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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의 문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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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영어 이야기 (4)

유튜브를 보면 영어 강좌 채널이 수두룩합니다. 오프라인에도 많겠지요.

예쁜 여강사가 영어를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제가 모르는 이야기를 당연히 알아야 하고 미국 사람이면 다 아는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의문을 가집니다.


-저 강사는 영어를 할 줄 아는 걸까?


강사의 약력을 보면 미국에 유학했고 직장 생활했던 사람도 있고,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간 사람도 있습니다. 순수 국내파도 있습니다.


첫 번째 부류에 속하는 분들이나, 국내파들의 경우에는 아주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데, 저는 그런 영어를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태어났고 후에 미국에 와서 공부했습니다.  세월이 적잖게 흘렀지만 저는 그분들이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유창한 영어 못합니다. 여기 아나운서도 물론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제 일을 도와주던 분은 대학 후에 유학와서 대학원에 다녔던 분입니다. 그분을 데리고 업무 미팅에 나갔는데, 오는 길에 그분 불만이 매우 컸습니다. 물어보니까 제 영어가 너무 이상하다는 겁니다. 자기는 거의 알아듣지도 못하겠는데 상대방은 제 말을 어떻게 알아듣냐고 하더군요.


그때 영어를 쓸 줄 안다는 것과 영어를 배웠다는 것의 차이를 느꼈습니다. 

저는 영어를 할 때 기분에 따라서 어조도 바뀝니다.  문장이나 표현을 외워서 쓰는 것은 없습니다. 

한 때 많이 외웠지만 그대로 말할 기회나, 또는 쓸 능력 자체가 없었습니다. 


말을 외운다는 것은 정말 그보다 더 한심하고 자기 파괴적인 게 없다고 봅니다.


제 경험에서 보면, 어느 말을 구사한다는 것은 레고블록을 끼우는 것과 같습니다.  

외워서 가지고 있는 표현이나 문장은 항상 자기의 순수한 의도나 감정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자기 의도에 배치되니 말문이 막혀 버립니다.


인터넷 강의에서 보는 것은 전부 '알아야'하고, '외워야'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즐길 수 없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다른 것의 수단으로 되지 못합니다.


블록을 끼워맞춰 배를 만들거나 비행기를 만드는 것처럼, 

말은 아무 블록 하나를 붙잡았으면 그 불록에 다른 블록을 끼워넣어가면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간혹 그 모양이 이상할 때도 있지만, 자꾸 붙여 나가면 배가 되거나 비행기가 될 것입니다.

무엇을 블록으로 할 건가는, 자기가 가진 블록이 뭔지를 알면 결정 될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잘하든 못하든 영어를 '알고'는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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