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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신 듀라미스 작가, 북풍광입니다.

척준경, 삼국지에 빠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북풍광
작품등록일 :
2014.03.27 19:44
최근연재일 :
2014.04.23 16:4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1,600
추천수 :
586
글자수 :
61,703

작성
14.04.16 10:41
조회
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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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9쪽

누님의 정체(12)

DUMMY

주전은 머지않아 대장군의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척준경과 손견을 지원한다고 본대를 이끌고 나갔지만, 그들이 승전을 거두고 퇴각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장보의 병사들에게 거의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준 것을 확인한 뒤라, 주전의 얼굴은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도 그럴 만 했다. 이제 막 전장에 투입된 햇병아리들이 베테랑 장군들도 해내기 힘든 일을 척척 해내지 않는가. 특히 황보숭이 요구한 것을 모두 해내면서도, 적진을 뒤집고 나온 척준경의 경우는 주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뚱한 표정의 황보숭에게 예를 갖췄다.


“장군. 대승입니다.”

“대승이라니, 뭐가 말이요. 장보와 장량이 벌써 조조와 맞서 부닥치기라도 했답디까.”

“그것이 아니라 척준경과 손견 말이에요. 적에게 괴멸적인 타격을 입힌 것도 모자라, 장량의 부대가 내려오니 상의 하에 퇴각을 결정했습니다. 혈기로 맞서 싸우지 않아 병력을 고스란히 유지했어요. 이보다 더 장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봐요. 주전 장군.”

“예?”


그제야 황보숭의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주전이 바로 서자, 그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깟 일을 가지고 그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냥 덮어두기엔 조조 이놈이 괘씸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병사를 돌리라 호통을 칠 만큼 어리석은 장수는 아니었기에, 그는 하는 수 없이 주전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조조 그 놈이 장군에게만 자신의 계책을 말하고 전장을 이탈했다는데, 사실입니까.”

“아. 예. 사실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놈!”


그가 탁자를 쾅 내려치자 물건들이 한 차례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솔직히 어떤 장수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주전은 얼른 자리에 앉아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대장군. 대장군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 아이의 전략이라는 게 누가 봐도 혈기만 가득 찬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을요.”

“해서요!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아셨다면 말리셨어야지요!”

“그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녀석이 말을 할 때쯤엔 이미 저들의 기세가 크게 어그러진 뒤의 일이었고, 조조의 볼품없는 군세가 빠져도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었어요. 게다가 만약 조조가 틀어쥐고 있는 길목에 장량과 장보가 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는 누구에게 더 큰 이득으로 돌아가겠습니까.”

“크, 크흠.”

“대장군. 지금은 사사로운 잘못을 탓하기보다, 승전보를 울리고 돌아온 장수들을 다독일 때인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은 노장들이 나서기도 전에 젊은 무장들이 앞장서 저리 큰 공을 세웠으니 논공행상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들이 더 애를 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씀을 들으니 내 생각이 너무 짧았소이다. 미안하외다.”

“아닙니다. 당연히 화를 내실 수 있는 일이지요. 허허.”


주전은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렇듯 화를 내도 꽁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장수였기에 황보숭은 명장이었다. 그는 누구의 말도 허투루 들은 적이 없었다. 그것이 일개 병졸일지라도, 옳은 말을 하면 그 자리에서 인정을 하고 그자를 높이 아껴 썼으니 병사들의 사기가 매우 높아 전투에서 진 적이 없었다. 그를 따르는 주전 역시 과거 젊었을 때, 한 왕실에 대한 반역 행위를 세 번이나 휘어잡으면서 이름을 날린 명장이었으니, 두 사람이 바늘과 실처럼 잘 맞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장군! 척준경 장군과 손견 장군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안으로 들라 하라.”

“예!”


명을 받은 병사가 밖으로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옷에 피를 잔뜩 묻힌 척준경과 손견이 안으로 들어와 예를 갖췄다. 황보숭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기껍게 웃으며 두 사람을 반겼다.


“허허. 이거 오늘의 영웅들이 아닌가. 자, 서 있지만 말고 어서 자리에 앉게.”

“예! 장군!”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척준경은 제일 먼저 전황에 대한 보고를 올렸다.


“황건적의 무리들은 전부 쓸어 버렸으며, 남은 자들은 도주했습니다. 가능하면 패잔병들을 전부 도륙내고 싶었으나 지휘하는 자가 없이 뿔뿔이 흩어진데다가, 장량이 장보를 구하기 위해 원군을 휘몰아쳐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주전장군에게 이야기는 들었네. 잘했어. 지친 병사들을 이끌고 팔팔한 원군과 싸우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일세.”

“감사합니다. 장군.”

“적들은 전부 물러갔나?”

“예. 애초에 장보의 구출이 목적인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산속에 풀로 된 막사를 짓고, 다음 목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진지는 산 중앙에 버티고 있는데, 기습을 하는 작전도 생각해 봄직 합니다.”

“오호.”


척준경은 손견의 말에 속으로 씩 웃었다. 역시 대응이 빠른 자다. 장보의 대군을 물리칠 전과를 가져올 수가 없게 되니, 바로 그들의 퇴각로를 알아봄과 동시에 진지가 어디에 있는가를 확인한 것이다. 물론 자신이 세운 전공과 비견할 순 없겠지만, 손견으로선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황보숭이 척준경에게 의견을 묻자, 그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제 생각도 손견공과 같습니다. 마침 바람이 북에서 남으로 강하게 불고 있으니, 몰래 궁수들을 보내 화공을 준비해 봄이 어떠하겠습니까.”

“화공! 이거 젊은 것들이라고 해서 얕잡아 볼 수 없겠구먼.”

“허허. 마침 노부의 생각도 그와 같았네.”


두 사람이 질세라 손바닥에 쓴 화火를 보여주니, 손견과 척준경은 서로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이 한 전투를 통해 손견은 척준경을, 척준경은 손견을 마음속으로 깊이 인정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주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말했다.


“자. 일단 승리를 축하하는 겸 기습을 준비할 겸 해서 병사들에게 고기와 술을 넉넉하게 내리겠네. 단 병사는 술 한 잔 이상을 마시지 못하고, 제멋대로 과식하는 것은 금물로 해두지.”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마침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척준경의 말에, 주전과 황보숭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이윽고 나온 묘안에 무릎을 치며 기꺼워했다.


****


“허허. 이겼다고 저놈들 하는 짓 좀 보소.”

“어디어디.”

“저 봐. 저기. 술 퍼마시고 놀고 있자네!”

“정말이네. 너 얼른 가서 대장님께 전해라. 아무래도 저 놈들이 오늘 밤엔 공격해 올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술 처마시는 것부터 고기 처먹는 것까지 남김없이 전해야 돼.”

“알겄어. 금방 올 테니까 기다리라고.”

“오냐.”


긴장이 풀린 탓인지, 하품을 하던 병사가 졸린 눈을 비비며 관군을 바라보았다. 장보를 구출한 장량은 당장 전투 의지가 없었다. 장보에게서 선봉에 선 세 장수의 어마어마한 위용을 직접 전해들은 탓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겁을 집어먹어, 무려 2백에 가까운 병사들을 풀어 관군을 염탐하라 시킨 것이다. 하지만 밤이 깊을 때까지 아무리 쳐다보고, 또 쳐다봐도 놈들은 술만 처마실 뿐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앞에 나가있는 병사들은 자연 졸음이 밀려왔다. 그들의 상태를 알기에 병사는 얼른 임시로 얽어놓은 초야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밤 늦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장량에게 예를 갖추고 말했다.


“인공장군! 적이 계속해서 술만 마신다는데 어쩝니까.”

“수, 술? 빠져나온 부대도 없다더냐?”

“예. 아무래도 오늘은 승리를 축하할 모양입니다요.”

“휴. 설마 설마 했는데 지금까지 마시고 있는 거라면 더 지켜볼 것도 없겠지. 알겠다. 2백명 모두 돌아오라 해라.”

“예! 장군!”


드디어 쉴 수 있다. 장량은 물에 집어넣은 솜처럼 축 늘어진 몸을 바닥에 뉘였다. 긴장과 피로에 쪄들은 몸은 바닥에 닿자마자 거칠게 잠을 요구했다. 그럴 만도 했다. 장보를 구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달려온 것도 모자라, 필부로서 평생 겪어보지도 못한 전쟁터의 긴장은 그야말로 삼일 밤낮을 곯아떨어져도 부족한 것이었다. 병사들의 퇴각을 명령한 이후 장량은 무의식의 세계로 점점 빠져들었다. 이 때만 해도 그는 알지 못했다. 곧이어 적의 칼날이 아닌, 거센 화염이 자신의 목을 옥죄어 올 것을 말이다.


작가의말

일단 정사에 기초하여 따라가고는 있습니다만, 초반부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지루하시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장치들을 준비중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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