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91화-마조(魔鳥)(2)
벤하르트가 여관방에서 나선것을 확인하자 레니아는 트레이야를 불러 일으켰다.
"트레이야 트레이야."
"아암 왜?"
"벤을 따라가보자."
"무슨 소리 하는거야? 귀찮아서 먼저 가라고 한건 레니아잖아."
"아니 같이 가자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말하는건 미행이야."
미행이라는 말에 트레이야의 흐리멍텅한 눈이 변했다.
"미행?"
"그래. 혼자 여행하는것도 좋지만 우리 없이 혼자 벤하르트가 어떻게 여행하는지 보고 싶지 않아?"
레니아가 위험할수도 있다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뿐만 아니라 벤하르트에게도 속하는 말이었다. 매번 벤하르트는 남을 위하긴 하지만 자신을 돌보는 일은 소홀했다. 벤하르트도 안심하긴 이른데 굳이 그녀가 벤하르트와 가는것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부터 레니아는 미행할 생각으로 억지를 부려 벤하르트를 먼저보낸 것이었다.
"그건 좀 재미있겠는데, 아마 무리일걸. 벤하르트는 귀가 밝고 마을과는 달리 일직선 길이니까 걸리기 쉬울것 같은데,"
"걱정 하지 마. 간단한 재료로 만들수 있는 약이 있는데 그것만 먹으면 문제 없어."
"무슨 약인데?"
트레이야가 흥미롭다는듯 물어 오자 레니아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트레이야의 말은 벤이 우리가 내는 소리를 듣는다거나 한다는 이야기잖아. 요는 소리만 안나면 된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부양의 약을 만들거야."
"부양의 약?"
레니아가 신이었다는것을 알게 된 뒤로 그녀가 무엇을 들고 있던 간에 이상할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자신의 상식과 동떨어진 약을 만든다는것을 들으면 놀라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거창한게 날아 다닐수 있는건 아니지만 말이지. 예를 들면 어느 정도의 높이에서 걸을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 나는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
"좋은데 그거! 하지만 무심결이라던가 아니면 벤하르트가 공중을 볼수도 있으니 문제인데."
"걱정마. 그건 그것 나름대로 방법이 있으니까. 우선 마신만큼 뜨게 되니까 넉넉하게 만들어 올게. 트레이야는 벤을 감시하고 있어. 어차피 나갈곳은 남쪽 출구니까 그곳에서 만나도록 하자."
레니아는 약초 몇가지를 사기 시작했다.
"그것과 그것 같이 쓰면 곤란하니 주의하도록 해주십시오."
주인이 그렇게 말했지만 레니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재료를 들고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간단한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실패작중 하나였다. 수천년간 누군가를 치료하는 약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약을 만들다 보면 자연히 성공한것보다 많이 실패하게 되어 있었다. 부양의약도 그중 하나였다. 굳이 따지자면 실패한 약이 곧 성공이었다고 보는게 좋았을 것이다.
"좋아 이걸로 부양의 약은 끝났고. 그럼.."
레니아는 남쪽출구로 가서 트레이야를 불렀다.
"어 벌써 만들었어?"
"원래 이건 실패작이거든. 만드는것 쯤이야 금방이지. 실패하면 되는거니까. 벤은 어때?"
"어 지금 출발 했어. 이상한 새머리를 들고 말야."
"새머리?"
"가 보면 알아. 그런데 공중에 있을때는 어떻게 할건데."
레니아는 마을의 골목으로 들어가 트레이야에게 손짓했다. 그녀에게 다가가자 레니아는 이상한 무언가를 갈아 약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들면 만들수록 이상한 연기가 피어 올랐다.
"어?"
레니아의 손에 달라 붙은 연기를 보고 트레이야가 놀란눈을 떳다.
"이 연기는 달라 붙는 연기야. 이것도 당연히 실패작이지. 어떤 약을 만들려고 했었는데 실패해서 한동안 고생했지."
"그런데 그거 어떻게 떨어뜨리는데?"
"아. 안떨어질것 같았지. 물로도 어떤걸로도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짜증이나서 한껏 소리를 지르니까 떨어 지더라. 그러니까 큰소리를 지르기만 하면 되."
"그렇군. 역시 신이라 이건가? 대단하잖아. 레니아."
약을 마시고 흡사 구름처럼 몸을 뒤덮은 연기를 뒤덮은채 트레이야와 레니아는 벤하르트의 미행을 시작했다.
"마수라 역시 혼자오는건 조금 뭐했나. 여러마리가 동시에 덤빈다고 생각하니 약간 두렵기도 한데,"
길을 따라 걸으면서 벤하르트가 중얼거렸다. 길을 따라 걸으니 하나의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이라기 보다 돌이 깍여 만들어진 탑 같은 절벽이었다. 인간이 만든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생긴 우뚝 솟은 돌로 된 절벽이었는데 그 위에서 까악 까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그곳은 분명 디노사인트 최적의 휴식터였음에 틀림없었다.
'저건가?'
멀리서 벤하르트가 디노사인트가 있는 공중을 바라 보았다. 제로드의 말대로 디노사인트는 흉폭해 보였다. 거의 사람만큼이나 거대한 몸집에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보니 제로드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아직 그곳까지 가기에는 한참이나 남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예리한 바람 소리가 들려 왔다.
"어?"
벤하르트는 뒤로 살짝 뛰고는 검에 손을 가져 갔다. 무언가가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그것이 디노사인트라는것은 말할것도 없는 일이었다. 작게 팔에 상처를 입은 벤하르트가 디노사인트를 노려 보았다.
"까악 까악."
다행히 벤하르트를 공격한 디노사인트는 동료를 부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벤하르트는 서둘러 디노사인트를 공격하려 했다. 공중에서 마치 벤하르트를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설설 날아 다니던 디노사인트는 자신이 어떻게 공격당했는지도 모른채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후. 다행히 저정도까지 날아가는군."
백색의 빛이 은은하게 떨어져 내렸다. 꿈틀 꿈틀 거리는 디노사인트를 보니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어 잠시 죽일지 살릴지를 고민했지만 벤하르트는 고개를 흔들면서 디노사인트의 배에 검을 밀어 넣었다.
'죄를 전혀 짓지 않은 마수나 동물조차도 잡아 먹었는데 이런걸 가지고 고민하는건 지금까지 죽였던 생물들에 대한 배신이겠지.'
"만약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그럼."
그렇게 말하고 벤하르트는 다시 돌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많은수의 디노사인트가 까악 까악 거리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쩐다. 후우."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위로 돌리자 의아한 광경에 벤하르트는 시선을 고정시켰다.
"어?"
구름이었다. 분명히 구름인데 다른 구름과는 어딘지 이질적인 구름. 구름이라면 벤하르트가 닿을수도 없을정도로 높이 떠 있어야 했다. 뭉게뭉게 피어 올라 있는 밀도 높은 구름이 낮게 날고 있는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신기한듯이 구름을 바라보았다.
'레니아 누 눈치챈거 아냐?'
구름을 가만히 응시하는 벤하르트를 보면서 트레이야가 묻자 레니아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니 벤은 의심이 많지만 거의 다 인간에 한정되 있거든. 뭐 인위적이라고 생각할수 있다면 의심하고 있겠지만 표정으로 보니 아마 이것도 그냥 단순하게 신기하게 생각해서 보고 있는 걸거야.'
'그런가?'
'그렇다니까 벤은 누군가를 의심할때 미묘하게 표정이 들어난다고 딴에는 숨긴다고 하는것 같지만 말야. 그것보다 발을 멈추지 말고 서서히 걸어. 구름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상하니까 말야. 그나저나 방금전의 새는 뭐였지?'
레니아가 발을 구르면서 말했다. 마을에서 바로 부양으로 출발했던 터라 병사나 제로드 같은 사람들에게 마수에 대해 듣지 못했기 때문에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디노사인트에 대해 알지 못했다.
'글세 그 새들이 저기 엄청나게 많은것 같은데,'
'그것때문에 저러고 있는건가?'
'어? 레니아 저길 봐바. 벤하르트가 뭔가를 하는데?'
벤하르트는 아무도 없었지만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그 유치하게 생긴 닭머리 모자를 눌러 썼다. 몸은 사람에 머리는 어딘가의 그림책에서나 나올법한 새머리를 쓴 벤하르트의 모습에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억지로 입을 막아 웃음을 막아내었다.
"트레이야나 레니아가 쓰면 볼만 하겠는데?"
'퍽이나.'
"그나저나 레니아 녀석 그렇게 나와 여행하는게 지루했나. 그렇게까지 따로 다니고 싶어할줄은.."
벤하르트의 투덜거리는 말을 듣고 트레이야가 레니아에게 말했다.
'저렇게 생각하고 있나본데?'
'지루하다고는 한마디도 않했잖아. 나 참'
모자를 꾹 한번 누르고 벤하르트가 말했다.
"그럼 가볼까?"
"아무래도 저 많은 새를 죽인다는건 역시 무리인것 같고, 이 방법 밖에 없나. 어디 안전한지 한번 확인은 해봐야 하니까. 음. 아무도 없겠지?"
누군가가 있을리 없었다. 있는것이라고는 이상한 구름 뭉치뿐. 벤하르트는 그것이 레니아와 트레이야일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하고 닭머리 모자를 푹 눌러 썼다. 모자를 들고 다닐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쓰고 나니 이상한 냄새가 진동을 해 왔다. 거기에 생긴것과 전혀 다르지 않게 상당히 답답한 모자였다. 투박한 장식을 한번 만지고 이상한 냄새에 왠지 처량해진 벤하르트는 레니아와 트레이야를 떠올렸다.
"트레이야나 레니아가 쓰면 볼만 하겠는데?"
그런 상상을 함으로써 조금 레니아에 대해 아쉬운 마음에서 신경을 돌려 보고자 했지만 오히려 레니아가 자신의 농담에 좋아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나저나 레니아 녀석 그렇게 나와 여행하는게 지루했나. 그렇게까지 따로 다니고 싶어할줄은.."
더 생각해봐야 자신만 손해라는것을 알았기에 벤하르트는 닭모자를 꾹 눌러 쓰고 출발했다.
"그럼 가볼까?"
벤하르트는 돌산 근처에 접근해 이리 저리 새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자신을 들어내 보았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건가? 저녀석들.'
아까전 디노사인트를 보면 상당히 지능적일터인데도 그들은 벤하르트를 전혀 자신의 먹이나 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새삼스레 벤하르트는 제로드가 고맙게 느껴졌다. 착용하고 돌산에 접근할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 하고 있었는데 이제보니 제로드는 자신에게 순수하게 호의를 베풀어 준 것이었다. 비록 그 생김새는 별로였지만 안전하고 편하게 지나갈수 있는 방법임에는 틀림없었다.
"좋아 그럼 마을로 돌아가서 레니아에게.."
"꺄아악!"
비명소리에 벤하르트의 시선이 빠르게 돌아갔다. 아까전의 디노사인트가 벤하르트만을 노리는것을 보고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디노사인트가 자신들을 모르고 있는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달랐다. 디노사인트는 레니아와 트레이야가 있는 구름 안에서 인간의 냄새를 맡았던 것이었다. 제로드가 말은 안했지만 사실 닭모자에는 새의 체취를 진하게 만들어 놔 마치 사람의 냄새를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벤하르트가 맡았던 이상한 냄새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냄새 덕에 벤하르트에게는 디노사인트가 가지 않았다. 비명소리를 내어서 이미 레니아와 트레이야의 구름은 사라져 있었다.
"이게!"
트레이야의 손이 디노사인트의 목을 잡아 챘다. 꽥 소리도 못하고 그자리에서 디노사인트 하나가 절명했다.
"트레이야? 레니아?"
벤하르트는 닭모자를 벗어 놓고 검을 들었다.
"너희 뭐하고 있는거야 거기서!"
"아니 그게. 그보다 중요한건 이게 아니잖아. 트레이야 이걸 먹어."
레니아는 트레이야에게 약하나를 건네 주었다. 약을 먹고나자 몸이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중요한게 아니라니! 나한테는 충분히 중요해."
"저걸 무시하면서 까지?"
레니아가 손을 가리킨 곳에는 디노사인트는 화가난듯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눈앞에서 자신의 동료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본 까닭이었다. 반면에 벤하르트가 닭머리로 자신들을 속였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할수 없군."
"뭐 벤이나 트레이야를 죽이려 하는건 이해 하겠는데 말야. 인간이니 자신들의 먹이라고 생각하고 있을테니까, 그런데 이 나를 먹이로 생각하고 있다니. 그정도로 신기(神氣)가 사라져 버린건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레니아가 말했다.
"기분은 정말 백번 이해하겠지만 그럴때가 아니잖아. 상황 파악을 하라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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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대전을 끝까지 완주하면서 느끼는 것은(아직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글을 쓰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두시간만에 쓸것을 이젠 거의 한시간 반에 쓰고.. 조금 더 빨라진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제 2일 힘내서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진 200자 정도를 늘리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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