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21화-무상(無償)(3)
"벤 시작 안할거야?"
레니아의 말에 벤하르트는 트레이야와의 대화를 멈추고는 검을 준비하면서 말했다.
"아 그래 시작하자. 우선 대련이니까 진검은 필요 없겠지. 검집은 그대로 두고 싸우도록 하자."
레니아는 영검을 준비하면서 말했다.
"알았어."
긴 장도와 단검이 서로 대치했다. 같은 사람으로 부터 태어난 서로 다른 검이 일순간 부딪힌듯 싶더니 이내 승부는 나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런것. 막을때는 적어도 지금 자신이 낼수 있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막아야지. 방금전 같은 경우는 너무 당황을 했어."
"한합에 당하다니 기분이 엄청 나쁜데,"
레니아는 다시 단검을 고쳐 쥐었다. 몇번이고 질 각오를 다지면서 그녀는 벤하르트에게 달려 들었다.
한동안 레니아와 어우러지고 난 후 둘은 그날의 대련을 끝마쳤다. 어찌나 레니아가 금새금새 배우던지 그저 대련하고 있을 뿐인데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 벤하르트는 이기면서도 등골이 오싹오싹하게 느껴졌다. 물론 레니아가 벤하르트의 실력에 근접하려면 앞으로도 한참은 멀었다 할수 있었다.
'뭐 한두번 느낀것도 아니지만,'
살짝 한숨을 내쉬고 벤하르트가 말했다.
"좋아 이걸로 오늘 대련은 끝내자."
그말에 놀란듯 트레이야가 물었다.
"어어? 나는?"
"아차. 트레이야가 있었군. 대련 하려고?"
"당연하지. 이래뵈도 장난 삼아 배우겠다고 한건 아니었다고, 견학 하려고 물어본줄 알아?"
물론 벤하르트는 트레이야를 상대 하지 않았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그녀에게 물을 생각이 없었던 것은 굳이 무기를 쓰지 않아도 자신보다 강한 트레이야와 대련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레이야가 그렇게 원하고 들어오면 그로써는 거절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좋아. 네가 이검을 쓰고 나는 몽둥이를 사용할게."
검집에 둘러쌓인 검을 트레이야에게 던지고 벤하르트는 트레이야로부터 막대 하나를 받아냈다.
"벤이랑 트레이야라. 재밌겠네."
"글세 그냥 재미만 있을것 같지는 않은데,"
실실 웃으면서 벤하르트가 대답했다.
"그럼 시작하자."
트레이야는 단번에 벤하르트의 눈앞까지 전진하고는 검을 휘둘렀다. 기본이고 뭐고를 생각하지 않는 단순한 휘두름이었지만 그 빠르기는 벤하르트가 상상한 그것보다 훨씬 더 바르게 쇄도해온다.
"크하."
그 일격을 받자마자 손끝부터 저려오는 느낌은 마치 글리아스를 상대하는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반쯤 진심으로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시 그녀의 공격이 벤하르트의 어깨를 향해 파고든다.
'어?'
순간 벤하르트는 이상한 느낌에 멈칫 거렸다. 트레이야의 공격이 빠르다는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 공격이 어디로 오는지 왠지 알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에 그는 단박에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고 바로 그녀의 검을 쳐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필시 놓쳐 버렸을 정도의 기술이었건만 트레이야는 벤하르트의 공격에도 검을 놓지 않고 다시 공격해왔다. 그녀가 공격을 해올때마다 벤하르트는 이상한 기분으로 상대를 할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검술에 있어서는 초보나 다름 없었다. 그것은 벤하르트 본인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일격 일격은 빨랐지만 피하고 나면 빈틈이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번공격을 해오는것을 피하는게 이렇게 쉬울리는 없었다. 그 빠른공격 하나 하나가 어디로 오는지 순식간에 눈치채고 순식간에 그것이 닿지 않는곳으로 몸이 저절로 피해지는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아닌것같은 기분이었지만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다는것을 느낄수 있기에 벤하르트는 더 이해할수 없었다.
"앗."
대련 도중에도 그것으로 인한 딴생각으로 한참을 고민하던중 벤하르트는 결국 트레이야에게 머리 한대를 허용시키고 말았다
"뭐야. 벤하르트. 검술 선생으로 나설 정도면 이렇게 당하면 안되는 거라고,"
"아 미안. 이제부터는 진심으로 상대할게. 조금 이상해서."
그렇게 사과하고 벤하르트는 막대를 바로 잡아 쥐었다. 트레이야를 상대로 굳이 '일섬'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지만 왠일인지 그는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인 순간 트레이야가 검을 들어 올리기도 전에 막대는 트레이야의 목에 닿아 있었다.
"아. 이야 진짜 대단하다. 검을 안썼어도 방금전 공격은 막기 어려웠을것 같은데, 뭐야 벤하르트 이제까지는 실력을 숨긴거야?"
트레이야가 놀라는것 이상으로 벤하르트는 더 놀라고 있었다. 평소에 자신이 낼수 있는 속도를 월등히 넘어선 공격 적어도 검을 처음든 트레이야는 막는 반응조차 못할 정도의 빠르기를 자신이 지닐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전혀 그런건 아닌데, 뭔가 이상해. 몸이 너무 잘 움직인다고 할까.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어 어? 벤. 혹시 말야. 이제야 내 약효가 돌기 시작했다거나 그런건 아닐까?"
반쯤 기대에 찬 눈빛으로 레니아는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글세. 그런건 아닌것 같지만, 아니 뭔가 좀 몽롱하기도 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약이라는게 원래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야 효과가 나타나는 거야?"
"아니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때 안들었으니까 지금에라도 들었을지도 모르지."
그 말에 벤하르트는 자신의 몸이 그녀의 약으로 인한게 아니라는 확신을 했다. 이미 레니아의 약을 먹으면서 실험을 했을때 그의 몸은 과거의 몸보다 훨씬 더 강인해져 있었는데 이제와서 이렇게 바뀐다는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던 것이다.
"뭘까."
다시 검을 휘두르자 이번에는 평소와 비슷할 정도의 속도로 검이 휘둘러졌다.
"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는데?"
"뭐?"
한껏 웃으면서 기분좋게 도취 되어 있던 레니아는 그 말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여러번 검을 휘둘러 보았지만 방금전 내었던 느낌은 나지 않았다.
'이상해. 방금 그건 도대체.'
몇번인가 더 휘둘러보았지만 변화가 없었기에 벤하르트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검을 다시 자신의 허리에 가져갔다.
"트레이야. 너는 역시 신체적으로 월등하다 보니 어떻게 검을 다뤄도 위협적이지만 문제가 있다면 레니아와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공격을 하는데에 너무 빈틈이 많아. 한번 피하고 나면 완벽한 무방비 상태가 되지. 평소에 맨몸으로 싸울때는 공수전환이 빨라 상관 없을지 몰라도 검은 수족보다는 조금 다른 의미니까 움직임을 아끼는게 좋을것 같아."
"꽤 하는걸? 스승으로서의 재능이 있는거 아냐?"
"전혀 라고 생각하지만 칭찬은 고맙게 받아 들이지."
"아 그럼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트레이야의 말에 아 하고 벤하르트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검술을 가르쳐 주면 그 자기최면을 가르쳐 준다고 했었던가."
"자 그럼 주목해줘."
"음."
"우선 자기 최면을 하기 위해서는 한가지의 강한 생각이 필요해. 여기까지는 알고 있지?"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가지 요인이 방해를 하기 때문이야. 예를들어 이쪽의 돌멩이를 봐."
약간 무르게 생긴 돌 하나를 쥐어 들고 잠시 멈칫 거리더니 트레이야는 눈을 살짝 감고 기합을 넣었다.
"끙."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들고 있던 돌멩이는 금이 가더니 몇조각으로 부수어졌다.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놀라면서 돌 하나를 들고 그대로 시도해 보았다. 당연히 그것이 될리가 없었고 둘은 다시 트레이야에게 집중했다.
"아 따 따.."
트레이야는 잠시 아픈듯이 손을 흔들더니 아픔이 가시자 다시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런거지. 아픔이나 근력으로 인한 괴로움 같은 것들이 자신에게 거는 최면을 방해하는거야. 방금 전 같은 경우는 억지로 밀어 붙힌 거지만 결국 이렇게 몰려 오는 아픔도 상당하다는 거지. 저번에는 이중적으로 최면을 건다고 말해주었지만 처음 시작은 하나로 부터 시작해. 그리고 작은것부터 시작하지."
말을 끝내고 트레이야는 멀리 보이는 나무에 달려가더니 나뭇가지로 금을 치고는 다시 벤하르트에게 돌아가 말했다.
"자기 최면이라는것은 결국 자신을 속이는 것이거든. 하지만 처음부터 나처럼 힘을 주는것을 사용하는것은 불가능할거야.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한것은 바로 저거야."
트레이야가 가리킨 나무를 보면서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
"나무가 뭐?"
"지금 보이는 나무를 왕복으로 100번. 돌도록 해."
"100번이라고? 아무리 경사가 없다지만 얼추 100기아(: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리인데,"
"지금은 설설 뛰어도 좋지만 나중에는 전력질주로 저게 가능하게 되어야해. 나도 할수 있었으니 벤하르트나 레니아도 할수 있을거야."
거짓말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트레이야의 웃음은 벤하르트와 레니아의 의심을 자극했다.
"달리기의 어디가 그 최면이라는것에 관련이 있는건데?"
"좋은 질문이야. 납득 하지 못하면 이미 전혀 쓸데 없는게 되어 버리니까, 설명해줄게. 지금 이건 너희들의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 달리라고 하는게 아니야.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것의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하려 하는거지. 달릴때는 한가지만 생각하면서 달려. 예를 들어 아무 생각 않고 발만 움직인다고 하는것도 좋겠지. 아니면 숨과 몸을 분리 시킬수 있는것도 괜찮겠고 말야. 하나에 전 신경을 집중 시킬수 있도록. 그 중심단어는 너희들이 고르도록 해. 그렇게 100번 왕복. 한번 갔다가 돌아오면 한번이야. 처음에는 아마 내가 말하는것처럼 하기 힘들겠지만 이건 기초중의 기초 곧 최면이 아니더라도 몸이 익숙해지게 될거야. 하지만 여기서 벤하르트와 레니아 너희들이 해야할것은 조금이라도 '최면' 이라는것을 깨닫는것이지."
"음. 그런가. 하지만 100번 왕복이라니,"
거리를 보고 약간 울상진 얼굴을 했지만 그냥 포기할수는 없었다. 트레이야는 아무에게나 쉽게 알려주지 않는것을 자신들에게 알려주고 있는것이었다. 말은 가볍게 했지만 그것의 진실을 알지 못하는 벤하르트로써는 최대한 열심히 그것을 배우는것이 트레이야에게 보답하는것이라 생각했다.
"좋아. 가자!"
"어쩔수 없군. 100번 이라."
"아 이런건 역시 목표가 있어야 하니까 아까 벤하르트가 보여준것처럼 나도 같이 뛰어 줄게."
그리고 100번 왕복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트레이야의 모범예시 덕분인지 아니면 정말 최면의 끝자락을 보았기 때문인지 그저 몸이 좋았을 뿐이었는지 둘은 기진맥진하게 왕복을 끝마칠수 있었다.
"500번 휘두르기 같은것보다 몇배는 어렵다."
"동감이다. 거기에 자세히 보니까 조금 오르막길이더라, 힘든게 당연하지."
"어때 조금은 느끼셧나들?"
땀이 흐르고 약간 호흡이 빠르긴 했지만 여전한 얼굴로 트레이야가 물었다.
"뭐 조금은."
레니아의 대답에 벤하르트는 놀라 물었다.
"레니아 정말 느꼈어?"
"트레이야가 알려준 말이 좋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꽤 괜찮은 느낌이었어. 물론 예전같았으면 천번 아니 만번이었다고 해도 전혀 지치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몸으로는 무리일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확실히 도움이 된것 같긴 해."
"벤하르트는?"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열심히 궁리하긴 했는데,"
별로 배운게 없었던 벤하르트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레니아가 무엇이든지 학습하는것을 잘할수 있는것은 둘째치고 자신이 전혀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것이 한심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뭐 반복하다 보면 괜찮아 질거야. 목적도 생겼겠다. 좋지 뭐. 나도 하루 이틀만에 된건 아니니까. 사실 레니아가 부럽고 조금 질투난달까. 성격상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것 같지도 않고, 어쨋든 오늘은 피곤할테니 이쯤 해두도록 하자. 아까의 검술도 그렇고 너희들의 표정을 보니까 아무래도 더는 못 끌고 다닐것 같아."
레니아는 빙긋 웃으면서 보자기의 매듭을 하나 풀며 말했다.
"최고의 생각이야. 눈이 절로 감기려고 하고 있었거든. 잠시 옷좀 갈아 입고 올게. 트레이야는 상관 없어도 벤은 오지마."
"와달라고 손짓해도 안갈테니 걱정 하지 마라."
"그럼 나도 갈아 입을까?"
둘의 말에 벤하르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에서 옷을 몇벌이나 산 그들이 못마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가 눈살을 찌푸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옷. 그 옷을 입고 그는 옷을 갈아 입으러 가는 그녀들이 돈을 썼다는 사실보다 부럽게 느껴진 것이었다.
'기분 나쁘군.'
땀에 젖은 옷을 보면서 그는 조용히 침낭을 준비했다.
어지간히도 피곤했던 모양인지 레니아는 단박에 잠이 들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조금이라도 소리에 반응을 보일텐데 여러가지의 일들 때문인지 오늘은 여전히 깊게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축축함 때문에 잠을 이룰수 없었던 벤하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만 식히고 들어갈까. 영 아니군. 어?'
그의 시선이 향한 끝에는 트레이야가 바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배를 훤히 내보이고 누워 있는 모습은 왠지 죽은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해서 꺼림칙한 기분으로 벤하르트는 그녀에게 접근했다.
"오 벤하르트잖아."
"안 자고 뭐해?"
"그냥 별구경. 오늘은 뭔가 일도 많았고 생각좀 하느라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무언가를 중얼 거렸다.
"별 팔백육십셋 팔백육십넷."
"어지간히도 잠이 안오는 모양이로군."
"글세. 안되면 최면이라도 걸어서 잠을 자면 그만이지."
"트레이야. 원래 최면이라는것 이렇게 막 가르쳐 주면 안되는거 맞지?"
"눈치가 빠른데,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대답이었다고 해둘게."
여전히 별에 시선을 두고 트레이야가 대답했다. 그에 벤하르트가 물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니?"
"분명히 내 기술 아니 아버지의 기술은 아무에게나 말하지 말라고 아니 왠만하면 누구에게도 가르쳐주지 말라고 이야기 했었었어. 하지만 내가 원한다면 누구에게도 알려주라고 했었지. 낮에 말한 그대로라는 거야."
그 말. 누구에게도 가르쳐주지 말라는것은 일종의 속박이나 다름 없었다. 트레이야가 원하면 가르쳐줘도 된다는것은 부수적인 이야기였고 본래의 말은 누구에게도 가르쳐 주지 말라는 뜻일 것이었다.
"그런것을 우리에게 가르치려 하는 이유가 뭐야. 네가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굳이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지 않아도 상관 없는 것이었는데,"
"나는 벤하르트가 좋아."
"엇? 뭐 뭐 뭐라고?"
"레니아도 좋고. 흐음~ 무슨 상상을 한걸까?"
"크흠. 말장난 하지 말고, 이유나 말해."
붉은 얼굴로 벤하르트는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말했다.
"정말 고맙다고 생각해. 나는 대르나드를 나선 그 당일에도 꿈일까 하고 생각했어. 나와 관계 없는 단순한 손님이 그 거금을 내어 준다는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대르나드를 나서본적은 없지만 그건 아마 일어나지 않는 일들중에서도 손을 꼽는 일이겠지?"
"....."
"그것에 무언가 해줄것을 생각했지. 아무것도 없는 내가 너희들에게 해줄게 뭐가 있을까?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너희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하고."
진심어린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허물없이 대하는 것 그런 관계로 남기 위해 항상 그녀는 허물없이 서슴없이 행동해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탁]
평상시었다면 간단하게 막을수 있을정도로 어이없는 공격 아니 공격이라고 하기에도 우스운 꿀밤을 맞고 트레이야는 눈을 동그랗게 뜬채 벤하르트를 쳐다보았다.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뭐라 말도 꺼내지 못하고 빤히 쳐다보는 그녀에게 벤하르트가 말했다.
"그런걸 왜 신경써? 물론 그건 우리에게 있어서 터무니 없는 거금이야. 하지만 말야."
잠시 말을 멈추고 벤하르트는 망설였다. 다음에 내뱉을 말은 자신과는 거리가 아주 먼 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민하는것도 잠시뿐이었다.
"친구사이에 그런건 무상이라고 댓가 따위 바라고 그런일을 해주었을것 같아? 이제까지처럼 그냥 우린 여행을 하면 되는거야. 언제 까지일지 몰라도 너에게 무언가를 강요한다거나 원한다거나 해서 빚을 면제해준건 아니라고. 알아 듣겠어?"
"....."
잠시 침묵의 시간 뒤에 트레이야가 작게 입을 열었다.
"고마워 벤하르트. 뭔가 뻥 뚫린것 같아. 미안한걸 내가 너희들을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었던것 같아서,,"
"그리고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최면 안가르쳐줘도 되."
트레이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정말 가르쳐주고 싶어졌어. 빚을 갚고 싶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너희들이 알아 줬으면 좋겠거든. 그래 원래부터 빚을 갚으려는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저 뭔가를 공유했으면 하는것이었을지도 모르지."
트레이야는 그렇게 말하고 한쪽 팔을 쭉 펴고 다른팔로 잡아당겼다.
"이제 뭔가 멋진 잠을 잘수 있을것 같은데, 그런 고로 내일은 기대하고 있어. 절대적으로 벤하르트가 기술을 배우게 만들어 줄테니까."
"그런 쪽의 열혈은 이쪽에서 사양하고 싶은데,"
"이미 늦었다고. 어차피 시키면 할거면서 그렇게 튕길거 뭐있어?"
이미 벤하르트의 성격을 꿰뚫는 말을 하면서 그녀는 웃었다. 그녀는 다시한번 둘의 동료를 만난것을 신에게 감사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의 잠은 그녀가 살면서 맛봤던 어떤 잠보다도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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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분량이 많네요. 어찌어찌 끝내려고 생각하다보니,,
졸리니 어여 자야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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