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00화-싸움꾼(2)
"하하하 이게 왠 쾌거인지.."
"그러게나 말이다. 이거면 두목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지 않을까?"
"설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건달들은 누군가를 기다렸다. 곧 문이 열리고 건장한 청년이 들어왔다. 한 건달이 청년에게 사정을 귓속말로 설명한후에 말했다.
"두목 어떻게 할까요? 이 여자 말입니다."
"으음. 선택은 두가지지 우리가 놀다가 팔것인가. 아니면 깨끗하게 팔것인가 인데, 글세 뭐 얼굴 하나는 지금까지 보아 왔던 여자들중에는 최고라고 할만하겠군. 그런데 그 말은 정말인가?"
입맛을 다시면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는 레니아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저희들이 반응도 못하고 쓰러졌으니 두목이 아니었다면 아마 저희같은 건달수준으로는 못잡았을 겁니다."
"웁 웁."
"듣는것과 같이 드센 여자인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아니면 우리가 야만인 스러워서 그런가? 어떠냐 다수결로 결정하도록 하지. 이 여자의 처분 말이다. 이대로 우리가 데리고 놀다가 파는것과 현 상태 그대로 파는것 어떤게 좋다고 생각하나."
"그야 물론."
올스레이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미묘한 웃음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물을것도 없었나. 하지만 우선은 나가 있어라. 이몸부터 재미를 보게 말이다."
"헤헤 알았습니다요 두목."
올스레이의 두목은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남자였다. 굳이 따지자면 미남으로 험상궃은 얼굴만 핀다면 여자들을 꽤나 울리고 다닐법했을 미남이었을 것이지만 그의 굳은 얼굴을 펴질줄 몰랐다. 이따금씩 웃는 얼굴에서도 전혀 밝다 라는 느낌은 찾아 볼수 없었다. 어디선가 한 음유시인이 그를 보고 '철면' 이라는 말을 한번 하고 사라진 후로 마을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철면 오르칸'이라고 불렀다.
오르칸은 레니아의 입에 묶여 있는 천을 풀었다.
"어이 한가지 말해두지. 너는 지금부터 우리들의 노리개가 되서 한껏 논 후에 노예로 팔려나갈거다. 하루만 참으면 우리들의 손에서 벗어날수 있다는 이야기지. 뭐 아무쪼록 잘못 물렸다 생각하라고,"
"너! 이 이.."
"뭐 말할것도 없이 나와 내 부하들의 대화를 들었다면 바보가 아닌이상에야 충분히 생각할수 있는 사실이지만, 하지만 기회를 주마. 듣자하니 기습으로 너를 쓰러 트렸다고 하던데 만약 네가 나를 이길수 있다면 풀어주는것도 가능하다."
"뭐라고?"
"못들었나? 다시 알려주지. 네가 나와 싸워서 이긴다면 무사히 달아나게 도와 주겠다는 것이다."
"하? 묶어 두고 말야?"
오르칸이 손을 움직이자 줄은 예리하게 잘려나갔다.
"이것은 기회이자 내기이다. 잘 알아 두도록 해라."
"내기라니?"
레니아는 오르칸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를 할수 없었다. 다짜고짜 잡아 와서 자신을 가지고 논다는둥 노예로 판다는 둥 하다가 갑자기 기회나 내기를 하자는 말이 튀어 나오는데 상대방의 생각을 읽지 않는한 그녀가 알아 차릴 도리는 없었다.
"내기다. 이기면 보내주지. 물론 일대일이다. 하지만 지면 너는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요구를 지켜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노예가 되어도 거부하지 않고 노예로 팔려나갈 각오 말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을리 없었다. 거절 한다면 노리개가 된 후 그걸로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가지 물어보자.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가 있나?"
"나는 싸움꾼이다. 강한자와 싸우고 싶어하는건 내 취미나 다름 없지. 거기에 너같은 미녀는 돈이 되는것이고, 싸움꾼이 싸워서 결정하겠다는게 뭐가 번거롭다는것인지 모르겠군. 그게 내 삶의 목적이다."
'별 희안한 놈 다 보겠군. 하지만 진짜 이 상황은 안좋아. 이게 다!! 벤 때문이야!'
"무기를 들어도 좋다."
레니아는 그 말에 마른 미소를 뿌리며 말했다.
"후회할텐데,"
"아무 말 하지 말고 이용할수 있는건 전부 이용해서 여길 나갈 생각을 하는게 좋을거다. 못하면 너에게 기다리고 있는건 지옥 뿐이니까."
'버릇 없는 인간 주제에. 너같은건 예전 같았으면.'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는것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느낌에 온 몸이 싸늘하게 변해갔다. 정말 이대로 눈앞의 건달들에게 욕을 보이느니 혀를 깨물고 죽고 말 그녀였지만 그 전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기 저기서 걸림돌이야. 벤은.'
탁자 앞에는 영검이 놓여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바로 공격하지는 않았고 그녀는 바로 방어태세를 취했다.
"검을 들었으니 이제 움직여도 되겠지?"
실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녀와 오르칸과의 거리는 대 여섯 보는 더 걸어야 할 거리였는데 한 호흡만에 들어와 그는 주먹을 휘둘렀다. 그에 반격하지도 못하고 레니아는 몸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것을 피하다니 여인의 몸 치고는 꽤나 잽싼 몸놀림이군. 재밌어."
그 목소리조차 레니아에게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 시간조차도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는데 일조 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전투경험이 적은 레니아가 싸움이 미쳤다라고 까지 말을 듣는 오르칸을 이긴다는것은 불가능 했다. 몇번 싸워 보기도 전에 그녀는 오르칸의 팔에 붙잡히고 말았다.
"어때 졌지?"
"으윽."
"조금은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생업이다. 안됬지만 이것으로 끝을 내도록 하지."
그녀의 가슴팍을 쥐려는 순간 레니아는 재빨리 움직였다.
"그만둬!"
레니아는 발을 들어 그의 턱을 걷어 찬뒤 자신의 옷을 찢어 탈출했다.
"으음. 조금 방심했군. 뭐 이것이 싸움의 묘미겠지만, 조금 연장 되었지만 다음번에 잡히면 끝이다."
"정신병자 같은 놈."
"뭐라 해도 좋지만 미쳤다 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이왕이면 싸움광이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군."
오르칸은 재빨리 팔로 레니아의 어깨를 밀치고는 그녀의 목을 굵은 팔로 휘감았다.
"자아 이제 끝이다. 분명히 너는 이걸로 졌으니 승부에 나섰다면 우리와의 약속을 지켜라."
'너같은건 너같은건!!'
레니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자신과 대등한 존재와 싸워 진것도 아니고 터무니 없을 정도로 강한 인간에게 당한것도 아니었다. 일개 건달에게 당할정도로 자신은 형편 없어 지고 만 것이다. 본래 부터 그렇게 살아온 레니아가 아니었다. 훨씬 더 위 버릇없는 생명에게는 벌을 주면 되는 그런 힘을 쥐고 있었던 시절도 있었던 그녀였기에 지금 처한 상황은 너무도 원통했고 분했다. 오르칸의 손이 움직이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벤.'
[쾅]
엄청난 굉음이 들려 왔다. 올스레이의 거처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마을의 변두리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폭발할게 있다면 이곳 밖에는 없었다.
"벤..?"
올리 없을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 이름을 입에 올리고 있었다.
"뭐야 너는?"
문에는 한 남자 벤하르트가 서 있었다. 긴 장도를 허리에 차고 그 답지 않게 분노에 찬 눈으로 건달들을 노려 보고 있었다.
"저리 비켜!"
벤하르트답지 않게 험악한 말과 함께 그는 눈앞의 건달들을 때려 눕혔다.
"뭐냐 네녀석!"
건달들이 일제히 달려 들었지만 벤하르트는 검집째로 검을 휘둘러 전부 쓰러 트렸다.
"저쪽인가?"
"!"
쓰러져 있던 한 건달이 일어서며 벤하르트에게 달려 들자 벤하르트는 당황하며 밀려났다.
"어이 잡았어 어서 치라고!"
하지만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첫번째 공격에 기절한 까닭이었다.
"미안하지만 오늘의 나는 평상시와는 달리 인정이 없어서 말이지. 핫."
팔꿈치로 얼굴을 쳐 기절시키고 벤하르트는 재빨리 문을 열어 제꼈다. 그곳에는 옷을 찢긴채 오르칸의 팔에 목이 감겨 있는 레니아가 있었다. 그리고 벤하르트의 눈에는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장면이 들어왔다.
'레니아가 울고있어?'
"너 너.. 너...."
머리가 새 하얗게 비어 졌다. 눈앞이 순간적으로 흐릿 하게 변했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오르칸은 벤하르트의 눈앞에 있었다. 주먹이 두방 정확하고 빠르게 날아 왔지만 벤하르트는 바로 거리를 두고 그것을 피했다.
"반응속도가 제법이군."
"레니아에게 무슨짓을 한거냐 너!"
"뭐 별것 아니야. 나름대로 합의하에 한거니까. 참고로 이제 저 여자는 우리의 노예다. 이것도 이미 결정된 사항이지."
틀린말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뻔히 들여다 보이는 도발이었다. 하지만 평상시와 다르게 벤하르트는 도발에 확실하게 반응하며 말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레니아가 울고 있었어. 레니아가. 네놈때문에! 울고 있었다고!! 절대 울리가 없는 그녀가!"
벤하르트는 검을 뽑아 들었다. 평상시처럼 자신이 당했다면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이성을 되찾았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리고 벤하르트가 뽑은 검에는 평소와는 다른 검은기운이 맺혀 있었다.
오르칸은 살짝 눈을 치켜 뜨며 말했다.
"음? 마법인가?"
"레니아 어서 이리와. 말려 든다."
벤하르트가 말했지만 레니아는 이동하지 않았다.
"뭐하는거야!"
"아하하하하하"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쳐다보던 오르칸은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빈트닌에 사는 누군가가 들었다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라 했을 만큼 그것은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설마 나와의 내기 때문에 도망 치지 않는거냐? 대단한 여자로군. 눈앞에 자신의 일행이 있는데도? 정말 한심한만큼 재밌어."
명백한 비웃음이었지만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그의 얼굴에는 분명 변화가 있었다.
"내기라고?"
"그래. 나에게 지면 노예가 되기로 했었거든. 대신 이기면 풀어주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레니아가..'
레니아는 분명히 말하면 머리가 비상하게 좋았다.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것도 그에 맞추어서 말하는것도 수준급이었지만 그 못지 않게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도 우직했다.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하는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벤하르트는 상황을 이해할수 있었다. 그것에 한심하다는 생각을 안했다면 분명 거짓이었겠지만 저런게 레니아라는것을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걱정 하지 마 레니아 네 빚은 내가 없애주마.'
"그럼 한번 더 나와 내기 하자."
"좋다. 너만한 실력자와 싸운다는것에 그쪽에서 내기를 걸어온다면 나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걸만한게 있나?"
흔쾌히 허락하는 오르칸의 말에 벤하르트가 대답했다.
"내가 가진돈 전부와 남자 노예권이다. 그정도면 되겠지?"
벤하르트는 바로 자세를 잡았다. 더는 말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예의 자신이 가장 내기 쉬운 검술의 형태 '일섬' 이었다. 여전히 검에는 뭉글뭉글 검은 기운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래. 이번에는 꽤나 즐겁게 해줄것 같군."
철면이라고 불리우는 사내 오르칸이 미소를 띄며 벤하르트의 자세에 맞추어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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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00화를 돌파 했습니다. 어느새 어느새 어느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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