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10화-재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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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구나 벤하르트."
이전과 그다지 달라진것이 없는 움직임 이었음에도 그녀의 움직임은 왠지 달라진 여왕과 같은 기품을 풍기고 있었다. 레니아를 처음 만났을때 레니아가 선천적으로 높다고 느꼈다면 에시오르의 경우는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것만 같은 고의적인 움직임으로 기품을 만들어낸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쪽이 높다거나 낮다거나 하는 문제를 거론할 필요는 없었지만 왠지 순간적으로 그의 비교의 대상으로 떠오른것은 레니아였다. 에시오르의 인사에 벤하르트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높은곳의 옥좌에 앉아 내려다 보는 그녀의 얼굴은 거만하고 위엄있으면서도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아 신기할 정도였다.
"꽤 미움을 사게 되었는가. 그렇다 해도 별반 다를건 없지만, 그래 요셉에게 이야기는 들었어."
그녀에게 거짓을 말하는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그녀가 미래를 읽는것은 과거를 통해 연결될수 있는 몇가지의 미래 수백가지로 뻗히게 되는 사슬을 읽는 것이었기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알아낼수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전에 있었던 일에 어설프게 거짓을 고하거나 할리는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알고 있었다. 요셉이 벤하르트를 도와준 일도 이번의 일을 계획한것도 전부.
"그 요셉이 이런 행동을 보일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다시한번 운명은 꼬여 버린것 같군. 아마 살면서 요 몇달간이 가장 놀라웠던것 같아."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잖아. 이미 전해 들었다면 본론으로 가자고,"
벤하르트 치고는 다소 경과를 서두른 편이었지만 에시오르는 느긋하게 말했다.
"본론이라 그것도 좋지. 레니아가 나에게 이 약을 만들어 준 것으로 엔쿠라스가 있는 곳을 가르쳐 준다는 약속이었지? 가르쳐 주는것에 불만은 없지만, 그 방법은 네가 생각하는것과는 조금 다를거야. 내가 말해줄수 있는건 엔쿠라스의 장소가 아니거든."
그 말을 듣고 레니아가 물었다.
"저번에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지? 오늘은 제대로 답을 내려줄수 있을까?"
"내가 읽어 내는것은 다름 아닌 미래의 길이지. 미래를 읽을수는 있지만 그 미래에 대한 확신은 할수 없어. 즉 어떻게 하면 엔쿠라스에 당도 할수 있는지 이야기는 해줄수 있을지 몰라도 너의 미래는 계속해서 바뀌니 정확한 답은 내려줄수 없다는 거야."
"참 어설픈 예지로군. 그렇다면 이전의 라프티에서 내 도주가 끝날것이라는것은 무슨 말이었던 거야?"
"확정된 미래가 있어. 어떻게 되서든지 이어지는 미래. 예를들자면, 이번에 네가 가렌더 부크를 나서서 도착할 곳이라거나 하는 곳이지. 별다른 이변도 존재하지 않는 무료한 미래. 어차피 아스포에라를 타고 나가게 될테니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도 알수 있겠지? 그리고 그것에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나는 확실하게 읽어낼수 있지."
"그렇기에 저건 대단한거야."
예지를 하는 어중이 떠중이들과 다른 예지. 변수에 따른 변화를 따라가 본래라면 절대 있을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래를 읽어 새로운 현재를 만들수 있을정도의 예지. 그녀의 예지는 미래를 읽고 현재를 바꾸어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 내는것. 본래 이루어질수 없는 미래를 손으로 끌어내어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나같은 어중간한 한가지를 가지고 있는 신과는 달리 저건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의 능력이라는 거야. 로쿠라스트라고 불리우는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어설프다거나 할리가 없잖아. 그런 어설픔을 가지고 가렌더부크라는 곳의 여황이라고 불리울리가 없지."
"그런거야?"
"역시나 전직 신. 정확하게 읽고 있어. 한두번의 여행으로 아니 혹시라도 지정된 장소가 있다면 엔쿠라스가 전설속의 신의 성지가 될리가 없잖아? 그곳도 다름아닌 로쿠라스트야. 한번 두번으로 돌아갈수 없을 정도의 기적을 불러야만 하지. 나도 그 방법은 몰라. 그러니까 너희들의 미래에서 읽어낼수밖에 없는거야. 언제고 찾아 낼지 모르는 너희들의 미래에서 지금 알수 없는것을 알아내고 지금의 너희들을 그 미래로 인도해주는거지. 그렇기에 환마왕은 탐냈던 것이다. 누구도 직접적으로 얻어내려 하지 않았을뿐 기회만 됐다면 누구든 얻고자 하는 예지. 절대가 아닌 예지기에 더더욱 '모든 것'을 알아낼수 있는 것이다.
"과거 전생의 세월. 나는 정상적으로 죽은적이 '단 한번'도 없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이 몸을 내 손으로 지켜내고 싶은거야. 그것을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팔아낼수 있어. 레니아를 판것은 지금 너와 맞서는 이 순간에도 전혀 후회 하지 않아."
"그것에 대해 뭐라 말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 일은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설사 너 때문이라고 해도 나는 너에게 말할 자격따위는 없으니까,"
"그래.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아무리 해봐야 너의 근본은 변하지 않을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는다 해도 미안함은 느끼고 있으니 충고 하나 해줄까? 언제고 너는 분명히 그 성격 때문에 후회하게 될거야."
그 말에 예지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 미래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 미래에 도달하느나 도달하지 않는가 하는것뿐. 그녀는 확신에찬 예상으로 그렇게 말한것이다.
"그런 말을 들었으니 조심하면 피할수 있지 않을까? 완전하지 않은 네 예지일테니까,"
'방금의 내 말은 예지가 아니지만, 그것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그녀는 벤하르트를 비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고 삽시간에 바람에 꺼지는 촛불처럼 사라졌다. 바로 벤하르트의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레니아를 본 까닭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엔쿠라스에 갈수 있는거지?"
"잠깐. 너희들의 그것은 굉장히 복잡한 미래니까 '번복'을 해가면서 찾아야 하거든. 조금 기다려줘."
에시오르는 눈을 감았다. 그들이 '만약' 엔쿠라스에 도달할수 있다면 이라는 미래를 찾아 그 결과물에 이르기 위해 미래를 읽었다. 그 사이에는 최악의 방향도 결말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절대 그것을 그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조건을 선택한것은 벤하르트와 레니아였기 때문이었다. 방금의 충고도 본래의 그녀라면 하지 말아야 했을 조언 그녀는 미래에 대해 함부로 말할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으흣. 이건. 사령(四靈)인가."
"사령?"
"그래. 지(地) 수(水) 화(火) 풍(風) 의 네가지. 그것의 결정체라고 불리우는 네개의 무언가. 그것이 무엇일까? 어떤것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하는 정체까지는 나도 몰라. 네가 만들어낸 영검의 네가지조차 령의 찌꺼기라고 불리우지. 어디서 얻어야 할지도 설명해줄수 없어. 그것은 너희들의 여행으로 얻어야 할 몫이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네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수 있다는 거지?"
"내가 본것은 말이지. 너희들이 그것을 얻어서 엔쿠라스에 가려고하는 장면 뿐이야. 그 중간의 과정까지 전부 가르쳐 달라는건 곧 미래 전부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것이나 다름 없잖아? 물론 나는 엔쿠라스에 가기 위해 너희가 갈수 있는 이상적인 행동을 보았고 알고 있지만 그걸 전부 알려줄 이유는 없어. 엔쿠라스에 도달할수 있는 방법. 그것만을 알려주면 된다는거야. 그것을 원한것은 내가 아닌 너희들이니까,"
"맞아 벤. 그리고 너무 그렇게 따질 필요는 없다고 봐. 즉 에시오르가 바라는것은 우리에 대한 대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거야. 그녀는 자신의 예지력을 로쿠라스트라고 했어. 신조차 기적이라고 떠받들 정도의 그런 예지를 아무런 조건 없이 사용할수 있을리 없지. 필시 그 내용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받아야 알려줄수 있다는 것일거야. 그리고 그렇기에 그녀는 이 가렌더 부크를 만들수 있었겠지."
무언가를 줌으로서 그만한 것을 받는다. 그런 조건을 가지기에 그녀는 가렌더 부크를 얻을수 있었다. 작은것부터 시작해서 작은것을 굴려서 점차 크게 바꾸어 나가 한 도시마저 집어 삼킬 정도의 예지를 굴려 자신을 걸고 얻어낸 것이다.
"그래 과연 야금야금 두달간 놀고만 있었던것은 아니구나. 레니아. 그 한정적인 지식과 지혜로 거기까지 결론을 도달해 내다니. 감탄했어."
"야금야금이라는 말은 마음에 안드는데, 그러니까 그곳에 도달할수 없다면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고 더 정확한 답을 들으면 되는거야. 더 적지도 더 많지도 않게 적당하게 가져갈만큼만, 가져가고 그에 상응하는 미래를 전해준다. 썩 편리하다고는 할수 없을지도 모르지."
아직 몇가지 사항에 만족할만한 해답을 내리지 못한 까닭에 벤하르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대부분 맞다고 할수 있겠어. 그런 이유가 있는데 어때? 몇가지 더 물어 보기라도 할래? 그것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들어 주어야 겠지만,"
"아니 사령을 얻는 것이라면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어. 듣는 순간 다음 목적지는 정해졌으니까, 이런것은 굳이 내가 이렇게 말할 필요도 없는 문제의 이야기겠지만,"
부러울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에시오르는 눈앞의 작은 신이 조금 두려워 졌다. 읽히는 미래를 읽는것과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알아내는것 그 둘다 세상을 살아가는데에 있어서는 굉장히 용이한 능력이었지만 양쪽을 전부 가질수 없기에 한쪽이 부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레니아는 그 짧은 대화 속에서도 에시오르의 장점을 부러워 하기 보다 한정된 단점을 파악해 낸 것이다. 그 역으로서도 얼마만큼의 짐을 지고 있는가 하는것까지도..
"레니아 괜찮은거야?"
"그래. 전부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중 하나의 위치는 알고 있어. 뭐 이건 신이기에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다지 신성함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니까 굳이 따져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른가."
레니아는 조금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그렇겠지. 너에게 있어서 '그런 녀석'은 썩 대하기 어려울 테니까, 그럼 어쩌려나."
확실하게 레니아를 자극하는 듯한 말투의 에시오르를 노려보며 레니아가 말했다.
"그거야 말로 너에게 간섭 받을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 하지만 사령이라니, 설사 한개를 찾을수 있다고 한들.. 그리고 사령을 찾는다고 끝이 아니겠지?"
"물론 그 뒤에 해야할 일도 정해져 있어. 하지만 '일단' 사령만이라고 해도 너희들이 다 찾아내기란 불가능이라고 일축해서 말해도 좋을 정도로 엄청난 일일걸?"
"그정도 인거야?"
그 정도를 파악하지 못한 벤하르트는 얼빠진 얼굴로 레니아에게 물었다.
"그렇지. 레나스트라고 해도 일방면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레나스트의 몇배나 될 정도로 얻기 어려운것이란것은 확실해. 어떻게 할래?"
레니아가 묻는다.
"그런것을 묻는 이유가 뭐야?"
"네가 목숨을 걸면서까지 나를 쫓아오는 것은 납득 할수 있어. 반대의 경우라고 생각하면 상관 없거든. 하지만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엔쿠라스를 찾으려 하고 있어. 그런데 과연 엔쿠라스가 그정도까지 하면서 찾아낼 가치가 있느냐 하는거야."
"가치..라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모르는 환상을 쫓아 모든것을 걸어낼수 있어? 설사 이대로라도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
"걸수 있어. 나는 엔쿠라스에 관심이 없어도 너는 있잖아? 그걸로 충분해. 우리들이 이곳까지 온 이유는 그 아무것도 모르는 환상을 쫓은것 때문이니까, 내가 너와 여행을 하고 있는건 엔쿠라스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큭 큭.. 그런말을 이런곳에서 하는건가?"
"쳇."
에시오르의 말에 벤하르트의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레니아도 조금 목덜미가 붉어지기는 했지만 곧 표정을 돌리고 웃는 에시오르를 무표정하게 쳐다 보았다.
"뭐 대충 결정된것 같군. 이건 별로 미래를 어긋나게 하는게 아니니까 말해주는건데 말야. 지금의 미래는 절대 변하지 않는 미래였어. 알겠지? 벤하르트 그런걸 변하지 않는 미래라고 하는거야. 혹시라도 필요한게 있다면 찾아오도록 해. 나는 너희들 아니 벤하르트 네덕에 생애 최소이자 최대의 도박으로 목적한 바를 이루었으니까, 어느정도 예지에 관련한것을 제외한다면 여러가지 편의정도는 봐줄수 있거든. 나에게 찾아오는게 뭣하다면 요셉에게 맡겨도 상관 없어."
지나가듯 만들어둔 보험. 그 최소가 그녀에게 있어서 더할나위 없는 최대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녀의 마지막 말에 벤하르트는 즉각 대답했다.
"잠깐 뭐라 말한적도 생각한적도 없는데 그건 무슨 소리야? 왠지 내가 너를 꺼려한다는 느낌을 주는 말투잖아."
그녀가 생각을 읽는다는것을 의식해서인지 작은 것임에도 느긋하게 지나가기가 어려웠다.
"별다른 의도는 없어. 괜히 발끈하는걸? 그거야 말로 수상한게 아닌가? 혹시라도 네가 그런 의도가 있다면 나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겠지. 나라도 한두번쯤은 농담을 하고 싶을때가 있는 법이거든."
'농담이었던거야? 지금 그게?'
"....."
"그럼 또 다음에.."
어느샌가 그들은 닫히는 문을 앞에 두고 있었다. 여전히 어떤 표정도 읽어 낼수 없는 고귀함을 풍기는 얼굴로 에시오르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에 따라 인사를 건내고 나니 이미 그들은 문 밖으로 나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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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본론으로 돌입. 아마 엔쿠라스는..
O --> O --> O --> O --> O --> O --> O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요 더 늘어날수도 줄어들수도 있겠지만 대충 저렇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써낼수 있을까?
어쨋든 연참대전도 내일은 하루 쉬겠네요. 하지만 내일 써서 월요일 시작점에 올릴랍니다. 그게 편하거든요.. ㅡ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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