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18화-준비(4)
류슈반은 마치 자신의 집인마냥 자연스레 방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당신. 들어오라는 말도 없었는데 왜 마음대로 들어오는거야?"
"예? 아이고 죄송합니다. 가만히 계셔서 괜찮은줄 알고, 저기 들어와도 되겠죠?"
"안돼."
"큭. 이유가 뭡니까? 저는 형씨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기 위해 온것인데요."
다소 비굴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도 그의 위치는 거래를 하기 위한 대등한 관계로 남아 있었다.
"첫째 이유는 당신이 들어왔을때 벤하르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것. 두번째 이유는 우리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들어온것. 세번째 이유는... 난 형씨가 아니라는거야."
본래 세번째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왠지 두번째로 끝내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레니아는 우겨넣기로 말했다.
"그럼 누님. 일단 이야기라도 들어주세요."
넉살 좋게 류슈반은 레니아의 억지에도 말을 맞춰 주었다.
"레니아 일단 이야기라도 들어 보자. 이녀석 이래보여도 꽤나 정보꾼으로서 재능 있는 녀석이니까, 뭐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것 같지는 않지만,"
"형씨도 말이 통하는 군요."
가볍게 웃는듯 했지만 벤하르트는 그 얼굴에 왠지 잔뼈가 숨겨져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단 제 소개부터 하도록 하지요. 제 이름은 류슈반 휼던 아시다시피 이 마을의 정보꾼입니다. 뭐 주로 용돈 벌이를 하는것은 시세조작으로 인한 잔 보수 지만, 이렇게 중개자로써의 역할도 하곤 하지요."
"중개자?"
그 말을 듣고 벤하르트는 류슈반이 가져온것이 일거리라는 것을 알아 챘다.
"잠깐 우리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은 아닙니다. 길게 잡아도 일주일 정도면 충분한 일이죠. 그 보수에 대해서 일단 이야기를 해 드리자면, 저희쪽에서 작업하는 뱃길을 무료로 탈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분명 그때 듣기로는 호라반 쪽으로 간다고 하셧죠? 저희도 그쪽을 지나가게 되기에 충분히 거래의 여지는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여우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일인가가 더 중요한 일일것 같은데,"
"단순한 일입니다. 이거 그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설마하니 형씨가 K에게서 호위대역할을 맡았을 줄은 몰랐습죠. 척 보기에도 뭔가 있어 보였는데 사실 굉장한 실력자라면서요? 최후까지 살아서 쫓았다고 하던데, 그정도면 충분히 해낼수 있는 일이지요."
벤하르트는 밝게 웃는 류슈반의 얼굴에 왠지 신용이 가지 않았다. 류슈반은 두가지 일을 병행 하고 있었다. 하나는 자신이 얻는 정보를 파는 행위. 그리고 두번째는 남을 속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였다. 트레이야의 경우처럼 그는 남을 먹이로 삼아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사기꾼이었다. 정보꾼으로서도 진짜고 남을 속이는것도 진짜기에 그 양면을 동시에 할수 있는 남자는 거짓일수 밖에 없는것이다. 알려주는것과 속이는것을 둘다 할수 있는 자는 더 능숙하게 속일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든 속이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쉽사리 믿음을 남용할수 없었다.
"저희쪽으로서는 꼭 들어 주셧으면 좋겠지만 일단 내용부터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K의 사건은 형씨들.... 아니 누님들도 잘 알고 있을겁니다. 그리고 그때 당한 물건의 파장은 컸습니다. K는 그뒤 나타난 일이 없지만 K의 모방범이 생겨난 겁니다. 뭐 대부분은 잡아 내곤 하지만, 허위적으로 보낸 카드도 많고 도난 당하는 물건들도 늘다 보니 페이렌의 명성도 점점 떨어져 나가는 실태지요. 그래서 모방범들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만, 거듭되는 도난으로 인해 그 일을 수습하는데 워낙에 많은 돈을 써버리다 보니 현재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단 말이지요. 어느정도 실력이 되는 자들을 모으는데에는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기에, 꽤나 난감해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형씨라면 실력도 보장 되어 있고 여비도 최소한으로 줄일수 있지요."
"잠깐 그 이야기는 나 외에는 모방범을 잡을수 있는 녀석들이 없다는 건가?"
"있기야 있지만, K때 같이 많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K는 어느때에 훔치겠다는 말을 했지만 이 모방범에 한에서는 훔치겠다 라는 말밖에 없기 때문에 수일을 붙잡아 둘수는 없지요. 뿐만 아니라 설사 붙잡아 둔다고 해도 계속해서 오지 않을 경우도 있기에 페이렌측에서 자체적으로 고용한 몇명을 제외하고는 대대적인 호위를 잡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는 뱃길 뿐인가?"
"그럴리가요 일당 200 크닐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2주 내에 잡지 못할경우 그 반에 해당하는 금액은 주지 않는 것으로 가겠습니다. 일부러 놓아둔다는 경우도 배제 할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벤하르트에게 손해날 일은 아니었다. 모방범의 실력이 어느정도일지는 모르나 K에 필적할리는 절대로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모방범. K라면 훔치고 당당하게 도망친다 해도 페이렌정도면 막을수 없을정도의 실력자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있게 훔칠 물건을 예고 하고 훔쳐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류슈반에게서 들은 모방범은 K의 방법을 취하지 않았다. K의 명성을 이용해서 물건을 훔치려 하는 조금 규모가 큰 좀도둑인 것이다.
'K인가..'
이전의 자신이라면 가늠할수도 없을 정도의 실력 차였지만 지금이라면 어느정도는 버틸수 있을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곧 그게 기분탓이라는것을 자각했다. 그때도 가늠할수 없었지만 그 가늠할수 없었던 실력도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K에게 있어 장난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잠깐 그런데 나는 그냥 K와는 만났을 뿐이고 실력에 대해서는 별로 드러난게 없을텐데, 어떻게 내 실력을 알고 있는거야?"
"아 그것이. 처음에 만났을때 K를 스쳐 지났을때의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때 탁 하고 감이 오지 않겠습니까? 조사해보니 과연. 그때의 그분이라는것을 깨달았지요. 지금도 오금이 저릴 정도 입니다."
'그건 거짓말이겠지.'
페이렌에서 다시 류슈반을 만났을때는 전의 일도 있고 한탓에 진심 섞인 살기를 그에게 내보였지만 지금은 나름 편안한 기분으로 있었기 때문에 류슈반의 입장에서 전과 같이 오금이 저릴 일은 없었다. 그랬기에 벤하르트는 쉽사리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파악할수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이쪽의 누님은 하하."
"뭘 봐?"
"넋을 잃었습니다."
가차 없이 레니아의 주먹이 류슈반의 명치를 가격 했다. 컥 하는 숨막히는 소리와 함께 류슈반은 방안을 데굴데굴 굴렀다.
"어 어?"
"레니아 나한테 대하듯 일반인에게 대하지 말라고, 아무리 네 힘이 약해졌어도 이런 녀석보다는 셀텐데,"
"주 죽다 살아났군요.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류슈반의 웃는 얼굴이 연철장에서의 지러스를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벤하르트는 레니아쪽으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할까?"
"마음대로."
"좋아. 그럼 기한은 정해 두고 하기로 하자. 그리고 그 모방범에 대한 것도 좀 알려줘."
"알겠습니다."
K의 모방범은 K와는 달랐다. K가 자신의 행위에 어느정도의 미학의 기준을 갖추고 행동하는 반면 모방범에게 미학은 없었다. 그저 물건을 훔치기만 하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실력이 없는건 아니었다. 도리어 어느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기에 물건을 지키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었다. 그는 훔칠 물건을 지정하지 않는다. 그가 그로서 존재하는것은 도둑을 당했다는 일의 결과. 어떤 물건이든 도난을 당하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그런 방식이었기에 더욱 모방범은 잡히지 않았다. 경매의 장이라고까지 불리우는 페이렌. 그 경매에는 화려한것부터 더러운것까지 어떠한 것이든 경매품에 오를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보물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노예에 이르는 모든 장. 그 전부가 모방범의 사냥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훔치는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어느정도 최소치는 존재 했다. 최소한도 훔쳤다는 파장을 줄수 있을정도의 물건. 어느정도 명성이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훔치는것에 의미를 부여하기에 훔치는것을 세상은 알아 줘야 한다고 생각한듯 K의 모방범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방범으로서 이름을 떨치는 것이다.
"그럼 일은 내일부터 시작하도록 하지요. 기한은 2주일로 하고, 일급은 200크닐이지만, 모방범을 잡았을 경우는 3마크닐을 지급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중앙경매장으로 와주십시오. 그곳에 오면 일단 누군가가 맞이해 줄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류슈반은 나갔다.
"저녀석 누구야?"
"아 저번에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 내 검을 경매장에 팔려고 하고 우리가 '호위'에 뛰어 들게 한 장본인이지. 그거 알지 힘을 재는 도구. 그것을 조작으로 인해 한도치까지 올려서 팔았던게 바로 저녀석이야. 사람의 심리를 잘 아는 녀석이지."
"아까 더 힘껏 쳐줄껄 그랬네."
분한듯이 손바닥과 주먹을 맞대며 레니아가 말했다.
"어이. 레니아 진짜 죽는다고,"
"하지만 심리를 잘 읽는다는쪽은 맞는 말인것 같네. 벤이 먹이를 물도록 설정해뒀어. 설정은 오류였지만, 저렇게 인위적인 비굴한듯 보이는 척을 하는 모습은 벤 너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텐데,"
하지만 류슈반의 그 태도는 벤하르트 외의 사람들에게는 통할만한 그런 수였다.
"상품의 승리네. 고작해야 3마크닐에 벤을 가져가다니.."
"고작은 아니야. 보통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한달을 노력해야 벌수 있는 돈이라구."
"하지만 이런 일은 보통 3마크닐로 끝나지 않잖아."
"그거야 뭐. 어쨋든 네 말대로 보수에 혹해 승낙 하기는 했지만 왠지 석연치 않은데, 그녀석은 사람을 속이는 쪽이거든."
"그래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 속이기는 하잖아. 너도 그리고 나도,,"
'사람.. 에 포함 하는거냐?'
이전이었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못했을 말을 듣고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은채 벤하르트는 말했다.
"속이기야 하지. 누구나 숨기는 점 하나 둘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하는것은 암묵적인거라 속이는게 아니고 들추지 않는것일 뿐이지만, 그녀석은 사람을 억지고 속여 내는 류니까, 어떤의미에서 그런건 정말 위험해. 속일줄 아는것과 그것을 당했을때 라는건 어떤 상황에서도 썩 좋은게 아니거든. 죽인다 같은 경우도 살기위해 죽인다 라는 것보다도 더 악질적이라고 생각해. 트레이야만 해도 우리는 그것때문에 '죽을뻔' 했잖아."
트레이야가 돈을 써버렸기에 호위를 하게 되었고 죽음 직전의 문턱까지 밟게 된 것이었다.
"죽인다니 누굴 죽여본적도 없는 벤이 그런 말을 하다니,"
레니아는 어이 없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녀석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으니까, 속을 일은 없겠지?"
"글세. 그거야 모르지."
"언제나 뭉그적거리는 대답뿐이라니까.. 도대체 그러면 왜 이 일을 받아 들인거야. 위험이 있다면 받지 않고 그냥 가진 돈으로 해결 하면 되는 일이잖아."
"딱히 결점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거든. 꼭 잡지 않아도 돈은 받을수 있는것 같았고,"
그는 머뭇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대충하겠다는 의지가 확 와닿는 말이네."
"대충이라니 말을 해도 그런쪽이냐. 어찌되었든 하고 싶었던 말은 다른게 아니고 주의하자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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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알고 보면 218화가 아니죠.. 중간에 연중한다는 말을 빼고 2화가 중첩 되었습니다. 사실 220화가 되는게 이번 화 인데,, 이젠,, 고치고 싶지 않아!!
알았을때 고칠껄 미룬게 죕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엔쿠라스를 쓴지도 굉장히 오래 됬네요. 저도 왠지 집착이 심한 편인것 같습니다. 굉장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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