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25화-K(2)
"돈이 궁하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호위니까 실력이 되지 않으면 받아 주지 않을거야. 거기에 합당한 실력을 보여야만 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레니아는 빠지는게 좋겠어."
"뭐? 왜!"
"돈은 많이 버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본래 호위라는건 호위를 하다 죽는다 해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야.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내어 주는 일이라는 거지. 나야 뭐 상관 없고 이런 내가 나가는데 나보다 더 강한 트레이야가 안나갈리도 없겠지. 하지만 레니아 너는 안되. 네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하는건 알지만.."
"나야 뭐 상관 없다는건 무슨 의미인데? 나도 그런건 별로 상관 없어."
레니아의 말에 벤하르트는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쪽이 상관 있어. 어쨋든 레니아 너는 안돼."
"안되는 이유가 뭔데!"
"넌. 네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약해진 상태야. 호위를 모집한다는것은 곧 이 방면에서는 실력자들을 불러 모은다는것과 마찬가지의 이야기. 힘에 자신있는 사람을 부른다는 거야. 빈트닌에서의 일을 잊은건 아니겠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검술을 익혔잖아."
"고작해야 일주일 정도 익힌 검술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건 레니아 네가 가장 잘 알거야."
그의 말이 맞다는 것도 그녀가 짐이라는것도 이미 이야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레니아는 가슴이 지끈거려 견딜수 없었다. 방관자로서 일행에 도움조차 되지 않는다는게 미안함보다도 분한것이었다. 한때는 누구도 당할수 없었던 신이 지금은 한낱 대장장이에게 무시를 당하는 입장이라니..
"저 저기. 이런 상황을 만든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이것 이용해보는게 어떨까?"
조심스레 트레이야가 한 수정을 내밀었다. 방금전 터무니 없는 가격에 낙찰된 그 마도구다. 평상시 같지 않은 날카로운 눈으로 벤하르트가 물었다.
"이것으로 뭘하려고?"
"방금 재어 봤는데 내 힘은 427이라고 나왔거든. 이것으로 레니아의 강함도 측정할수 있지 않을까 해서."
벤하르트는 트레이야에게 살짝 접근한뒤 말했다.
"힘과 실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난 왠만하면 레니아를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아. 사실 10 마크닐이어도 충분 하잖아? 여행을 하기에는 말야."
"그래도 이대로는 레니아가 인정하지 않을것 아냐."
트레이야의 말도 일리가 있는 터였고 사실 벤하르트도 마도구를 이용해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에 마도구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음?"
흑수정의 안 뿌연 연기가 숫자를 이루었다. 놀랍게도 벤하르트의 힘은 480이라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망가진것 아냐?"
"아니 그건 아닐걸 단순 완력으로는 벤하르트가 나보다 위이니까 아까는 아무 힘을 사용하지 않은채 쥐고 있었으니까."
"그럼 레니아 너도."
약간 시무룩하게 둘을 지켜보던 레니아는 작은 손으로 흑수정을 건네 받았다. 벤하르트가 사용했을때와 마찬가지로 뿌연 연기가 생겨 나더니 곧 흰색의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513? 뭐야 이거 진짜 이상하잖아."
"이제 같이 가도 되는거지?"
"웃기지마. 이게 망가진것이 아니라면 레니아 네가 이런 수치가 나올리가 없어. 망가진것이 아니라면,,,"
벤하르트는 아주 잠시 생각한뒤 말했다.
"트레이야의 기술을 사용했군."
레니아는 순순히 인정하면서 말했다.
"그래. 사용했어. 하지만 잘 생각해봐. 보통의 벤하르트가 원래 호위를 할수 있다고 하면 내가 한계까지 강해진 몸이라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세다는 이야기잖아. 안그래?"
"하지만 레니아. 너는.."
"벤 너는 나를 알잖아. 그렇게 내가 벤에게 무시당하면서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었어. 하지만 여행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짐이 되었다 라는 생각을 가지긴 싫어. 여행이 길던지 짧던지 이런 생각은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라는걸 모르겠어?"
"으. 너 말이지."
왠지 글썽글썽 거리는 듯한 눈망울이 거짓이라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벤하르트는 딱 잘라 거절 할수가 없었다.
"졌지?"
트레이야와 짝 소리나게 팔을 엮는 레니아의 모습을 보면서 벤하르트는 어쩔수 없다는듯 한숨을 쉬었다.
"모자란 부분은 아무말 없이 메꾸어 준다. 하지만 위험한 일이 있으면 보수가 있던 없던 자신의 안전을 최선으로 생각하도록 해. 좋은게 좋은것이라고 5마크닐 더 15마크닐을 목표로 가도록 해야겠군."
4층의 상담실의 앞에 도착한 벤하르트는 문을 두드렸다. 문 안쪽에서 무거운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싸움 할것 마냥 생긴 사람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척 보기에도 호위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수 있을 만한 상이었다. 벤하르트의 일행이 들어오자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벤하르트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뒤에 있는 여성들은 호위와는 거리가 먼 생김새 였기 때문이었다.
'예상 했던 대로의 반응이로군.'
벤하르트는 한눈에 대부분의 사람들을 확인했다. 개중에는 레니아나 트레이야 같은 여자들도 발견할수 있었다.
"어이 여기가 무슨 애들 놀이턴줄 알아?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얼른 나가는게 좋을걸."
한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트레이야는 밝게 웃으면서 그 남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와 척 하고 손을 내밀었다.
"무슨 짓이지?"
"이제부터 같이 일할지도 모르는데 악수나 하자구."
"하. 웃기는군. 너같이 반반한 얼굴을 가진 여자는 말야. 길가에서 그 얼굴을 살려서 열심히 돈이나 벌어. 하핫."
[탁]
한창 웃고 있는 남자의 손을 낚아 챈뒤 트레이야는 자신있게 웃었다.
"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 지기 시작한것은 바로 그 직후 낚아챈 손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남자는 시시각각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두둑]
"크아아악"
여자에게 당했다는 말을 듣기 싫었기 때문에 한껏 참고 있었던 남자는 결국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손의 힘을 풀고 트레이야는 작게 그 남자에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여자라고 얕보지 말고 자기 앞가림이나 잘 하라구."
"어이 트레이야 무슨 짓을 한거야."
"대르나드에서 저런녀석은 이렇게 한번 기선을 잡아 줘야 대들지 않아. 벤하르트도 명심해 두도록 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라는 말에 몇분가량 기다렸을까 처음에 벤하르트에게 들어오라고 말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위를 해주러 온 사람들에게 우선 한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남자의 체격은 다부졌고 검은 정장에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그냥 보고만 있을 뿐인데도 벤하르트는 그 남자가 상당히 강하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진정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나?"
갑자기 바뀐 말투. 그 말과 함께 정장의 남자는 손을 들었다.
"읏. 레니아 트레이야."
벤하르트는 레니아와 트레이야를 끌어 당기고는 뒤로 빠졌다. 레니아가 상황을 파악 했을때에는 이미 격전이 벌어져 있었다.
"생각외로 많다 싶더라니.. 음? 그게 아닌가."
호위를 하러 모인 일행들 안에는 의뢰인이 넣어둔 복병이 있었던 것이었다. 상담실의 안 50명도 넘었던 사람들은 이미 20명정도로 줄어 있었다. 벤하르트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주위깊게 그 싸움을 지켜 보았다.
'적은 다섯 인가. 대단하다.'
"벤하르트 다섯이야."
"어. 조심하고 있어. 레니아도."
처음부터 전투에서 빠져 있었던 벤하르트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수 있었다. 다섯명의 실력은 호위를 자처하고 온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좋은 편이었지만 월등할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혼란을 조성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싸움을 걸게 만든 후 그 틈을 노려 사람들을 처리한 것이다.
'음. 처음 부터 이 혼란을 빠져나간 저녀석 실력은 어떨까?'
정장의 남자는 벤하르트를 향해 살짝 신호를 보냈다. 한창 싸우고 있던 중 세명이 동시에 벤하르트일행을 덮쳐 왔다. 트레이야는 앞으로 퉁겨나오듯 엄청난 속도로 한걸음에 달려 남자의 팔을 잡아 챘다. 그와 거의 동시에 벤하르트는 검집째로 한명을 치면서 레니아를 향해 달려가는 남자의 뒤를 잡아 내었다.
"크헉."
"가만히 놔둬고 충분 했어."
"아마 그랬겠지만, 방금은 반사적이었어."
어깨를 들썩이면서 벤하르트가 말한다.
"대단하군. 그쪽 여자의 실력을 못봐 아쉽긴 하지만 그정도면 나름 합격이다. 덧붙혀서 당신과 당신 그리고 이쪽에 있었던 자들도 합격. 12명 정도인가."
"합격이고 뭐고, 고작해야 5마크닐 주면서 엄청나게 까다롭게 구는구만, 이거 원 기분 나빠서."
황색머리를 하고 요란한 차림을 한 남자가 투덜거리면서 말하자 정장의 남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쪽도 어느정도 실력이 되는 사람을 뽑지 않으면 안되니까 이정도의 시험은 당연하다. 하지만 쓰러진 사람 만큼의 몫은 더 얹어 줄테니 추가적인 비용은 지급할 생각이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문제. 이곳에 있었던 적의 수는 몇명이었을까 양팔을 위로 올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손가락으로 표시하도록 3초뒤 조금이라도 늦는게 보인다면 즉시 퇴장 시킬거다."
"레니아 다섯이다. 다섯."
"알고 있다니까,"
"3,2,1. 안됬군 지금 방금 늦게 낸 두명과 끝의 숫자가 틀린 한명은 나가 줘야 겠어."
쓰러진 사람들과 나가는 사람에게 소량의 돈을 지금하고 정장의 남자는 남은 인원을 점검했다.
"이거 조금 미안하게 되었군. 호위라고 해도 엉터리를 데리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무례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 대신 지금 남아 있는 자들에게는 임무를 수행했을때에는 10 마크닐 수행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3마크닐을 지급해주지."
"그건 낭보로군."
처음 투덜 거리던 남자가 흥얼 거리면서 말했다.
"우리가 호위해야할것이 뭔지 알려주지 않겠어?"
흠칫 하고 레니아와 트레이야가 놀란다. 물은 목소리가 여자인 까닭이었다. 허리 아래 까지 내려온 긴 갈색 머리를 가진 여자의 물음에 정장의 남자가 대답했다.
"혹시 호위의 모집의 글이 적혀 있었던 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사람 있나?"
"그 검."
"그래 검이다. 너희들이 지켜야 할것은 경매 당일 경매가 끝날때 까지 그 검을 지키는것이다."
"누구에게서?"
다시 갈색머리 여자의 물음에 그가 답한다.
"K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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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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