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색향 님의 서재입니다.

엔쿠라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색향
작품등록일 :
2012.11.05 05:04
최근연재일 :
2017.11.18 19:07
연재수 :
665 회
조회수 :
1,541,688
추천수 :
11,851
글자수 :
3,890,122

작성
08.07.19 15:47
조회
9,377
추천
35
글자
19쪽

엔쿠라스 22화-일상(3)

DUMMY

벤하르트가 마을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슬슬 해가 지고 있을때였다. 연철장에서와는 달리 노시엘트의 산은 험했고 또 마을과 멀었기 때문에 내려오는데만 수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조금 늦게 출발했었나."


더 늦기 전에 그는 발걸음을 서둘러 대장장이의 공방으로 걷기 시작했다. 조금은 두려운마음과 약간의 흥분 그리고 약간의 분노를 머금은채 뭐라 말할수 없이 그의 마음속은 어지러워 졌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마을 곳곳의 집에서 등불이 켜졌다.


[깡 깡]


마을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공방은 아직도 멀었건만 망치질 소리는 그 먼곳까지 들려 오고 있었다. 망치질 소리 하나 만으로도 벤하르트는 그 솜씨를 짐작할수 있었다.


'단순히 실력만으로는 나와도 견줄만 하군. 그럴수 밖에 없겠지만,,'


그는 연철장에 있었던 사람이 아직까지도 도공에 뜻을 두고 있다면 기술적인 면에서 서로가 밀릴일은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성큼성큼 걷고 있었던 걸음이 서서히 굳어 가고 있었다. 공방에 도착했을때 그의 발걸음은 이미 멈춰 있었다.


'잠시만 보도록 할까..'


아직도 망치질 소리의 거친 굉음은 줄어 들지 않았다. 벤하르트가 아닌 다른사람이 들었다면 도저히 90대 노인의 망치질이라는것을 깨닺치 못했을 것이다.

창살문 너머로 그는 눈앞의 늙은 도공의 실력을 볼수 있었다.


'저 실력은..'


한눈에 알수 있었다. 그 움직임을 잊을수 있을래야 잊을수가 없었다. 마치 그 옛날로 돌아간것처럼 투박한듯 하면서도 섬세하기 이를데 없는 움직임. 그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고 한들 그 실력을 보고 벤하르트가 모를리가 있으랴..


'루크 형님.'


얼마전에 자신의 과거를 레니아에게 말해서 였을까. 왠지 눈앞에 열심히 검을 담그고 있는 루크를 보니 그 옛날로 돌아온듯한 착각 마저 들 정도 였다.


'이상하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그는 도저히 이 기묘한 상황을 이해할수 없었다. 그가 죽으려고 왔던 곳에서 새롭게 수명을 얻게 되고 또 그곳에서 만난 대장장이가 루크라는것은 거의 일어날수 없는 일이었다.

열심히 검을 담그고 있는 루크를 보면서 그는 분노와 반가움에 만감이 교차했다.


"누구냐?"


안에서 루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쩌렁쩌렁하고 패기에 찬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세월이 담겨 있었다. 그만큼의 연륜이 그에게서 느껴진 것이다. 어설프게 강한척하던 젊었을때의 루크는 이미 없었다. 그곳에 있는것은 평생을 도공으로 살아 왔던 한 장인이 있을뿐.


"저 기억하시겠습니까? 저번에 광석을 팔았던 사람인데.."


"내가 노망이라도 났다고 생각하는거냐? 버릇없는 녀석이군."


그는 망치질 하던 손을 멈추고 다시 불속에 검을 넣었다. 일반인이라면 그 엄청난 화기에 접근도 못했겠지만 그 둘은 아무 영향도 없다는 듯 서로를 쳐다 보고 있었다.


"그래 용건은 뭐지?"


"검을 만든 공구를 사갈까 해서요. 아니면 빌려주기라도 해주셧으면 좋겠습니다."


"검을 만든다고? 네가?"


"물론이죠."


루크는 그를 비웃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일종의 도취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벤하르트와 청년이 어떤 관계일지 모르나 그는 갑자기 청년의 실력을 보고 싶어졌다.


"검을 만들어 봐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것은 상관 없다. 단 내가 생각하는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면 공구는 주지 않겠다. 시간은 어느정도나 필요 한가? 일주일 정도를 줄까?"


"30분."


벤하르트의 말에 잠시 넋이 나간듯 루크가 벤하르트를 쳐다보고 반문했다.


"30분? 검을 만드는데 30분이라니. 어린애 장난이 아니란 말이다!"


'무언가. 이전과는 바뀌셧군.'


언제나 도전정신으로 초심의 자세.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더 열을 내며 그것을 이루기 전까지는 잠도 자지 않고 근성이었던 루크는 그곳에 없는듯 했다. 분명 알이 보여주었던 30분의 신기를 그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30분이면 충분합니다. 불은 최대로 강하게 해주세요."


그가 망치를 쥐어 잡자 루크는 눈을 부릎 떳다.


'저 쥠은?'


벌써 수십년이 지났지만 그는 잊을수 없었다. 벤하르트의 그 움직임은 그가 따라가고자 하는 이상의 움직임. 스승을 따라가지 못해 방황할때 지침서가 되 주었던 움직임. 수십년전의 기술임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던 벤하르트의 모습과 눈앞의 청년의 모습이 겹쳐 보인 까닭에 그는 놀랐다.


[깡]


경쾌한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그때 자신의 스승 알이 보여준 움직임과 흡사한 움직임이었다. 설사 그 형태가 다를지언정 본질은 같은 움직임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30여분이 지난후 은백색 한자루의 검이 완성 되었다. 자신의 검보다 더 뛰어난 실력이었다.


"가져가라."


루크의 음성이 떨렸다. 벤하르트의 실력은 자신이 따라갈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의 마음은 쌔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때 놓아준것은 한점 후회가 없었지만 왜 이렇게 씁쓸한것인가..'


왠지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수십년 도공으로 살았던 세월은 20대 정도 많아야 20년 철을 만진 도공에게 마저 밀린것이다.

그가 공구를 내 주었다. 하나같이 자신이 수십년간 만져 오던 도공으로서는 일대 기물과도 같은 것들이었다.


"이것은 필요 없습니다. 저에게 필요한것은 저것이면 충분합니다."


벤하르트는 구석에 있는 망치와 틀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엇이든 가져가라. 이제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이니."


"한가지."


벤하르트가 공구를 챙겨들고 나가기 전에 말했다.


"깨달음을 얻는것은 자기 스스로의 일입니다. 나이가 들고 안들고는 상관 없지요."


"무슨 소리냐."


루크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젊은 녀석에게 훈계를 듣는것이 자존심 강한 그에게 좋을리가 없었다.


"기술은 이미 같은 경지 입니다. 나머지는 앞으로 한걸음. 자신의 마음을 담아 낼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일 뿐."


그 말을 끝으로 벤하르트는 공방의 밖으로 나갔다.


'형님이라면 이정도의 조언으로 넘어 설수 있겠지.'


그 생각에는 어떠한 의심도 없었다. 벤하르트가 생각하던 루크는 분명 아직도 건재해 있었다. 나가기전 붉은 눈동자가 연상될 정도로 투지에 불타던 그의 모습을 그는 똑똑히 그 눈으로 볼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음에 만날때는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




다시 산을 오르기에 때는 너무 늦어 있었다. 돈은 충분할 만큼 있었으니 벤하르트는 마을에서 하루를 묵었다.


'오랜만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인간 생활이라는건 그다지 나쁜건 아니었어.'


다시 레니아의 거처로 올라가기 전에 여분의 식량을 살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잠이 들었다.



밝은 빛이 벤하르트의 눈에 들어 오고 있었다.


'더 자고 싶은데,,'


하지만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빛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으윽."


그가 일어나서 본것은 밝게 빛나는 태양의 반사광이었다.


"이제 일어났어?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깨울까 했는데."


"레니아님?"


느긋하게 여관의 의자에 앉아있는 레니아는 자연스레 차 한잔을 입가에 가져가고 있었다.


'왜 레니아가 이곳에 있는거지?'


"솔직히 난 네가 하루만에 돌아올줄 알았는데,, 역시 인간생활이 마음에 들었나보지?"


"이미 제가 하산했을대는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밤중에 노시엘트를 오르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데요."


"새벽에 나가려고 한 주제에 밤을 두려워 한다는게 말이 돼?"


그녀는 밤새 벤하르트를 기다렸다. 별일이 없다면 벤하르트야 당연히 저녁 쯤에는 돌아올줄 알았지만 벤하르트는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참다 못한 그녀는 그를 찾아 나섰지만 결국 도착한곳은 마을의 여관 이었던 것이다.


"누구는 걱정이 되서 찾아 왔더니 이런곳에서 쿨쿨 잠이나 자고 편히 쉬었다 이거지?"


"걱정요?"


"생각해봐. 아침에 그렇게 보채서 나가려 했던 녀석이 밤늦게 까지 아니 하루를 꼬박 안오면 걱정하는게 당연한거 아냐? 그리고 그런걸 꼬치 꼬치 묻지 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면 좀 좋냐는거지!"


그녀는 씩씩 대면서 얼굴을 붉혔다. 더 이야기도 하기 싫은듯 고개를 돌리고 화를 삭히려는듯 앞에 놓여 있는 차를 벌컥 벌컥 들이켰다.

벤하르트는 그런 그녀를 보고 미소지었다. 그 자신도 자신이 미소를 지었다는것을 자각하지 못했지만,,




"어제 저녁도 혼자 먹었겠지. 그래. 점심도 그냥 넘어갔지. 인간이란 안먹고는 살수 없으니까.. 그래 인정해. 그럴수두 있지."


"죄송합니다. 정말."


"아무 특색없는 산이나 보면서 신이 인간을 기다리다니 이게 말이 돼? 나 참."


레니아는 여관에서 나올 당시부터 계속 투덜 거렸다. 보통 부덜거리는것을 들으면 그다지 기분 좋을리가 없었지만 그녀의 그렇게 칭얼 거리는 모습이 벤하르트는 그다지 싫지 않았다.

처음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정말이지 오랜 세월동안 잊고 있었던 인간관계였다. 물론 레니아는 신이었지만,


"어제 제가 먹은 식당이 꽤 괜찮았는데 한번 맛 보러 가는게 어떻습니까?"


"그래? 저번처럼 실망스럽지는 않겠지?"


"저보다도 나은 솜씨일테니까요."


다행히 레니아는 그곳의 음식을 마음에 들어 했다.


"흠흠 어제 안 들어 왔던것은 이걸로 용서해 주도록 하지. 참고로 엄청 화났었다고.."


"예."


레니아는 여전히 툴툴 거렸지만 이미 벤하르트에 대한 앙금은 풀어져 있었다. 아침에 곤히 자고 있는 벤하르트를 보면서 기분이 나빴던것도 어느샌가 잊어 버렸다.


"헤이~"


멀리서 벤하르트에게 있어 그다지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디논?"


디논은 멀리서 벤하르트를 향해 달려 오고 있었다.


"겨우 도착했군."


그는 레니아와 벤하르트의 앞에서 가쁜숨을 들이키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이 마을의 정보는 내가 쥐고 있는것이나 다름 없거든."


"그래 용건은?"


디논은 흙씹은 표정을 짓더니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용건이라니? 다음에 오면 답을 알려 달라고 했었잖냐. 3일정도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보는데,"


잠시나마의 틈이었지만 요 사이 벤하르트의 마음은 움직이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사내를 완전히는 아니지만 한번만 더 예전처럼 남을 믿을수 있게 되고 싶었다.

레니아도 루크도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 했던 눈앞의 청년 디논도 마지막으로 한번만 믿고 싶어져 버렸다. 그만큼 그도 정을 갈구 했던 것이다.


"좋아."


"그럼 우린 친구가 된건가? 선술집에 가서 술이나 한잔 할까?"


"벌써 친구 타령은 하지 말라고. 그렇게 허물 좋은 관계는 아니잖아."


벤하르트가 그의 제안을 거절한것은 갑작스레 친해지려 하는 디논을 멀리하려는 속셈도 있었으나 무엇보다 그는 술을 싫어했다. 그날 선술집에 갔던것도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 였지 결코 술을 마시러 갔던것은 아니었다.

술을 싫어한다는 사실은 놀림감이 되기에 딱 좋은 일이었기에 그는 그 사실을 가급적 숨기고 싶었다.


"그쪽은 신인 레니아였던가요? 제 부하들이 누님이라고 부르던데 저도 그렇게 부를까요?"


"마음대로."


"그리고 어떠세요? 선술집에 가서 거하게 한잔 해보는게?"


"글쎄. 벤 너는 어때?"


"두 말할것도 없이 노시엘트로 돌아가는 쪽이지요,"


그는 망치를 쥐면서 말했다. 아침에 일어난 이후에도 한번도 잊지 못한 도공으로서의 떨림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막 친구가 된 사람과 마시느니 한시라도 빨리 올라가서 자신의 검을 만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됬으니 오늘은 포기해 주길.."


디논도 벤하르트의 표정이 거짓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선뜻 물러나 주었다. 벤하르트가 재미있는 사람이든 재미 없는 사람이던 자신에게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던 그것은 그에게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저 믿을수 있는 친구 하나가 필요 했을 뿐이었다. 이미 메말라 버린 마음에 오아시스를 만들기 위해 망가진 인간으로 살지 않기 위해 지탱할수 있는 선이 필요 했던 것이다.


'언젠가는 친해질수 있겠지.'


친해 지기만 하면 벤하르트 같은 사람이 그를 배신 할리가 없었다. 그렇게 보았기 때문에 디논은 벤하르트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허물없는 친구가 될날을 고대하며 그는 멀어져 가는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향해 인사했다.




레니아의 거처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슬슬 해가 질 준비를 하고 있을때였다.


"한번 나갔다 오면 하루는 금새 끝나 버리는군."


"그렇네요."


벤하르트는 마을에서 사온 식료품을 늘여 놓았다. 동굴 안의 어디를 놓더라도 시원시원 했기 때문에 상할 염려는 없었다.


"시장하신가요?"


"어? 아니 벌써 잊은거야? 나는 신이라고 먹고 싶을때가 있으면 얼마든지 먹을수 있고 먹기 싫으면 100년을 굶어도 상관 없는걸 모르는거야? 시장하냐니."


"생각이 짧았습니다."


벤하르트가 주섬주섬 다시 식료품을 집어넣었다.


"자 잠깐. 허기야 지지 않지만 먹기 싫다는 의미는 아니었어."


"....."


"그러니까,,"


그녀가 마지막 말을 하기 전에 벤하르트는 도마를 늘여 놓고 요리를 시작했다. 그녀에게 그렇게 한 마디 한 마디 자존심을 깍게 하는 말을 하게 할 필요도 자신이 그런것을 억지로 들을 필요도 없었다.


'둔한것 같은데 의외로 눈치는 있네.'


살짝 안도하면서 그녀는 그가 요리를 하는 광경을 바라 보았다. 능숙하게 고기를 해체 하고 그는 불에 그것을 익히면서 이미 고개를 돌려 양념을 만들고 있었다.

그 움직이 매우 그럴싸 해보여서 그녀는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완성 했습니다. 한번 맛을 보시지요."


"오 맛있는데?"


꼬치식으로 구워진 음식을 한입 베어 먹으면서 그녀가 감탄사를 내 뱉었다. 벤하르트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그녀를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은뒤 꼬치 몇개를 들었다.


"어디 가?"


"예 공구를 얻었으니 한번 검을 만들러 가보려구요."


"그래? 그럼 다녀와."


"맛있게 드세요."


말을 끝내고 그는 레니아의 동굴의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겨진채 그녀는 꼬치를 하나 하나 빼 먹었다.


'왠지 아까 보다는 별로 인걸?'


무의식적으로 거처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였다.


"아! 레니아님 그 두번째 동굴의 광석 사용해도 될까요?"


"어!?"


갑자기 벤하르트가 나올줄은 몰랐기에 그녀는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그런건 당연하잖아. 내 검을 만드는데 어중이 떠중이 재료를 사용하려고 했었단 말야?"


"그럼."


벤하르트가 사라지고 나자 왠지 멋쩍어진 레니아는 꼬치 한개를 집어 물었다.


'그래도 맛은 있네.'





"역시 대단하군."


보석 천지나 다름 없는 레니아의 두번째 동굴에는 그가 원하는 광석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중에는 희안하게 생긴 돌도 있었는데 마치 루비와도 같이 붉은 빛을 내고 있는 돌부터 에메랄드와 같은 연녹색의 돌도 있었다. 그것은 전부 보석 같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것이 보석과 같은 치장용 돌이 아니라는것을 벤하르트는 단번에 알아 챌수 있었다.


"이건."


붉은색 돌에 손을 가져가자 따스한 기운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점점 가속화 되더니 이윽고 뜨거워서 들고 있지 못할정도가 되어 버렸다. 벤하르트는 다급히 그 돌을 던졌지만 던진것을 후회 할수 밖에 없는 일이 터져 버렸다.


[펑]


붉은색 돌이 굉음을 내면서 터져 버렸다. 그리고 그 주위로는 엄청난 화기의 불꽃이 일고 있었다.


'이 현상은 저번에 레니아가 보여 주었던.'


레니아가 약으로 그의 화로를 만들어 준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뭐야 무슨일이야!"


그녀는 벤하르트 앞의 불기둥을 보고 기겁했다.


"벤 너 염령석(炎靈石)을 만진거야?"


"염령석?"


염령석이라는 것은 돌에 불의 근원을 담아 둔것이었다. 그녀가 벤하르트의 화로를 만들어낸 순화(純火)의 약병도 염령석으로 만들어 진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로서도 그것을 손으로 집을수는 없었다. 어느정도 불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그녀로서도 닿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의 불꽃을 머금고 있는 돌이었다.

그것을 만지지 않고 저렇게 터진다는것은 불가능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붉은 돌을 만진거냐고."


"아 예."


"만진 손은 어느 쪽이야?"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벤하르트의 손은 못쓰게 될것 이라고 생각하고 다급히 그녀가 물었다. 그만큼 염령석의 불은 지독하다 할수 있었다.


"어?"


벤하르트가 내민 손에는 얕은 화상 외에는 전혀 다른 문제가 없었다.

레니아는 의아해 했다.


"왜 아무 이상이 없지?"


"글쎄요."


"뭐 어쨋든 아무렇게나 만지지 말라고, 미처 이야기를 못했지만 여기에 있는것들중 염령석(炎靈石) 풍령석(風靈石) 지령석(地靈石) 빙령석(氷靈石)의 네가지 돌은 만지면 안되 그 외에는 상관 없지만,"


"그런건 조금 더 일찍 말해 주세요."


"미안."


"그런데 레니아님 이 돌들 사용해도 되는건가요?"


"무슨 소리야?"


벤하르트는 뛰어난 도공이었다. 레니아와 도공으로 대결 하라 한다 해도 압승을 거둘수 있을만큼 그의 실력은 출중했다. 그런 그는 광석을 보는것에서 만큼은 레니아를 월등히 능가 했는데 한눈에 령석을 이용해서 검을 만들수 있다는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분명 그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돌을 이용해서 검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위험해. 만지기만 해도 보통은 뼈가 녹아 버려. 절단되거나 얼어서 부수어 지거나 비틀어서 박살나는데 괜찮겠어?"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만질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나 참. 왜 신인 내가 조수를 위해 조수가 되어 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린거지?"


그녀는 한탄하면서 품안에서 푸른 빛이 감도는 약병을 꺼내들었다.


"손 내봐."


"예."


그녀는 그 약을 벤하르트의 손에 살짝 뿌렸다. 시원하면서도 확실하게 차가운 느낌이 벤하르트의 손에 퍼져 나갔다.


"이제 염령석을 만져도 아마 무리는 없을거야. 약효는 4시간 정도 지속 되고 하루에 한번이 적정량이지. 더 뿌렸다가는 손이 얼어 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버려. 알아 듣겠어?"


"하루에 네시간은 저 돌을 이용해서 검을 만들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그래. 그리고 나는 너를 위해서 이 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거지. 원래는 반대여야 하는것 아냐?"


그녀는 불만스러운 말투였지만 딱히 표정이 굳어 있지는 않았다. 왠지 벤하르트가 하려는 일이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 검은?"


"같이 만들겁니다."


벤하르트도 령석을 이용해서 검을 만드는것은 처음이자 미지의 세계였지만 그러한점이 오히려 그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근본적으로 자신이 다루어 왔던 개념을 탈피한 검을 만들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일상은 완전히 뒤바꼈다.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위해 각각의 속성에 반하는 약을 반들어 주었고 벤하르트는 그녀를 위해 성심껏 검을 만들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에서 부터인가 그들의 일상처럼 바뀌어 버렸다.

========================================

늦게 올려 죄송합니다. 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엔쿠라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엔쿠라스 68화-인질 +7 08.09.30 3,410 16 17쪽
67 엔쿠라스 67화-무법마을(2) +5 08.09.29 3,140 17 15쪽
66 엔쿠라스 66화-무법마을(1) +6 08.09.27 3,358 21 15쪽
65 엔쿠라스 65화-신수(神獸)의 숲 +7 08.09.26 3,679 17 14쪽
64 엔쿠라스 64화-여정(2) +4 08.09.25 3,908 18 19쪽
63 엔쿠라스 63화-여정(1) +7 08.09.24 3,613 20 14쪽
62 엔쿠라스 62화-예지 +7 08.09.23 3,585 15 12쪽
61 엔쿠라스 61화-보답 +6 08.09.22 3,603 18 13쪽
60 엔쿠라스 60화-사지(死地)(3) +6 08.09.20 3,764 19 17쪽
59 엔쿠라스 59화-사지(死地)(2) +3 08.09.19 3,742 18 12쪽
58 엔쿠라스 58화-사지(死地) +5 08.09.18 3,752 22 15쪽
57 엔쿠라스 57화-희생(3) +3 08.09.17 3,973 21 12쪽
56 엔쿠라스 56화-희생(2) +6 08.09.16 3,983 24 13쪽
55 엔쿠라스 55화-희생(1) +5 08.09.15 4,057 27 13쪽
54 엔쿠라스 54화-선물 +5 08.09.14 4,202 27 16쪽
53 엔쿠라스 53화-백(白)의검(劍) +5 08.09.13 4,719 24 13쪽
52 엔쿠라스 52화-살심 +3 08.09.12 4,321 29 12쪽
51 엔쿠라스 51화-악인 +2 08.09.11 4,376 36 12쪽
50 엔쿠라스 50화-배신 +2 08.09.10 4,753 31 16쪽
49 엔쿠라스 49화-축제(3) +5 08.09.04 4,310 25 8쪽
48 엔쿠라스 48화-축제(2) +5 08.08.31 4,147 29 10쪽
47 엔쿠라스 47화-축제(1) +4 08.08.30 4,384 20 9쪽
46 엔쿠라스 46화-적응 +6 08.08.27 4,659 27 18쪽
45 엔쿠라스 45화-도발(2) +7 08.08.25 4,795 26 19쪽
44 엔쿠라스 44화-도발(1) +8 08.08.22 5,081 32 10쪽
43 엔쿠라스 43화-속죄(2) +7 08.08.20 5,195 30 17쪽
42 엔쿠라스 42화-속죄(1) +8 08.08.18 4,911 30 11쪽
41 엔쿠라스 41화-검도(劍道) +9 08.08.17 5,172 37 11쪽
40 엔쿠라스 40화-백귀(白鬼)(2) +11 08.08.16 5,263 29 12쪽
39 엔쿠라스 39화-백귀(白鬼)(1) +9 08.08.14 5,315 30 11쪽
38 엔쿠라스 38화-동행(3) +4 08.08.13 4,833 25 7쪽
37 엔쿠라스 37화-동행(2) +9 08.08.11 4,994 26 10쪽
36 엔쿠라스 36화-동행(1) +9 08.08.10 5,416 33 15쪽
35 엔쿠라스 35화-무도회(2) +7 08.08.08 5,267 33 25쪽
34 엔쿠라스 34화-무도회(1) +11 08.08.07 5,353 33 14쪽
33 엔쿠라스 33화-수도 셰이르(2) +5 08.08.05 5,745 36 23쪽
32 엔쿠라스 32화-수도 셰이르(1) +5 08.08.04 5,832 45 12쪽
31 엔쿠라스 31화-혈화(血花)의 길(3) +8 08.08.01 6,420 32 23쪽
30 엔쿠라스 30화-혈화(血花)의 길(2) +7 08.07.31 6,707 29 21쪽
29 엔쿠라스 29화-혈화(血花)의 길(1) +12 08.07.29 7,790 36 18쪽
28 엔쿠라스 28화-시작(3) +6 08.07.27 8,196 33 16쪽
27 엔쿠라스 27화-시작(2) +8 08.07.26 8,260 33 13쪽
26 엔쿠라스 26화-시작(1) +4 08.07.25 9,407 37 16쪽
25 엔쿠라스 25화-월야(月夜)의도주(禱走)(2) +7 08.07.23 9,280 43 22쪽
24 엔쿠라스 24화-월야(月夜)의도주(禱走)(1) +3 08.07.21 9,417 43 20쪽
23 엔쿠라스 23화-영검(靈劍) +3 08.07.20 9,339 36 11쪽
» 엔쿠라스 22화-일상(3) +4 08.07.19 9,378 35 19쪽
21 엔쿠라스 21화-일상(2) +4 08.07.17 9,712 29 13쪽
20 엔쿠라스 20화-일상(1) +6 08.07.16 10,463 34 15쪽
19 엔쿠라스 19화-신(神)의성지(聖地) +1 08.07.14 10,988 34 16쪽
18 엔쿠라스 18화-꿈의 끝 +2 08.07.12 10,354 29 15쪽
17 엔쿠라스 17화-균열(4) +5 08.07.11 10,388 30 11쪽
16 엔쿠라스 16화-균열(3) +9 08.07.10 10,349 32 20쪽
15 엔쿠라스 15화-균열(2) +6 08.07.09 10,324 29 19쪽
14 엔쿠라스 14화-균열(1) +2 08.07.07 10,912 35 12쪽
13 엔쿠라스 13화-연마(練磨)(2) +9 08.07.05 11,598 34 17쪽
12 엔쿠라스 12화-연마(練磨)(1) +8 08.07.04 13,252 37 15쪽
11 엔쿠라스 11화-아류(亞流) +5 08.07.03 12,548 33 10쪽
10 엔쿠라스 10화-자질(資質) +5 08.07.03 13,677 37 16쪽
9 엔쿠라스 9화-회상(2) +8 08.07.01 15,176 35 14쪽
8 엔쿠라스 8화-회상(1) +4 08.06.30 16,924 42 12쪽
7 엔쿠라스 7화-게임 +11 08.06.29 19,468 50 10쪽
6 엔쿠라스 6화-신벌(神罰) +49 08.06.28 20,913 46 16쪽
5 엔쿠라스 5화-감금 +10 08.06.28 21,162 46 11쪽
4 엔쿠라스 4화-조우 +7 08.06.28 23,360 47 15쪽
3 엔쿠라스 3화-외출 +14 08.06.27 27,142 63 15쪽
2 엔쿠라스 2화-연(緣) +30 08.06.27 34,473 79 20쪽
1 엔쿠라스 1화-프롤로그 +24 08.06.27 50,630 8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