곳까지 오는데 필요한 정보와 식량의 제공이었다. 방금전에도 실컷 휘둘린 주제에 100크닐을 가지겠다고 하다니. 굉장히 양심없다고는 생각하지 않
나?"
"쳐 쳐라."
세명이 동시에 달려 들었지만 그는 손짓 하나로 그들을 무릎꿇렸다. 각자의 손만을 집요하게 노렸는데 쇠사슬에 당한 손은 어김없이 한군데 이상이 부러져 있었다. 기괴
하게 비틀려져 있는 손에 그들은 연신 비명을 질렀다.
"지금부터 나는 너희들과 행동을 달리 할건데, 너희 계속 여기에 있을 거냐?"
"이런 괴물놈이!"
그 일당의 수장처럼 보이는 맨 처음 당했던 남자는 지척에까지 접근해 미간을 향해 단검을 찔렀다.
"노력상정도는 쳐주도록 할까."
"으아 으아아아!"
어느샌가 몸이 묶여 온몸이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추적자는 혼절했다.
"괴 괴물이다!"
도망치는 사람 둘을 사슬로 묶어 잡아내고 남자가 말했다.
"이녀석은 동료 잖아? 당연히 너희들이 데리고 가야 겠지?"
"히익. 네 네."
허겁지겁 실신해 있는 전 대장을 들고 그들은 눈보라속으로 사라졌다.
"그럼 이번에는 본업쪽으로 돌아가볼까."
"저기.."
"음?"
"현상금이라면 우리 말고도 다른 하나도 걸려 있을텐데 왜 우리만 쫓는 겁니까?"
"둘이잖아."
벤하르트는 할말을 잃어 벙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후우, 아직도 이 얼굴의 화상이 느껴지는 것 같아. 그럼 사냥꾼 답게 잡담은 그만하고 인간 잡기에 매진해볼까."
남자는 쇠사슬을 준비했다.
"레니아 뒤로 물러서 있어."
벤하르트도 방심하지 않고 검을 뽑아 들었다. 둘은 대치한채로 한동안 서로를 보더니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세번이나 공방을 주고받은뒤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긴 벤하르트는 먼저 공격에 들어갔다. 한숨 생각 없이 잘수 있어서 그런지 다쳤던 상처도 거의 아물어 있었고 몸 상태도 굉장히 좋은 편이었던 것
이다.
"저번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군."
여유롭던 표정을 바꾸며 그는 쇠사슬을 맞잡았다.
'막상 상대하려니 굉장히 껄끄럽네.'
쇠사슬은 검처럼 뻣뻣하게도 채찍 처럼 유하게도 바뀌어서 날카롭게 공격이 가능했고 막아도 후의 공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처음과 수적자들과의 사투를 보지 않았다면 어이 없게 당할수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공격을 가지고 있는것은 벤하르트도 마찬가지였다. 벤하르트는 쇠사슬을 퉁기고 검을 휘둘러 백광을 쏘아냈다.
"읏."
그 공격에 정색한듯 표정을 바꾸며 남자는 중얼거렸다.
"50마크닐이라니 농담도.. 200마크닐정도는 받아야 본전치기 겠는데,"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로 손을 가져갔다.
'두 두개?'
한개도 당해내기 힘들었는데 남자는 양손에 하나씩 쇠사슬을 다루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검(二劍)이라고 할수도 없는 그 병기에 벤하르트는 할말을 잃었다. 남자의 공격
은 몸에 닿기만 해도 일격 필살이나 다름 없었다. 가뜩이나 수준 높은 공방이어서 식은땀이 새어 나올것만 같은 상황이었는데 놀랍게도 남자는 두개의 쇠사슬을 다루려
하는 것이었다.
전광석화 같은 일격이 벤하르트에게 쇄도했다. 이미 눈에 익은 공격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피할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남자의 공격은 쉴틈없이 벤하르트에게
날아갔다. 일일히 기를 이용해서 받아쳐야 했기때문에 기를 이용한 진검의 대결이 처음이었던 벤하르트로서는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으윽.'
일일히 받아 칠때마다 상대의 기에 반응하듯 자신의 기도 사라져 나가 백광을 자유로히 사용하는것도 힘들 정도였다.
"아란!"
남자는 벤하르트를 거의 구석진곳 까지 몰아 넣었지만 거리를 벌릴수 밖에 없었다. 싸늘한 냉기가 그의 몸을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벤하르트의 공격때문에 반응이 늦어
스친 손은 퍼렇게 변해 동상의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레니아?"
"도와줄게."
"물러서라고 했잖아."
"실컷 밀리고 있었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역공은 지금부터 시작하려고 했었어."
그렇게 말하고 벤하르트는 검을 바로 잡았다.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시지요?"
다시 싸우려 하는 벤하르트와 남자의 사이에 들어와 말했다.
"제 집은 가급적 안망가뜨리는 쪽으로 싸워 주시지요."
"큭.. 크하하 영감 대단하군. 이 사이에 끼어들다니. 저 녀석이나 저 여자도 절대 못할 텐데 대단해. 본래 이쪽은 섬세한 싸움쪽이 취향이거든. 조심해야 할것은 상대쪽
이지."
'섬세하기는.'
닿기만 해도 뼈를 아작내버리는 무기와 기술을 가진 사람이 섬세하다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않았지만 벤하르트도 그에 질새라 샬할르만에게 말했다.
"저도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달아오르려 했던 투기가 한수만에 식어 버리는 느낌을 받으며 벤하르트는 다시 검을 잡았다. 실상 2:1의 구도였지만 남자는 전혀 밀리는 기색 없이
쇠사슬을 팽팽히 조였다.
'대단하다.'
남자의 움직임을 보고 벤하르트는 감탄을 내뱉었다. 자신을 상대하면서도 레니아가 간간히 쏘아내는 마법에도 피할고 막아낼수 있을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
이다. 벤하르트와 남자의 실력만 따지면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것도 아니었지만 그 아주 작은 차이만으로 레니아에 대한 방비도 게을리 하지 않을수 있었던 것이었다.
남자의 움직임이 벤하르트와 예상한것과 전혀 다른 행동을 취했다. 다음 공격을 상상하면서 싸우는 벤하르트에게 그 차이는 굉장한 것이었다.
"아."
"읏."
"약한쪽을 노리는게 정석이지."
쇠사슬이 레니아의 손목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실력을 볼때 레니아의 손목을 스친정도에서 그친다는것은 일어날수 없는 일이나 다름 없었다. 그 행동에 벤하르트가 물
었다.
"왜 거기서 그친 겁니까?"
"응? 당연한것 아닌가. 인간 사냥이라는건 죽인다라는 의미가 아니야. 현상금을 받기 위한 물품. 이왕 받을때 값 좋게 받으려 하는건 당연하지. 아니면 죽여 줬으면 했
나?"
"으으."
레니아의 부어 오른 팔을 보고 벤하르트는 그녀가 싸움을 더 할수 없다는것을 알았다. 그 이전에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자신에게 화가 났다. 만약 그가 정말 진심으
로 레니아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정말 죽을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그는 더 입을 열지도 않고 자세를 취했다. 연철장 비전의 일섬을 보자 남자도 웃고만 있을수는 없
었다. 쇠사슬 두개를 엮어 검으로 만들어 자세를 취했다.
승부는 일발. 뒤가 없다는 것은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것 마냥 둘은 서로를 지나 대치했다.
"으아아."
온몸이 뒤틀리는 느낌에 벤하르트는 자신이 졌다는것을 실감했다.
"벤!"
그리고 들리는 무언가의 거친 소리.
[탕]
"으으윽. 뭐 뭐냐."
남자는 독기를 품은 눈으로 샬할르만을 쳐다 보았다. 샬할르만은 손에 무엇을 들고 있었다. 은백색과 회색 갈색이 적당히 섞인 무언가의 구멍에서 연기가 세어 나오고
있었다.
"벤. 어떻게 된거야?"
"모르겠어."
한가지 그가 바로 눈치챈것은 눈앞의 사냥꾼이 중상을 입었다는것이었다.
"방심했군. 그저 단순한 노인네로 치부한게 잘못이었어."
남자는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붉은 피가 바닥을 적셔나갔다.
"안되겠군. 이몸으로는.. 설마하니 이 게레모스가 수배범을 놓치다니.. 어이 꼬마 기억해두마."
"게레모스!"
샬할르만은 놀란눈으로 중년남자 게레모스를 바라보았다.
"후아. 이런 상황은 근 20년만에 처음이로군. 어이 그쪽의 영감."
"네 넷."
"다음에 최고급 술 하나 들여 놓아라. 마음에 든다면 살려주겠고 마음에 안들면 이 죄를 물어 줄테니까,"
"아 알겠습니다요."
"아아 100마크닐이 걸려 있었는데 아쉽군. 우웩."
장부터 올라온 혈액을 뱉어내고 게레모스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게레모스가 나간것을 보고 그들은 한동안이나 멍청하게 눈내리는 밖을 바라 보았다. 몸을 조금 움직이자 벤하르트는 격통을 느껴 얼굴을 뭉게면서 일어났다.
"샬할르만씨 괜찮으십니까?"
보통 벤하르트의 겉보기 나이인 20대라면 할아버지라고 부르는게 일반적이었겠지만 벤하르트는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할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가볍지가 않았
다.
"괜찮습니다요."
의외로 평온한 표정으로 샬할르만은 벤하르트에게 답했다.
"어이 다시 봤어요."
레니아가 등을 툭 치면서 반겨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들을 도와준겁니까."
"제 철칙이지요. 일단 손님을 받아 들인다면 철저하게 손님편이 되라고 제 조부께서 늘상 말했습지요."
샬할르만의 조부에게 작은 감사를 느끼면서 벤하르트가 말했다.
"그래도 돈이 그정도가 걸려 있었는데 용케도 참으셧군요."
"그 말은 저에게 실례가 되는 말입니다만,"
"죄 죄송합니다."
아까처럼 가시 달린 말은 절대로 내뱉을수가 없었다. 노인은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벤하르트를 구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하다면 이것으로 갚으시면 됩니다. 어디 보자. 여기와 저기 저곳이 망가졌으니 수리비로 2마크닐은 족히 나가겠고,,"
"익."
"왜그러십니까요?"
날카로운 눈을 번뜩이면서 추궁하듯이 샬할르만이 물었다.
"아니 아닙니다."
"그리고 죄송하다고 하셧으니 당연히 저희 물건을 구입하실 생각이 있으신 것이겠지요?"
"아 그거야 뭐."
본래 물건을 구입할 뜻이 있었기에 그부분에는 별다른 거부 반응이 없었지만 가격을 본 후에 벤하르트는 기겁을 했다. 지금 가진 돈에 거진 전부를 내어야 맞출수 있었
기 때문이었다.
"이런 악질!"
"그럼 저 눈보라를 그 옷으로 돌파하시겠다 이것이지요?"
"으으으.."
결국 패배한쪽은 벤하르트였다.
"그런데 그 게레모스라는 사람에게 사용한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아 아직 많은곳으로 전파되지는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얻게된 무기입니다. '총'이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에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10크닐. 아니 아닙니다."
바로 구겨지는 벤하르트의 인상에 황급히 수정하면서 노인은 총을 가까운 바닥에 겨냥했다.
"마땅히 쏠곳이 없군요."
"여기에 쏴보세요."
레니아는 추적자가 두고간 반토막난 봉을 들고 말했다. 벤하르트는 그 봉을 나무 바닥에 꽃았다. 꽃을때의 샬할르만의 표정은 일품이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은 감상을 시작했다.
긴 총대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저럴수가."
날아간 봉을 보고 벤하르트가 중얼거렸다. 분명 정확하게 보고 있었는데 공격을 거의 파악하지 못한것이다.
"혹시 다시 한번 더 가능하겠습니까?"
"이번에는 정말 10크닐을 내어야 합니다."
"낼게요."
불만 어린 얼굴로 그는 쭈글쭈글한 샬할르만의 손에 얹어주었다.
"어이 벤. 너 자신을 위해서는 왜 그렇게 간단히 사용하는거야."
"알았어. 레니아 돈 따로 생기면 그 일대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한번 사주는것을 약속해줄게."
"정말? 잊으면 안돼!"
다시 벤하르트는 눈에 기를 집중시켰다. 총을 쏜 순간 이번에는 그 움직임을 파악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 한번 뿐으로 그는 진이 빠져 뒷걸음질 치면서 앉았다.
"하하 대단하네요."
"그렇지요? 몇달 되지 않았습니다만, 서쪽나라에서 가지고 왔다 합니다들. 너무 희귀한 물건이라 아끼는 물건들과 바꿨지요."
그리고 벤하르트는 총에 대해 샬할르만과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날 아침 전재산을 털어 여행도구를 준비하고 출발준비를 끝마쳤다.
"그런데 샬할르만씨."
"무슨 일입니까요?"
"혹시 보복이 오지는 않겠습니까?"
"그부분에 걱정은 없습니다요. 상대가 게레모스이기 때문이지요. 정말 게레모스라면 그런일로 보복을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 게레모스가 뭔데 그래요?"
궁금한 표정으로 벤하르트보다 먼저 레니아가 샬할르만에게 물었다.
"현상금 사냥꾼 게레모스는 이근방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물입니다. 일단 사냥을 시작하면 일에 집중 합니다만, 사냥이 끝나면 도시의 전설로서 군림하고 있습죠. 원래 전설이라는게 알려지지 않은채 알려져야 나는 것이라는것은 알고 있겠지요? 살아서 그런 이야기로 입담이 내려질 정도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공과사는 확실하게 구분한다는 이야기겠군요."
"한번쯤 만나고 싶어하는게 소원인 도시민들이 얼만지 헤아릴수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샬할르만에게 당했지만 그는 게레모스의 마음에 들어 버린 것이었다. 술을 못 준비하면 죽인다고 했지만 바꿔 말하면 한번 술을 마시고 싶다는 말이 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 대단하지요. 그에 관한 몇가지 전설이 있습니다."
거의 광기가 느껴질 정도의 추종심을 보이며 샬할르만은 몇가지 일담을 말해 주었다. 그정도의 일화가 사실이라면 이런 반응도 비정상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일을 할때는 확실히 한다는것도 이야기에 드러나 있었다. 결국 표적이었던 벤하르트는 도저히 그 이야기에 심취하거나 공감을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 됐습니다. 대단한 사람이었군요."
"그렇지요?"
"하.."
비웃는듯한 레니아의 말도 노인은 못들은것마냥 싱글 거리면서 들었다.
"그리고 한마디 말해 드리겠습니다만, 이제 손님이 아니니 저는 정보를 아무렇게나 팔아 넘길 겁니다."
"그러시겠지요."
그렇게 말하는 벤하르트의 얼굴에 화난 기색은 없다. 노인이나 게레모스나 닮은 꼴이나 다름 없었다. 일에는 충실하지만 그 못지 않게 사를 구분할줄 안다는 점은.. 그런 노인을 하룻밤만에 알기에 그것은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 것이다.
"마지막이니 선물이나 주도록 합지요."
노인이 건넨것은 특제 음식.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뭣한 음료를 각자에게 한통씩 건네주었다.
"그럼 건강하세요."
벤하르트에 이어 레니나 마저도 꾸벅 인사하고 그들은 그곳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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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남기고 쓰는 이 다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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