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97화-구출(2)
두명의 허가를 받고 벤하르트는 더 구할 사람을 찾아 해메고 다녔다. 단순히 강한 자라면 많은 자들이 있었지만 그의 요구에 응해줄 사람은 찾아낼수 없었다. 방을 붙혀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것도 역시 자살행위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은거지에 쳐들어 올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그 의표를 찔러야 하는데 작전을 내보일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비밀리에 사람을 모은다 라고 하는 행동은 사실 전문가라고 해도 토박이가 아니라면 쉬운일이 아닐진데 가뜩이나 그런 쪽으로는 약하디 약한 벤하르트가 그것을 해낼수 있을리는 없었다. 덧없이 시간을 보내며 그는 점점 초조해지고 있었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방법이 보이지 않을때의 무기력함을 느끼며 그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얼마가 될지는 알수 없었지만 조만간이라는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었고, 근성이라는 말 하나로 해결될 만큼 가벼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휴식은 필수적인 사항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면서도 해야할일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쉴래야 쉴수가 없었다. 찜찜한 기분으로 그는 여관의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무기력함에 몸을 맡기자 다소 불편했지만 피로가 풀리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단순히 무언가의 목표를 잡아 해결하는 것만을 추구하는 용병이라면 이곳 가렌더 부크에도 널리고 널렸지만 그들이 삼고 있는 분야와 벤하르트가 벌이려고 하는 일은 완벽하게 달랐다. 일개 용병 단체에게 일국의 국왕의 목을 베자 라는 것보다도 더 터무니 없는 것이었기에 함부로 입밖에 내는 일조차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으응.. 윽?"
잠시 잔다고 눈을 감았던 벤하르트가 눈을 뜬것은 해가 져서 이미 어둑어둑 해진 밤이었다. 그것도 깊은 밤. 그가 깨어난것은 넉넉하게 잠을 잤다거나 하는 평범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본래라면 올라올일이 없어야 할 2층의 여관방을 향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나우스나 판치스는 아니고,'
낯익은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전혀 처음 듣는것 같기도 한 누군가의 발걸음에 그는 검을 들었다. 발걸음을 멈춘 누군가는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십니까?"
"어줍잖은 살기는 집어 치우게."
허락을 구하기도 전에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성큼성큼 로엔이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로엔?"
"뭘 그리 놀라나? 이곳에 온 뒤로 이몸은 찾지도 않은 하찮은 인간 주제에."
묘하게 어조가 격앙되어 있어서 주춤 거리며 벤하르트가 물었다.
"어.. 화나신 겁니까?"
"화? 이몸이 어째서 화를 내야 하는건가? 당연히 나지 않았네."
"아무래도 난것 같은 기분이.."
"나지 않았대도, 이곳에 온 이유도 있다네. 아니라면 이런곳까지 내가 올 필요는 없었을테니까,"
실제 화가난것은 아니었지만 화가난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둘째의 문제였다. 조심스레 벤하르트가 첫째의 이유를 물었다.
"이유라면.."
"일단은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네만, 자네 그녀랑 무슨 관계 인건가?"
"네?"
"원(原)의 흡혈귀 말일세."
"....?"
로엔이 난데없이 전혀 예상도 못한 질문을 해오자 그는 놀라 물었다.
"여기서 왜 흡혈귀가 나와야 하는건지 묻고 싶군요."
"그거야 내가 이리로 오게 된 이유를 제공한게 그 여자이기 때문이지."
로엔을 찾아가지 않은것은 간단한 이유였다. 요셉의 말에 따라 도움을 줄수도 없었고 이런 일이 일어난 마당에 서로 웃고 이야기할수도 없었기에 서먹한 분위기가 싫어 찾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로엔이 그가 있는곳까지 온데다 그 이유가 흡혈귀라는데에 그의 머리는 살짝 혼란에 빠졌다.
"무슨 관계인거지?"
눈을 치켜뜨며 로엔이 접근하자 부담스러운 나머지 슬금 슬금 움직이며 그가 답했다.
"관계는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쪽에서 멋대로 나서고 있을 뿐. 무언가를 해달라고 시킨것도 요구한것도 없습니다. 아 한가지. 레니아의 구출에 관해서는 도와달라고 했었지요. 그것도 어떠한 이유나 조건 같은것은 아니기에 별 관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서도 그의 속은 무언가 철렁했다. 그것이 거짓말을 포장한 자신의 생각이라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나 조건은 최소한이었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듯 로엔이 말했다.
"관계라는것은 자신의 생각만으로 따지는게 아니지. 아마 잘 생각해두는게 좋을 게야. 이미 자네 스스로가 알고 있듯이. 그녀와 자네는 무관하지는 않게 되어 버렸다. 어느쪽이든 연관은 되었다 할수 있겠지.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자네 말대로 특별한 무언가를 요구한것 같지는 않군."
한쪽의 입고리를 올리며 로엔이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그는 알지 못했지만 왠지 비열한듯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이곳으로 오게 된 이유는 뭡니까?"
"힘을 빌려 주러 온거지."
"하지만 요셉의 말에 의하면."
"물론 내 스스로가 나서지는 못한다네. 그런 약속을 해버렸기 때문이지. 하지만 내 제자는 아무런 약속을 한적이 없거든. 규칙이라는것은 처음 결정할때 잘 결정해 놓지 않으면 이런식으로 당하게 된단 말씀이지. 그런 고로 인을 빌려주겠네."
그 말과 동시에 그의 검지손가락이 벤하르트의 인중에 닿았다.
"단, 인이 어딘가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나는 아마 네녀석을 용서하지 못할것이다."
말투까지 달라지며 로엔의 손가락이 그의 콧등에 닿았다 곧 코부분이 시큰하게 저리자 그는 신경이 마구 날뛰는듯한 느낌을 받아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럼 애초에 빌려 주지를 마세요. 저는.."
"내키지는 않았네. 사실상 인의 목숨은 자네의 목숨의 만배는 더 가치 있으니 네가 어찌 되든지 간에 보낼 생각은 없었으니 말일세."
'만배 까지야..'
"하지만 그 여자가 나타나 버린걸세.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와 이몸은 삼천잔재로 나름의 악연의 관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이몸에게는 원치 않는 만남이라 할수 있었지. 그녀가 걸어온 조건은 하나였다네. 삼천잔재의 일을 눈 감아 줄테니 자네를 도우라고 하더군."
"....."
거기까지 이르러서야 벤하르트는 조금 생각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다. 자신을 흡혈귀 수하로 삼고 싶은 한 원의 흡혈귀. 흡혈귀를 만드는데 실패했고 자신의 성격을 비추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그녀는 환심을 삼아 벤하르트쪽에서 자진해 흡혈귀가 될수 있도록 하려 했다.
'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든데,'
500년에 한번 천계 인계 마계를 통틀어 한곳에 등장한다는 삼천잔재. 그 존재에 비하면 벤하르트의 목숨은 덧없다고 봐도 무방한 사실이었다. 애초에 그 본인도 이해할수 없었다. 어째서 그녀가 자신을 이렇게도 손에 넣고 싶어 하는지.. 알수 없어서 그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는 지난 세월동안 꾸준히 괴롭힘을 당해서 이제는 질리다 못해 벗어나고 싶다네, 꾸준한 괴롭힘은 질리는 법이라네. 한가지 두려운것은 제자를 판다 라는 오해인데 오해하지 말아주게나. 그럴 의도도 그럴 생각도 없으니 말일세. 뭐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게 보인다고 해도 무방할지 몰라도,, 내 기준으로는 아니라네. 절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확실히 그렇군요. 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왠지 인을 파는듯한 이야기 같아 뵈긴 하네요."
"..... 그 지긋지긋한 시간의 괴롭힘 때문에 인을 팔아서 벗어나려 하는것처럼 보인다면 그 또한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 어떤 진의를 가지고 있더라도 알아주지 않으면 그저 단순한 의미 없는 호의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라네."
로엔은 지금까지의 가벼운 얼굴을 짓뭉게듯 찡그리며 말했다. 짜증보다 실망을 내포한것 같은 얼굴이었다.
"인 녀석의 안전은 맡기도록 하지. 죽는다고 하면 역시 용서하지 못하겠지만 다소의 상처 정도는 웃으며 넘겨 주겠네."
"로엔."
"뭐라고 떠들어 대봐야 비겁자의 변명일 뿐이지만,"
알아주길 원해도 그것을 굳이 입으로 듣고 싶지는 않은 모순된 감정을 품고 로엔이 말했다. 요셉과 벤하르트 둘을 저울질 한다면 누가 더 우선시 될까 하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이미 요셉의 부탁을 들어줘 버린 시점에서 그는 벤하르트를 등졌다고 할수 있었다. 벤하르트가 그를 찾아가지 않았던 것처럼 실제로는 그로서도 벤하르트를 만나기를 꺼려했다. 어느정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그것만으로 벤하르트를 만나기에는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 그녀가 온것은 그에게 있어서 아주 좋은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
"확률상이란것은 정말 애매하구먼, '그녀'가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만큼, 아무쪼록 자네가 말해던 그 여신을 볼수 있기를 기원하도록 하겠네."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위장했다. 절대 벤하르트가 살아 돌아오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그 말이 벤하르트에게는 왠지 살아 돌아오라는 말로 들렸다. 목구멍으로 무언가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는데 털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뭔가 뜬구름 위에 올라가 있는 듯한 멍청한 기분으로 그는 한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자신이 주체가 되는것은 원하지 않는데도 주위는 이미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실제 그가 구한 조력자는 결국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로 만들어져 있었다. 인 나우스 판치스 그들중 한명이라도 죽지 않고 라는 말을 꺼낼수 없을정도의 위험성을 내포한 계획이었다.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나서기에 벤하르트'만'의 입장으로보면 과할것도 없었건만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지 않는게 벤하르트라는 인간이었다. 그는 누구도 당하지 않고라는 족쇄를 자신안에 부여했고 혼란해했다. 고민했다. 저울질했다. 인간이기에 가져야할 이기적인 생각을 가슴에 품고 고민했다. 결국 선택할 답을 알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고민했다.
애초에 자신이 늦지 않았다면 이정도까지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는일. 결국 자신이 잘못한 것이다. 피해자인척 요셉을 욕하고 화를 낸것은 추잡한 감정을 들어낸것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피해를 보는건 자신뿐은 아니었으니까, 각자 아직 면식조차 없는 레니아를 구하기 위해 소중한것을 바쳤다. 판치스도 나우스도 로엔도.. 그런 그들의 호의를 그는 웃으며 받아 들일수가 없었다.
"나의 억지에 따라올 필요는 없는데도,"
그들은 따라와 주었다. 따라오는것에 망설임조차 없었다. 만약 벤하르트가 거절했다 한들 그것은 사그라들기는 커녕 더욱 가속화될뿐의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그들의 힘에 기대려 하는 자신을 보는것이 너무도 싫었다. 어떤것으로 위장하려 해도 결국 위험을 내포한 이 계획은 레니아를 구하기 위해 그들을 이용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주장과 벤하르트의 생각이 같을수는 없었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의 차이인 것이다,
도움을 받을수 밖에 없다면 그들이 절대 죽지 않도록 자신이 힘낼수 밖에 없다고 자위하면서 그는 좀처럼 지나가지 않는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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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의 7할 정도는 며칠전에 이미 썼었습니다. 그간 뜸 했던 이유는.. 제가 아끼고 사랑? 했던 mp3를 잃어 버린 충격 때문이었지요.
3달도 쓰지 못한 mp3를 잃어버리고 충격에 소설을 전혀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는형에게 전화가 와서 차안에 있다고 하더군요. (멍..)
;;;; 혼자 궁상 떨었습니다. 바보 같았습니다. 하지만 요 3일간 심란해서,, 잠도 제대로 못잤어요. ㅠㅠ...
한호흡으로 쓴 글이 아닌지라 뭔가 핀트가 안맞는 부분이 있을지도.. 그게 불안하군요. 뭐 어쨋든
결과적으로는 내일 mp3를 찾게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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