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50화-포용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마력석의 길로 이동해 있었다.
"이건.."
벤하르트는 엔도픽 마을 쪽을 바라 보았다. 레니아의 마법에 의해 그들은 엔도픽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 있었다.
"뭐 이런 거지."
"방금 그건 레니아의 마법인거야?"
레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번에 보여준적이 있었지? 공간이동의 마법 말야."
"그런데 그때는 이정도의 거리 밖에 이동하지 않았었잖아."
벤하르트는 손으로 적당한 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뒤로 얼마나 지났는데 그래? 아직도 그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벤하르트는 질린 얼굴을 하며 말했다.
"아니 실제로 많이 지나지 않았잖아. 기껏해야 몇일 정도였는데 벌써 이정도로 이동할수 있게 된거야?"
"이 마법은 상당히 어려운 마법이라서 한번 사용하고 나면 힘을 많이 소모 하기는 하지만, 대충 20000기아정도의 거리정도는 이동할수 있게 됐어. 그나저나 저거 싸웠으면 어땠을것 같아?"
엔도픽 마을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졌지만, 엔도픽 마을이 있는 곳에 있는 거대한 검은 마수의 구름은 그 먼 곳에서도 파악할수 있었다. 수많은 마수들이 들끓는 마굴을 보며 벤하르트가 말했다.
"아마 잡히거나 죽지 않았을까, 그 필린이라는 사람의 움직임은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길수 있었지만, 저 많은 강한 마수들이 달려들게 되면 설사 상대할수 있다고 해도 움직임이 한정되어 버려. 그때 필린이 그 빈틈을 찌르는 수도 있겠고,"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만약 싸웠으면 우리의 압승이었다고 봐."
레니아의 대답에 벤하르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뭐? 어째서? 저 마수들은 하나하나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렇게 쉽게 상대한다고 장담은 할 수 없었는데,"
"하지만 마수잖아?"
레니아는 손에서 백색의 빛을 만들어 내었다.
"아.."
벤하르트도 그녀의 마법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대 마수용 마법인 마력석을 기원으로 해독해낸 레니아의 마법은 마수들에게는 쥐약이나 다름 없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을 쓴다고 해도 마수들은 명령을 받고 강제적으로 노릴수 있겠지만, 자신의 몸이 아까운 그런 움직임으로는 우릴 잡을 수 없지. 그렇다면 이후의 마법은 도저히 막을 수 없게 돼. 벤 너는 필린에게만 신경을 쓰면 되는거고."
"이후의 마법이라니 무슨 마법?"
"뭐 있어. 아마도 그 마법을 썼다면 반수는 죽어 버렸을 걸. 그게 싫기도 했고, 그정도로 마을을 몰아 세우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까, 적당히 긴박하게 만들어 두고 도망치려고 했지. 사실 개인적으로는 싸워도 상관은 없었지만, 공간이동은 연비가 나빠서 말야. 차라리 싸우는 쪽이 마력을 덜 잡아 먹거든."
"반이라니, 저 많은 마수의 반을 죽이는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거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벤하르트를 보며 레니아가 말했다.
"그래. 만약에 정말로 위험했다면 나는 두말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을 거야. 이 마법은 말이지. 대인전에는 썩 좋다고 할수 없겠지만, 대군 전용의 마법이거든. 한번 사용하면 마을이나 도시를 삼켜 버리는 대마도의 마법이지. 마법을 준비해서 쓴다고 해도 아마 이 마법은 개인에는 먹히지 않을거야. 준비하는 동안이나 날린다고 해도 혼자라면 피하게 될테니까, 하지만 되려 많기에 걸릴수밖에 없는 공격이라는 것도 있어."
레니아는 손바닥으로 백색의 작은 빛을 산만하게 만들었다. 마치 작은 벌레처럼 날아다니는 그 마력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예를들어 이런 벌레가 있다고 해보자 이런 많은 수라면 손을 휘젓는것만으로도 몇마리는 손에 걸리겠지?"
"그렇겠지."
레니아는 마력을 싹 거두고 손가락에 하나의 빛의 조각만을 보이며 말했다.
"이게 한마리라면 어떨까?"
작은 빛은 이리저리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그렇구나. 그런 마법이라 이거지."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빛을 노리고 벤하르트는 손을 움직였다. 그가 쥔 손바닥을 펴자 마력의 조각은 공중으로 산산히 흩어져 사라졌다.
"뭐 그런 거지. 쓸 마음따윈 전혀 없었지만, '만약에' 싸웠다면 엔도픽이라는 마을은 정말 회생이 불가능할정도로 당해버렸을걸."
"그런 마법을 어째서 만들어 낸거야?"
"이상한 질문을 하는데 그래? 이런 마법은 알아두면 알아둘수록 좋은거야. 혹시 잔인한 마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벤하르트는 수긍하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 말하는 것을 보니 상처를 입히고 끝이라는 건 아닌 마법일테니까."
"그래 그런 가벼운 마법은 아니야. 정확하게 들어간다면 아마 대부분은 죽어버리는 잔혹한 마법이지. 하지만 벤 그렇기에 알아 두어야만 하는 거라고. 나는 네가 아니야. 너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을 방해해서 우리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그때 타인을 염려하거나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 죽이게 될 정도의 위협으로 위기를 타계할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서 나는 이 마법을 만들어낸거야. 다소 잔인해 보일수도 있지만, 그건 결국 사용하는 사람 나름이야. 이런 강제력은 반드시라고 까지는 할수 없어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찝찝하든 아니면 정말 내가 이 마법을 사용해서 누군가를 죽이게 되든 나는 이 마법을 만든것에 후회를 하지는 않아. 오히려 이런 마법이 '만약에'라도 없어서 네가 죽는다거나 한다면 그것을 후회 하겠지. 너는 안그래?"
레니아는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아마 나도 다르지 않을거야. 그래 최선을 다할수 없어서, 네가 당하게 된다면 나는 나 자신을 원망하고 후회하겠지."
"이런 마법이기에 나는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을거야. 하지만 만약에 사용한다면, '사용할수밖에 없는 상황이겠지. 그때가 되어서 '이런마법이 있었다면,,'이라고 후회할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렇구만,"
"공간이동은 어땠어? 이거라면 어지간한 위기는 벗어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지 않아?"
벤하르트는 눈치좋게 레니아를 칭찬했다.
"대단했어. 나는 공간이동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어려운 마법이라고 했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간단한 거리 밖에 이동하지 못했으니까,"
"내가 치피를 도발할수 있었던 이유도 이 마법이 가능했기 때문이었지."
"아 그래도 촌장을 도발하는건 조금 그렇지 않아?"
레니아는 한숨을 쉬며 선생의 자세로 돌변해 말했다.
"하여간 치피가 우리에게 어떤 짓을 하려고 했는지 잊은거야? 우리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해도 그 행동은 화를 내도 싼 것이었다고,"
"애초에 그 이유를 만든건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잖아."
"그거야 그렇지. 구태어 말하자면, 나는 엔도픽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벤 너는 헤벌쭉해서 좋게만 보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을 보고 난 뒤에는 어땠지? 마음이 편치는 않았잖아?"
"그렇지."
"그게 이유야. 나는 말야. 마치 엔도픽 마을의 마수를 다루는 자신이 정답이고,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마수들은 잘못인것처럼 제멋대로 생각하는 마을에게 '개인적인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거든. 그래서 나름대로 도발을 한거야."
"그건 억지아냐?"
"확실히 따지고 들자면 맞아. 하지만 원래 세상은 그런거잖아. 벤 너무 둥글게 둥글게만 살지는 마. 내가 마을에게 억지를 부리듯 마을도 마수에게, 더 나아가 조건이 갖추어 진다면 우리에게 스스로의 억지를 강요했잖아. 그건 부조리하지만 자연스러운거야. 그런게 있기에 인간은 계속 성장할수 있는 거야. 완벽하다면 그 이상은 없어. 완벽하지 않기에, 추잡하고 억지를 부리고 개인적인 생각을 관철하면서도 그것이 향하는건 언제나 '개인'이든 '집단'이든 미래를 향하는거야."
레니아의 말을 벤하르트는 홀린듯 듣고 있었다.
"저기 듣고 있어?"
"어 그래. 물론이지."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이 생각을 벤 네가 반이라도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 생각도 사실 내가 부리는 억지 겠지?"
"그렇지 않아."
이상한건 자신이다. 레니아가 말하는것은 어디까지나 정론이다. 현명한 그녀이기에 아마 앞으로는 이런 억지는 될 수 있다면 부리지 않을 것이 틀림 없다는 것을 벤하르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이기적인 선택 자체도 결과만 따지면 어떤가. 괴로워 하는 마수를 구하고 마을의 본성을 보이고, 다름아닌 벤하르트에게 무엇이 이상한지 알려주는 일례가 되지 않았던가.
"벤.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아.. 그냥."
"내가 한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마. 이미 너는 너대로 충분히 이기적이니까, 한쪽으로 치우쳤을 뿐이지. 너는 훌륭한 인간이야. 아마 네가 다른 사람들같은 사람이었다면, 아마 나는 너를.."
"나를?"
순간 벤하르트와 시선을 마주친 레니아는 말문이 막혀 당황하다가 가까스로 말했다.
"흐 흠. 좋게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이야기지. 왜 나는 신이었으니까, 특이한 인간에게 흥미를 가지게 되잖아? 만약에 네가 일반인 같았다면, 그저 지나가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을테니까, 이 여행은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런거냐. 그렇다면 고맙지만, 사실 나는 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네가 원해서 그렇게 행동 하고 있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나는 누군가에게 혹독하게 대할때, 그 끝에 이르는 과정을 자연적으로 생각하게 돼."
"과정이라고?"
"만약에 죽이려 든다면, 이 사람의 이후 있었을 인생에 대해 말야. 악인이었다면 개과천선하지 않을까, 혹은 팔을 자르게 되면 팔이 없이 살아갈 사람에 대해 쓸데 없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야."
"정말 쓸데 없는 생각이네, 하지만 그건 결국은 네가 자신보다 타인을 생각한다는 거야. 큰 단점이면서도 어떤의미에서는 큰 장점이 될수 있는것이지. 물론 네 그 성격의 중심은 그런 타인을 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지만,"
"그래 맞아."
그는 단순히 '그런 생각을 우선시 하기에' 설혹 '죽였을경우' 스스로의 마음이 불편한것이 싫을 뿐이다. 아마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기 싫은 감정은 그런 단순한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일 것이다.
"네가 그 성격이 싫다고 해도 그 성격이 어딜 가는건 아니잖아. 그렇다면 받아 들이는 거야. 그 단점조차도 포용할수 있게 된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지 않겠어? 참 성가신 성격이긴 하지만 말야."
"포용이라,, 어떻게하면 될까?"
"그건 네가 생각해야지. 나는 네 감성을 완벽하게 이해할수는 없으니까, 어디까지나 네 감성을 포용할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수 있는건 네 자신일거야."
벤하르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은 목적이 생긴것 같아."
"그나저나 벤. 저 마수의 구름이 슬슬 움직이는 것 같은데, 서둘러서 달아나야 되는 것 아닐까?"
"정말 그렇네."
"죽이기 싫어서 도망치다니, 무서워서 피한다기 보다 더러워서 피하는 그런 느낌이지?"
"글세다."
"나야 마법으로 얼마든지 달아날 수 있지만, 벤 너는 가능하겠어?"
"날 뭘로 보는거야."
벤하르트는 몸을 풀고 전신을 기로 충만하게 했다.
"뒤떨어지지나 말라고 레니아. 공간이동때문에 지쳤다면서?"
"걱정도 팔자네. 뭣하면 누가 먼저 목표로 한 곳까지 가나 내기나 해볼까?"
"그거 좋지."
그들은 지도상의 한 장소를 찍고는 신호와 함께 내달렸다.
- 작가의말
모두의 독자님들이 예상한 추가 전투는 없었습니다.
댓글때문에 내용을 바꾸고 싶었을 정도였습니다만, 그냥 기존에 생각했던 스토리로 밀고 나갔습니다. 이 부분은 꼭 필요한 이야기거든요.
그럼 내일 뵙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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