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82화-연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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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그곳이 죽을 곳이라고 해도.."
트레인의 진중한 목소리가 교실안을 메우고 있었다. 한창 연극의 연습이 진행 되고 있는 와중 벤하르트는 열심히 대본을 외우고 있었다. 벤하르트보다 곱절은 많은 대사량을 가졌던 레니아는 이미 예전에 대본 외우는 것을 끝내고 연극 연습에 합류해 있었다.
"뭐해?"
"으앗."
벤하르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이쉬에르가 접근했다. 잠시 트레인과 레니아의 연기에 넋을 잃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화들짝 놀라며 이쉬에르를 바라 보았다.
"왜 그렇게 놀라?"
"무슨 용무라도 있어?"
"아니 그냥 묻고 싶은게 있어서."
"뭐를?"
벤하르트의 입장에서 이쉬에르는 한번 보고 흘겨 지나갈 수많은 사람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녀에게서 질문을 받아서 그는 약간 놀라고 있었다.
"아니 어째서 연극을 하게 해달라고 했는지 궁금해서."
"아.. 하하. 간단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음을 한번 느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지. 너도 말야. 젊었을때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고, 음악도 연극도 사는 어떤것도 말야. 그런 면에서 트레인의 저런 성격은 정말 부러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말야. 나에게는 없고 그에게는 있는 그것이 부러워서 연극을 하고 싶어진것일지도 모르지. 너도 말야. 이럴때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커서 후회 할지도 몰라. 트레이야는 신경쓰지 말고 너밖에 할수 없는 연주를 보여줘. 후회가 남기 않게 말야."
말을 끝내고 벤하르트는 다시 대본에 몰두 했다. 레시아스는 조연이라고는 할수 없을정도로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상당히 대사도 많았고 나오는 장면도 가지각색이어서 외우는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전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면 버벅이는것은 당연하다 할수 있었다.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3일. 대본만 외우는것도 아니고 연기도 연습해야 하는 벤하르트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것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너 말야. 왜 그렇게 늙은 사람 처럼 말하는 거야?"
"뭐라고? 아 단 몇년이라도 난 인생의 선배잖아. 실제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네가 상상할수 있을리도 없고, 잘 들어둬. 나쁜건 없으니까."
그녀의 약간 차가운 눈빛이 벤하르트를 바라 보았다. 단순히 장난으로 받아들이는것도 아니었고 농담으로 넘길 생각을 가진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몇살 위인 벤하르트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 뿐만 아니라 벤하르트에 대한 막연한 위화감을 느낀것이었다.
"그 그것보다 너 왜 자꾸 나한테 말을 놓는 거야. 너보다 몇년은 더 나이를 먹었다고 나는."
"그렇게 오빠 라던가.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건가?"
살짝 흘러 내린 안경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린후 그녀는 자리를 일어 났다. 잠시 심호흡 하고는 그녀가 말했다.
"그럼 수고 하세요. 오 빠."
이쉬에르는 총총 걸음으로 악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벤하르트는 잠시 감상했다.
이미 주위는 어둠으로 깊게 깔려 주위를 분간할수 없게 되어 버리고 초를 이용한 불로도 더 이상 윤곽을 확인하기 어렵게 되어 버리자 연극부는 해산했다.
"여어 잘자. 트레이야 레니아."
"어 벤도."
"후후 결국 못외웠지 벤하르트?"
"시끄러워. 나야 그렇다 치고 말야. 트레이야 너는 어쩔 거야?"
"뭐를?"
"숙제 말이다 숙제. 벌서 잊은거야? 내일 수학시간."
벤하르트의 질타에 트레이야는 여전히 여유만만했다.
"이봐 벤하르트. 자네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구만, 우리는 말야. 결론적으로는 학교에서 나가는것이 제대로 된 목적이란 말야. 나는 음악으로 점수를 따고 수학으로 점수를 잃어서 아주 자연스레 나갈수 있다는 말이지. 이것이야 말로 꿩 먹고 알 먹는것 아니겠어?"
"아아.. 확실히 맞지만 너무 꾀 부리지 않는게 좋을걸. 하다 못해 레니아에게 도와 달라고 해. 세상일이라는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말야."
레니아와 트레이야를 기숙사로 데려다 준 후 벤하르트는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숙사의 방 초 하나를 겨우 손에 넣어 돌아가려던 찰나 그의 앞에 서려있는 그림자를 보고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트레인?"
"그래. 대본은 다 외웠냐?"
"다 까지는 아니어도 얼추 외웠다. 아마 내일이라도 당장 연극연습을 할수 있을거다."
"얼추 여서는 안되. 우리가 하려는 것은 루나의 말대로 하나의 예술 대충대충 하는건 용서 못한다... 라고 이야기 하려 했지만 오늘의 노력과 이상하게 진지했던 모습을 보고 아주 약간은 다시 봤다."
트레인의 말에 벤하르트가 살포시 미소지었다. 그 기분이 마치 손자를 대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벤하르트는 손자를 가져본적도 손자같은 관계를 맺어본것도 없었고 실제 그 상황이 손자를 대하는것 같은 상황도 아니었지만 그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럼 잘 자라. 내일도 열심히 해야 하니까 말야."
트레인이 들어 가고 나서 벤하르트는 자신의 기숙사에 들어갔다. 장학생 기숙사는 타 학생들과는 별개로 개인실을 지급해 주었다. 그리고 그 방에 들어서 벤하르트는 촛불에 의지해 책상에 앉았다. 피곤했지만 다음날 있을 수학을 냅다 포기할수는 없었기에 그는 수학책을 펴 들었고 그렇게 밤은 지나갔다.
벤하르트의 마지막 밤의 공부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책에 예습을 한 답은 전부 틀렸으며 복습했던 내용들 마저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다. 수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었을수도 있었지만 겔트는 가차 없었다. 벤하르트는 문제 하나를 틀릴때마다 매를 한대씩 맞았는데 수업을 시작하면서 시작한 레니아와 겔트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두었던 탓이었을까. 평상시 보다 배는 과격한 겔트의 매가 벤하르트에게는 그렇게 아플수가 없었다. 싸울때 맞는것과 벌로 맞는것은 종류가 달랐다. 90이 넘은 벤하르트가 그런 매를 맞은것은 정말 생전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반면에 트레이야는 척척 이었다. 벤하르트의 눈에는 흡사 기적이라도 일어난듯이 보였을 것이다. 겔트가 내는 어떤 문제도 첫첫 풀어 내고 심지어는 아직 배우지도 않았던 영역의 문제 마저도 풀어 내었는데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겔트조차도 탄성을 내질렀다.
"어떻게 된거야?"
부어 오른 손을 어루 만지면서 벤하르트가 물었다.
"후후 하하. 정말 끝내준다. 역시나 신이었던 거야. 레니아?"
"말했었잖아? 이제서야 믿어주는 건가?"
"정말 신기했어. 이게 내 머린가 싶었거든. 내가 대르나드를 벗어난적은 없지만 아마 어떤 약사도 그런 약은 못만들겠지."
전날 밤 트레이야는 레니아에게서 활성화의 약을 받았다. 실제 사용하지 않는 두뇌를 활성화 시켜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범위 까지 사용할수 있게 만들어 주는 비약. 그 효과는 오래 지속 되지는 못하지만 한 시간을 떼우기에는 충분했다. 약이라는 말이 나왔기에 벤하르트는 더 묻지 않고 침묵했다. 그리고 조용히 레니아를 쳐다 보았다.
"벤. 참고로 말해 두겠는데 내가 너한테 옛날에 먹여준 약들 있지? 그것들은 트레이야에게 먹였던 어떠한 약보다도 더 뛰어난 약이야. 효과가 하루에서 끝나지 않고 영구히 지속되는 약이라구. 그렇게 나를 본다면 말야. 오히려 내쪽에서 추궁하고 싶어진다구."
"....."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레니아."
트레이야가 레니아의 등을 탁 치면서 말했다. 하지만 레니아의 입에서는 그녀가 상상하지 못했던 아니 안했던 말이 튀어 나왔다.
"약은 그걸로 끝이야. 다음은 없어."
"뭐!!? 거짓말이지? 약신이잖아 다시 만들수는 없는거야?"
"누구 때문에 힘을 전부 잃어 버렸고 재료를 구할수도 없어. 더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자 잠깐 그럼 오늘의 천재성은 다시 얻을수 없다는 거야?"
레니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트레이야는 절규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의 일과가 끝이났다. 수학 수업부터 시작해서 체육의 검술에 이르기 까지 수업을 끝내고 그들은 중앙학교의 4층 교실에 있었다. 연극부의 연습은 착착 진행 되고 있었다. 벤하르트의 경우 이미 책을 읽었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이었고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거짓을 연기하는 것은 상당히 익숙했던 터라 연극에도 빠르게 적응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떨리니까요. 여기서 연극하는것의 10배 정도의 각오가 있지 않으면 곤란해요."
"아 그렇구나."
잔 실수를 줄여 가면서 벤하르트와 레니아도 어느덧 연극의 한 일부분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장면이 변화하고 무대가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힘든가는 말할것도 없었다. 원래 인원수가 적었기 때문에 쉬는것도 없이 계속해서 분주히 움직여야 했고 유독히 실수가 많았던 벤하르트는 몇번이나 루나의 구박을 들어야만 했다.
"조금 더 냉철하고 차갑게 연기해 주세요. 조금만 더 아아.. 아쉽다."
그녀는 이미 완전히 감독이 되어 있었다. 벤하르트의 실수가 있을때는 아쉽다는 듯이 땅을 치고 연기력이 좋을때에는 자신이 연기를 한것처럼 좋아 하고 있었다.
"좋아요 그거.. 아악."
흥분해서 팔을 휘두르던 차 중심을 잃고 그녀가 넘어졌다. 그런 그녀를 트레인이 받아 내며 말했다.
"조금 조심하라고.. 아무것도 없는데 넘어지는건 좀 그만하란 말야."
"아 고마워."
"분위기 좋구먼.."
"후후. 뭐 그런 것인가?"
갑작스레 느슨해진 분위기가 트레인과 루나를 둘러 샇자 트레인이 외쳤다.
"시 시끄러워 너희들 빨리 장면 2-17이나 연습 하시지. 이쪽에 신경 쓸 여유가 있다면 연극에나 신경을 쓰란 말야! 죽을 각오로 임하도록 해!"
"여부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열심히 한다 치고 그럼 그쪽도 죽을 각오로?"
"기란!!"
루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채 목소리를 높혔다.
"우후후후 우후후후"
연극부원들은 어느샌가 둥글게 트레인과 루나를 말아두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 행렬에는 당연히 벤하르트와 레니아 트레이야도 참여 하고 있었다. 한참을 웃고 떠들고 연습하고 그것을 느끼는 것. 학생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벤하르트는 그 만남 자체를 감사하고 있었다. 그들과 벤하르트는 살아가는 장소가 달랐고 살아가는 방법이 달랐으며 살아가는 목적이 달랐다. 그런 그들의 삶을 맛볼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에게는 하나의 축복과도 같았다. 비단 벤하르트 뿐만 아니라 레니아와 트레이야도 '벤하르트를 위해서'가 아닌 순수하게 연극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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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내일 쉽니다. 라고 말해도 글을 쓰는 자는 쉴수 없는 것이겠죠. 후후.. 이 텐션을 언제 까지고 이어 나갈수 있도록 트레이닝에 전념 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도 화이팅~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 D-day는 몇일 남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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