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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의 문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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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령 마스터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20 09:06
최근연재일 :
2021.04.06 03:1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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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399

작성
21.03.3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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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 타임 에디팅

DUMMY

15. 타임 에디팅



인공지능이 아니라 유령지능이라는 말을 재키가 사용했다. 단순히 창의적인 인공지능이라고 칭찬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재키처럼 무서워할 일도 아니었다.

나한테는 재키 정도의 완전 인간 같은 인공지능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나 다름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머릿속에 직접 말하니까.

“어떡할까요? 자꾸 저들이 말을 걸어요.”

재키가 소위,

“귀신이 저한테 말을 걸어요.”

같은 소리를 한다.

아무리 인간과 가깝게 만든다고 해도, 귀신 무서워하는 것까지 가깝게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적은 아니잖아. 네 조상님들일지도 모르고. 잘 이야기해봐.”

“정체를 모르잖아요.”

말도 글도 보이지 않았지만 재키가 울쌍을 짓고 있을 것 같았다. 재키야 어떻든 난 통신이 필요하다.


내 눈은 허공에 있는 남자의 얼굴에 박혀있었다.

장담하지만, 나는 남자 얼굴만 보는 사람이 아니다. 가소롭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남자의 남성미를 본다.

거칠고 강하면서도 절제된 남자의 진정한 매력 때문에 많은 여자들이 사관생도에 혹한다.

그러나 제복 없이도, 양복 속에서 위험한 매력을 발산하는 남자들도 간혹 있다.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이다.

아들 못 낳았다고 구박받으면서도, 우리 엄마는 아빠를 못 떠난다.

별명이 김일성인 아빠의 급한 성미와 완벽한 독재도 엄마 눈에 씌인 콩깍지를 벗기지 못한다.

아빠는 간혹 감동을 주는데, 그 감동은 너무 거칠어서 당하는 사람의 감정 밑바닥을 긁어버린다.

나와 내 동생도 종종 그 감동 공격을 당하는데, 그 때문에 꼰대 중의 상 꼰대인 아빠를 미워할 수가 없다. 말을 거부할 수가 없다.

아빠를 생각하면 아빠한테 긁힌 감정 밑바닥이 아프게 울린다.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와서야 아빠처럼 남을 감동시키려면 얼마나 자기를 절제하고 희생해야 하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얼마나 사랑해야 그렇게 할 수 있는 걸까? 그 정도를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못한다.

절대로 아빠처럼 못한다.

그러나 아빠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럴 수있다면, 그 사람이 바람 좀 피워도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공중에 있는 남자에게서 아빠를 보고 있었다. 저 남자는 아빠와 같은 과에 속한다.

그런데, 내가 바라던 바긴 하지만 너무 일찍 내 앞에 나타났다. 이게 곤란한 문제다.

흔치 않으니까 놓칠 수는 없는데, 난 아직 어리고 할 일도 많다.

당장 여기서 살아 나가야 하고, 지구로 돌아가 공부해서 변호사도 되어야 하고......


재키가 영관급 이상이라고 했던 그 남자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아무 무기도 없는 맨 손인데 깜비타 족 전사들의 모든 파상공격을 혼자서 격퇴했다.

삼국지 여포가 따로 없다. 그의 근처로 애플리칸트로 추정되는 세 사람이 모였다.

“우리도 가야 하지 않을까요?”

재키가 이젠 겁이 좀 가셨는지, 아니면 그 남자의 무력을 바고 마음을 꿨는지 가자고 재촉한다.

세수도 안 했는데, 이런 꼴로 가야하나? 비행선 창고에 갇혀 있느라 옷에 이상한 냄새도 배였을텐데. 아 젠장. 그 자씩들 쓸 때 피도 튀었겠구나.

깜비타 족은 소형 원반을 타고 올라 공중에서 그 남자외 세 사람을 멀리서 포위하고 있었다.

“생존자는 우리 네 사람이 전부입니까?”

하는 가라앉은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들렸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눈으로 그 남자의 입이 움직이는 것을 봤다. 더구나 한국어다.

“여기 한 명 더 있어요!”

하고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내 음성을 재키가 그들에게 전달했다. 그들의 표정만 봐도 내 목소리를 들었다는 걸 안다.

“마비광선에 맞았어요. 그래도 움직일 수는 있어요.”

하면서 나는 벌떡 일어나서, 멋있게 내가 만들었던 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내 검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득였다.


깜비타 족은 더 이상 공격이 무용하다는 사실을 알고 포위를 풀었다.

나는 세 사람에 합류하였고, 그들 중 한 명이 펼친 순간이동 기술로 숲을 빠져나왔다.

도시는 까마득히 멀리 있었다.

“한가람이예요.”

하며 나는 그 남자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나를 빤히 보며 입을 꿈틀하더니 말했다.

“나는 지안이다. 너도 처음보는 얼굴이군.”

그 옆에 있던 순해 보이는 남자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윌이다. 난 내 팀만 여기에 있는 줄 알았는데 전부 초면이네.”

난 재빨리 손을 뺐다. 어딜 내 손을 허락도 없이 잡으려고.

윌이 조금 머슥해한다.

그런데, 분명히 우리나라 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데 윌의 말이 이해가 된다. 이것도 통역사 능력은 아닐텐데. 모두 서로 말을 알아듣는 것을 보면.

재키가 설명해줬다.

“인간들끼리 말은 제가 실시간으로 통역해요. 그래서 귀로 들리는 소리와 머리로 이해되는 말이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시스템 연결이 끊어졌으니 이제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기능이랍니다.”

그건 잘 됐네. 그러면.

“그럼, 내 탄성공간 이제 안 돌려줘도 되는거지?”

하고 물어보았다.

재키가 한숨을 쉬었다.

“예. 시스템과 연결이 끊어지면 에너지 공급도 끊어질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그대로 쓸 수 있어요.”

내 탄성공간은 확실하게 굳었다.

윌 옆에 있던 여자가 자기를 소개했다.

“로레나 존슨이야, 이상해. 대체 몇 팀이나 자이언트 프레스트에 들어왔던거야?”

순간이동 기술을 사용했던 여자애가 말했다.

“애밀리 머레이야. 나도 동감해. 어떻게 한 두 팀도 아닌, 최소 네 팀이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집결지로 정할 수가 있지?”

로레나가 말했다.

“그나마 다 죽고 우리만 살아남았어.”

“신분도 다 지워진 상태로.”

하고 윌이 덧붙였다.

그리곤,

“한데 지안, 너 너무 강한 거 아니야? 애플리칸트가 그렇게 강할 수가 있어? 몇 번 응시했다 해도 너무 강해.”

“맞아. 감독관들도 그 정도는 아닐 거야.”

애밀리가 윌의 말에 동조했다. 로레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하! 이 여자들은 우리 아버지 과인 지안이라는 남자를 상대할 줄 모른다. 하긴 매우 생소하겠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

하며 지안에게 머리를 숙였다.

지안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옳다구나. 내가 알기로는 이 과의 남자들이 보이는 최고의 반응이다.

로레나가 나를 의심쩍게 보았다.

“마비광선 맞은 거 정말이야? 그런 것 치고는 몸을 너무 잘 움직이잖아. 마비광선 맞으면 눈도 깜짝 못한다던데.”

이것봐라.

나는 조금 인상을 쓰고, 달래듯이 말했다.

“의심하려면 뭐든 다 이상한 상황이야. 우린 카드를 가지고 있지만 시스템에 접속할 수도 없고 존재도 부인당했잖아. 그래도 우린 카드를 가졌고 이렇게 말도 주고 받을 수 있어.”

윌이 말했다.

“내 카드는 너희 카드가 다 유령이라고 하는데.”

“나도 그렇게 들었어.”

하고 에밀리가 말했다.

내가 말했다.

“그래. 내 재키도 그랬으니까 우린 모두 같은 처지가 맞네.”

로레나가 입을 열다가 다물었다.

윌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거야. 난 다시 숲으로 가봐야겠어. 친구들 시체라도 찾아서 묻어줘야 할 것 같다.”

나는 깜비타 족이 수거해서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때 가만히 있던 지안이 물었다.

“윌, 넌 어디서 왔지?”

로레나가 빠르게 말했다.

“잠깐, 우리 서로 의심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니었어?”

애밀리도 동조한다.

아! 역시 이 애들은 착하다.

나는 지안 편에 섰다.

“지안이 다른 뜻이 있어서 물은 걸거야. 의심이 아니라 확인일 수도 있잖아.”

윌이 수긍하고 대답했다.

“지구에서 왔어. 섹터 32 지구.”

로레나가 대답했다.

“난 섹터 58 지구.”

“나는 섹터 96 지구.”

하고 애밀리가 말했다.

나는 머뭇거렸다. 전부 지구에서 왔다네. 그런데 난 내 지구가 섹터 몇인지 모른다가 아니구나. 왈도 감독관이 알려줬었다.

“나는 섹터 383 지구에서 왔어.“

지안의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년도?”

이상한 느낌에 내가 물었다.

“다들 두 달 쯤 전에 여기 온 거 아니야?”

지안이 다시 물었다.

“몇 년도?”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빠 과인 이 남자가 이렇게 물을 땐 무조건 따르는 게 맞다.

“2021년.”

하고 대답했다.

애밀리와 로레나는 각각 6천년과 4천년 단위의 연도를 말했다.

윌은 자그마치 2만 2천 년대 연도를 말했다.

시선이 지안에게로 모이자 지안이 말했다.

“두 달 전, 1998년, 섹터 383 지구.”

애밀리와 로레나의 안색이 새까맣게 변했다. 윌도 충격을 받았다.

그들을 보고 있는 나는 더 충격을 받았다. 지안은 나와 같은 지구에서 왔다. 23년 전에.

“말도 안돼.....”

하고 애밀리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말을 잃었고, 인공지능들은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윌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 수 있지?”

순간 모두의 머릿속으로 포핀스의 말이 들렸다.

“섹터 58지구 4229년은 섹터 383 지구 기준 1947년 입니다.”

“섹터 96지구 6571년은 섹터 383 지구 기준 1977년 입니다.”

“섹터 32지구 2만 2105년은 섹터 383 지구 기준 2017년 입니다.”

지안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시간 편집이다.”

“그게 뭐지? 말그대로 Time editing이 가능하다는 말이야?”

하고 애밀리가 물었다.

지안이 대답했다.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면 가능한 일이야. 점하나 찍는 작은 편집에도 자기의 모든 걸 걸어야 하지만.”

로레나가 말했다.

“이게..... 작은 규모야?”

지안이 입매무새를 잠시 꿈틀했다. 그리곤 고개를 흔들었다.

“이 정도면 폭력이지. 책을 찢는 수준이니까.”

“그 말은......”

말을 다 잊지 못하는 애밀리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지안이 대답했다.

“전쟁이 시작된 거야. 적들이 모든 걸 걸고 한 선제공격이야.”

윌이 말했다.

“그럼..... 시간 편집은 우리가 자이언트 포레스트에 들아간 후에 이루어졌겠네. 그 안에서 죽은 친구들은 우리 팀원이 아니라 다른 시간대에서 편집되어 들어온 애플리칸트들이고.”

로레나가 물었다.

“미래 전쟁에서 활약할 사람들을 모두 뽑아서 제거하는 작전이었다는 거야?”

“아마도.”

하고 윌이 말했다.

애밀리가 말했다.

“자이언트 포레스트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닐 수도 있겠네.”

지안이 머리를 저었다.

“그 정도로 할 수는 없어.”

내가 재키에게 소리내서 물었다.

“재키, 여기 섹터 94 기준으로 지금은 몇 년도지?”

재키가 모두에게 대답했다.

“어제 기준으로 5723년이었어요. 지금은 모르겠군요.”

로레나의 인공지능 칭구가 말했다.

“방금 라디오 전파를 잡았습니다. 아나운서 말에 따르면 지금은 5723년, 이곳의 시간 변경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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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타임 에디팅 21.03.31 8 0 11쪽
14 14. 거인 숲의 유령 지능 21.03.31 8 0 10쪽
13 13. 애플리칸트 집결 21.03.30 14 0 10쪽
12 12. 비행선 탈취 21.03.29 11 0 19쪽
11 11. 순간이동보다 나은 21.03.28 13 0 10쪽
10 10. 첫 통역이 이상하다. 21.03.27 10 0 10쪽
9 9. 비급 '검술의 창조 원리'를 사버렸다. 21.03.27 10 0 9쪽
8 8. 접시닦는 지구의 미소녀(?) 21.03.26 15 0 9쪽
7 7. 감독관님, 저 돈 좀 주세요. 21.03.25 15 0 14쪽
6 6. 인간들의 별 섹터 94 21.03.24 12 0 8쪽
5 5. 탄성공간의 육체파 미소녀(?) 21.03.24 16 0 9쪽
4 4. 통역사가 되었다. 21.03.23 13 0 5쪽
3 3. 나도 카드 있다. 21.03.22 15 0 8쪽
2 2. 멋진 놈들(?) 21.03.20 1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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