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28화-수배(5)
지친 마음과 지독한 추위는 결과에 이르는 이성보다도 강했던지 서로는 마치 환각에라도 빠진듯 불빛에 끌리기라도 하는듯 불빛쪽으로 걸어갔다. 불빛의 끝에 있는것은 나무로 지어진 한 집이었는데 집 안에서는 구수한 내음이 세어 나오고 있었다.
"베 벤!"
"음? 뭐?"
"구걸이야. 아니 구걸은 아니고 부탁으로 어서 가!"
정정하면서 말하는 레니아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집때문인지 음식내음때문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이런 상태의 레니아는 또 처음이어서 벤하르트는 군말없이 집앞으로 다가갔다.
"저기 실례합니다."
곧 안에서 한사람의 노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머리는 반정도가 까져 있었고 까칠까칠하고 난잡한 수염을 기르고 있는 노인이었다.
"누구신지?"
"아 지나가던 여행객입니다만, 하루만 신세를 지고 갈수 있겠습니까?"
"흐음. 그렇습니까."
노인은 벤하르트의 위아래를 보더니 눈초리가 아니꼽다는듯이 변해갔다. 그에 벤하르트는 주머니 하나를 꺼내면서 말했다.
"숙박비대신으로 돈 정도는 드릴수 있습니다,,"
"어허 이런것은 필요 없는데, 뭐 들어 오시지요. 이 추운 겨울에 고생이 많으십니다들."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음색은 왠지 밝아진 느낌으로 노인은 벤하르트 일행을 맞이했다. 내부는 따뜻했다. 원래도 여행도중 여관에서 쉬는것을 좋아했지만, 이런 험한 상황에서 집안으로 들어오자 다리가 풀려 버릴정도로 기분이 좋아서 레니아는 연신 즐거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제 이름은 샬할르만 이라고 합니다. 손님들께서는.."
"저는 벤하르트라고 하고 이쪽은 레니아라고 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벤하르트에 이어 레니아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비록 중간에 돈을 받아내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하루를 따듯하게 지낼수 있게 된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아무쪼록 이것도 인연이니 편히들 쉬었다 가시요. 그런데 얼마나 머물 생각이신지?"
"하루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벤하르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혼자 사는 집이었음에도 여행 용품이며 음식이며 각종 여행 용품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홀로 지내는 사람답지 않은 물건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들은 다 무엇인지?"
"헤헤. 이런곳에서 노인 혼자 살고 있으려면 수입원이 필요한 법이지요. 페이렌에서 수입해온 물건들입지요. 이 길에는 여기 외에는 사람들이 없어서 오는 사람이던 가는 사람이던 짭짤하게 수입이 있는 겝니다. 덧붙혀서 하루 숙박비는 100크닐이 되겠습죠."
"큭."
"비싸십니까?"
"아니 아닙니다."
분명 비싼 금액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기에 거절할수도 없었다.
"여관이 아니어서 방도 없기에 1인당입니다만,"
"아니 그건 좀."
봐주는것도 정도란것이 있는 법이었다. 이정도의 집에 200크닐을 낸다는것은 그 특별함을 논한다 하더라도 너무 심한 가격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안하면 제 쪽도 장사가 안되는 노릇입니다. 이게 생계유지니 따질건 확실히 따져야 겠지요."
"그럼 아까 준 돈도 있으니 그것에서 제하는 것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성의가 아니었습니까요?"
"숙박비였습니다. 분명히 말했을텐데요."
"아 뭐 그러시지요."
왠지 기분나쁜 웃음을 띄우며 샬할르만은 자리를 뒤로 했다. 집 안 중앙에 놓여 있는 난로와 주변주변에 놓여 있는 여행 물품을 제외하면 뻥 뚤린 곳이어서 주위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바로 앞에 샬할르만을 마주두고 난로 앞에 앉아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샬할르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됐군."
샬할르만은 난로 위의 주전자에서 걸죽한 액체를 컵에 담아 낄낄 거리면서 웃더니 보란듯이 벤하르트와 레니아의 앞에서 홀짝 거리면서 먹기 시작했다. 고의 적이라는것이 드러날 정도로 내는 소리에 레니아는 연거푸 침을 삼키는 소리를 내었다. 밖까지 풍겨 나오던 냄새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의적으로 소리를 내는것도 곧장 깨달았지만 굳이 건드릴 생각도 없었던것은 노인의 입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액체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좀 드시고 싶으신 겁니까?"
마치 한잔을 줄것마냥 주전자 근처에 접근하자 레니아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수 없지요. 자..."
쪼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주 약간의 요리가 레니아에게 제공 되었다. 조금 맛을 보았을 뿐인데도 온몸이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의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특제 비젼의 요리지요."
"저기 조금만 더 주면 안될까요?"
최근 들어서 거진 들어본적 없는 레니아의 존대에 벤하르트는 의외의 눈으로 레니아를 바라 보았다. 그런 의외이자 레니아로서는 굉장히 많이 참아준 셈이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거절이었다.
"에... 하지만 말이지요."
노인 샬할르만은 벤하르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는 눈으로 요구하는것이 무엇인지는 서로가 금새 알아차릴수 있었다.
"..... 벤."
벤하르트는
"안돼."
"하여간.."
속을 뜨는듯한 눈빛. 지난 밤의 일도 있었기에 벤하르트는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오히려 여유작작한 눈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여서 결국 거금을 들여 음식을 사 줄수 밖에 없었다.
"여행용품을 사는것도 버거울 정도인데,"
"어차피 돈을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말을 본적이 있어."
"그 도서지식을 이런곳에서 들춰내지 말아줘. 세상에는 직접 겪었을때 비로소 알게 되는 일이 존재하는 법이니까,"
"지금처럼 말이지?"
눈녹듯 사라지는 추위와 음식 덕분일까 레니아는 물론이거니와 벤하르트 마저도 잠에 빠져 들었었다. 누군가가 건드리는 바람에 벤하르트는 즉시 잠에서 깨어났다.
"나요."
샬할르만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가만좀 있어 보시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벤하르트는 사태를 파악했다. 만약 조금 더 자고 있었으면 잡혀갈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했을것이라는것을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어이 문열어라."
난폭한 목소리에 노인의 궁핍한 목소리가 응답했다. 그에 벤하르트는 다급히 레니아를 깨웠다.
"뉘신지요?"
"혹시 이렇게 생긴 녀석들이 이곳을 지나갔다던가 만나지 않았나?"
"글세요 모르겠습니다만,"
샬할르만이 대답하고 있는 사이 벤하르트는 깨어난 레니아와 함께 여행용구의 근처로 가서 뒤덮고 있는 모포로 몸을 둘러 안았다. 다급하게 생각해낸것 치고는 꽤 제대로 된 위장술이어서 자세히 보더라도 쉽게 발각되지는 않을것 같았다.
"무슨 일이야?"
"추적자들이야."
"추적자라고."
몽롱한 정신으로 레니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글세요. 본것 같기도 하고 못 본것 같기도 하고.."
말투에서 느껴지는 조금의 숨구멍은 무언가를 요구 하고 있는듯한 것이었다.
'이런.'
"이자들은 현상금이 걸려 있다. 무려 50 마크닐이지. 만약 네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면 잡았을경우 5마크닐을 준다고 약속 하지."
돈에 약한 샬할르만을 생각하면서 레니아가 말했다.
"벤. 어떻해?"
"내가 알겠냐?"
잠시 모포가 들썩 거릴 정도로 벤하르트는 긴장했다.
"글세. 분명 아까 두명인지 모를 그림자가 집 밖을 지나간것 같기는 했는데 그것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겠군요.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만든 비젼의 요리를 한번 드시고 가시는건 어떨런지요."
"어?"
그들을 옹호해주는 노인의 말에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동시에 놀라고 서로를 바라 보았다.
"그럴 시간은 없다. 여기에 없다면.. 얘들아 추격.."
"아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나. 여기에 없다면 이 추위 속에 강행 하자는 이야기라도 하려는 셈이야?"
'이 목소리는!?'
벤하르트와 레니아의 몸이 약간 경직 되었다. 바로 얼마전에도 들었던 목소리. 그들을 추격했던 쇠사슬을 다루는 중년의 남자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어이 너는 뭐야."
"명색이 추적자라는 녀석이 들렀을지도 모르는 곳을 그냥 지나가서 어쩌자는거지? 노인의 말을 정직하게 믿어 버리다니. 그렇게 양심적인 일을 하고 있었던가? 인간 사냥꾼인 우리가?"
느긋한 표정으로 남자는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짓입니까요?"
"아 죄송합니다 이것도 일이라서요. 아 이게 그 특제 요리 군요. 따뜻한 술같은 분위기군요. 달짝지근한게 맛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자주 장소를 바꾸시면서 음식을 드시는 모양이군요."
"한곳에 머물러 있으면 춥기 때문에.. 헤헤"
특유의 비웃음을 유발할것 같은 얼굴로 그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요. 어르신 어떻게 동시에 세군데에서 온기가 느껴질수 있는것인지?"
"뭣!"
"네놈 우릴 속였던거냐?"
"아이구 나리 죄송합니다. 사실은 그녀석들에게서 받은 돈이 10마크닐이었던지라. 5마크닐에 입을 팔수 없었습니다. 방금전에 저 뒷문으로 나갔으니 확인해 주시지요."
'아..'
벤하르트가 보기에도 아주 능숙한 거짓말이었다. 마치 협박을 당했다는듯한 진실된 연기에 또다시 중년의 남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뒷문쪽으로 다가갔다.
"어르신. 지금 밖에 날씨가 어떤지 아십니까?"
뜬금없이 중년의 남자가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김이 새여 보이지 않는 창문을 닦고 샬할르만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큭."
"나갔다면 반드시 생겨야할 것이 없군요."
온 세상은 눈천지가 되어 있었다.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들어온지 수시간 집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발자국이 없습니다."
"이 영감이!"
한 남자의 검이 샬할르만에게 돌진했다.
"그만둬!"
참다못한 벤하르트는 모포를 벗으면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와 동시에 교묘하게 레니아는 모포 안에 남겨 놓았지만 그의 쓸데 없는 노력은 1초도 되지 않아 무산되어 버렸다.
"드디어 나오셧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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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3자네요. 용량으로 보면 조금 아리까리 했는데 다행히 넘었군요. 쓸데없는 부연설명을 안넣어도 되서 다행입니다.
오늘은 알바에 추노 보느라.. 정말 바쁘군요. 엄청나게 힘든 하루를 보낸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나저나 원래 추노 방영하기 전부터 쓰려고 했는데 말이죠. 왜 이렇게 분위기가 추노 같은 분위기가 나오는건지 모르겠네요. 진짜 쓰면서도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너무 아이러니 하군요. 여러분 추노때문에 이런글이 되는게 아니에요. 정말입니다.
여하튼 요즘 감기가 극성인데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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