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77화-확인(1)
"벤하르트?"
동굴의 밖으로 나온것에 가장 놀란것은 다름아닌 요셉이었다. 벤하르트와 로엔을 잘 알고 그것에 따른 상황을 판단해보면 이런 상황은 그의 머릿속에서 나올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뒤에 있는 인은 잠시 어깨를 움츠렸는데 벤하르트의 뒤를 따라 나온 로엔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후우 나왔다."
안심했기 때문인지 온몸이 나른해짐을 느끼면서 그는 쓰러지듯 요셉의 뒤로 몸을 옮겼다. 그런 벤하르트를 따라 로엔이 손을 움직였지만 이미 그 앞에는 요셉이 몸을 가로 막고 있었다.
"상황은 인지 했겠지."
"싸울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 믿어 줄텐가?"
"뭐 나정도라면 살기가 실리지 않은것 정도는 알아 챌수 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왠일로 화를 푼거냐?"
로엔은 입을 씰룩이다가 도로 입을 다물었다. 이유라고 해봐야 단순한 자신의 변덕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불같이 타올라 놓고선 터무니 없는 이유를 자신의 입으로 입밖에 내고 싶지는 않았다.
"이유는 둘째 치고 자네 이제부터 가렌더부크에 가려고 했었지? 나도 동행 시켜주게."
"하? 어이 네 존재는 거의 마왕급이라고. 곧 마왕이 온다고 하는데 너까지 오면 혼란할게 뻔하잖냐."
"말썽을 일으키러 가는것도 무언가를 요구하러 가는것도 아니네. 그곳에서 가서 눈으로 확인 하기만 하면 끝날일이야. 폐는 끼치지 않도록 하겠네. 뭐 막을수 있다면 막아 보게나."
"왠지 말싸움이 는것 같은데."
"기분탓이네."
"으으윽."
그들의 대화를 듣던 벤하르트는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 앉아 버렸다.
'도대체 뭐야 이자 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죽일듯이 싸워 놓고서 고작해야 10분도 되지 않아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는 꼴이라니 그는 그들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주저 앉은 벤하르트를 보고 인이 물었다.
"괜찮아?"
"그래. 온몸이 욱씬거리지만 그럭저럭.. 팔이 잘린것 보다야 100번 낫지."
"팔?"
"아니 혼잣말이다."
사정을 설명하기도 귀찮았지만 인의 성격은 대체로 착했기 때문에 스승이 그런 행동을 하려 했다는것을 알면 정도는 알수 없어도 얼마간 충격을 받을것임에 뻔했기 때문에 그는 말을 돌렸다.
"나는 밖에 처음 나와봐. 항상 스승님의 집에서만 지냈었거든."
'과잉 보호 라고 해야 할까.'
로엔의 공방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같은 광경을 자꾸 보다 보면 질리기 마련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도 그곳과는 다른 이런 풍경을 볼수 있었음에도 10년을 가까히 인은 로엔의 공방에서 나오지 못한것이었다. 그것에는 강압이나 강제가 없었지만 방금의 한마디로 인이 얼마나 나오고 싶어했는지가 느껴졌다./
"앞으로 꽤나 여러가지를 보게 될거다. 이건 비교도 안될정도로 멋지고 요란한것을.."
"와 정말?"
"그래."
"어이 이상한 바람 들리지 마라. 인을 이곳에 두고 가거나 하는 방법도 있다고,"
"진짜 입니까?"
놀란 어조로 묻는 벤하르트에게 느긋한 목소리로 요셉이 받았다.
"아니 거짓말이지만, 알지 못하면서 괜히 아는척 하지 말라는 일종의 충고지. 어이 로엔 이리 와봐라. 뭐 네 집에서 지낸 시간도 꽤나 있었으니 원래 슬슬 출발하려 했었는데 이곳 어디 쯤이지?"
"시우의 장 동쪽이지만, 수마행(數魔行)의 탑으로 간다고 했었던가? 글세 저녀석이면 모를까 인은 아직 가렌더 부크로는 무릴텐데,"
"저녀석도 무리다. 가는 도중에 조금 더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지. 어쨋든 시우의 장이라 이곳인가. 꽤나 멀잖아."
"아니 벤하르트라고 했던가. 그는 충분할걸세."
"음?"
로엔은 동굴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요셉에게 해주었다.
"그래? 하지만 그렇다 해도 무리일거야. 그 이야기가 정말이라면 감정의 기복에 따라 실력이 변한다는 것이니까, 막연히 불리했을때 나오는 실력이 아니라는 이야기지. 이곳에 올때 벌써 두번이나 위기 아닌 위기를 맞이 했었으니까 확실하다. 착실하게 자신의 실력으로 수마행을 하지 않으면 곤란해."
"그런가."
"그런거지. 후우 꽤나 멀군. 왜 이런곳으로 옮긴거냐. 하필이면 옛날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건가?"
"단순한 푸념이라고, 그럼 나는 푸념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거냐?"
벤하르트와 인은 꽃밭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지 만 하루가 다 지나면서 아직 출발을 하지 않은것은 벤하르트의 대한 몸에 대한 최소한의 휴식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무한정 늘어 있는것도 아니었고 남은 시간도 넉넉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벤하르트의 상태가 다소 안좋다는것을 알면서도 요셉은 출발 하고자 벤하르트와 인을 불렀다.
"언제까지 누워 있을거냐? 이 사이에도 마왕은 시시각각 가렌더 부크로 접근 하고 있다고. 자 자 빨리 일어나. 이제 출발해야된다."
"으윽."
"불평 하지 말고 일어나라. 수마행의 탑까지 가는데 3주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얼마나 들어갈지 몰라. 나나 로엔이라면 모를까 인이나 너는 한번에는 오르지 못할거란 말이다."
"와 이제 가는거애요?"
어지간히 신이 난듯 인이 밝게 웃으며 물었다. 그에 요셉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즐거워하면 조금 곤란한데 말이지. 마치 나쁜곳에 데려가기 위해 속인듯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
"그정도 입니까?"
보나 마나 수마행의 탑이라는 것도 지금 까지 처럼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지레짐작겸 확신을 했다.
"현재의 너네 둘의 실력으로는 조금 무리겠지. 그렇기에 수련이 필요한것이다. 벤하르트는 기의 기본 운용과 그밖에 기술에 관한 수련을 인은 로엔을 따라 열심히 수련 하도록."
"네."
스승이 예전처럼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 인은 다시 이전처럼 스승을 좋아라 하고 따랐다.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은 항상 오냐오냐 하고 키웠던 로엔이 처음으로 인에게 화를 낸 것이었기에 그만큼 반동이 컷지만 원체 단순했고 좋은 쪽으로 우둔한 인이었기에 차갑게 식어 떨던 마음도 곧 뜨듯하게 다시 데워져 무리없이 스승을 대할수 있었다.
"준비는 끝났다네. 그럼 어서 가보도록 하세."
"이쪽도 끝났다. 자 그럼 가보자고,"
조금 걷던 중 벤하르트가 요셉을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수마행의 탑이 뭡니까?"
"벤하르트 계(界)의 구분을 알고 있나?"
의외로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한것은 로엔이었다.
"아니오."
"자네가 살고 있는 세상은 하나의 별로 이루어져 있지. 하지만 넓고 넓은 우주에서 과연 이 별만이 이런 인류를 존재 하게 했을까?"
"....?"
로엔이 하고 있는 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채 그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조금 어려웠나. 자네가 사는 세계를 제외하고도 여러가지 다른 이계가 존재 한다는 이야기네. 자네가 살았던 세계를 이계라고 불리우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지. 그중에서도 여섯개의 굴레를 가진 세계가 존재한다네 각각의 세계는 이계이기 때문에 간섭 자체가 불가 하지만, 존재를 알고 있고 굳이 하고자 한다면 불가능 한것은 아니지. 다만 조금 어려울 뿐이네."
"더욱 모르겠는데요."
"그냥 듣게나. 그 육계(六界)라고 불리우는 이것들을 하나로 묶는게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자네가 있는 마계 라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것이 바로 수마행의 탑이지. 희한하게도 여섯개의 세계에 전부 수마행의 탑은 존재하고 있다네. 그리고 마계에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수 없지만, 나는 '기적'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벤하르트가 생각한것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수마행의 탑은 도대체 뭘 하는 곳입니까?"
"수마행의 탑은 각 층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층을 이길때마다 오르는 자는 무언가를 받을수 있는 조건을 얻게 된다네. 1층을 이기면 자신의 실력을 조금 향상 시킬수 있는 비약을 2층을 이기면 자신이 지금껏 궁금하다고 생각했던 심층의 의식속의 질문이 무엇인가 하는가를. 3층은 란다룬의 문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는 둥 각층에는 여러가지의 각각 다른 선물이 준비되어 있지. 하지만 이렇게 가볍게 말할수 있을만큼 달콤한 선물만 준비되어 있는것은 아니네. 그곳을 오르는데 걸어야 할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목숨이니까 말일세. 실제로도 많은 종족이 도전을 했다가 산화해 버렸지. 조금더.. 조금더..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것은 주검 뿐이었다. 라고 하는 이야기지만, 크흠 그것은 어디까지나 욕심이 많은 자에 해당하는것이니 너무 걱정 말게나."
이야기를 듣는 벤하르트의 안색이 변하는것을 보고 로엔은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로엔이 틀린말을 한것은 아니야. 뭐 서두 부분은 벤하르트 너에게 있어서는 필요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수마행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많다. 벤하르트 너 세례 때문에 카도스에 들렸다고 했었지? 그때 잔류사념과 한번 붙은적이 있었겠군.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록 규칙은 쓰러지거나 쓰러트리거나 하는 간단한 것이지만, 그때와 같다고 생각하면 돼. 다만, 실력은 그녀석들과 비할수가 없겠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지.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층은 8층 '가렌더 부크'로 향하는 요정의 문이다. 다른것은 생각하지 않고 8층 까지만 올라가면 된다는 것이지.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42층까지 올라갔었다. 로엔은 46층까지 올라갔다고 하더군."
로엔이 요셉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오를수 있었던 이유는 실력 차이 라기 보다 '기적'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46층에서 생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돌아왔다는 것은 로엔에게 있어서는 요셉에게 말할수 없는 비밀이었지만,,
"너희들의 지금 실력으로는 글세 오차는 날수 있겠지만 4층에서 5층정도일까. 운이 좋으면 6층까지도 가능할수 있겠군. 하지만 7층은 무리다."
요셉이 웃었다. 그런 요셉의 얼굴을 보고 벤하르트는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그러니까 앞으로 죽을 각오로 수행해라. 설마하니 레니아의 얼굴도 보지 못한채 죽고 싶다거나 하는것은 아닐테지? 멋진 세상을 보기 전에 작별을 고할수도 있다는거란다. 인."
"힘들이지 않고 오를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순박한 그 질문에 대답한것은 로엔이었다.
"그런 방법은 없다. 제자야."
"으흑."
조금은 처절한 한숨섞인 인의 울음소리가 왠지 벤하르트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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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아프면,, 글도 잘 안 써 지 는 군 요. 젠 자 앙.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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