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53화-선후(先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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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낸다고 이 몸을 네까짓것이 말이냐!"
벤하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에 맞다고 대답하는것은 어찌 보면 승리를 눈앞에 쥐고 있었던 자에 대한 모독을 하는것과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발이 움직이고 붙은 두개의 색은 장렬한 전투를 시작했다. 벤하르트가 강한것은 사실이었지만 일방적일 정도도 아니었고 조금전 제네스를 상대하던 벤하르트 같은 경우 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맞붙고 있었기 때문에 좀체 결말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팽팽히 싸운지 얼마 되지 않아 드디어 한쪽이 밀리는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럴수는 없.."
제네스가 뒤로 시간을 벌기위해 거리를 벌려도 그것을 가만히 둘 벤하르트가 아니었다. 바짝 달라 붙은 그를 떨쳐내지 못한 그에게서 붉은 피가 셈솟앗다.
"팔!?"
벤하르트가 노렸던 것은 왼쪽 팔. 팔이 잘리자 속에서 울컥하고 무언가가 올라온다. 느글거리는 속을 가까스로 억제하고 있는 그의 오른손에 짜릿한 진동이 느껴졌다. 왼손에 신경을 쏟고 있었기에 오른손쪽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나 너무도무방비하게 당한 자신의 행태에 조소마저 튀어 나올것만 같았다. 잘려진 왼쪽팔의 공허함을 느끼기도 전에 그는 위축되어 가는 자신의 힘을 느껴갔다.
서서히 마검과 동화되어 가기 전 본래의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원한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했다.
"어째서 방해하는 것이냐. 어째서!! 스승을 앗아간 녀석들에게 복수하고 싶었을 뿐인데! 나를 봐 주었던 유일한 사람을 앗아간 녀석들에게 복수 하고 싶었을 뿐인데!"
"안돼."
잘려진 제네스의 왼쪽 팔이 검을 쥐어 들었다. 검을 쥐어든 왼쪽팔은 멋대로 움직여 주변을 초토화 시키기 시작했다. 그 공격에는 과거 숙주였던 제네스 마저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슨 짓을?"
제네스는 방금전에 일어났던 일을 믿을수 없었다. 벤하르트가 뛰어 들어 자신을 구해주던 그 순간을.. 차라리 보지 못했다면 좋았을 그 광경을 그는 보고야 말았다. 그에게 그런 행동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서는 그런 행동이 벤하르트에게서 나온것이 더할나위 없이 싫었다.
그의 잘린 왼팔과 벤하르트는 신들린듯 싸우고 있었다. 벤하르트가 밀리고 있는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압도 하고 있었지만 그 전과는 싸움의 질이 달랐다. 전의 상황이 제네스를 마검이 보조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면 지금은 마검 자체를 없애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능해.'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애초에 이 세례에 자신을 이용한 이유. 그녀의 본의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고 이 일을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지도 알수 없었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확실한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것은 적어도 자신이 이곳에서 검을 파괴할 가능성이 존재 한다는 사실이었다.
'대장장이로서 할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상대는 저 괴물.'
하지만 그는 왠지 모를 자신이 있었다. 단순히 지금 얻은 힘에 의한 자신감은 아니었다. 수많은 검을 벼르고 수 많은 검을 녹이고 부수어도 보고 그런 세월에서 몇번 볼수 없는 기이한 느낌이 온몸에 느껴졌다. 한껏 예리해진 예기 보다도 더욱더 무서운것은 그의 집중력. 그의 시선은 검 수명의 끝을 보고 있었다.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는 그것은 언제나 볼수 있는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몇년에 한번 본다면 많이 봤다고 할수 있을 정도의 기이한 현상. 매번 볼때마다 검에 의한 환상이라고 치부했던 검의 마지막. 그 순간을 그는 전신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 흐름을 베어 내면.."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고통이 느껴져 왔다. 허릿춤에서 느껴지는 아픔. 그 아래에서 제네스는 멍한 표정으로 벤하르트에게 검을 찌르고 있었다.
"저녀석이!"
"벤하르트!"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당장에라도 빛의 장막을 나가고 싶었지만 그가 쳐놓은 장막을 통과할수는 없었다. 정신을 차려 마검과 마주하려는 순간 그의 시야가 붉어진다.
"벤!!!"
가슴을 길게 대각선으로 베고 지나간 마검은 다시 그에게로 방향을 틀어 돌진했다. 인간의 생명을 취하는 가장 기본적인 놀림. 목이던 심장이던 그 찌르기에 꿰뚫리면 즉사를 면치 못할 마검의 움직임을 그는 비틀거리며 피해 낸다.
'아직 아직이다. 조금만 더.'
왜 자신이 당했는지 이해하는데에 정신을 할애할 시간은 없었다. 그보다도 먼저 마검의 수명을 앗아갈 절기를 노린 일격에 그는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 검과 벤하르트가 교차한다. 가슴을 가른 혈흔의 상처가 터져 피가 솟아 나옴과 동시에 그 붉은 검은 종말을 고했다. 미친듯이 돌던 검의 끝은 붉은 빛으로 주변을 비추며 그렇게 사라져갔다.
"크아악."
"벤!"
"벤하르트!"
벤하르트가 쓰러지자 빛의 장막이 자연스레 사라졌다. 빛의 장막에는 치유의 효과까지 있었기 때문에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마법 레니아 마법으로 치료 해봐."
"하고 있어."
땀을 뻘뻘흘리며 레니아는 벤하르트의 치유에 자신의 전 마력을 소모했다. 약신이었지만 마법에는 능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문적인 실력을 필요로 하는 치유도 능숙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막대한 마력에 곧 그의 상처는 아물고 호흡도 가라앉았다.
"헥 헥. 으아 손하나 까딱 못하겠어."
"그래도 그런 상처를 낫게 할수 있다니 역시 대단한 마법."
눈을 굴리며 트레이야가 말했다. 몸은 한껏 지쳐 있었지만 레니아는 몸을 일으키고는 제네스에게 접근했다.
"벤이 일어나기 전에 이녀석의 처분을 결정하자."
"일어 나고 난 후에 해도 괜찮지 않을까?"
"안돼. 벤의 성격상 반대할게 뻔하잖아. 이런 녀석."
레니아의 손에 마력이 깃들었다. 거의 빈사상태 직전까지 몰린 제네스가 그 공격을 맞는다면 확실하게 즉사에 이를 공격이었지만 그 공격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만둬 레니아."
"벤. 회복이 너무 빠르잖아."
"그런 마력을 받으면 곧 죽어가던 사람도 살아 나겠더라. 그 손 거둬."
"하지만 이녀석은."
"끄으윽. 이대로.. 이대로."
꿈틀 거리면서 그가 움직인다. 더듬는 손은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다름 아닌 그 마검을.
"스승님이 가졌던 힘으로.. 복수를.."
"트레이야 저녀석이 말하는 스승이란 바로 너의 아버지일거야."
"뭐?"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동시에 놀라며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저녀석과 처음 만났을때 제네스가 원했던것은 지도였지. 그 지도로 이곳에 들어 온것이고 결국 그는 스승의 검 즉 트레이야 너의 아버지의 검을 얻기 위해 이곳에 온거야. 스승을 죽인 라군델과 그에 관련된 모든것들을 없애기 위해서. 믿기지는 않지만,"
"그걸 벤하르트가 어떻게 알아?"
"트레이야 네 아버지의 이름 브레인이라고 하지 않아?"
"....."
긍정의 침묵. 무어라 더 말하지 않고 벤하르트는 제네스를 바라 보았다.
"그래. 그 스승의 제자가 바로 나다. 트레이야 너라면 이해할수 있지 않나? 나의 감정을. 소중한 사람 그것도 너의 부모님을 죽였다. 너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거냐!"
"부모님이 죽은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자세한것은 알지 못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일을 했다는것도 알고는 있었지. 그렇다고 해서 돌아가신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느낀것은 아니야.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도 부모님 하면 떠오르는것은 따스한 느낌이거든. 어떤 기억이 없다고 해도 아마 내가 느낀 부모님은 괜찮은 부모였을거야. 아마 너를 먼저 만났다면 복수를 하고 싶어 졌을지도 모르지."
"먼저..?"
제네스는 그녀를 이해할수 없었다. 차라리 부모님에 대해서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이해를 할수 있었을 텐데 그녀의 말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녀석을 먼저 만나 버렸거든. 뭐랄까 바보병에 전염 된것 같아. 남에게 몇년을 놀면서 살수 있는 거금을 내어주고 착한건지 이상한건지 알수도 없지. 설사 너같은 원수라 할지라도 구해주는 저런 바보 같은 녀석을.. 벤하르트를 먼저 만나 버렸거든. 그런 이유야."
트레이야는 벤하르트에게 어깨를 걸치며 말했다.
"어이."
그에 트레이야는 말이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이 상황은 이해할수 없는 일 투성이었던 것이다. 이런 대단한 검을 지닌 그녀의 아버지인 브레인이 죽었다는 것도 그 제자인 제네스의 행동도 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혼란이었던 것이다. 어디까지나 제 3자인 벤하르트가 느끼는 기분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으로 그녀는 매달리듯 벤하르트의 목을 팔로 걸어 내었다.
[구구구]
"음?"
"으흐흐흐 하하하하하. 분명 스승님은 마검을 엮어 내고 사용할수 있으며 봉인했지만 이 곳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 마검이었다. 그 마검이 완벽하게 사라진 지금 이 세계가 붕괴되는것도 시간 문제겠지. 하지만 나갈수는 없어. 출구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지는 않겠지? 아무리 빨라도 10분 이내에는 무리인 이야기다. 이대로 이 세계와 사라지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 지겠지."
제네스는 웃었다. 하지만 그 소리에 진정 행복한 목소리는 느끼지지 않았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변화. 아직도 지워 지지 않고 있는 한 조각이 그를 웃게 만들었지만 곧 그 웃음 조차도 희미한 미소로 남을 뿐이었다.
"으으.."
"하아."
"어?"
"앗?"
"!!"
엮어낸 빛의 끈은 레니아를 거쳐 트레이야 제네스의 배를 둘러 조여 왔다.
"잡아. 간다!"
무시무시한 속력 모든 힘을 속도에만 쏟아 부은 그의 빠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최단으로 올라온 레니아보다도 몇배는 빠르다 할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지만 세계는 점점 부셔져 나갔다. 조각조각이 되어서 한조각씩 검은색의 무언가가 집어 삼키고 있었다.
'안되겠어. 힘도 한계고 따라잡히겠다. 이대로는.'
그런 걱정을 날려버리는 목소리가 그에게 들려 왔다.
'고생 많았다 설마 하니 정말 해낼수 있었을 줄은 몰랐어.'
'브레인?'
'이제 힘은 얼마 남아 있지 않지만 이래뵈도 카도스의 파수꾼이니. 너희정도 내보낼수 있을 정도의 힘정도는 남아 있지.'
'잠깐만요. 트레이야는..'
'그래 한마디 정도는 하고 갈 생각이야. 너에게는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군. 부모 없이 자란 트레이야가 저렇게 바르게 살수 있어서 사실 놀랐거든. 우리 가족이 피는 조금 믿을수가 없어서..'
'하..'
마지막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그의 가벼운 어조에 벤하르트는 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카도스에와서 몇가지 브레인의 변화를 보아 왔지만 역시 지금의 브레인이 가장 그답지 않은가 하고 조심스레 생각했다.
'그럼 들어왔던 입구로 너희들을 내보내 줄게. 제네스의 일도 고맙다.'
벤하르트를 비롯한 모두의 몸이 빛으로 물들었다. 그의 시야에 어둠이 덮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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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해 주신 앤드류님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제 소설은 뜻하지 않게 선작이 늘어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선작이 오르면 추천을 받았다는것을 딱 알수 있습니다. 바로 확인해보니 이게 왠걸 앤드류님의 추천글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길어지니 이만 줄이고 다시한번 앤드류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 사 합 니 다!
ㅠ(_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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