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arl Grey의 문화랩

표지

언령 마스터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20 09:06
최근연재일 :
2021.04.06 03:11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31
추천수 :
0
글자수 :
77,399

작성
21.03.30 03:38
조회
13
추천
0
글자
10쪽

13. 애플리칸트 집결

DUMMY

13. 애플리칸트 집결




아마 다섯 살 또는 여섯살 때쯤이었을 거다.

내가 거실에서 동화책을 보고 있는데 막내가 배를 밀면서 거실 바닥을 기어다니다가 갑자기 내 엄지발가락을 입에 넣고 물어버렸다.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발로 머리를 차서 떨쳐냈는데, 막내는 이빨이 나기 시작한 터라 내 발가락에서 피가 났다.

막내는 숨이 넘어갈 듯이 울고 나도 울었다. 다른 동생들도 따라 울고 엄마가 달려오고 우리집은 울음과 소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아마 책으로 동생을 마구 때리기도 한 것 같다.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려 노력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아빠한테 호되게 궁둥이를 맞았다.

서러워서 가출해버리려고 했는데 가져가야 할 짐을 챙기다가 많아서 포기했다.

그때 크게 느낀 게 있었다. 책, 인형, 옷 등등. 난 그때 내가 안 샀으면서 엄마 아빠한테 받은 게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숙연해졌다.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웠는데, 엄마 아빠는 왜 나한테 이런 걸 다 사주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엄마가 내 것 가져가는 거 싫었고 동생들한테 과자 나눠주는 것도 싫었으니까.

심부름한 댓가라고 생각하기도 뭣했다. 심부름값은 대체로 따로 받았으니.

혼란 속에서 처음 느낀 것은 불안이었다. 먼저는 나도 엄마 아빠처럼 동생들한테 내걸 다 나눠져야 하는가 하는 거였는데 그게 내키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엄마 아빠도 나한테 주는 게 내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과 그때문에 주는 걸 멈추고 도로 빼앗아가면 어떡하나 하는 거였다.

한참 고심하다가 방법은 말 잘듣는 것밖에 없다고 결론내렸다. 불평불만 안하고 속 안 썩히고, 시키면 일단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 하는 그런 것.

그때부터는 철들었다는 소리 들을 만큼 싹싹하게 잘 했는데, 너무 눈치를 보니 내 정신이 피폐해졌다. 그래서 나는 엄마 아빠가 나한테 이것 저것 주는 이유를 다시 찾아야 했는데, 찾는 데 실패해서 만들었다.

아마 그것이 내가 만든 최초의 고차원적인 논리였을 것이다.


-엄마 아빠는 내꺼야. 그러니까 엄마 아빠 것도 다 내 거야.(말 안듣는 동생들 빼고. 저것들은 몰래 갖다버려야지.)


엄마 아빠가 내꺼라는 생각은 여러가지를 편리하게 해주었고, 진정한 투쟁 대상이 누군지도 바로 알게 해주었다.

내 적들은 바로 내 동생들이었다. 그것들도 어떻게 그 고급 논리를 알았는지,

“우리 엄마야.”

“우리 아빠야.”

“아니야 우리 엄마야.”

하면서 싸웠다.

아. 그때의 놀라움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여러 달 고민해서 만들어낸 논리를 이것들은 언제부터 알고 쓰고 있는 거였지? 이것들이 다 천재고 나만 바본가?

정말 그런 것 같아서 똑똑해지려고, 엄마 아빠가 내 것이라는 행동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 숱한 노력을 하고 동생들과 경쟁(억압)했다.

아들을 바랐던 아빠를 위해서 아들처럼 행동하기도 했고, 태권도도 하고 축구도 했다. 내가 건강한 육체파가 된 이유도 그 때문일 거다.

그런데 아들처럼 하는 것만으로는 잠깐만 아빠의 환심을 살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방향을 돌렸다.

아빠가 남들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딸이 되는 것으로. 그래서 그놈의 타이틀, 상장, 상패 사냥이 시작되었고 난 쉬지 않고 공부했다.

내 동생들도 눈치가 만만치 않았다.

이것들은 따라쟁이라서 금방 나를 모방했다.

학교에서 보다 집에서 경쟁이 더 치열했다. 백점짜리 시험지는 자랑할 수 없었고, 칭찬거리가 되지도 못했다.

우리는 그냥 사랑을 구걸하고 엄마 아빠에 대한 소유권을 강화하는 다섯 마리의 경주마였다.

사춘기가 되고 나서 좀 벗어나는 경향이 있기는 했는데, 대 여섯 살부터 살아온 습관이 몸에 배여서 다르게 사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습관이 이렇게 무서운 거다.

나는 조종실로 달려 온 깜비타 전사 3놈을 발로 차서 쓰러 뜨린 후에 목을 잘랐다. 그런 후에 번호를 부여하여 3, 4, 5호로 만들었는데, 그 놈들 입가 내 손가락을 가져가니 물고 싶어서 안달하는게 보인다.

대가리만 남은 상태에서도 맛있는 케익을 눈 앞에 둔 것처럼 내 손가락을 보고 침을 삼킨다.

사람을 잡아먹었던 놈이다.

“애플리칸트 한, 어떻게 그리 잘 싸워요? 처음일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이 놈들 막 쓸어 버리고?”

재키는 완전히 내 팬이 되어서 물었다.

난 안 해본 게 없다.

인형 머리며 팔 다리 떼서 다른 인형에 붙여 키메라도 만들어 봤고, 쇠고기, 닭고기며 이 별에서 처음보는 고기들도 성둥성둥 설어봤다. 뼈도 막 잘랐고 피가 줄줄 나는 걸 잘 씻고 얇게 쓸어서 펴기도 했다.(우리집 마당에서 개미나 벌레들은 보이는대로 죽였다. 내 발등에서 간지럽게 기면 난 도저히 그 느낌을 참을 수 없다. 한마리 때려죽이고 나면 절로 발이 근처에 있는 놈을 짓밟는다)

“꼭 사이코패스 같아요.”

재키 이게 또 선 넘는다.

내가 어디 사람 죽이고 싶어 안달하는 거 같냐? 지금 저 깜비타들은 사람도 아니고 머리 잘라도 죽지도 않았잖아.

“재키, 넌 사람이 아니라서 필요하면 뭐든지 다해야 하는 사람의 숙명을 몰라.”

내 말이 시니크하게 들렸는지, 사람이 아니라는 직격탄에 심적 타격을 많이 받았는지 재키가 입을 다물었다.

그때 상승하던 비행선이 갑자기 구름 아래서 멈췄다. 뭔 일인가 싶어 봤더니 1호가 보고했다.

“더 올라가면 스텔스 모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구름 위로 올라가는 순간 격추 당할 것입니다.”

스텔스 모드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서 다시 물었더니 안 보이게 하는 거란다.

이 비행선 스텔스 모드 상태였구나. 자의든 타의든 고도제한도 있고.

난 내 손가락을 탐욕스럽게 본 놈의 머리를 한 번 쿡 찔러주고 물었다.

“내 비행선으로 밑에 있는 놈들 공격할 수 있지?”

“그렇다.”

이 놈 말이 거칠다. 한 번 더 찔러주고 나니까 좀 온순해졌다.

그런데 1호가 급하게 말했다.

“공격 위치가 발각되면 위험합니다. 절대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 이 자씩은 겁장이네. 같은 편한테 공격 당해서 죽을까봐 겁내고 있어.

나는 3호한테 물었다.

“여기 뭣하러 온 거야?”

“작전 중이다.”

“뭔 작전.”

“애플리컨트들이 여기서 모인다는 정보를 얻었다. 우린 그들을 추적해서 죽인다.”

어라. 설마. 여기가 바로 운좋게 우리 집결지인 거야?

“이 별에 나라가 몇 개나 있지?”

“난 모른다.”

3호가 대답했고, 눈치로 봐서 4호와 5호다 모르는 것 같았다.

2호가 대답했다.

“307개국과 42개 승인받지 못한 자치집단이 존재합니다.”

“가장 큰 나라 세 개만 말해봐.”

이번엔 1호가 대답했다.

“다이놀라, 제네비스, 마크. 이 세 가지입니다.”

조종사들은 배운 엘리트인 모양이다.

“다 왕국들이야?”

하고 묻지 머뭇거리며 2호가 물었다.

“혹시 애플리칸트입니까?”

“그렇다.”

내 대답이 나오자 마자 2호가 말했다.

“적에게 정보를 제공할 순 없습니다.”

이 자씩봐라. 조종사니까 분명히 장교 뭐 그런 걸거야. 내가 1호를 보자 1호도 입을 다물었다.

3호는,

“나는 아는 게 없다.”

하고 무식을 자랑했다.

내가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

“너 대체 아는 게 뭐야?”

“나는 9급 전사 메디스판이다.”

나는 빈정거리며 물었다.

“그거 제일 낮은 거지?”

“12급이 제일 낮다.”

“사람 고기 얼마나 먹었어?”

하고 묻자 메디스판이란 놈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30년 전에는 자주 먹었는데 요즘은 잘 못먹었다. 협정 때문이다.”

나는 4호와 5호에게 물었다.

“너희는?”

“비슷하다.”

“다른 것과 섞인 것도 먹나?”

“별미지.”

하며 메디스판이 씨익 웃었다.

나는 근처에 뜰어져서 아직도 꿈틀거리는 놈들의 다리 하나를 정신력으로 끌어당겼다.

그런 후에 손바닥에서 피를 뽑아 다리에 뿌려주고 3, 4, 5호에게 던져 주었다.

내 피냄새에 이성을 잃은 듯이 그놈들이 입을 벌리고 누구 다린지도 모르는 다리를 물고 뜯었다.

나는 2호의 머리 위로 손을 가져가 말했다.

“말할래 뜯어먹힐래?”

그때 2호가 기괴하게 웃었다.

“절대로.”

하는 순간에 난 큰 충격을 받고 천장으로 튕겨 올랐다.

재키가 소리쳤다.

“스텔스 모드가 해제됐어요. 공격을 받고 있어요.”

이미 조종실에는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다 튕겨 올라 날고 있었다. 내가 천장에 부딪히기 전에 정신력으로 몸을 세우자 마자 연이은 공격에 비행선은 벌집이 되어 버렸다. 작은 폭발들도 내부에서 이어졌다.

심문할 준비 다 됐는데 망했다.

저 2호란 놈 독하네. 나는 '순간이동보다 나은'의 챕터 1을 사용해서 스쳐가며 그놈의 머리를 쪼개버렸다.

비행선의 터진 옆구리로 나와서 추락했다.

바람이 시원하다. 계속 사용해서 정신도 지친 마당에 좀 쉬자 싶었다.

비행선도 돌 던진 것마냥 비스듬히 포물선을 그리며 추락한다. 땅에서 광선들이 마구 솟구쳐 비행선을 타격하고, 작은 미사일 같은 것들도 비행선을 향해 날아간다.

내 비행선은 가지자 마자 날아갔다. 젠장 easy come easy go.

사업은 쉽지 않다. 음성통제 가능하 비행선이었는데, 비행선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놈들 주둥이를 막아놓을 수도 없고, 열어 놓으니 나 모르게 한 놈이 스텔스를 해제해 버렸네.

이 별도 일출은 매우 아름답니다. 공기가 맑아 서울에서 보던 아침 스모그도 없다.

나는 숲으로 떨어졌다.

거대한 나무들이 가까워졌을 때, 탄성공간을 펴서 내 아래에 놓았다.

큰 나뭇가지 사이에 탄성공간을 멈추고 나는 길게 누웠다. 멀리서 비행선이 추락하여 큰 폭발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재키가 말했다.

“통신 장애가 사라졌어요. 그 비행선이 주범이었어요.”

그렇겠지.

“애플리칸트 한이 어떤 업적을 기록했는지 즉시 보고하겠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이 정도면 나머지 미션 없이 합격 판정을 내려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언령 마스터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대충 쓰는 이야기입니다. 21.03.20 17 0 -
18 17. 지적인 전사 21.04.06 5 0 8쪽
17 16. 영력상자 - 꼬리치기 21.04.03 9 0 8쪽
16 16. 영력상자 - 추적 21.04.03 8 0 8쪽
15 15. 타임 에디팅 21.03.31 7 0 11쪽
14 14. 거인 숲의 유령 지능 21.03.31 8 0 10쪽
» 13. 애플리칸트 집결 21.03.30 14 0 10쪽
12 12. 비행선 탈취 21.03.29 11 0 19쪽
11 11. 순간이동보다 나은 21.03.28 13 0 10쪽
10 10. 첫 통역이 이상하다. 21.03.27 10 0 10쪽
9 9. 비급 '검술의 창조 원리'를 사버렸다. 21.03.27 10 0 9쪽
8 8. 접시닦는 지구의 미소녀(?) 21.03.26 15 0 9쪽
7 7. 감독관님, 저 돈 좀 주세요. 21.03.25 15 0 14쪽
6 6. 인간들의 별 섹터 94 21.03.24 12 0 8쪽
5 5. 탄성공간의 육체파 미소녀(?) 21.03.24 16 0 9쪽
4 4. 통역사가 되었다. 21.03.23 13 0 5쪽
3 3. 나도 카드 있다. 21.03.22 15 0 8쪽
2 2. 멋진 놈들(?) 21.03.20 18 0 8쪽
1 1. 천공의 환승 공항 21.03.20 32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EarlGrey'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