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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 님의 서재입니다.

엔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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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
작품등록일 :
2012.11.05 05:04
최근연재일 :
2017.11.1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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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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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엔쿠라스 25화-월야(月夜)의도주(禱走)(2)

DUMMY

'바로 쫓아 오지 않아 다행이군.'


두보엔이 그를 단숨에 쫓아 오지 않은것은 행운이라 할수 있었다. 그 틈에 자신이 만들어 놓은 함정을 이중으로 설치할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달이 아주 밝군'


보름달은 자신이 설치한 함정 마저도 슬끗 슬끗 보이게 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벤하르트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 시켰다. 상대는 신. 레니아 조차 간단하게 제압한것으로 보아 자신의 몸은 일격에 산산조각이 날 정도의 격차가 있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레니아를 생각하고 진정 시켰다. 100년을 살아도 죽는다는것은 두려웠다. 만년이 바뀌는 날. 자신이 죽기로 마음먹었던 날.


'나는 그날보다 3개월이나 더 살았다. 그리고 행복했다. 그렇다면 그 행복을 만들어준 신을 위해 목숨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가 잡고 있는 쇠줄에 미미한 진동이 어렸다. 그는 검을 뽑아들고 바로 쇠줄을 잘라내었다.


[펑]


먼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염령석이 터지는 소리였다.


'분명 레니아도 약 없이는 맨손으로 만질수 없었다. 충격정도는..'


그리고 다시 그는 함정을 설치한 다음 지점으로 향했다.





"하하 한번 당했군. 인간이란 이래서 재밌어. 그렇게 약한 힘으로도 나에게 이정도의 충격을 줄수 있다니. 칭찬해주마."


그는 너덜너덜해진 옷을 찟어 냈다. 백옥과도 같은 피부가 들어나자 주위의 식물들은 생기를 잃었다. 그야말로 암흑의 신 다운 면모를 풍기며 그는 한발자국 한발자국을 내밀었다.


"이 나를 어느정도 즐겁게 해줄수 있을것인지 기대하겠다. 인간이여."




두번째도 세번째도 염령석을 이용한 함정과 풍령석을 이용한 함정이 터졌지만 많은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는것은 벤하르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라면,'


마지막 함정이라 할수 있었다. 지형적 이점으로는 충분하다 할수 있었다. 약간 트인 산지 그리고 절벽.


[짝짝짝]


한차례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벤하르트의 앞에는 두보엔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다가 오고 있었다.


"대단했다. 상대가 내가 아닌 여느 인간이었다면 즉사였을 것이다. 아무 힘도 없는 인간치고는 분발했어."


두보엔에게 벤하르트는 장난감이나 다름 없었다. 한번의 여흥을 위한 도구와도 같았다.


"그정도로 상처가 없다니. 허탈하군."


벤하르트는 축 늘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발 아래에 있는 철사 뭉치를 검으로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절벽으로 뛰어 들었다.


"뭐."


벤하르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두보엔은 놀랐지만 놀라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자신이 서있는 곳으로 10여개의 영석이 날아온 까닭이다.

천지를 찢는듯한 굉음이 주위를 뒤덮었다.


"크아아아.."


아무리 신이라해도 10여개의 영석에도 그저 태연하게 있을수는 없었다. 근원을 담아둔 영석이란 신체에도 상처를 주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그런것 10개에도 아까 처럼 미소를 짓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으흐흐.. 레니아 녀석 엄청난놈을 조수로 들였구만, 정말 놀고만 있을수는 없겠군."


그의 팔은 완전히 날아가서 형체도 없었고 신체 이곳 저곳이 찢겨져 있었다. 남은 한쪽 팔로 그는 검은 검을 뽑아들었다.


"장난은 끝이다."




"하아 하아.."


절벽의 나무에 매달린채 벤하르트는 그의 검을 바위에 박았다. 마치 두부에 박아내듯 사뿐히 박힌 자신의 검을 기준으로 서서히 끌어서 절벽을 베어내면서 그는 지상까지 내려왔다.


"아직도 멀쩡한가?"


절벽위를 보던 그는 순간의 한기에 고개를 숙였다.

그의 위를 검은 검이 흝고 지나갔다.


"이걸 피하다니 평범하다고 칭할수는 없겠군."


그의 주위가 온통 어둠으로 뒤덮혔다. 나무는 썩어 문드러지고 주위의 생물들이란 생물들은 전부 초토화 시켜 버렸다. 작은 지옥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기운에 벤하르트만은 속하지 않았다.


"왜 너는 멀쩡하지?"


부답으로 벤하르트가 검을 꺼내 들었다. 은백색의 도신은 더욱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달빛을 받았다고는 해도 마치 자체에서 광택이 나는듯 은은한 빛을 더한 그 검을 보고 두보엔은 순수히 감탄했다.


"이름이 뭐지?"


두보엔이 물었다. 이미 레니아가 그를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이름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벤하르트 하르크"


"좋다."


그는 흑검을 들고 벤하르트를 향해 한걸음 내딪었다. 하지만 그 한걸음으로 그는 벤하르트의 코앞에 까지 전진했다. 그의 흑검이 벤하르트에게 다가왔다.

그자리에서 벤하르트는 멀찍이 뛰어 거리를 벌리고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겁을먹었다 해도 훌륭한 판단이군."


그는 다시한번 한걸음을 내딪었다. 주위에 뿌려진 어둠을 타고 단숨에 벤하르트가 있는곳까지 접근했다.


벤하르트는 쇠줄을 들어 올렸다. 쇠줄의 끝에는 붉은색 단검이 걸려 있었다. 어둠에 가려 두보엔조차도 보지 못했던 단검은 그대로 두보엔에게 닿자 마자 폭발을 일으켰다.


"크윽."


벤하르트는 양손에 단검 두개를 쥐었다. 각각 빙령과 풍령석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검을 두보엔에게 던졌다. 두보엔은 그 칼을 전부 쳐냈지만 칠때마다 검의 폭발에 점차 타격을 입었다.


"안되겠군. 검술로만 제압하려 했지만 역시 무리다. 네놈의 피와 살은 내가 가져가겠다."


그가 손짓 하자 그림자처럼 퍼져 있던 어둠은 빠르게 벤하르트를 포박했다.


"으아아악."


"한쪽팔과 그외 수많은 상처들. 재밌었다만 이걸로 끝이군 너의 피와 살은 맛있게 먹어주마."


흑검을 들고 벤하르트를 베기 직전 그의 눈앞을 한명의 여인이 가로 막았다. 푸른빛이 감도는 그 은빛머리에 그녀가 누군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레니아님.."


그녀의 한쪽 손에는 조그만 약병 세개가 손가락 마디마디에 끼여 있었고 한손에는 벤하르트가 준 영검 치프가 들려 있었다.


"기다렸지?"


그녀가 살짝 벤하르트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벤하르트의 얼굴을 마치 흙 씹은듯이 어둡기만 했다.


"왜 오셧습니까. 그대로 도망 치셧으면 달아날수는 있잖아요."


"됐어. 그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으니까. 두보엔 참고로 말해두지만 내 조수가 비약 레나스트를 먹은것은 지금으로부터 3개월도 더된일이야. 이미 약효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거든?"


팔이 산산조각 나서도 상당히 여유로웠던 그의 표정이 한껏 굳어 졌다.


"나를 속였구나!!"


그에게는 엔쿠라스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단번에 절단된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검을 바닥에 꽃고 그는 벤하르트에게 손을 가리켰다.


"끄아아."


'죽기 일보직전인데도 저녀석에게서 공포가 세어 나오지 않다니..'


그점이 두보엔을 더욱더 짜증나게 만들었다. 본래 암흑의 신인 그는 인간이고 신이고 어떤 생물이던 간에 생기를 강탈할수 있고 주위의 악감정등과 친숙했다. 이를테면 공포같은..

이미 뼈가 몇개는 부러졌을 텐데도 그는 신음만 내뱉을뿐 근원적인 공포는 세어 나오지 않았다.


"그만둬! 필요하다면 너에게도 레나스트를 만들어 주겠어. 그럼 되잖아!"


"아니 그것도 이제 필요 없다. 재미 없어 졌어. 그래 이건 어때? 네가 선택해라. 나는 레니아 너나 저녀석 둘중 하나를 살려주마. 질문은 레니아 너에게 하도록 하지. 저녀석의 대답이야 한결같을테니 말야. 네가 죽으면 저녀석이 살수 있고 저녀석이 죽으면 너를 살려 주도록 하지. 어떠냐?"


두보엔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레니아는 신이었다. 신이 인간을 보는것은 언제나 한결 같았다. 흡사 인간이 동물을 보는듯 우월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리고 레니아도 그것에 벗어나지는 못할것이라고 확정짓고 있었다.


"어때. 인간과 너의 목숨을 저울질 할수는 없는일이잖아?"


"레니..아님 어차피 살..기는 틀렸.습니다."


벤하르트가 한차례 입가에서 피를 쏟아 내었다.


"당사자가 저렇게 말하고 있어. 들어주는게 좋지 않겠냐?"


"아니 너는 모르겠지만 이녀석은 너무 마음이 약해서 말야. 여기서 내가 네 제안을 승낙하면 어김없이 망가질 테니까.."


"그럼 네가 죽고 이녀석을 살린다는 거냐?"


레니아는 고개를 저었다.


"말했지 이녀석은 정말 구제 불능이야. 약한 마음에 쓸데없이 착해 빠져서 내가 대신해서 죽으면 또 어딘가에서 자살이나 하려고 하겠지. 그러니까 그것도 못들어 주겠어."


그녀는 손가락 마디에 끼어 있던 약병 하나를 두보엔에게 던졌다.


"보여주지 약신의 싸움이라는 것을."


다시 두번째 약을 벤하르트가 있는곳으로 보내자 벤하르트를 구속하고 있던 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세번째 약으로 벤하르트의 상처를 아물게 했다.


"정말 바보같군요. 신이라면 좀더 신답게 이기적이 되세요. 전처럼요."


"어디선가 들었는데 바보는 중독이 된다고 하더라고?"


두보엔은 왠지 엉거주춤하게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어디냐 레니아! 어디로 사라졌지?"


두보엔의 고함에 벤하르트는 그녀가 무슨 약을 썼는지 알수 있었다.


"환각의 약입니까?"


"그래도 몇개월 나의 조수로 일한 보람은 있었지?"


"지금 싸우면 어떻게 되죠?"


"신은 신을 해하면 안되."


벤하르트는 차마 자신이 두보엔을 죽이겠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그는 일생을 살면서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죽여본 일은 전혀 없었다. 암살자가 그를 죽이러 왔을때도 온통 피 천지로 뒤덮여 죽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이르러서도 누군가를 죽이지는 못했다.

그것은 이미 나약한 마음이라기 보다 하나의 다짐으로 그의 마음에 굳어 있었다.


"너에게 죽여 달라고 하지는 않아. 그러니까 도망가자. 약효는 5분 정도 밖에 지속 되지 않을거야."


"서두르죠."


벤하르트는 달리면서도 의문이었다. 아무리 신이라지만 자신보다도 더 빠르게 산을 헤쳐나가는 그의 모습은 역시 익숙해 지기 어려웠다. 야생의 소녀처럼 빠르게 움직이는게 아닌 한발자국 한발자국을 내딪을때마다 산이 그를 이끄는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윽. 역시 무리였나."


그녀가 조용히 말하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왜..?"


벤하르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앞에 보이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암흑은 분명 두보엔의 그것이었다.


어둠은 서서히 인간의 형상으로 바뀌더니 이윽고 두보엔이 되어 레니아와 벤하르트의 앞에 나타났다.


"꽤 하는군. 그정도의 시간을 나에게서 벌어 놓다니. 하지만 그정도로 나에게서 도망칠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던 거냐? 저런 혹을 가지고?"


벤하르트만 없었다면 그녀가 도망치는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산 자체가 레니아의 가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산을 조율해서 준식간에 빠져나가는것은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하르트가 있다면 그것은 불가능 했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걸음으로 두보엔을 피해 달아난다는것 자체가 무리였다.


"어리석기는 신이라면 신 답게 인간 따위는 수족으로 부리면 그만인 것이다."


레니아는 품에서 약병 세개를 꺼내 들었다.


"같은 방법이 통용 될것이라고 생각하나?"


"어쩔수 없지. 타락신이 되더라도 싸울수 밖에 없겠어."


"죽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하다 못해 깨끗하게 죽어라."


그의 어둠이 레니아에게 날아 왔다. 레니아의 약병 하나와 어둠이 부딪히자 어둠은 더 접근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두 신이 대결은 역시 상상을 초월했다. 레니아의 약병 한개가 터질때마다 번개와 불이 작열했고 그것을 어둠이 전부 집어 삼키는 괴기 스러운 장면이 연출 되었다.

그리고 누가 밀리는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판별이 가능했다. 한번의 어둠이 휘둘러 질때마다 점점 레니아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벤하르트는 천천히 걸었다. 소리를 굳이 소리를 내려 하지 않아도 소리는 나지 않았다. 두보엔 주위의 어둠은 마치 솜 같이 그의 발걸음 소리를 차단 시켜 주었기 때문이었다.


두보엔에게 거의 접근한 벤하르트가 두보엔에게 검을 휘둘렀다.


"이 어둠은 나 자신과 같다. 네놈이 이곳에 오고 있다는것을 모를줄 알았나?"


그는 팔을 들어 벤하르트의 검을 막아 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검은 신의 신체마저도 갈라내어 버린다는것을.


[서걱]


"끄아아.."


예상외의 고통에 그는 급히 땅에 있는 어둠으로 벤하르트를 떨어 뜨렸다. 그리고 그 즉시 어둠은 점점 벤하르트를 뒤덮어 버렸다.


'뭐지 어떻게 내가 이렇게.'


이미 양쪽 팔은 형체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바닥에 흩뿌려 있는 어둠으로 자신의 양팔을 복원 시켰다.


"벤!"


어둠에 먹히고 있는 벤하르트를 보고 급히 레니아가 달려 들었다.







'전부 거짓이다.'


'평상시에 검술을 더 배워 뒀다면 어땠을까?'


'꺼져라.'


루크의 목소리가 벤하르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여긴 어디지?'


주위는 온통 어둠 뿐이었다. 그간 끔찍했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 지고 있었다. 타인이 보기에 그것은 그저 불행한 삶이었을 뿐이었지만 벤하르트에게 있어서 그 광경은 자신의 일생. 지옥도나 다름 없는 광경이었다.

하나 하나 자신이 당했던 상처들이 온몸을 습격하고 매도 당하고 무시당했으며 자신도 타인을 무시 했던 악으로 악을 만들던 그 시절은 그야 말로 지옥과도 같았다.

깨닺기 전까지는 아주 편했다. 흡사 천국과도 비슷했을것이다. 아무에게도 무시당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멸시 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어느 누구에게도 당하지 않는다.

그렇게 편한 일면만을 보았을때 그것은 천국이었다. 조금씩 자신의 안에 무거운 짐을 들이 밀면서 겉으로는 태연하게 살아갈수 있는것이다.


벤하르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 세월동안 자신이 해왔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최고의 명공이라 불리우는 실력도 그에 상응하는 돈도 그에게는 아무 덧 없는 일이었다.

그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 같은 것은..'


'약한 마음에 쓸데없이 착해 빠져서 내가 대신해서 죽으면 또 어딘가에서 자살이나 하려고 하겠지.'


'레니아..?'


그의 머릿속에 들리는 한 여자의 음성은 자신에게 속해 있던 어둠을 일순간에 벗겨 내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는 이성을 잃었다.

레니아가 어둠에 구속되어 있었고 두보엔의 검은 레니아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두보엔!!"


'지키겠다!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죽어라 후회하는 삶따위는 이제 살고 싶지 않으니까!!'


그가 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희미하게 빛을 내는 은백색 칼날은 그에 응하기라도 했는지 백색의 섬광을 두보엔에게 쏘아 냈다. 수백개의 섬광들이 두보엔을 습격 했다.


'벤?'


희미해져 오는 광경에서 그녀가 본것은 두보엔이 섬광에 찢겨지는 광경이었다.

두보엔은 신이었다. 인간이 신을 베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려 오곤 했다. 물론 대부분은 사실이었다. 신은 인간보다 강했기 때문에 수련을 게을리 했다. 인간이 개를 상대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 하지는 않는것과 같았다.

신들은 신들끼리 싸우지 못했기 때문에 강함에 대한 열망 따위는 가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인간들은 종종 신을 뛰어 넘는다.



"끄윽.."


"하아 하아.."


벤하르트는 그의 검을 두보엔에게 겨누었다.


"뭐냐 그 검은 너 따위가 나를 이렇게 몰아 붙이다니."


두보엔의 형체는 이미 이상했다. 창백한 얼굴의 반은 어둠으로 스멀거리고 있었고 몸과 팔도 슬금슬금 어둠이 되어 주위에 산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신이라기 보다 이질적 생물과 같이 변해가고 있었다.


'재생도 되지 않아. 괴물 같은 검이군'


두보엔은 생전 처음 죽음 이란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암흑의 왕인 자신은 신들중에서도 전투면에서는 단연 손을 꼽는다 할수 있었다. 방심 했다고 하지만 설마 기본적인 무술 수양조차 없는 인간에게 이런식으로 죽음의 공포를 맡보게 될줄은 몰랐다.


"죽여 벤. 살려두면 정말 위험해져."


벤하르트의 뒤에서 레니아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역시 쓸데 없이 마음만 약해 빠졌어. 할때는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는거라구. 비켜."


레니아가 벤을 밀어 넣고 두보엔과 대치 했다.


"어쩌려는 거냐. 타락신이라도 되어 보겠다는거냐?"


"그럴리가. 신은 신을 멸할수는 없지만 자신의 힘으로 구속 시킬수는 있어. 그걸 행하려는것 뿐"


"하하하.. 레니아여. 너와 나는 신의 능력 자체가 다르다. 약신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너는 나와는 비견되지 않는 반신이니까."


레니아는 묵묵히 손을 포개어 그의 가슴에 가져갔다.


"그정도로 약해진 힘 정도는 봉인할수 있어."


아직도 두보엔의 표정은 여유 작작했다.


"무리다. 너는 근원적으로 나의 힘을 이해하지 못해. 설사 레나스트라는 비약을 먹었다 한들 이 나에 비할수 있을까?"


레나스트가 하려는것은 자신의 힘을 기준으로 상대의 힘을 엮어서 서로 봉인시키는 기술이었다. 상대의 힘을 같이 엮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의 힘을 묶은 만큼 자신의 힘도 그것에 속박되기 때문에 확실히 레니아가 강하지 않다면 행해서는 안될 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로 벤하르트가 그의 목숨을 끊지 않는다면 그들은 정말 위험했다.




"하아 하아."


"역시 무리였지?"


어둠이 감싸고 있는 두보엔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그는 웃고 있었다.


"으윽.."


"그래도 내가 너희를 쫓아가지는 못할만큼 힘을 묶어 두었군. 축하한다만,, 다음 난관은 어떻게 해쳐 나가려나?"


두보엔의 말에 레니아의 표정이 변했다.


"다음 난관?"


"사신(死神)이 온다."


가뜩이나 하얀 레니아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아무리 나라도 신을 상대하는데 100%란 장담 따윈 할수 없지. 그래서 사신을 이곳으로 불렀다. 예상외로 늦기는 했지만 거의 근처에는 도달했겠군."


"사신이라뇨?"


"저녀석의 수하야. 벤 빨리 도망쳐야해."


사신의 마법은 특성상 신에게는 아무 영향도 줄수 없지만 인간에게는 달랐다. 인간의 생명의 근원을 잘라내어 포식하는 신 그것이 사신인것이다.

물론 마법의 특성이 신에게 먹히지 않을뿐 일반적인 힘 자체도 레니아보다는 뛰어나다 할수 있었다.


"사신을 만나게 되면 적어도 벤 너는 즉사나 다름 없어."


즉사라는 말에 벤하르트의 다리도 순간적으로 가속 되었다.





20여분 쯤 달렸을까. 가뿐 숨을 쉬며 벤하르트가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벤!"


"역시 저는 구제 불능 이군요. 그냥 가세요. 어차피 이게 가장 이상적인 겁니다. 제가 죽고 그 틈을 타서 레니아님이 도망 치는게요. 엔쿠라스에 언젠가는 도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미 인간으로서는 살만큼 살았고 미련도 그다지 없습니다."


'이미 마지막에 구원을 받은 느낌이니까요.'


편안하게 눈을 감던 벤하르트의 뺨에 그녀의 손이 작렬했다.


"왜.?"


"이 바보야. 이미 엔쿠라스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사 사실 나도 너와 함께 있던 시간이 즐거웠단 말야. 그런데 어떻게 너를 두고 도망칠수 있겠냐!"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그녀는 벤하르트의 시선을 피했다.


"사라지는거나 남겨지는거나 좋을건 없겠군요. 그럼 가죠."


"진작에 그랬어야지."


다시 두 남녀는 달렸다.




벤하르트는 떠있는것이 보름달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달이 밝지 않았다면 그들은 더욱더 발에 묶였을 것이다.


"벤 속도를 조금만 더 내야 할것 같아."


"왜요?"


현재로서도 거의 한계에 가까운 상황이었기에 벤하르트는 다급해졌다. 심장은 터질듯 쿵쾅이고 있었고 다리는 이미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사신이 오고 있어."


그들은 거의 마을 언저리까지 도착했다. 한시간 남짓 걸려서 내려온것 치고는 대단하다 할수 있었지만 감탄을 할 틈따위는 없었다.


[부스럭]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에 벤하르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 할수 있었다.


"여어."


푸른 머리 약간 거만한듯한 표정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편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그는 벤하르트를 내려보고 있었다. 분명 젊었을 그때의 모습으로..


"벤 이녀석은 누구야?"


"루크 형님?"


"이 모습이 되서야 너를 알아 볼수 있더군. 오랜만이라고는 말안해도 되겠지. 벤하르트 하르크."


푸른 머리의 청년 젊어진 루크는 그렇게 벤하르트의 눈앞에 나타났다.


"형님 어떻게?"


"음 마중 나온 손님이 있는 모양이군."


루크의 중얼거림과 함께 기괴하게 팔을 늘리고 노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 보는 한 괴인이 등장했다.


"보아하니 쫓기고 있는 모양인데 도망치지 그래?"


"형님 저건 사신입니다. 신이라구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도망칩시다."


"거기 인간. 죽고 싶지 않다면 빨리 도망치는게 좋아."


레니아가 벤을 거들어 말했지만 루크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루크의 시선과 사신의 시선이 마주쳤다.


"내 공방으로 가라. 아침 까지는 따라 가도록 하지."


"형님 무슨 소리에요! 눈앞에 있는것은."


"공방으로 가라."


루크의 살기어린 말에 다시 벤하르트의 온몸에 두려움이 일었다. 분명 그의 눈앞에 있는 일은 이미 인가적인 사고로 생각할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신에게 쫓기거나 다 늙었던 루크가 젊어지거나 하는 상황은 분명 보통의 인간이 생각할수 있는 범주가 아닌것이다.

그리고 그 기괴한 현실에서 벤하르트는 자연히 고개를 끄덕인다. 왠지 모든것을 내버려 두고 서라도 루크의 말은 믿을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방적인 믿음임에도 그것은 거의 확신이었다.


"가죠 레니아님."


"루크라면 네 사형이잖아 정말 둘거야?"


"네."


레니아의 손을 잡고 벤하르트는 루크의 공방으로 향했다 마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네놈. 내가 무엇인지 아직도 깨닿지 못한것 같아 이야기 해 주겠다. 네녀석 같은 인간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신이 이몸이니라."


한번 들으면 온몸이 오싹해질 정도의 말이었지만 루크는 눈하나 까딱 하지 않았다.


"사신이라고 했나? 이름은?"


"인간에게 알려줄 이름 따윈 없다!"


사신의 손이 루크를 가리켰다. 루크의 오른손도 검에 도달했다.


"설마하니 신과 다시 한번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런 방식으로.. 아무래도 신과 나는 악연으로 얽혀 있는것 같군."


루크의 야수와도 같은 눈빛이 어둠과 달빛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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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쿠라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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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엔쿠라스 68화-인질 +7 08.09.30 3,410 16 17쪽
67 엔쿠라스 67화-무법마을(2) +5 08.09.29 3,140 17 15쪽
66 엔쿠라스 66화-무법마을(1) +6 08.09.27 3,358 21 15쪽
65 엔쿠라스 65화-신수(神獸)의 숲 +7 08.09.26 3,679 17 14쪽
64 엔쿠라스 64화-여정(2) +4 08.09.25 3,908 18 19쪽
63 엔쿠라스 63화-여정(1) +7 08.09.24 3,613 20 14쪽
62 엔쿠라스 62화-예지 +7 08.09.23 3,585 15 12쪽
61 엔쿠라스 61화-보답 +6 08.09.22 3,603 18 13쪽
60 엔쿠라스 60화-사지(死地)(3) +6 08.09.20 3,764 19 17쪽
59 엔쿠라스 59화-사지(死地)(2) +3 08.09.19 3,742 18 12쪽
58 엔쿠라스 58화-사지(死地) +5 08.09.18 3,752 22 15쪽
57 엔쿠라스 57화-희생(3) +3 08.09.17 3,973 21 12쪽
56 엔쿠라스 56화-희생(2) +6 08.09.16 3,983 24 13쪽
55 엔쿠라스 55화-희생(1) +5 08.09.15 4,057 27 13쪽
54 엔쿠라스 54화-선물 +5 08.09.14 4,203 27 16쪽
53 엔쿠라스 53화-백(白)의검(劍) +5 08.09.13 4,720 24 13쪽
52 엔쿠라스 52화-살심 +3 08.09.12 4,321 29 12쪽
51 엔쿠라스 51화-악인 +2 08.09.11 4,376 36 12쪽
50 엔쿠라스 50화-배신 +2 08.09.10 4,753 31 16쪽
49 엔쿠라스 49화-축제(3) +5 08.09.04 4,310 25 8쪽
48 엔쿠라스 48화-축제(2) +5 08.08.31 4,147 29 10쪽
47 엔쿠라스 47화-축제(1) +4 08.08.30 4,384 20 9쪽
46 엔쿠라스 46화-적응 +6 08.08.27 4,659 27 18쪽
45 엔쿠라스 45화-도발(2) +7 08.08.25 4,795 26 19쪽
44 엔쿠라스 44화-도발(1) +8 08.08.22 5,081 32 10쪽
43 엔쿠라스 43화-속죄(2) +7 08.08.20 5,195 30 17쪽
42 엔쿠라스 42화-속죄(1) +8 08.08.18 4,911 30 11쪽
41 엔쿠라스 41화-검도(劍道) +9 08.08.17 5,172 37 11쪽
40 엔쿠라스 40화-백귀(白鬼)(2) +11 08.08.16 5,263 29 12쪽
39 엔쿠라스 39화-백귀(白鬼)(1) +9 08.08.14 5,315 30 11쪽
38 엔쿠라스 38화-동행(3) +4 08.08.13 4,833 25 7쪽
37 엔쿠라스 37화-동행(2) +9 08.08.11 4,994 26 10쪽
36 엔쿠라스 36화-동행(1) +9 08.08.10 5,416 33 15쪽
35 엔쿠라스 35화-무도회(2) +7 08.08.08 5,267 33 25쪽
34 엔쿠라스 34화-무도회(1) +11 08.08.07 5,353 33 14쪽
33 엔쿠라스 33화-수도 셰이르(2) +5 08.08.05 5,745 36 23쪽
32 엔쿠라스 32화-수도 셰이르(1) +5 08.08.04 5,832 45 12쪽
31 엔쿠라스 31화-혈화(血花)의 길(3) +8 08.08.01 6,420 32 23쪽
30 엔쿠라스 30화-혈화(血花)의 길(2) +7 08.07.31 6,707 29 21쪽
29 엔쿠라스 29화-혈화(血花)의 길(1) +12 08.07.29 7,790 36 18쪽
28 엔쿠라스 28화-시작(3) +6 08.07.27 8,196 33 16쪽
27 엔쿠라스 27화-시작(2) +8 08.07.26 8,260 33 13쪽
26 엔쿠라스 26화-시작(1) +4 08.07.25 9,407 37 16쪽
» 엔쿠라스 25화-월야(月夜)의도주(禱走)(2) +7 08.07.23 9,281 43 22쪽
24 엔쿠라스 24화-월야(月夜)의도주(禱走)(1) +3 08.07.21 9,417 43 20쪽
23 엔쿠라스 23화-영검(靈劍) +3 08.07.20 9,339 36 11쪽
22 엔쿠라스 22화-일상(3) +4 08.07.19 9,378 35 19쪽
21 엔쿠라스 21화-일상(2) +4 08.07.17 9,712 29 13쪽
20 엔쿠라스 20화-일상(1) +6 08.07.16 10,463 34 15쪽
19 엔쿠라스 19화-신(神)의성지(聖地) +1 08.07.14 10,988 34 16쪽
18 엔쿠라스 18화-꿈의 끝 +2 08.07.12 10,354 29 15쪽
17 엔쿠라스 17화-균열(4) +5 08.07.11 10,388 30 11쪽
16 엔쿠라스 16화-균열(3) +9 08.07.10 10,349 32 20쪽
15 엔쿠라스 15화-균열(2) +6 08.07.09 10,324 29 19쪽
14 엔쿠라스 14화-균열(1) +2 08.07.07 10,912 35 12쪽
13 엔쿠라스 13화-연마(練磨)(2) +9 08.07.05 11,598 34 17쪽
12 엔쿠라스 12화-연마(練磨)(1) +8 08.07.04 13,252 37 15쪽
11 엔쿠라스 11화-아류(亞流) +5 08.07.03 12,548 33 10쪽
10 엔쿠라스 10화-자질(資質) +5 08.07.03 13,677 37 16쪽
9 엔쿠라스 9화-회상(2) +8 08.07.01 15,176 35 14쪽
8 엔쿠라스 8화-회상(1) +4 08.06.30 16,924 42 12쪽
7 엔쿠라스 7화-게임 +11 08.06.29 19,468 50 10쪽
6 엔쿠라스 6화-신벌(神罰) +49 08.06.28 20,913 46 16쪽
5 엔쿠라스 5화-감금 +10 08.06.28 21,162 46 11쪽
4 엔쿠라스 4화-조우 +7 08.06.28 23,360 47 15쪽
3 엔쿠라스 3화-외출 +14 08.06.27 27,142 63 15쪽
2 엔쿠라스 2화-연(緣) +30 08.06.27 34,473 79 20쪽
1 엔쿠라스 1화-프롤로그 +24 08.06.27 50,630 8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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