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80화-확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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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아침이다 일어나!"
"으음?"
"언제까지 자고 있을거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입장도 조금 생각해 봐라. 우리는 아침도 못먹고 오후를 맞이 했다고."
"으으윽."
지난 밤의 술 때문이었는지 아직도 정신이 몽롱해 무언가를 들어도 영 반응이 시원치가 않아 고개를 저으며 그는 세수를 하러 방 밖으로 나왔다. 평상시와 다름 없는 요셉의 말투에 왠지 지난밤의 일이 전부 거짓인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 취기 속에서 이야기 한것 치고는 꽤나 기억은 선명했다.
준비를 하고나서 그들은 함께 식사를 했다. 마계라고는 해도 인간들이 아주 없는것은 아니었고 거기에 인간전용의 식사를 즐겨 먹는 부류도 많았던데다 브릴타리아 자체가 작은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식당을 찾는것에 무리는 없었다.
"꽤 맛있네요."
"그렇지? 하지만 이런 식당은 원래는 조금 조심해야 돼."
"뭐를 말입니까?"
"인간이 편협하다는것은 알고 있겠지? 아니라 아니라 해도 살다보면 한번쯤은 느낄때가 있을거야."
"뭐. 그렇죠."
인간을 바로 눈앞에 두고 꺼낼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벤하르트를 인정하고 있기에 요셉은 벤하르트의 미묘한 표정에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그런 인간보다 더욱 편협한 놈들이 이곳에는 지천이거든. 개중에는 바라 보았다는 이유 만으로 인간을 죽이거나 잡아 먹는 놈들도 있다고 하니까, 하기사 내 입장에서 보면 인간도 만만치 않지만, 인간이 아닌 별종 깨닫지 못할 뿐이지만, 만약 인간들의 대부분이 이런 종을 알아 버린다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거야."
"공감하기는 싫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실제로 있는 일이라구? 인간들은 인간 나름대로의 잣대로 구분 지어 놓은 종족의 차이로도 목숨을 걸고 싸우고는 하는데 이정도 쯤이야. 물론 이곳에 오는 인간들은 덜떨어지지 않았으니 당할리도 없겠지만, 다른 인간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인간이 돼지를 먹이로 생각하거나 하는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야."
"뭐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꺼낸 의미는 잘 모르겠는데요."
"보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고, 서두를 꺼낸 것은 갑작스러워 이해를 못할것 같은 벤하르트를 위한 나의 배려지. 어디보자 보고 있는 녀석들은 한 여덟쯤 되려나. 보잘것 없는 실력으로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녀석들이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요."
"그러니 미숙하다는거다. 능력이 있음에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저런 날파리들이 꼬이는 거라고, 확실히 말해주지 이 표적들은 인을 먹이로 노리고 오는게 아니라 너를 먹이로 노리고 온거야. 인은 그런 기본적인것은 제대로 숙지 하고 있으니까, 본때를 보여 주는것도 좋겠지."
"무슨 본때를?"
"네가. 알아서 처리 해라. 노리고 들어오면 죽여도 좋고, 제압해도 좋다. 전자를 추천 하는 바이지만 가장 좋은것은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 이랄까."
"저기 하나 물어 봐도 되겠습니까?"
"뭐든."
"왜 저를 노리는 겁니까? 편협이라고 해도 저는 아직 어떤 해를 끼친것도 아니고, 설사 저를 어떻게 한다고 해도 뭐가 떨어지는것도 아닐터인데,"
순수하게 이해가 안가서 물은 질문이었지만 요셉은 탁자를 탁 치더니 끌끌 거리며 웃었다.
"왜? 라니. 하긴 이해가 안가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럴때는 비유가 최고지. 너 게임이라거나 축제를 통한 놀이를 해본적이 있겠지?"
"뭐.."
"그런것들을 보면 분명 부당하게 재미를 위해 학대당하는 동물들이 있을거야. 그저 재미 때문에 괴롭힘 당하고 죽고 하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너는 불쌍하다고 생각할수도 재밌다고 생각할수도 있지. 뭐 그런 부류지. 인간세계에서 인간은 랭크로 치자면 최고위지만 이곳에서는 힘이 없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최하위나 다름 없지. 요컨데 지금 너를 목표로 다가온 녀석들은 너를 단순한 놀이감이나 먹이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라는 거다. 어느 시간의 흐름에 입각해 무료해져 버린거다. 그렇기에 필요하게 된것이지.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가 버릴수 있는 놀잇감이.. 일단 식사가 끝나면 우리는 여관으로 갈테지만 너는 조금 돌다 와라. 우리가 있으면 그녀석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을테니까."
"왜 제가 노림을 당해야 하는 겁니까?"
요셉은 포크를 둘둘 말아서 모은 면을 한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거야 뭐. 몸풀이지. 네가 지금 가야 할곳은 아마도 최고조의 네가 간다 해도 한번이나 두번으로는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할정도로 어려운 곳이라고, 운이 나쁘면 죽을수도 있고, 반면에 이정도는 위험하다고 해도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런곳에서 죽을 것이라면 거기 까지다. 라고 생각하는게 바로 나라는 요정이지. 상대는 너보다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녀석들이고 괜찮다는 판단하에 보내는 거니까 걱정 하지 마라."
"싸움 하는거야?"
둘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던 인이 궁금해 하며 물었다. 이미 기정사실처럼 결정되어 버렸음에도 십년을 넘도록 대화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반문 한 것이었다.
"뭐 그렇지."
"도와줄까?"
"그럴 필요는 없다. 인. 가만히 있는게 도와 주는 거란다."
로엔이 나서서 말리자 두말 하지 않고 인이 수긍했다.
"네."
그런 모습을 보니 스승과 제자라기 보다 주인과 잘 훈련된 강아지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어 약간 인에게 미안해졌다.
대련이라면 모를까 실상 벤하르트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다. 단순한 주먹다짐 정도의 의미라면 좋겠지만 이런 곳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라면 대부분 이해할수 없는 악의로 만들어진 살육전이었고 자신은 손을 쓰기 싫어도 상대방은 손을 쓰는 다소 불리한 조건을 지닌 싸움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죽이려 든다면 조금 더 편하게 임할수 있겠건만 아직도 그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
벤하르트에게 식사가 끝나가는것은 마치 제한시간을 둔 시한폭탄의 시간이 다 되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탑이 얼마나 무섭고 무섭지 않고는 경험해 보지 않은 그로서는 알수 없는 일이었기에 변명이나 설득은 없었다. 인은 둘째로 치더라도 요셉과 로엔은 당연한듯이 이 상황을 당연시 하며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무의미한 저항에 싸우는것만이 가장 편한 해결법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벤하르트는 준비할수 밖에 없었다.
적에 대한 막연한 상상. 다소 유리하다고 해도 그것은 요셉이 말한 일이고 실제로는 마치 안개속에 묻힌 누군가가 적인가 적이 아닌가 하는 것을 분간해야 하는 듯한 막연한 정보는 그를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차라리 갑작스레 습격을 당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쿵덕쿵덕 울리는 자신의 심장소리에 시간이 가는줄 몰랐다.
"잘 먹었다."
"맛있었어요."
"그래 가렌더부크에 가면 더 맛있는 음식과 축제를 즐겨 보자꾸나."
벤하르트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음 편히 식사를 끝낸 셋은 여유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벤하르트 이제 나가야 할 시간인데."
"어? 그래. 먼저 나가 있어라."
더는 앉아 있고만 있을수 없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에 들어와 음식을 먹을때는 한없이 기분이 좋을것만 같았는데 나올때의 기분은 영 아닌 상황이 불쾌해져서 그는 살짝 식탁을 걷어 찼다. 우지끈 거리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다행히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안에 금이 간것은 확실해서 마치 나쁜짓을 들킨 어린아이처럼 그는 다급히 식당안을 벗어 나왔다.
'위험을 노출시키는 아군이라니.'
그것에 선의가 있다는것을 알아도 기분이 묘한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새삼 레니아가 그립다고 다시한번 속으로 되뇌였다.
"벤하르트 그럼 너는 저 골목으로 가고 우리는 조금 둘러 보다가 여관으로 갈테니까 그럼 이따가 보도록 하자고."
흰 이빨을 번뜩이며 말하는 그의 모습을 시골 처녀가 봤다면 멋지다 라고 생각했을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벤하르트에게는 뺀질 거리는 동네 한량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리킨 골목은 하필이면 인적이 드문 그런 곳이었고 기다리는것으로 보아 그곳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움직일 기세가 없는듯 했다.
"으아아아아."
별안간 고함아닌 작은 고함을 지르면서 그는 골목으로 뛰쳐 들어갔다. 건물과 건물 사이가 무섭게 바뀌었지만 개의치 않고 그는 달렸다. 왠만하면 자신을 쫓는 자들이 자신을 놓쳤으면 하는 작은 바램도 싣고서.
하지만 그런 바램은 로엔이나 요셉의 예측을 벗어나기에는 너무도 미미한것이어서 곧장 뒤에서 날카로운 공격이 들어왔다.
'놀이라면 조금은 비웃거나 뭔가의 어조를 취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짓이 완벽한 살수나 다름 없어서 공격이 스치자 괜시리 화가 치밀어 올랐다. 혀를 길게 내보내고 불쾌한 웃음소리를 내는 칼잡이도 칼잡이였지만 방금전 벤하르트의 몸에 상처를 낸 한명은 몸이 연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심 놀라며 그는 검을 뽑아 들었다.
"정말 맛있을것 같은 먹이 잖아. 어이 뿌루엔 빠져 주면 안되겠냐? 조금 가지고 놀고 싶어 졌어."
"헛소리를 이런 장난감을 마계에서 구하는것은 100만쥬렌을 줘도 불가능 하다는 것을 네녀석도 알고 있을텐데,"
'이쪽은 완벽하게 무시인건가.'
고개를 틀어 다시 도망을 갈까 생각하는데 느닷없는 공격이 그의 머리에 날아왔다.
"으아앗."
거대한 도끼를 휘두른 채 덥수룩한 털을 지닌 거구는 허릿춤에 찬 술을 한모금 들이키고는 벤하르트를 공격한 도끼를 손에서 떼며 처음 벤하르트를 공격했던 두명에게 말했다.
"이녀석은 나올때부터 내가 해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네녀석들에게 넘겨 줄까 보냐?"
'어?'
그의 머리가 돌기 시작했다.
"저기 주제 넘게 말하기는 뭣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거 이기는 사람이 저를 노리는 것으로 하면.. 저로서도 몇명이 덤비는것보다 한명이 덤비는게 더 편하기도 하고. 살 확률도 늘어 난달까."
과거 귀족을 대할때의 다소 비굴한 얼굴을 하면서 벤하르트는 얄팍한 웃음을 지었다.
"아쉽게도 인간. 이럴 경우에는 먼저 먹는 녀석을 임자로 치거든."
"죽이더라도 이녀석의 다리는 나에게 양보 해줘라."
"생각해보도록 하지. 팔 다리 한짝씩은 남겨서 산채로 넘겨줘 한번 조이는 반응을 보고 싶으니까."
'악질이다.'
검을 뽑아 백광의 빛을 주위로 한번 뿌리고 벤하르트는 다시 달렸다. 검을 이용해 얇은 막을 자신에게 둘러 방어를 증강시키고 이따금씩 공격을해 기회를 노렸지만 상대도 요셉이 가볍게 말한것보다는 상당한 고수였기 때문에 효과를 볼수는 없었다.
'많아도 다섯 이상은 어려울것 같은데,'
힘을 가늠하는는것은 그의 특기 아닌 특기 였기에 어쩔수 없이 벤하르트는 돌아서 검을 치켜 들었다. 뒤를 돌아 보니 쫓고 있던 세명은 어느새 여섯으로 늘어나 있었다.
"으핫."
다시 뒤를 돌기에는 시간이 애매했기에 그는 검을 잡고 그들과 마주했다. 처음 목표로 잡은것은 도끼를 든 거구의 사내. 그의 어조나 말이 기분이 나빠서라기 보다는 덩치가 큰편이 노리기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삼일간 밤낮 구분하지 않고 단련된 기운이 전신을 두르고 가뜩이나 너무 예리해서 문제가 되는 그의 검이 더더욱 예리해졌다.
"그런 검따위로.."
거구의 사내 자린스의 거대한 도끼는 어딘가의 명공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무기였다. 그 자부심때문에 갈라낸 종만 수백에 이르른 그 보부(寶斧)를 이런곳에서 잃을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곳에 있는 전부가 예상하지 못했던 그런 결과. 소문으로만 무성하게 자랑되어 왔던 무기가 별볼일 없을것만 같은 검에 양단 될줄 누가 알았을까.
"무."
뭐 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배에서 뜨거운 피가 솟구쳐 나왔다. 죽음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중상에 이를 일격에 쿵 하는 소리를 내면서 자린스는 쓰러졌다.
"에..?"
그들도 어느정도 싸움에 입각하면 상대와의 격을 알아차릴수 있었지만 셋정도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도 검을 뽑기 전에는 검의 강함을 짐작할 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사냥감과 사냥꾼이 뒤바뀐것 같은데,"
긴 혀로 입술을 덮어 낼름 거리며 한명이 말하자 다른 자가 받아내며 말했다.
"그래도 제압하지 못할건 없지."
이미 시작한 이상 끝은 봐야 했다. 그래야 뒤탈이 없으니까. 상대방을 이유없이 노릴때는 자신도 죽는다 라고 하는 그만한 각오는 필요한 것이었다. 하물며 세상살이가 지루해진 그들에게야 더 말할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준비라도 한듯 여섯은 서서히 벤하르트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처음 공격하는 한둘쯤의 상처는 신경쓰지 않아도 나머지가 알아서 해결해 줄것이라는 동류로써의 왜곡된 믿음이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었다.
"가자!"
일제히 달려드는 무리들은 여섯이 아니었다. 그 이상을 알았을때는 이미 늦어 벤하르트와 맞닥 뜨릴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달려든것은 셋 나머지 셋이 도망칠리가 없다는것은 그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벤하르트의 검에 쓰러지면서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그는 끝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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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끊는것을 잘 못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다급하게 끊기는 끊었는데, 잘 끊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ㅠㅠ 내일은 단합회 때문에 올릴수 있을지 없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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