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21화-모방(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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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고용주의 은신처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내부를 울렸다.
"도대체가 고용한 의미가 없군? 도대체 그동안 자네는 무슨일을 하고 있었던 거지? 현장 조사를 한것도 범인을 쫓은것도 아니라면 돈만 먹고 놀고 있기라도 했다는 건가? 내가 자네에게 돈을 준다고 했던 것은 일을 잘 해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어이없게 빈손으로 돌아오는것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는 이야기지."
벤하르트의 고용주는 부드러움속에 격앙된 '마음을 숨기는듯' 숨기지 않고 말했다.
"야키란의 날개는 100마크닐 가량의 시세를 가지고 있지. 적어도 자네는 나에게 10마크닐의 빚을 지게 된거야. 알아 들었나? 정당하게 이 '빚'을 없애려면 몇달은 이곳에서 일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지."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벤하르트는 그의 얼굴이 비열하게 일그러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답이 왜 없지? 고용주의 말에 답도 하지 않는건가? 건방진 녀석이로군."
가려진 얼굴에서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밀려왔다. 다소 말투가 바뀐것까지 느끼며 벤하르트는 그에게 말했다.
"고작해야 오늘 시작한 일. 죄송하지만, 2주동안은 저희들에게 손을 대지 않아 주셧으면 좋겠습니다.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그때가서."
잠시 뜸을 들이고는
"책임을 물으시지요."
지금은 레니아가 없었다. 설사 도발을 해서 달려 들더라도 충분히 빠져 나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는 얼마간의 도발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렇군. 확실히 그 말은 맞아. 이쪽도 너무 일방적인 면은 있었다는점을 감안해서 2주 뒤. 분명 약속의 기한은 2주였었지. 좋네. 2주뒤 누가 웃을수 있는지 기대해봄세."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건가. 사전작업이라도 할 생각인가. 이녀석'
도발에 도발로 맞선 행동. 그 능구렁이 같이 변모한 태도는 벤하르트에게 각오를 하라고 반 간접적으로 고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일주일.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고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K를 기다렸다. 하지만 예고와는 달리 그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멀리 물품의 주변을 감시할수 있는 자리에서 벤하르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재미 없는 일에 휘말려 버렸다. 이젠 뭐가 어떻게 됐든 그 모방범을 잡아낼수 밖에 없어."
"으음. 그건 알겠는데 말야. 혹시 만약인데 만약에 잡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거야?"
"그 글세. 잡혀서 일을 하지 않을까?"
레니아의 경우 그럴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말끝을 흐렸다. 생각하는것 조차도 실례인 일들이 세상에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었다.
"그래?"
"하지만 악질이어서 왠만한 일이 아니면 우릴 놔줄리가 없을테니까, 도망치자."
그는 적당히 돌려서 결정지었다.
"벤의 입에서 그런 부도덕한 말이 나올줄이야."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면서 레니아가 말했다.
"난 원래부터가 전체적으로 부도덕 했어. 따지고 들자면 지금껏 행동해 온게 가짜라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속이거나 방관하는거나 하는것에는 아주 익숙하니까."
"확실히 그랬었지. 처음 벤은 삐닥 했으니까, 말로만 예 예 하는 형식의 인간이었지."
잡담은 마음을 가라앉게 해주었지만,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초조해지는 감정은 숨길수 없었다. 하루 하루가 지나갈때마다 굳는 벤하르트의 표정을 보면서 레니아도 자신이 생각하는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3일 후. 벤하르트의 눈 밑은 검은 그을음이 일어 나고 있었다. 잠을 좋아하는 대장장이는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고 연일로 잠복하고 있었다.
"어어?"
그에 비해 깨끗한 얼굴로 레니아는 놀람의 탄성을 내질렀다.
"벤 왔어."
그 말과 함께 윗층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물었나. 오래도 기다렸다. 레니아 위치는 어떻게 되는데?"
"그게 마법이잖아. 직접 설명할수 밖에 없는데,"
그런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양발은 공중에 떳다.
"앗."
"잔소리는 나중에 들을게. 일단 쫓아야 겠어."
"으하앗. 놔 노라니까!"
레니아의 가는 허리를 한팔로 감고 벤하르트는 달렸다. 이미 그의 체력은 보통의 인간과는 거리가 멀 정도였기 때문에 레니아를 들고 뛰는데도 눈에 비추는 광경이 시시각각 변할정도로 빨랐다.
"으핫."
벽을 타며 도약하면서 벤하르트는 상대의 위치를 물었다. 처음에는 발버둥 치던 레니아도 곧 행동을 멈추고 위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아니 거기서는 오른쪽. 아 도대체 왜 이렇게 빠른거야."
그녀가 짜증을 내는것은 벤하르트에게만이 아니었다. 상대쪽인 모방범쪽도 굉장히 빨라서 계속해서 위치를 바꿔 말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거기에 경매장의 안은 골목이나 샛길이 많은것도 어려운것에 한몫을 했다.
레니아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정도의 속도 공방속에서 벤하르트는 분명히 그와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중앙에 있는 경매장은 이미 빠져 나와 거리로 나왔지만 아직 모방범을 파악할수는 없었다.
'사람을 무시하면서 달리는데도 아직도 거리를 좁히지 못하다니.'
때는 초저녁이었지만 그래도 겨울인지라 벌써 해는 진즉에 진 뒤였다. 그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페이렌의 거리는 언제나와 같이 북적였다. 그리고 그 북적거림안에서 달아나는 모방범은 그만큼의 단점을 가지고 도망치는데도 아직 벤하르트가 따라붙지 못한것이다.
"잠깐 벤. 이 근처야. 저 근처."
레니아가 가리키는 손. 그리고 벤하르트의 시야에 한사람의 인영이 포착되었다. 그 소년처럼 머플러를 복면처럼 두른 한 사람이 보일듯 말듯 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듯 인파를 헤치고 있었던 것이다.
"노칠까보냐."
"어 잠깐 나는?"
"미안하지만 먼저 돌아가 있어줘."
"어이 벤!"
모방범K는 그 날도 웃음을 복면안에 감춘채 이동하고 있었다. 그가 이변을 눈치챈것은 거리를 달아나고 있을때, 불현듯 스치고 지나간 불안한 느낌에 그는 곧장 몸을 골목쪽으로 날렸다. 누군가 생각하기 전에 따라오는 접근자를 따돌리기 위해 그는 전신을 떨었다.
하지만 쫓아오는 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간 자신이 상대해 왔던 어떤 호위와도 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벤하르트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모방범의 움직임으로서 자신이 따라오고 있다는것을 들킨 그 시점에서도 자신의 정체와 위치를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 그는 목을 삼키고 K를 뒤쫓는다.
'조금만 더.'
인파라는 방패를 버린 모방범 K는 엄청나게 빨랐다. 그런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는 여유가 있었다. 사실은 바로 지척까지 벤하르트가 왔다는것 조차 순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
"잡..았."
간반의 차이로 모방범은 고개를 숙여 벤하르트의 팔을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다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거진 한계에 다다르게 도망치고 있었지만 잡을때 벤하르트도 잠시 속도를 늦췄기 때문에 다시 두개의 평행한 직선처럼 일정한 거리의 달리기로 바뀌었다. 모방범에게는 한가지 특기가 더 있었다. 도시의 위치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
확실하게 방향을 틀어 겨우 한사람이 지나갈 틈으로 빠졌다. 나름 자부심가지 섞인 회피.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세상에는 도망칠 소로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남자도 있다는 사실을. 복면안에 두눈이 놀람으로 부풀었다.
"칫."
그는 벽을 타고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몇번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건너는 행동을 했지만 자신이 할수 있는것은 이미 벤하르트도 할수 있다는것을 깨달은 뒤였다. 달이 내리쬐는 건물과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는 검을 뽑아 들었다.
"덤벼."
"뭐 혹시 모르니 확인하겠는데 너 K의 모방범이지?"
'이녀석 확신도 없이 나를 쫓아온거야?'
벤하르트는 레니아를 믿고 있었기에 확신이야 흘러 넘칠만큼 확고했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모방범의 입장에서 저 말은 확신 없이 심증만으로 쫓아온것같이 생각되었던 것이다.
"아 아닌데요."
"아니기는 어쨋든 일단은 잡혀 줘야 겠다."
모방범은 재빠르게 벤하르트의 공격을 피하며 허리춤의 소도를 뽑아 냈다. 한눈에 벤하르트는 그 검이 굉장한 명검이라는것을 깨달아 자신의 검쪽으로 손을 옮겨갔다. 달빛을 머금은 은색의 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검에는 백색의 기운이 맺혀 있었다.
"그 검 가지고 싶은데,"
탐욕이 인 눈으로 그는 소도를 역수로 잡았다.
'꽤 어렵겠는데,'
벤하르트와 모방범 둘이 동시에 느낀 생각이었다. 당연히 모방범은 벤하르트를 이기는것에 한한 생각이었고 벤하르트의 입장에서는 왠만하면 목숨을 빼앗는 일은 피하고 싶었기에 다소 서로를 생각하는 차이는 있다고 할수 있었다.
역으로 따지면 그정도로 벤하르트는 상대가 목숨이 오갈수 있을정도로 강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건물을 넘어 소도가 휘둘러졌다. 예리한 검신이 벤하르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고 그와 동시에 서로의 검이 맞붙었다. 울리는 검명과 저리는 손에 서로는 거리를 벌리고 상대를 주시했다.
"어이 너 뭐하는 녀석이냐."
건조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은 날카롭게 벤하르트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 보고 있었다.
"딱 보면 알것 아냐. 단순한 고용된 용병일 뿐이지. 아 용병은 아니고 여행객이지만,"
"단순한 여행객이 나에게 이러게 상처를 낼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어쨋든 너는 살려두지 못할것 같다."
"K를 모방한 단순한 도둑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게 간단간단하게 일이 만들어지지는 않는건가."
어느 정도의 격. 최소한도 지지는 않는다는 방심. 고개를 젓고 있을때 모방범은 치고 들어왔다. 얼굴을 노리는 공격을 가까스로 막았지만 그와 동시에 종아리 부분에 시큰한 아픔이 전해져 왔다. 솟구치는 피. 상대의 다른 한쪽팔에는 두번째 소도가 들려 있었다.
'당했다!?'
"하아 그정도의 실력으로 잘도 까불었군. 그리고 자꾸 모방범 모방범하는데 기분나쁘다고 나는 그 K라는 녀석은 몰라. 내가 이런 일을 하는것은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다."
"그래? 한발 늦은것을 원망 스러워 해라. 아무리 애써봐야 너에게 붙는건 도둑이란 말이 아닌 모방범이란 말 뿐일테니까,"
애써 태연한척을 하며 벤하르트는 생각난대로 그를 도발했다. 다리를 베인 지금 모방범이 도망갈 생각을 먹는다면 잡는다는것은 절대 불가능하게 바뀌어 버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네놈."
차갑게 식은 살의에 젖은 눈이 벤하르트를 쳐다보았다.
"그녀석들의 '개'주제에 말은 잘하는군."
'응?'
그가 달린다. 검을 들고 벤하르트는 그에 맞선다. 검과 검이 붙음과 동시에 백광이 터져 나왔다. 오로지 포획 하기 위한 백색의 구름이 그를 뒤덮었다.
"으읏."
남은 한쪽팔을 들어 그가 휘둘렀다. 벤하르트는 검으로 그 일격마저 막아내고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모방범은 몸을 들어 피했지만 벤하르트의 손을 '완벽하게'피해낼수는 없었다. 어깨를 쥐려 했던 벤하르트의 손이 그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잡았... 어?"
잡힌 모방범보다 더 당황하며 벤하르트는 움직임이 굳었다. 백광에 휘감기지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도망을 쳤을 그정도의 빈틈이었지만 이미 백광에 휘감겨 잡혀 있었던 모방범은 어떤 행동도 못했다.
떨리는 손으로 무어라 쏘아 붙히려 하는 모방범의 복면 머플러를 잡아 풀었다.
"너... 여자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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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1]을 좋아합니다. 아니 []를 좋아한다는게 맞겠네요. 개인적으로는 [7]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뭔고 하니 댓글을 달릴때 작가가 보는 새로운 댓글이 달렸다는 신호? 지요. (녹색입니다. ^^:;;)
많을때는 활짝.. 피고,, 적을때는 시무룩하기도 하고 하지요.. 뭐 이건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밝히자면 가장 많이 본것은 [1] 가장 높은 수치를 본것은 [5] 개인적으로 부담없이 미소를 지을수 있는건 [3] 정도!? 그냥 잡소리였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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