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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장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시] 경운기

제목 : 경운기


턱하니 무게 잡고 앉아있는 늙은 농부

운전대 잡은 손이 길 따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주름진 골들이 파도치는 손은 굳은살이 박혀 발뒤축인데

힘들어간 손등에는 힘줄이 불끈불끈


아들놈이 보내준 옷인지 공장 작업복

빛바래 쏠아먹은 것처럼 군데군데 해진 옷 입었는데

젊은 날 당당했던 체력 어디로 갔는지

마나님 치마닷 바람에 흐들리듯 흐느적흐느적


농약회사 마크 명패처럼 달려있는 모자

쇠똥 몇 흙탕물 몇 땡땡이 무늬로 보이고

모자 밑 삐쭉삐쭉 삐져나온 머리가 엉성한데

세월 이슬에 녹이라도 쓸었나 히끗히끗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은 검둥이 친구

년년 차곡차곡 쌓아올린 주름살이 사다리만큼 많고

꽹하니 들어간 눈 무심히 앞만 보고 있는데

짐칸에 천군만마라도 태운 량 훠이훠이


짐칸에 농약 말 통 뒤집어 걸터앉은 마나님

늙기는 매한가지라 곱디곱던 청춘 어디로 보냈는지

펑퍼짐한 얼굴에 계급장만이 가득한데

늙어도 여자라 세월을 숨기려 새 옷 입어 하늘하늘


...

...

...


0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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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3 내 일상 | 오늘 시 - 호미 18-04-30
» 내 일상 | [시] 경운기 18-04-23
1 내 일상 | [시] 지나가는 사람 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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