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27화-K(4)
"벤하르트 하르크."
갑작스러운 질문에 약간 당황하며 벤하르트가 대답했다.
"그래 벤하르트라 이거지. 그쪽은?"
"레니아."
"트레이야라고 해."
네냐는 흥미롭다는듯 트레이야를 보더니 그녀의 팔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으앗 뭐하는거야?"
"이상한데 완력으로 그녀석을 이겨서 대단히 근육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잖아."
"이봐. 그래서 여기에 온 이유가 뭐야?"
마음대로 쳐들어 와서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네냐에게 약간 불쾌한 기색을 내보이면서 벤하르트가 물었다.
"그래.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같이 호위를 하자는 제의 때문이야."
"같이 하다니. 본래가 같이 하는거잖아 호위는."
이상하다는듯 쳐다보는 트레이야를 뒤로 하고 네냐가 말했다.
"기본은 동료 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일이 벌어진다면 같이 라기 보다 자신의 능력껏으로 바뀌게 되어 버리게 될거야. 아니 원래가 그렇다고 해야 옳겠지. 같이 싸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걸."
"그런데 굳이 우리와 같이 할 필요가 있는건가?"
"글세 우선 대답부터 해줬으면 좋겠군. 예인가 아니오 인가."
벤하르트는 잠시 레니아와 트레이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작게 말했다.
"예 라고 답할게 상관 없지?"
"왜? 물론 수락 해도 상관은 없지만 저렇게 예의 없는 여자의 의견을 순순히 받아 들이고 싶지는 않은데,"
"이상한 자존심 내세우지 마. 우리는 저들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 저들을 이기기 위해 호위를 하는것도 아니야. 순수하게 목적만을 따지자면 돈이잖아? 가급적 힘을 합쳐서 막고 10마크닐을 받는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이야기야. 마음에 안든다면 듣고 나서 따로 행동 해도 되는것이고, 거기에 저 말이 진짜라면 조금 더 안전하게 호위를 할수 있나느 이야기가 되니까, 여러모로 나쁠건 없어. 주의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알았어."
의견을 수렴한뒤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들었으니 말인데, 너희 말고도 다른 호위에게도 가서 이 제의를 했었어. 다 거절 당했지만 말야. 건방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지. 그래도 너희가 가장 신사적이군."
"이쪽에는 여자가 둘이나 있는데?"
"아 그랬지. 어떻게 들으면 기분이 나쁠수도 있겠어. 사과할게."
레니아의 말에 네냐는 고개를 숙이면서 순순히 사과 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제의를 한 특별한 이유를 들어 봐야 겠는데, 이쪽이 그쪽 제의를 받아 들인건 어디까지나 내용이 이상하지 않을때 뿐이야."
"그래 그럼 말해주지. 너희 여행객들이지? 거기에 이쪽 남부에는 처음 와보는것 같아. 약간 어색한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더라. 이곳 사람들은 마법을 보고 놀라워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거든. 생활의 일부를 보고 신기한듯이 쳐다보는 사람은 없는데 너희들은 약간씩이나마 반응을 보이더라구."
"그래서?"
"마법 실제로 본적 그리 많지 않지?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마법에 의지 하지 않기 때문에 나와 함께하는것은 더 좋다고 할수 있지."
네냐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나는 마법사야. 주로 수비를 담당하면서 사람들을 보조해주는것을 중심적으로 익히고 있는 마법을 구사하지. 예를 들어 평상시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수 있는 마법이라던가 평상시 보다 더욱 강한 힘을 끌어내는 것도 가능해. 그렇기 때문에 이쪽은 일행이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거야. 이들도 그중 하나지."
뒤를 가리키면서 네냐가 말했다.
"루루투라고 한다."
"토놈이다."
"루루토라고 한다."
"루루투 루루토?"
트레이야가 웃으면서 말하자 루루투 라고 말한 쪽이 입을 열었다.
"우리 둘은 형제라서 이름이 비슷하지. 이곳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아무쪼록 양해해주기를."
덩치가 상당히 큰데도 의외로 예의가 바른 루루투의 태도에 벤하르트는 자연스레 고개를 숙였다. 순간적이나마 피식 웃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조금 무례하게 들어온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원래 보조가 주업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가리거든. 겉으로 보기에 나를 보조하는 자 라고 느끼지는 않지만 실제를 알았을때 이용만 해먹고 버림을 당할때도 상당히 빈번해서 말야. 그렇기에 나는 사람을 가리지. 그저 제의를 하는게 아냐. 사람을 가리기 위한 위장이지. 물론 1:1이라면 그렇게 밀리지 않을 자신 정도는 있어."
"그래. 너는 사람들의 보조를 지원하는 마법사라 이것이고, 좀더 확실하게 호위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와 손을 잡기를 원했다 라는 이야기군. 그렇다면 좀더 확실하게 해야 할것이 있어."
"무엇을?"
"그렇다면 지금 모여 있는 7명은 한 팀과 같다 라고 생각해도 되겠군. 거기에 네가 보조를 한다고 하면 서로의 실력과 그에 따른 위치 성격을 정해야 한다는 거야."
호위를 하기에 앞서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을 벤하르트는 입 밖에 내었다. 자신과 레니아 트레이야 만으로는 이런 체계적인 것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인원이 많아지고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라 하면 서로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것이 옳은 것이었다. 그것과 함께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도 조금 숨어 있었다.
'조금 의심하고 있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네냐가 물었다.
"그래 어떻게 할까?"
"우선 서로의 실력부터. 그리고 특기와 주류로 사용하는 무기 기술등을 말하도록 하자. 역할은 그 뒤에 결정해도 상관 없으니까,"
"실력은 어떻게 증명할거지? 서로 싸우기라도 할까?"
벤하르트는 가방을 뒤적여 전에 낙찰했던 흑수정을 꺼내 들었다.
"실력은 이것으로 대충 정하도록 하지. 경험이나 성격은 상당히 중요하지만 서로 싸운다는것은 지금의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으니까,"
"오오, 벤하르트 조금 하는걸? 왠지 조금 달라 보여."
"평소라면 당황했을것 같은데 조금 이상한걸. 뭐랄까 음 음. 그냥 조금 더 예리해진것 같기도 하고, 빈틈이 줄어 든것 같기도 하고, 그 전부터 조금 이상해진듯한 기분이 들지만,"
레니아는 어디에서 부터 였을까 곰곰히 생각했지만 답은 잘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바다를 건너기 전이 아닐까 하는 심증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어쨋든 좋은쪽으로 달라진 거니까, 좋은게 좋은거지. 왜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벤하르트는 흑수정을 보여 주면서 뒤에 앉아 있는 레니아와 트레이야에게 살짝 손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덧붙혀서 위를 가리키고는 X를 그어 보였다.
"이것은 자신의 힘을 측정하는 마도구인데, 이렇게 쥐고 있으면 흰 연기가 자신의 힘을 나타내어 주지. 난 450으로 나와 있군."
'전력을 다하지 말라는 이야기구나.'
전의 벤하르트보다 낮은 수치로 표기 되어 있는 흑수정의 값에 상황을 파악한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힘을 조금 억제 했다.
"나는 420 이네."
"음.. 319."
자신의 약함을 노골적으로 들어내 표기해 주는 마도구를 살짝 노려봤지만 상황이 달라지는것은 없었다. 돌아오는것은 한숨이라는 이름의 탄성뿐이었다.
"재밌는 마도구를 가지고 있는데, 잠깐만. 아 나왔다. 375."
네냐는 375 루루투와 루루토는 700을 넘는 완력을 보여 주었고 토놈은 432라는 기록이 나왔다.
"대충 실력은 알게 된건가?"
"아직이야.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를 말해줘."
"거참 까다롭군. 우리는 악의를 가지고 접근한게 아니란 말이다. 힘정도로도 충분한것 아냐?"
계속되는 벤하르트의 의심과도 비슷한 물음에 토놈은 언성을 높히면서 말했다.
"충분하지 않지. 뭔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은데 지금 내가 묻는건 너희들을 의심하는게 아냐. 무기와 힘을 알아두어서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계획을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지. 이것들도 알지 못한다면 굳이 이런 제의를 할 필요가 없지."
"네냐의 마법강화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이 제의는 의미가 있는거라고,"
"상대는 엄청난 물건을 훔치면서도 지금껏 단 한번도 잡힌적 없다는 도둑. 사실 나는 이번 호위가 성공할거라고 별로 생각하지 않아. 이왕이면 15마크닐 안되더라도 9마크닐정도를 벌고자 하고 있을뿐이지. 그런데 고작해야 보조 하나만으로 잡을수 있다고 확정할수 있을까? 만약 자신의 무기조차 밝힐수 없다면 믿어 달라는것도 무리 아닌가?"
"자 자 벤하르트의 말도 일리는 있어. 분명히 그정도로 자신을 숨기면 팀을 만든 의미가 없을것 아냐. 나도 이번에는 벤하르트의 의견에 찬성해."
"쳇. 내가 주로 쓰는 무기는 이 장갑이다. 이건 비밀로 했을때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사실 별로 알려 주고 싶지는 않았던거다. 보통의 장갑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특정 조건을 채우면 손톱이 나오는 장치로 이루어져 있지. 상대는 장갑의 주먹만을 막다가 구멍이 뚫린채 사망하게 되는거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손톱의 칼날을 보면서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형제의 무기는 여기 놓여 있는 신목(神木)이다. 이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일반의 몽둥이 같아 보이지만 우리 마을에 존재하는 신목으로 만들어진 신기한 물건이지. 보통의 검으로는 생채기 하나 낼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또 강력하다. 검이 무언가를 베어내기 위한 도구라면 이것은 부수기 위한 도구지."
확실히 루루투와 루루토의 몸을 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몽둥이라도 사람의 뼈를 부술수 있을것이라고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실제 기록도 700을 넘기는 최고의 완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벤하르트는 자신의 검을 빼어 들고 루루투에게 말했다.
"내가 말하기는 뭣하지만 이 검 상당한 명검인데, 한번 대치해 봐도 될런지?"
루루투가 고개를 끄덕이자 벤하르트는 검을 휘둘렀다. 혼신의 힘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보통 사람이었다면 두동강이 날정도로는 휘둘렀는데도 나무는 잘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에 날카로운 검이었기 때문에 얼마간은 나무를 베고 들어갔다. 그것에 루루투와 루루토는 놀란눈을 감추지 못했다. 명검이라고 자부하면서 자신들의 나무를 자르고자 노력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의 부족도 10년동안이나 쉬지 않고 잘라내어 겨우 얻었다는 신목의 나무에 상처를 내었다는것은 충분히 놀랄만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놀란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벤하르트도 자신의 검이 나무를 그것밖에 자르지 못했다는것에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전력을 다했다 해도 아마 잘라지지 않았을것을 생각하니 그들이 신의 나무라고 부르는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나는 평소에는 맨손 격투를 사용하지만 여차할때는 이 단검을 사용하고는 해. 그쪽은?"
벤하르트는 트레이야와 레니아 그리고 자신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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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1) 의 부분이 되었을 글이네요. 이어서 다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고,, 심부름도 가야 되고, 적당히 끊자니 끊을곳이 없다!? 다음 글을 (2) 라고 생각하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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