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14화-이색(異色)(1)
"신기한걸.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그 예전이란건 도대체 몇년 전이야?"
"뭐.."
마을안의 광경은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강 하나가 가로 막고 있을 뿐인데도 북쪽과 남쪽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가장 많은 차이는 보이는것중 하나는 바로 마법이었다.
"자 자. 잘 나가는 마도구가 하나에 100 크닐 구경하세요~"
"마도구?"
"오 아름다운 아가씨. 마도구를 구경하세요."
늘여져 있는것은 마도구라는 이름의 생활 용품이었다.
"이것은 풀그래쉬라고 하는 마도구인데 사용자의 마력을 이용해서 불을 낼수 있지요. 이것은 하라그래스로.."
"마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사용하지?"
트레이야가 물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마법이라는 것은 대단히 생소한것중에 하나였다. 대르나드에서도 마법사가 왔다고 하면 인기 만발이었다. 그녀가 마법사다 마법을 잘 알지 못하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농담도 참. 마력이 없는 사람이 존재할리가 없잖습니까. 죽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아 그래? 저기 한번 사용해 봐도 될까?"
"그러시죠."
트레이야가 마도구를 손에 쥐자 엄청난 돌풍이 일어났고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물론 행상인에 주위 사람들마저 트레이야를 바라보았다.
"트레이야 뭘 한거야?"
"아니 그냥 '바람' 하고 생각했을 뿐인데,"
"평범하게 하자고 평범하게."
벤하르트의 말에 트레이야가 대답했다.
"하지만 난 마력을 사용할줄을 모르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
그리고 둘의 시선은 레니아에게로 고정되었다.
"왜 날 보는거야? 나도 마력을 사용하는 방법은 몰라."
"마법 사용할수 있다면서."
"그거야 자연스럽게 사용할수 있었던 거지. 확실한 방법은 모르거든. 생각대로 마법을 쓸수는 있었지만 지금은 이정도가 한계고,, 마법을 쓸수는 있어도 방법은 모른다 라는거지."
손에서 작은 마력구를 만든채 레니아가 말했다.
"애매하군."
"어쨋든 손님의 마력 정말 대단하더군요. 그 마도구에서 그만한 바람이 나오는건 처음 봤습니다. 어떠십니까? 저희집에서 자랑하는 하나 밖에 없는 물품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1마크닐입니다만, 보는건 무료로 해드리지요."
"그래? 어디 봐."
트레이야는 선뜻 그 제안에 응했다. 보는것만으로는 손해도 없을뿐더러 마도구에대해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관심을 보인 것이다. 실실 웃으면서 행상인은 하나의 상자를 꺼내 왔다.
"재앙과 행운을 부르는 상자 입죠."
"재앙과 행운을 부르는 상자?"
"이 마도구에는 주사위가 한개 있습니다. 상자의 끝부분인 여기에. 그리고 이 주사위를 던져서 짝수가 나오면 행운이 홀수가 나오면 재앙이 닥친다는 마도구죠. 어떻습니까? 굉장하지 않습니까? 흔히들 운명의 갈림길에서 사용하기도 한다지만 이건 굉장하죠."
"그렇군."
트레이야가 흘끔 벤하르트를 쳐다본다. 그 시선속에 잠긴 것은 가지고 싶다는 열망이었겠지만 순순히 납득해줄 벤하르트가 아니었다.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때처럼 돈이 넉넉한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단순한 취미용으로 1마크닐이라는 거금을 사용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용이라도 해보시겠수? 사기 힘드시다면,"
그런 분위기를 잃었는지 능숙하게 상인이 말을 걸어 온다. 그에 트레이야는 잠시 생각해보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트레이야가 주사위를 받아 들자 등뒤에서 한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사위에서 손을 놔! 나 원 그냥 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못봐주겠군. 당신들 이 땅에는 처음 와보는 건가?"
다짜고짜 벤하르트의 일행을 향해 질타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엷은 갈색빛 머리에 젊고 말끔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얼굴이나 피부는 말끔했지만 그 얼굴이 썩 잘생긴것은 아니었다.
"하여간 이렇게 어수룩한 인간들의 등쳐 먹으려는 사람들이 한둘씩 있다니까. 아저씨 당신말야."
"무슨 소리십니까? 재앙이라는 말도 행운이라는 말도 맞는데다가.. 1마크닐의 가치는."
"없잖아. 말이 뻔드르르 하고 거짓이 없기는 했지만 아직 다 말한게 아니잖아. 애초에 이런 '가짜' 따위나 넣어 놓고는 말이지."
청년은 툴툴 거리면서 상자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아직 자신의 나이에 반도 차지 않은것처럼 보이는 청년의 행동에 상인은 발끈해서 외쳤다.
"안살거면 안사는거지 무슨 행패십니까!"
"당신이 지금 큰소리 칠 입장이야!"
기다렸다는 듯이 청년은 상인에게 큰소리치고 상자를 들이밀었다.
"재앙과 행운을 부르는 상자. 한번 당신이 사용해보지 그래?"
"으윽."
"반은 행운이라고? 잘만 하면 오늘 하루만에 여기 있는 물건을 다 팔지도 몰라. 이게 진짜라면 말이지."
"사용하지 않을거면 빨리 주쇼. 만약 행운이 나오지 않는다면 재앙인데 그런걸 할까보냐."
상인은 청년에게서 상자를 받아 들고는 기분이 상해 슬금 슬금 빠지기 시작했다.
"뭐 놓친것 없나? 이것 말야."
"으앗!"
"과연."
"뭐 나는 대충 예상했지만,"
정육면체의 주사위에 나와 있는 숫자. 그 이변을 알아차리는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느 방향에서나 볼수 있다고는 하지만 우선적으로 보이는 3면이 전부 '홀수' 였기 때문이었다.
"1,3,5,3,1,2 짝수는 하나뿐이군. 이봐 당신."
한껏 흥분해 있던 마음은 삽시간에 분노로 변해갔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트레이야는 상인의 목덜미를 잡고 몸을 일으키더니 곧 상인의 몸을 들었다. 약간 비대한 몸이었던 상인이었기에 그녀가 들어올리자 주위의 시선이 모아졌다.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트레이야는 상인에게 말했다.
"재앙 이라는건 구체적으로 뭐지?"
"켁.. 켁 쿠엑 켁.. 제..바.."
숨이 막혀 말을 못하는 상인을 놓아주고 다시한번 트레이야는 물었다.
"홀수면 재앙. 재앙이라는건 구체적으로 어떤걸 말하는 거지?"
"그거야 저도 알수 없습죠. 재산일수도 있고 팔일수도 있고 시력일수도 있고,, 어쨋든 중요하다 싶은것을 가져갑니다. 재산이라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는.."
"그런걸 시킨거야? 확률 6분의5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위험한걸? 하하.. 하.... 하......"
웃음이 웃음처럼 들리지 않고 손을 어루만질때마다 나오는 뼈의 소리와 그 소리를 들을때마다 오싹오싹하게 올라오는 느낌은 상인만의 착각은 아니었을 터였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장난스레 웃으면서 넘겼을 터였지만 눈앞의 미녀가 괴한으로 보일정도로 상인은 겁에 질려 있었다.
'방금전의 그 힘으로..?'
목덜미를 잡혔을때의 그 압박감을 생각하면서 그는 식은 땀을 흘렸다. 한번 잡음으로서 숨이 턱턱 막혀 왔는데 그녀는 별로 힘을 쓴것 같지도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뻔히 보고 있어도 지은 죄가 있으니 어디를 가서 호소할 방법도 있을리 만무했다.
"용서해줄수도 있어."
"네?"
갑작스러운 트레이야의 용서한다는 발언에 상인은 잘못 들었나 싶어 반문했다. 하지만 그 뒤에 들려오는 트레이야의 말을 듣고 그는 바로 상황을 인지할수 있었다.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거 이것도 좋을까? 이것도 마음에 드는걸? 이것들만 준다면 말야."
몇개의 눈여겨 두었던 마도구들을 고르면서 트레이야가 말했다. 그녀가 지목한 물건들을 보고 상인은 한숨쉬면서 말했다. 손해액으로만 따져도 한달정도는 공짜로 일해도 모자를 정도의 액수였다.
"그건 정가로도 1마크닐이나 하는.."
"그럼 어쩔수 없지. 각오해 두는게 좋을껄? 아니 재앙과 행운을 부르는 상자라도 돌려 볼래?"
다시 한번 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상인은 넙죽 엎드리면서 말했다.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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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자를 안넘기니 왠지 느낌이 이상하지만,, 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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