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76화-격세(2)
"자.. 자네가 믿고 따르던 요셉은 이미 너를 버리고 밖으로 달아났네. 이제 어쩔셈이지? 몇가지 선택지도 없지만 예의상 물어 주지."
"그런 예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한가지 정정할게 있군요. 요셉이 저를 버리고 달아난것에 대한 말을요."
"그 상황은 영락없이 자네를 버리고 간것이나 다름 없네만,"
"글세요."
1초가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추위가 시시각각 엄습해온다. 몸안의 기를 최대한으로 방출 시켜 막아보려 해도 역부족 다리쪽으로 부터 호흡으로 부터 파생되는 추위라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추위가 그를 감싸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은 죽어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능히 칭찬이라도 받았을 터였을 테지만 로엔에게 있어서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인질에 대한 약속을 한것은 그녀석 뿐이었지. 나의 경우는 자네가 '살아만' 있다면 좋다고나 할까. 어차피 금강력신을 망친것도 있으니 그 댓가는 가져가도 되겠지. 묻겠네. 한쪽 다리와 한쪽 팔 한쪽 눈 어느쪽이 좋은가?"
"어느쪽도 고르기 애매한.."
"그럼 멋대로 결정해 주지. 팔로 결정 되었다네."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자 벤하르트는 급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 갔다. 삐걱거리면서도 아직은 손이 움직여 준게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염령검을 손에 쥐었다. 이 방법을 떠올린것은 요셉이 나가고 난 후. 그 뒤에도 그는 염령검을 손에 쥐고 싶었지만 괜한 주의를 받을까 싶어 망설였지만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도 그런것을 따질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온몸이 따듯해지는 느낌과 함께 한순간에 결박하고 있는 다리의 자유를 찾아낸 벤하르트는 곧바로 검을 뽑아들고 휘둘렀다. 백광의 빛이 로엔을 덮친 틈을 타 동굴의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그의 다리는 멈추어 버리고 말았다. 이미 입구는 차디찬 얼음으로 막히어 있었던 것이다.
"조금 칭찬해 주고 싶군. 나의 기술을 파쇄하고 일격을 날린 인간은 참 오랜만이거든. 그게 어떤 방법 이던 간에 말야. 뭣하면 시험해 봐도 좋네 저것에 그 검이 먹힐지 안먹힐지."
어차피 당하는건 앞으로 가나 뒤로 가나 같았기에 망설임 없이 그는 검을 휘둘렀다. 백광과 화염이 뒤섞인 현 시점에서 그가 낼수 있는 최고의 일격일 터인 공격은 효과 없이 무산 되어 버리고 말았다.
"자 그럼 정산해볼까? 제자의 금강력신에 대한 보상으로 팔 하나. 대신에 목숨만은 살려 주도록 하겠네."
"잠깐! 그게 꼭 내 탓이라고는 볼수 없잖습니까? 어째서 그렇게 되야 되는겁니까? 물론 반정도는 제 탓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설사 전부가 그렇다고 한들 고의도 아니고 제가 팔 하나를 잃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
"글세 나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런 자네의 의견은 이해할수가 없다네. 실제로 말투는 이러해도 사실 자네를 죽여 버리고 싶은건 사실이거든. 다만 요셉이 데려간 나의 제자도 걸려 있고 그게 아니어도 요셉과 나는 지기니 서로의 제자에게 해를 가할수는 없지."
'이미 팔 하나로도 충분히 해가 아닌가?'
"그러니 포기하시게."
"절대 포기 할수 없습니다. 최대한 저항 할거구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정면에서 제 검을 받았다가는 상처 한둘쯤은 각오 해야 할겁니다."
"그렇게 보이지는 않네만,"
뭔가 서로의 감정 상태가 극에 다했음에도 대화가 지속되는 것을 끊고 싶지 않았던 터라 벤하르트는 나오는데로 말을 내기 시작했다.
"애초에 팔 하나라니 절대 수지 타산에 맞지 않습니다. 정말 백번 양보하더라도 손가락 한두개 정도랄까요."
"금강력신과 자네의 팔이라면 이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하지."
"과연 그럴까요. 제 팔은 신도 놀라고 지나갈 정도의 명검을 만들어내는 팔입니다. 한쪽팔로 도공 생활은 할수 없으니 만약 값을 치른다면 그런 금강력신 이라는 것 보다야 값이 더 나갈테지요. 나이로 봐도 평생을 이룩한 제 기술이 아직 30도 넘지 못한 인의 금강력신보다 못할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들어보니 완전히 사라진것도 아니라고 들었습니다만,"
다 말해 놓고 보니 간을 배밖으로 들어낸 꼴로 들려 그는 왠지 불안한 기분이 되어 버렸다.
"그 검을 자네가 만들었다?"
"뭐하면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건 호신용이니 다른 둘로.."
경계를 늦추지 않은채 그는 풍령검 빙령검을 던져 주었다.
"확실히. 어디의 말을 인용하자면 국보급의 기술이로군, 수지 타산으로는 안맞을지도 모르겠어. 우연의 우연 필연의 필연이 만들어낸 역작.. 이지만 세상에는 머리로 이해하기만 할수 있는게 널려 있는것은 아니지. 미안하지만 자네의 팔을 가져 가야 겠네."
"인정했다면 더더욱 팔을 잃기는 싫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벌을 주는것에 집착하는겁니까?"
"자네가 나에게서 앗아간것은 500년이 담겨진 보물이네."
"뭐?"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조금 길어 지니 사실은 자네의 왼손을 받아 내고 시작하고 싶지만 일단 억울함을 풀어라도 주기 위해 이야기 해주도록 하겠네."
'이미 잘라낼 손도 정해 놓았나.'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조금의 유예기간을 얻게 된 그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생각을 강구하려 했다.
"내가 살아온 세월만 벌써 수천년이네 인간인 자네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처럼 오랫동안 나같은 일을 하며 살게 되면 세상의 많은 것. 알지 못하는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모르는 것을 찾고 싶은 욕구가 간절하게 되는걸세. 질려 버리는 거지."
그것은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는 이야기와 비슷했다.
"살면서 몇번 보지 못한것이 있었네. 이른바 기적이라는 것들이었지. 그것을 찾아 몇백년을 헤매고 또 헤매 몇번인가 마주하고 또 그것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어 두어개를 모았지. 그리고 앞으로도 아직 나 자신이 모르고 있는 기적을 찾아 나설 생각이네. 허나 아무리 그래도 한명의 능력으로는 힘든것도 사실이지. 500년에 한번 천계 마계 인계 셋중 하나에 등장한다는 보물 삼천잔재가 '우연히' 내게 들어온것도 그때 였네. 그때 든 생각이 무엇인지 아나? 기회 였지. 이것으로 내가 한발 더 기적에 다다를 것인가? 하는 갈망."
구체적인 내용은 분명히 다르고 달랐건만 이것의 비슷한 이야기가 무의식중에 벤하르트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내가 10만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것으로 얻어질 힘은 어느정도일까,, 11만 12만? 그것보다 더 작을지도 모르지. 내가 말하기는 뭐하지만 이미 나의 힘은 어딘가의 신에 필적할 정도였으니까, 달라진다고 해도 얼마나 강해질수 있을까 싶었지. 그때 눈에 뜨인게 우(愚) 였다."
"우?"
"인의 옛 이름이지. 나로서는 우(愚:어리석다) 보다는 우(遇:만나다) 쪽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지만, 어쨋든 그녀석을 만났다네. 어떤 의미로는 일생의 보물이라고 할만한것은 이녀석일지도 모르지. 어리석을 우 이녀석은 바보라네. 좋은쪽으로.. 아무리 자신을 때리고 괴롭힌다고 해도 자신을 길러준 은혜 하나에도 자신을 속박할수 있는 바보. 설사 나보다 수배를 강해지고 또 내가 터무니 없을정도로 괴롭혔다 해도 절대 나를 배신 하지 않을 그런 녀석. 세대를 걸러 종을 걸러 단순하게 인연으로만 이어진 하나의 자식을 기를 수 있다는게 나름 기분은 좋더군. 그런 기분과 목적으로 인해 나는 그를 단련시켰네. 10만이 12 13만이 되는것보다도 확실하게 나를 따를 10만을 하나 더 길러 내는게 더 낫다고 생각 했으니까,"
"....."
"그런 인을 자네가 망가뜨렸던 것이라네. 이제는 이해할수 있겠나?"
"이해할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저에게 잘못이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전부가 제 잘못인것도 아닌 이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죄해드릴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팔은 내어 줄수가 없습니다."
"그럴줄 알았지."
로엔의 손이 전투자세로 들어갔다.
"한가지 이쪽에서 되물어도 되겠습니까?"
"무엇인가?"
"수백년을 걸쳐 만든 비약이 있었습니다. 누가 먹더라도 기적이라 부르는 것을 선사할만한 그런 약 인간이 먹으면 젊음과 힘을 신이 먹으면 신 이상의 존재가 되는 그런 약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만든 자가 먹기 직전에 전혀 관계가 없는 누군가가 먹었다면 그 누군가를 용서 할수 있겠습니까?"
"아니."
이 상황에서 로엔이 할수 있는 대답이라고는 그것이 전부였다.
"제가 팔을 내어 줄수 있는건 그 사람 뿐입니다. 팔도 몸도 마음도 그 사람. 아니 신에게 바치기로 마음먹었으니까요. 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는것이고 본래 로엔님의 행동이 타당한것이니 무어라 말할수는 없습니다만, 역시 팔을 내어줄수는 없습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이겠지만 그 이상으로 그녀를 떠올리게 되어 버렸기 때문에 더더욱."
비약 레나스트를 비롯해 신의 힘까지 버려 버린 레니아와 로엔을 비교한다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으나 그 비교는 그에게 있어서 메리나가 있었다면 미래에 대한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말해 주었을 그런 상황이었다.
들고 있던 검에 맺힌 빛은 최고조에 이르러 있었다. 굉음과 함께 로엔을 멀직히 밀어 내고 그는 검을 휘둘러 백색의 빛의 줄기로 풍령검과 빙령검을 회수했다. 최근에 기를 수련하면서 백광의 빛을 자유자재로 활용할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수 있었다.
"으음."
로엔이 마치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그의 길을 가로 막았다. 생각한데로 신체가 움직이는것 외에도 마치 신들린듯 벤하르트는 그의 공격에 반응하고 막아 내고 있었다. 그 기의 움직임이 조금 미숙했지만 마치 요셉과 같이 움직여서 로엔도 쉽사리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마치 아까와는 다른 사람같군.'
무리하면 못잡을 움직임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마음의 한 구석에 자리잡은 의혹과 당혹감이 그를 방해하고 있었다. 벤하르트의 이야기에서 나온 그런 자가 정말 있을것인가 하는 의혹. 그리고 그것에 의한 당혹감. 거기에 새로히 생겨난 만나고 싶다 하는 욕구. 지금껏 생각치도 못했던 자신의 상식을 깨어 버리는 자를 한번 만나 보고 싶다는 욕구에 그의 움직임은 많이 누그러져 있었던 것이다. 하고자 한다면 100초 내에 벤하르트를 제압하고 팔을 잘라 버릴수 있을 터였으나 좀체 그는 실력을 전부 발휘할수 없었다.
반면에 벤하르트는 왠지 모를 고양감에 조금 부족하지만 이전 카도스에서의 힘을 얻은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싸우고 있었다. 비록 그때에 비해서는 많이 모자른건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할정도로 그는 눈앞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집중이라기 보다 무아와 같이 군데군데에서 펼쳐지는 기(氣) 이외의 교묘한 기교에 빠져들어 순수히 감탄하면서 그는 정신없이 싸우는 것이었지만, 하지만 아무리 그가 강해졌다고는 하나 로엔을 상대로 장시간 싸울수는 없었기 때문에 곧 정신을 차리고 그는 동굴의 출구쪽으로 의식을 돌렸다.
아무리 로엔이라 해도 맨손으로 그의 검을 상대하는것은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었기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을 들고 싸우고 있었다. 한번 창과 검이 맞붙는 순간 로엔은 당황했다. 벤하르트가 사용한것은 자신이 인에게 전수해 주었던 상대와 맞붙을때 생기는 반탄력을 이용한 타격기였던 것이었다. 애초에 아까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설사 사용한다 해도 서로의 실력 격차 때문에 별 소용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경우가 달랐다. 방비를 해두었다면 모를까 방비 하지 않은채 정면으로 받아 넘길수는 없는 일격인 것이다.
로엔이 무너지듯 길을 트자 그는 검에 빛을 실어냈다. 염령검도 반응해 타오르는 그 일격에 막아 놓았던 빙벽은 마치 눈꽃처럼 부서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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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부터 무기력증에 시달리는게,, 뭔가 배가 아팠던것 때문이었는데,, 두번 정도 설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일도 조퇴하고 병원에 가보니.. 장염이라네요.. 장염...장염..
연참대전이란게 무서워요.. 배가 아파도 쓰게 만드는.. 여튼 연참대전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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