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71화-마계(3)
숲을 빠져 나오자 황량한 대지가 모습을 들어 냈다.
"대단하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그들이 나온 숲을 제외하고는 푸른 하늘과 황색의 마른 대지 뿐이었다. 그 단순함이 멋지다고 느꼈으나 그곳에 서 있는 자신이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것을 곧 깨달았다.
"알고 있는 숲일줄 알았지만, 사실은 귀도가 다스리는 숲에 이 광경이라, 벤티드의 구석인가. 잘 모르겠군."
"그런데 가렌더 부크에 가는 다른 방법이란건 뭡니까?"
"그게 몇가지가 있지만, 지금 말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우선 네녀석의 실력이 월등히 떨어지기도 하고 나로서도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으니까,"
그는 실력이 없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었는데도 별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요전의 일도 있고 한 까닭에 조금 더 분발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했을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가지 말자고 호소해도 갈 요셉임을 알기 때문에 그는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럼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마계란 곳은 넓거든. 작정하고 오지 않는 이런 사태에 대비 해서라도 인맥 한둘쯤은 잡아 놓는게 옳지. 우선은 그 친구를 불러야 겠다."
그렇게 말하고 요셉은 가볍게 쥐고 있던 손을 펴서 흰 구체의 빛을 만들어내었다.
"이건 암호화 된 기 덩어리야. 사전에 누군가와 만들어낸 암호를 매개체로 한 기이지. 적은 양으로도 아주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치지게 되어 한 나라 이상까지 가게 할수 있어. 정작 읽을수 있는건 특정한 한 녀석 뿐이지."
"그런것도 할수 있군요."
"기로서 다양하게 하는것이 어려울 뿐이다, 어느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기던 마법이던 별 차이를 못느끼게 되어 버리지. 운영체계는 다르지만, 도달하는 곳은 같다 라는거야.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조차도 그런 경지는 아니고 흉내정도를 할 뿐이다.
팟 하고 기의 구체가 빛나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잠시 앉아서 쉬자."
마땅히 앉을 곳이 없었기에 그들은 바닥에 앉아 잠시 대기 했다. 곧 요셉이 공중을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여기서 3일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에 도시가 있다고 하는군, 그곳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는 모양이야."
"네."
"그녀석이 3일이라고 했으면 5일은 족히 걸리겠군. 쓸데 없는 곳에서 시간낭비를 많이 하게 생겼어. 우선은 달리자."
"예?"
"달리자고, 기를 두르고 그 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투시에도 거릴것 없이 사용할수 있도록 일단은 익숙해지는것부터 시작해야지. 거기에 시간도 많은게 아니고, 앞으로도 달리면서 수련하게 될거야."
"....."
그는 거절의 뜻을 표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도 없이 이미 멀직히 뛰어 가고 있는 요셉을 궁시렁 거리면서 따라갈수 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잘 따라 오는군. 언제 이런 훈련을 해본적이 있는건가?"
곧 떨어져 나갈것이라 생각했던 벤하르트가 생각외로 잘 따라오자 요셉이 묻는다. 그의 말을 듣고 벤하르트는 트레이야와의 달리기를 떠올리면서 살짝 웃었다.
"그런게 있었지요."
"아 이런 잠시 멈춰."
앞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요셉이 벤하르트를 가로 막았다.
"마수와는 다르고 요괴 부류 인가, 난처하군,"
허허벌판 그들을 가로 막을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시야는 훤히 뚫려 있었다. 눈에 집중해도 아무것도 볼수 없자 벤하르트가 물었다.
"뭐가 있습니까?"
"그래. 저쪽도 우리를 눈치 챈것 같다. 한 종족인것 같은 모양인데, 이런곳에 산다면 어떤게 되더라도 상당히 포악할것 같군. 문제는 말이지. 내 몸 상태가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거다. 너를 지켜줄수가 없어. 네 몸은 네가 간수해야 하는데 할수 있겠냐?"
"얼마나 나쁜 상태이시길래."
"비유하자면 기의 총량이 너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면 되겠군. 너도 봤지? 내가 쓴 기술은 죽지만 않았다고 외상을 완벽하게 치료 할수 있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신기다. 그런 기술을 사용할때는 엄청난 부담을 받지 않으면 안돼. 기를 전부 쏟아 부어 내는 것으로도 부족했지. 그래서 외상에 한정한 치유쪽으로 돌린거다."
그의 말에 벤하르트는 화들짝 놀랐다. 적이 오고 있다고 난처한 얼굴을 한 요셉. 거기에 가진 힘은 지금의 자신 정도라니, 거기에 주위에는 숨을곳이 한군데도 없는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럼 쉬고 왔었어야죠."
"글세,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니까, 네 기가 500 이 있다고 해보자. 회복 속도는 한시간에 50 이라 치면 10시간이면 쾌유 하겠지? 반면에 나는 너의 100배인 5만이라 해보자, 한시간에 100씩 찬다고 해도 500시간이 걸린단 말이다. 물론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난해하지만 하루 쉰다고 기가 평상시처럼 돌아오는건 아니야. 그렇기에 어느정도 조절을 하면서 사용해야만 하지. 사실 그녀석이 귀도만 아니었다면 나도 그렇게 까지는 해줄 생각이 없었지만,"
"그 귀도라는건 뭡니까?"
"그러니까,, 말해줄 시간은 없겠군, 와버렸다."
접근하는 무리가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 하반신은 뱀이고 상반신은 인간이었으나 전체적으로 뱀의 분위기를 풍기는 마물이었다.
"마계 라는곳 원래 이럽니까?"
"인간과 다를게 뭐 있나. 조금 난폭한 도적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지."
그렇게 말하고는 단숨에 참격을 만들어 셋의 목숨을 앗아갔다. 벤하르트도 그에게 도움만 받는것을 원하는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백광을 이용해 적들에게 쏘아 내었다. 생긴것을 푸타카와 비교해보면 고벌은 강할것 같았는데 개개인의 능력은 푸타카보다는 위였으나 합격이라는 까다로운 점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상대하기 수월했다. 또 다시 포위한 다섯의 무리를 빛으로 물리고 벤하르트가 자리를 옮기려는 순간 몸이 굳은것처럼 멈추어 바닥에 엎어졌다. 요괴의 뱀의 하체로 그의 발을 낚아챈 것이다. 그렇게 걸리자 마자 기다려다는듯 무리는 일제히 벤하르트에게 달려 들어 물어 뜯고 치는둥 동시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으으아아악."
자신이 당하고 있는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든것은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자신의 살을 물고있는 그들의 광기 서린 붉은 눈. 타인이라면 모를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이 묘하게 비현실적이게 느껴져 더욱 공포 스럽게 느껴졌다.
"아직도 멍하게 있을거냐!"
주위의 요괴들이 전부 멈칫 거릴 정도로 큰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벤하르트는 백색의 빛을 두르고 요괴들을 퉁겨냈다. 묶여 있던 다리가 풀려 있는것을 보고 그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인정을 베풀지 마라. 서로가 목숨을 거는 와중에 남에게 베풀 인정이 무엇이고 동정이 무엇이냐. 죽이지 않으면 죽을 뿐이지."
말하면서도 두어개의 참격을 만들어 내어 요괴들을 찢어 내었다.
"아니면 내가 죽어서야 정신을 차릴테냐?"
그 말을 듣고 보니 요셉 답지 않게 전신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팔과 다리에도 잔 상처가 여럿 나 있었다. 하지만 그 상처의 댓가로서 요괴가 지불한 댓가는 너무도 컷다. 족히 100여 마리는 될것 같았던 무리는 어느샌가 수를 헤아릴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고 마음만 다 잡는다면 충분히 압도 할수 있을 정도로 줄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제가."
온지 몇시간도 안되어서 싸운것만 두번. 다음에 싸우는게 바로 이 다음이 될지 한참 뒤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기에 그는 요셉에게 더 무리를 시키고 싶지 않았다. 결정적인 이유로는 벤하르트 혼자서 그들을 충분히 감당해 낼수 있다고 판단한 까닭이었다.
"호오, 할수 있겠냐? 조금 버거울것 같은데,"
"해보지요."
수를 헤아릴수 있을 정도의 무리라 해도 거진 30에 육박하는 요괴. 조금 무리하는게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몇일 사이에 본 벤하르트가 허언을 일삼는 인간이 아니라는것을 파악 했던 터였고 아슬아슬한 실전 만큼 좋은 것은 없었기에 손과 발을 풀고 말했다.
"그럼 맡기도록 할까. 사실 조금 무리 했으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눈을 감고 명상의 자세에 들어갔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 의도를 충분히 짐작한 벤하르트는 그의 주변으로 몸을 옮겨 검을 치켜 들었다.
"최소 거동을 못할 정도로는 손을 봐야 한다. 한마리라도 살아 돌아가면 이 배에 해당하는 요괴가 올테니까, 생명력이 끈질기니 너에게는 다행이겠지?"
자잘한 견제 공격을 하던 요괴는 갑작 스레 그들을 향해 달려 들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눈부시게 흰 백색의 빛에 의해 단체로 떨어져 나갔다.
"쿠오!"
이대로 막아내기만 해서는 승부를 보기 힘들다는것을 알고 그가 몸을 날렸다. 그의 검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방어가 불가능한 공격이나 다름 없었다. 어느 정도의 속도가 되면 피할수가 없어 막아야 하는데 기도 다루지 못하는 그들의 어설픈 피부는 쉽사리 갈라지는 것이다. 본래 형식이 없는 검술이었지만 하루에도 수백번씩 휘둘러 익숙한 그 몸놀림을 요괴가 감당해 낼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의 검으로 하는 기술은 그의 생각에 연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죽이지 않을 정도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자연히 현저하게 위력이 줄수 밖에 없었지만 검은 사정이 달랐다. 약하게 베던 강하게 베던 벤 곳은 여지 없이 베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나서서 요괴를 베면서도 요셉의 주위에 그들이 접근하면 몸을 날려 요괴를 베어 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살아 남은 다섯의 요괴는 도망치지도 공격하지도 못한채 망설이고 있었다.
"뭐하고 있어? 어서 끝을 내지 않고,"
"으음."
"하여간 정말 어설픈 녀석이다. 백이 있으면 백을 죽이되 다섯이 남았다고 약해질것은 없지. 정 뭐하면 이렇게 해 버리면 끝이고,"
손가락으로 참격을 퉁기니 요괴 셋이 쓰러지고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있는 와중에 남은 둘이 쓰러졌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벤하르트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접근한 요셉은 그들의 팔과 다리를 손가락으로 짚고는 유유히 벤하르트에게로 걸어 왔다.
"덕분에 조금 회복했다."
"당한것도 거짓말이었군요."
자신과 같은 정도의 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정도의 움직임에 실망스런 어투로 벤하르트가 말했다.
"그래 내 참격으로 조금 그슬린 정도지. 아무리 힘이 떨어졌어도 그정도로 당할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네가 저 무리를 해칠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원래 조금 지나고 나서 도와주려고 했었는데 의외로 잘 해내더라."
"그렇다고,"
"뭐 숨긴것은 미안하지만 본래 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상황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지. 내가 상당히 다쳤다 라는 상황은 네가 기를 다루는데에는 이로운 상황밖에 되지 않았을 거다. 거기에 위험하면 내가 도와 주기도 했을테고,"
수련이라는것을 행할때는 거진 대련이라는 방법을 택했었기에 실전 아닌 실전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벤하르트는 그의 말이 막연하게 나마 이해가 되었다. 실제로 자신은 저런 수단을 사용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지친 몸을 수습했다.
"쉬기 전에 방금 내가 눕힌 녀석들을 확인하고 와라."
요셉의 말을 듣고 요괴쪽으로 가보니 그들의 팔과 다리에는 ∞모양의 고리가 걸려 있었다.
"기로 만든겁니까?"
"그래. 많은 기를 낼수는 없어서 효과는 5일 정도 뿐이겠지만 그정도면 충분하겠지. 저녀석들이 나으면 남은 녀석들도 반정도는 살아 남을수 있을 거다."
"반 이라.."
중얼 거리는 벤하르트는 순간 오금이 저려 드는 기분에 요셉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뭐 하는 겁니까?"
"너 말야. 그렇게 애 쓰다간 가렌더부크에 가지도 못하고 죽는다. 아까 만났던 마수나 지금의 요괴도 전체적으로 보면 별것 아닌 녀석들이야. 물론 이런 곳이니 그런 것들과 만난 것이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정말 강한 녀석들을 만났을때 그리고 기회를 잡았을때에도 그렇게 망설일거냐? 그랬다가는 초가 지나기도 전에 죽어 버릴걸. 여긴 네가 살던 곳과는 달라. 괜히 마계라고 불리는게 아니란 말이다."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일때 아마 넌 휘두르지 않을걸. 그런 녀석인것 같다. 내가 아는 녀석중에도 너와 비슷한 녀석이 있어서 알고 있지. 그녀석은 죽었지만,"
놀리는듯 말하면서 그는 쓴 인상을 지었다. 입은 웃는데 어찌나 처절해 보이던지 벤하르트가 미안한 마음이 일어날 정도였다. 잠시 그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요셉이 말했다.
"네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조금 생각해둔게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조금 계획을 바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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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페이지를 넘겨서 보니..
어라.. 벌써 1년..?
공백기 한달과 이모저모를 더해도 얼추 1년.. 꽤 됬군요..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새로운 무언가가 머릿속에 자꾸 떠올라 좋기는 한데 엔쿠라스와는 관계가 없다는게 애석할 뿐입니다. 그냥 어디 적어 놓고 그걸 쓰게 될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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