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49화-마검(2)
"스승이라고는 하나 어차피 가짜의 몸. 본신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하는군요."
브레인의 몸이 쓰러져 내렸다.
"....."
잠시 쓰러진 브레인을 내려다 보고 브레인은 중앙의 문양에 올라섰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중얼 거리자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문양은 위로 부양되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어두운 연기로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마치 눈을 감고 있는 듯한 느낌이 줄정도의 어두움을 느끼고 제네스는 발을 내밀었다.
"여기에 그 검이.. 윽."
순간적으로 왼손이 욱씬 거리자 그는 주춤 거리고는 물러섰다. 멈추지 않는 욱씬 거림은 점차 그에게 이상한 고양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는 손을 들어 욱씬 거리는 느낌을 따라 앞으로 걸었다. 갑자기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뻗은 손에 느껴지는 감촉 그것은 분명히 검이었다.
"하하하.. 하하하!! 이것이 스승님이 사용했던 마왕의 힘이 담긴 검이라는건가."
전신을 뒤덮는 이상할 정도의 힘은 지금까지 사용했던 자신의 육체가 아닌것 같은 기분마저 만들게 해 주었다. 검을 손에 쥐자 지금껏 주위에 퍼져 있던 검은 연기가 검에 따라 들어갔다. 검은색과 붉은 색이 섞인 검신은 귀기(鬼氣)가 넘쳐 흘렀다.
"이것으로.. 이룰수 있다."
"주위가 싸늘해졌다."
배를 하늘로 향하게 누워 있는 벤하르트의 시선의 끝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검은 구름이 탑쪽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느낌이나 감을 받기가 쉬운곳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불길한것인가를 쉽게 알아차릴수 있었다.
"설마."
몸을 떨면서 움직이려 해도 그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루에인과의 싸움에서 평소의 힘 이상을 사용한 까닭도 있었지만 그의 몸의 주변에 마지막으로 혼신의 기를 엮어 놓은 루에인의 기가 엉켜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으으으으!"
레니아의 쪽에서도 곧 이변을 눈치 챌수 있었다. 한참 탑을 오르던 중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전신에 한기를 느끼고는 자리에 멈추어 섰다. 트레이야는 굉장히 정신력이 높은 상태였기 때문에 위에서 벌어진 무언가의 힘이 엄청나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현재의 그녀가 안전을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해 이건.'
"레니아. 방금 그거.."
"그래 나도 느꼈어."
트레이야는 레니아 만큼의 힘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막연하게만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트레이야. 이 앞은 정말 위험할것 같아. 너는 사실 이 일에 관계가 없으니까 오지 않는게 좋을것 같아."
"그러니까 너희는 아닌것 같아도 참 닮은 꼴이야."
"....."
"난 가겠어. 돌아간다고 꼭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트레이야는 성큼성큼 탑을 올랐다.
"어떻게 되도 난 몰라."
탑의 계단을 올라 그녀들은 브레인이 있었던 공간에 도착했다. 브레인의 몸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마자 레니아는 인상을 찡그리며 공중을 보았다.
"이 위에서 그 불길한 느낌이 내려오고 있어. 여기에 오를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겠지."
"그렇겠네. 그러고 보니 이 장소 어딘가.. 알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
"자꾸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트레이야. 네가 여기에 올수 있었을리가 없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레니아는 곧 원형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곳을 발견하고 그 위에 올라섰다.
"그래. 여기야. 이곳에서 마력이 느껴지고 있어. 이곳 외에는 위로 올라갈수 있는 방법이 없을거야. 아마도 이곳이 끝층 이고 이 위는 도 다른 별개의 공간일거야."
"그런것도 알수 있어?"
"하지만 이거 열수가 없겠는데 어떻게 하면 열수가 있지?"
"으음.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것 같은에 어디지."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것 같다..? 뭐야 그게."
레니아는 바닥에 손을 짚고 계속에서 마력을 이용해 문양뚫기에 도전했다.
"에베낫사."
트레이야가 중얼거리자 레니아가 물었다.
"뭐야 그게? 앗."
울리는 소리가 문양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곧 문양은 떠올랐다.
"어떻게 된거야 트레이야?"
"아니 그게. 이곳 말야. 부모님이 남기신 그 '지도'에 그려 있었던 장소와 비슷했거든. 그 밑에 적혀있던것은 잃었던 것인데,"
"그렇다면 왜 너희 부모님이 이곳을.."
[철컹]
"으읏."
레니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숨이 죄여 오는 압박이 앞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붉은 주위의 풍경 압도될것만 같은 기운이 그녀의 앞에서 일고 있었다.
"도착했나. 그래. 둘다 분명 대르나드에서 보았었지. 레니아라고 했었지? 다른 하나는 트레이야이고."
트레이야는 레니아 만큼 상대의 실력을 아는것은 아니었지만 트레이야라고 언급할때의 제네스에게서 급격하게 살기가 느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래 트레이야라.. 이거지? 없애고자 했던 대상이 찾아와 주니 아주 고맙군."
"뭐?"
붉은 색의 줄기가 빠르게 트레이야에게 접근했지만 레니아의 손 앞에서 서서히 부서져 나갔다.
"대단하군. 너에게서는 신기(神氣)가 느껴진다. 그래. 원래는 신이었던가. 이곳 정신계에 들어와 반신의 힘을 가지게 되었던 것 이겠지?"
"인간이니 신이니 하는 분간을 너같은 녀석에게 듣게 될줄은 몰랐는데, 건방지기는 지난번의 일을 되갚아 주겠어."
"굳이 갚으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건 너에게 준 선물 같은 것이었으니까, 아니면 역으로 한번 해주기라도 할거냐?"
그 말에 반응해 레니아의 몸이 움직였다. 바람의 마법을 이용한 이동으로 빠르게 제네스의 근처로 이동해 폭발을 일으켰다. 폭연속에서 둘이 맞붙는 소리만이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는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레니아가 위험해. 그녀석 정말 나에게 화났겠지. 아마 저것의 위험성을 안다해도 나를 보기가 싫어서라도 갈 녀석이니까, 일어서야 돼. 일어서.. 일어서..."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암시를 걸어낸 벤하르트는 조금씩 몸을 일으킬수 있었다. 빛을 뒤덮어 루에인의 기술을 제거해 보려고도 했지만 루에인도 혼신의 힘을 짜냈던 공격이었던 까닭에 단순히 벤하르트의 빛을 뒤덮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간신히 걸을 정도로 몸이 나아지기는 해도 전투에 이를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머리가 땡겨 오듯이 아프고 저려와 비틀거리면서도 그는 한걸음씩 옮기기 시작했다.
"서는게 좋을것 같군. 그 상태로 가 봐야 죽음을 당할 뿐이니까,"
"크윽. 너 너는?"
갑작스러운 K의 등장에 벤하르트는 놀란눈을 하고 그를 쳐다 보았다.
"뭘 그리 놀라지? 루에인과 나는 같은 조직에 속해 있으니 내가 이곳에 오는것도 무리는 아닐텐데,"
휘리릭 거리며 손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카드소리가 벤하르트의 정신을 자극하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 움직여 전투 태세를 하는 벤하르트를 보고 K는 큭큭 거리면서 웃었다.
"정말 대단하다면 대단한 녀석이로군. 기를 다루지도 마법을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그 상태로 움직일수 있는것인가. 거기에 이 나와 싸우겠다고? 후후후. 진심이었다면 만점이고 설사 거짓이었다고 해도 90점 정도는 줄수 있겠군. 벤하르트. 너는 올라가서 내가 죽어라 열광할만한 멋진 싸움을 나에게 보여 줄수 있나?"
"나는.. 당신을 위해 싸우는게 아니야. 손해를 보지 않고 이길수 있다면 빨리라도 느리게라도 이길수 있다. 그것이 네가 열광할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지."
"그도 그렇겠군. 하지만 이기려고 싸운다면 분명 즐거운 대결이 되겠지. 좋다. 그 상태로 나에게 조금이라도 닿을수 있다면 너의 몸 자유롭게 만들어 주지."
'이상해. 지금도 전에도 엄청난 살기를 뿌리고 있는데 어째서 이런 낭비를 하는거지?'
그 의아함 보다도 현재 중요한것은 한시라도 빨리 K에게 공격하여 몸의 구속을 푸는 일이었다. 눈을 감고 벤하르트는 상상했다. 자신이 집중을 가장 잘 할수 있도록,
'말투로 보아 본인이 공격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나는 검을 쥐고 있다.'
"하아아!"
돌진하는 듯 한걸음을 내딪음과 동시에 검에서 백색의 빛이 그를 덮쳤다. 세갈래로 뻗는 단순하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K는 그 자리에서 조금 움직이는 것으로 그 공격을 회피할수 있었다.
"꽤나 괜찮은 일격이군. 몸이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는것을 감안한다면, 하지만 그정도로는 무리지."
'조금만 닿으면 된다고 했으니 이렇게!'
수십개의 빛이 K를 향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오감중 한가지를 잃게 되면 나머지 감각이 좋아지는 현상이 있는데 지금의 그도 몸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에 검을 다루는 능력을 좀더 능숙하게 할수 있었던 것이다.
'저건 조금 힘들겠군.'
손을 움직이자 어느샌가 카드가 그의 중지와 검지 사이에 나타났다. 날아오는 빛을 일일히 카드로 쳐서 땅에 떨어 트렸다.
"정교한 만큼 힘도 떨어지는 모양이로군. 위에 볼일이 있다면 서둘러야 할텐데, 아쉽게 되었군."
'잔재주로는 역시 무리야. 저녀석에게 닿기 위해서는 확실한 힘이 필요하다.'
벤하르트는 다시 검을 쥐었다.
'빛을 다루는 정교함이나 다채적인것이 아니다. 이녀석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강함이 필요해.'
어떻게 해야 강하게 사용할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인식하지 않았고 사용하지 않았던것 뿐.
"이번에는 진짜 인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카드를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
'그래.. 지키기 위해서!'
백색으로 요동치는 검에서 솟아나오는 빛이 K에게 쇄도했다. 더할나위 없이 빠르고 아름다운 공격은 K의 카드를 뚫어 그의 몸을 뒤덮었다.
"으음. 꽤 괜찮은 공격이었다. 최저 조건은 통과한 셈인가.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그건 위에 가면 해결 되겠지."
'해결하지 못한다면 죽을 운명 뿐이겠고,'
마치 벤하르트의 대답 대신에 이런 조건을 내건것처럼 보였지만 루에인과 싸울때의 실력으로 보아 위의 제네스와 싸워 봐야 예언에 나왔던 1할은 커녕 절대적으로 무리라는것을 알았던 K는 조금이나마 벤하르트가 이길수 있는 확률을 만들어 두고 싶었다. 카도스라는 완벽한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결과는 그에게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이녀석에 위에 있는 두명. 부족하지는 않겠지?'
생각을 끝내고 K는 벤하르트를 향해 카드를 던졌다.
"윽."
다리부터 전신에 묶여 있던 기의 뭉치가 끊어져 나가자 그는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렸다. 그는 자신의 몸을 움직이면서 상태를 확인했다.
"합격. 전신의 해방감에 좋아할때가 아닐걸? 위의 큰 힘중 하나가 약해져 가고 있으니까, 아마도 너의 소중한 그녀일 테지만, 어?"
감았던 눈을 뜬 K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처한 처지에 낄낄 거리면서 웃고 그는 가볍게 발걸음을 놀렸다.
"이런 이런. 무시 당한건가. 어쨋든 양념도 뿌려 놓았으니 시식을 하러 가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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