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47화(603화)-마굴(7)
"분명히 이름이... 으음."
"아는 사람이에요?"
"안다고 해야 하나. 모르는건 아니지만, 잘 아는것도 아니기는 한데,"
이니프는 벤하르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무언의 응시에 벤하르트는 못 이긴척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안녕하세요."
"음? 어?"
남자도 놀란 눈으로 벤하르트를 보았다.
"아 그러니까, 아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아 그래 사람을 찾는 마도구를 만들어서 줬던 그 사람이로군요."
'물건은 기억하는건가?'
어떤 의미에서는 진실로 제작사 다운 말이라 할 수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페이렌에서 K의 일 직후에 제가 의뢰를 했었더랬죠."
그 남자는 K의 일이 끝난 후 벤하르트에게 마도구를 제작해 주었던 스팅이었던 것이다.
"혹시 다른 한 분도.."
"아 레이라.. 아니 레랄드를 말하시는 거라면 이 밑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도중입니다. 그나저나 의뢰인과 제작사가 만난 것이기는 해도 아는 얼굴을 만나니 반갑기 짝이 없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성함이.."
"스팅입니다. 저기 죄송하지만 이쪽도 까먹었거든요.."
"벤하르트 입니다. 그런데 레랄드씨와 스팅씨가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는 네냐도..?"
"네냐는 없습니다. 묘하게 관심이 있는 모양이군요. 네냐는 기억하시는걸 보니.."
날카롭게 약간의 적의를 섞어서 이야기 하는 스팅의 말에 벤하르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뇨 아뇨. 전혀 관심은 없습니다. 레랄드씨에 대해서도 물어 봤지 않습니까. 생각난 김에 물어본 겁니다. 레랄드씨를 물어보면서 네냐에 대해서 물어 보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그것도 그렇군요. 뭐 좋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레이라를 만나러 가려 하는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네 저야 좋지요."
스팅을 따라 벤하르트와 이니프는 지하로 내려갔다. 어둑어둑한 지하의 어딘가에서 깡깡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야 스팅 뭐 이렇게 늦은거야?"
"미안미안 것보다 나와 봐라. 반가운 손님이 와계신다?"
"손님?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이런 곳에 손님이라고 해봐야.."
덥수룩한 수염에 며칠은 관리를 안한 듯한 머리로 꾀쬐쬐한 차림을 한 남자가 어둠속에서 나왔다.
"어? 당신은.."
"오랜만입니다."
"흐음..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 사람 찾는 마도구를 만들어 줬었더랬지? 아마?"
"그건 이미 내가 했던 반응이라고, 그 있잖냐. 네냐와 함께 몇년전에 있었던 K를 잡는 것에 참여 했었던 벤하르트라고 하는 남자.."
"아.. 아.. 그랬었지. 그래 내가 만들어준 마도구는 잘 보관 하고 있습니까?"
"아니.. 그게.."
마도구부터 시작해서 잡다한 물건들은 전부 레니아의 손에 있었고, 레니아는 그것을 자신이 만든 마법의 창고 안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날. 레니아가 봉인당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물건도 전부 잃어 버린 셈이 되어 버렸다.0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서 현재는 없습니다."
"그거 아쉽군요."
레랄드는 질타가 섞인 눈초리를 스팅에게 보였다. '왜 이런 사람을 데리고 왔는가' 라는 식의 의미가 담겨 있어 보이는 눈초리였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벤하르트는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동질감을 느낄수 있기에 그는 레랄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라고 해도 자신이 만들어 준 검이 어디론가 사라져서 잃어버렸다고 한다면 언짢은 기분이 될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됐습니다. 어쩔수 없지요."
벤하르트는 고개를 숙이고 숙연한 표정으로 잠자코 있었다.
"자 자.. 저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면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겠지. 그나저나 벤하르트씨는 이곳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벤하르트는 조심스레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적당히 설명했다.
"이 도시를 없애러 오셨다구요?"
"예."
"흐음 그렇군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실력자셨군요. 그래 어떻습니까? 이 마굴은 소멸시킬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조사 전이어서요. 그러고보면 두 분은 마도구를 만드시는 분이니, 마법사 이셨더랬죠?"
"공학분야입니다만, 그렇지요."
스팅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두분은 어째서 이곳에 오신겁니까?"
"이 마굴은 마계에서도 나온 모양입니다만, 인간계에서도 각지에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소문이 돌았죠. '보물' '기술' '지식' '무기' 갖가지 소문에 사람들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벤하르트씨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들어온 사람들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 입니다."
"10분의1.."
"그렇습니다. 저희도 노리는 것이 있어 일단 참가를 해보긴 했습니다만, 보시다시피 이런 꼴이죠. 어찌보면 우리가 이렇게 살아 남아서 여기 남아 있는건 천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 레이라?"
"레랄드다. 운이야 좋다고 할 수 있지 '우리로써는' 말야."
레랄드는 무언가를 열심히 만지고 있었다.
"그건 뭡니까?"
"좋은 질문이시군요. 이곳은 단순하게 '마굴'이 아닙니다. 물론 보물 같은 허황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옥같은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만, 어떤 의미에서 저희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스팅은 무엇인가를 들었다. 끝 부분이 십자로 된 홈이 파여져 있는 막대였는데, 그는 능숙하게 그것을 조작해 물건을 분해했다.
"이곳의 문명은 우리들이 사는 곳을 아득하게 뛰어 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마수와 우리 인간을 비교하는 수준 정도로 말이죠. 벤하르트씨 혹시 마법을 쓸 수 있습니까?"
"아니요 쓰지 못합니다."
벤하르트는 슬쩍 이니프를 쳐다보았다.
"저도 공간을 다루는 마법 외에는 딱히 잘 하거나 하지는 않은데,"
"후우 번개를 다룰 수 있다면 좋은 것을 보여 드릴 수 있는데 말이죠."
"번개..? 꼭 마법이 아니어도 상관 없는 겁니까?"
"상관은 없습니다. 번개라기 보다는 그 힘이 필요한 것이니까요. 다만 힘조절은 가능해야 하는데,"
"그부분은 문제 없을 겁니다. 그런데 번개라니.."
"정확하게는 그런 형식의 힘이 필요한 겁니다.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인데, 그 형식이 '전기'로 필요한 것 뿐이거든요."
"그렇습니까? 무슨 이야긴지 잘 이해는 가지 않습니다만,"
벤하르트는 검에 손을 가져가 살짝 휘둘러 백뢰를 일으켰다.
"오오! 어이 레이라! 얼른 얼른!"
"좋았어!"
둘은 좋아라 하면서 무엇인가를 들고 와서 벤하르트가 쏘는 번개를 받았다.
"벤하르트씨 조금만 더 출력을 낮춰서 부탁드립니다."
한참이 지나고 둘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벤하르트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야 이런 곳에서 좋은 전기 공급원을 만나게 될 줄이야.."
'공급원이라니..'
"그나저나 보여줄 것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아 이것입니다."
그들은 무언가를 연결한 후에 조작하기 시작했다. 곧 앞서 에실러로부터 보았던 화면을 통해 무엇인가가 출력되기 시작했다.
"아까 위에서 보고 왔던 것이로군요."
"그것은 단순히 화면을 출력하는 기계일 뿐입니다. 아마 이 사태를 만들었던 것을 찍어 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 다르지요."
미소를 띄운채 스팅은 무언가를 두드려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 제 머리에 대해 환멸감을 느낀 것은 여기를 와서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잘 보십시오. 여기에 무엇인가가 적혀 있지요?"
스팅이 가리킨 곳에는 하나하나의 문자가 적혀 있었다.
"아마도 이것을 조합해 이 도시에서는 문자를 사용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머리가 머리인지라 해독하기란 너무도 어렵군요. 다만, 이 책자를 통해 몇가지 알아낸 것도 있습니다. 이 기기는 여러가지 인간의 계산이나 생활을 도와주는 기계였다는 것을 말이죠."
레니아였다면 금새 해독해서 문자를 익혔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작은 것이 어떻게 도와 줄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보기에는 아무런 기능은 없어 보이는데,"
"아마도 고도의 문명이었겠지요. 이 작은 기기는 작지만 거대한 것이었을 겁니다. 작은 매체를 연결해 거대한 사회에 접속할 수 있었겠죠. 으아 말로 설명할 수가 없군요. 하지만 이 도시의 사람들은 이 기기를 통해서 물건을 요청하거나 팔거나 하는 식의 행동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먼 곳의 거래도 말이죠."
"그런게 가능한 겁니까?"
"그러니까 고도의 문명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이것을 조사하던 도중에 여러가지의 사실을 알아 냈습니다."
벤하르트는 스팅의 이야기에 흥미가 돋았다.
"벤하르트씨 이미 위에서 에실러를 만나고 왔다면 이곳의 사람들의 무력이 형편 없다는 것을 알고 있겠죠?"
"네."
"하지만 다릅니다. 단순히 육체적인 부분은 약할지 몰라도 레이라"
레랄드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왔다. 작은 모형이었는데 각진 모습으로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이건.."
"조심하세요."
쾅하는 굉음과 함께 튀어나온 포신에서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발사되었다.
"이것은 이 시대의 무기를 저희 나름대로 해석해서 마도구로 재조립 해 본 것입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고작해야 이정도가 아니라, 이것보다 수십배 수백배 대단한 '무기'를 가지고 있더군요."
"무기..?"
"한 별을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무기.. 또한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 작가의말
흐음.. 대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길때면,
연참대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일은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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