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경운기
턱하니 무게 잡고 앉아있는 늙은 농부
운전대 잡은 손이 길 따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주름진 골들이 파도치는 손은 굳은살이 박혀 발뒤축인데
힘들어간 손등에는 힘줄이 불끈불끈
아들놈이 보내준 옷인지 공장 작업복
빛바래 쏠아먹은 것처럼 군데군데 해진 옷 입었는데
젊은 날 당당했던 체력 어디로 갔는지
마나님 치마닷 바람에 흐들리듯 흐느적흐느적
농약회사 마크 명패처럼 달려있는 모자
쇠똥 몇 흙탕물 몇 땡땡이 무늬로 보이고
모자 밑 삐쭉삐쭉 삐져나온 머리가 엉성한데
세월 이슬에 녹이라도 쓸었나 히끗히끗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은 검둥이 친구
년년 차곡차곡 쌓아올린 주름살이 사다리만큼 많고
꽹하니 들어간 눈 무심히 앞만 보고 있는데
짐칸에 천군만마라도 태운 량 훠이훠이
짐칸에 농약 말 통 뒤집어 걸터앉은 마나님
늙기는 매한가지라 곱디곱던 청춘 어디로 보냈는지
펑퍼짐한 얼굴에 계급장만이 가득한데
늙어도 여자라 세월을 숨기려 새 옷 입어 하늘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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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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