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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의 문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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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령 마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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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20 09:06
최근연재일 :
2021.04.06 03:1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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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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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77,399

작성
21.03.2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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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 천공의 환승 공항

DUMMY

1. 천공의 환승 공항



우리 집안 사람들은 대부분 숙맥인가 했다. 우리집을 뺀 모든 친척이 고향 근처에 살았다.

부산에서 가끔 아버지 외사촌이라는 분이 오기는 했지만 그분만 왔고 그분 가족도 모른다. 그래서 친척이라는 느낌이 안들고 아빠 흔한 친구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에서 친척이라는 분이 전화를 했다.

약간 어눌한 우리말 때문에 나는 처음 받았을 때 모자라는 사람이 전화를 잘못 한 줄 알았다.

“잘못 걸었어요.”

하고 끊으려 하는데,

“네가 가람이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눌했지만 분명히 내 이름이었다.

“에..... 맞기는 맞는데..... 누구세요?”

“....삼촌이다. 종서 형님 계시니?”

우리 아빠 성함이 '한종서'씨니까 더 이상 잘못 온 전화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삼촌이라니. 내가 아는 삼촌은 호칭만 삼촌이지 진짜 삼촌은 없다. 외갓집도 딸부자집이라 외삼촌이 없다.

하지만 족보를 캐는 것도 이상해서 잠시 기다리시라 하고 아빠를 부르러 가려했다.

“아. 잠깐만요. 아빠 핸드폰 알려 드릴게요. 금방 받으실 거예요.”

“오케이.”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버지 전화번호를 드렸다.

집 전화가 울린 것도 오래만이었는데, 전 가족이 핸드폰을 쓰니까 집전화는 필요 없지만 아버지는 전화를 끊지 않았었다.

난 다시 공부하러 내 방으로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내 핸드폰이 울었다.

아빠 메시지였다.


-너 유학갈래?


뭔소리야. 우리집이 나 유학 보낼 형편이 되나? 어쩌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메시지를 보내서 왜 그러냐고 물으려 하는데, 아차, 늦어 버렸다.


-그럼 갈 준비해라. 짐챙기고.


내가 잠깐, 아빠. 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바로 씹혔다.

나는 벙쪄서 책상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졸지에 유학가게 생겼다.


우리 아빠는 별명이 '김일성'이다.

어릴 때 아무 것도 모르고 내가 지어버린 별명인데, 북한의 이전 독재자 이름을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누가 아빠 이름을 묻길래 나는

“김일성”

하고 대답했다.

엄마 이름은 제대로 답했다. 내 나이도 잘 말했다.

그때부터 우리 아빠 별명은 김일성이었다. 엄청난 가부장적 권위에 젖어있고 성미도 불 같다. 무엇보다 화나면 고함치는데 이건 기차화통 삶아먹었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말만 잘 들으면 무골 호인 같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 아빠가 화도 낼 줄 모르는 사람인 줄 안다. 아는 사람들은 화나게 하면 큰 일이라서 화날 일이 없게 하는 거고.

집안일에 대해서도 회의는 하는 것 같은데 결정은 아빠가 통보한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지나간 일을 다시 꺼내는 건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를 좀 한다고 알려진 것도 아빠의 이런 성미 때문이다. 혼나기도 전에 겁이나서 공부했다.

유학 결정난 건 어쩔 수 없어도 내막을 알아봐야겠다

나는 정신을 수습하고 현관으로 갔다. 아빠는 꽃나무를 마당에 심으려고 파놓은 구덩이에 발을 넣고 땅에 걸터 앉아 통화중이었다.

“올 필요 없어. 비행기만 태워서 보내면 되는 걸 뭐 그 때문에 와? 화물짝도 실려가는 비행기에 타고도 못가면 지가 병신이지.”

역시 우리 아빠다.

나는 병신이 되지 않으려면 비행기 탑승부터 입국수속이며 어떤 절차가 있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내야 된다.

“아 몰라. 니가 알아서 해. 거기서 시집보내든 돌려보내든. 계집애 출가하면 남이야. 뭔소리 하냐? 거기가 어딘데. 거기까지 가면 출가한 거나 마찬가지야.”

아뿔싸.

난 아빠의 저 말에서 전 상황을 파악했다.

통화 끝나고 나면 엄마한테 전화해서,

“드디어 하나 줄였다. 만세!”

할 거 같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내 밑으로는 여동생들이 넷 더 있다. 외갓집처럼 우리집도 딸부자집이다. 나도 여자애다.



X x x



저녁 때 엄마가 가게를 닫고 집으로 왔다.

식탁에는 일곱 식구가 둘러 앉았는데, 나는 눈치를 보면서 아빠한테 물었다.

“그..... 진짜 친삼촌 맞기는 맞아요?”

“진짜야.”

“그럼 왜 한 번도 말 안했어요?”

나는 아빠가 어떻게 대답하나 보자는 심정으로 캐물었다.

아빠는 대수롭지 않게,

“어른들 사정이야.”

하고 말했다.

엄마가 입을 핏죽하면서 말했다.

“네 할아버지 여자 친구가 낳은 아들이야. 삼촌 맞아.”

나는 놀라서 아빠를 보았다.

아빠는 못들은 척 무시하고 된장찌게에 집중했다.

바로 밑에 동생 가영이가 물었다.

“아빠는 여자 친구 없어?”

“없다.”

“여자 사람 친구는?”

“그것도 없다.”

아빠가 맹세하듯 말했다.

엄마가 아빠를 흘기면서 말했다.

“있기만 해봐라. 내가 얼마나 참고 사는데, 바람 피면 그 순간에 끝이야. 죽을 줄 알아.”

“없어. 안해.”

아빠는 엄마에게 고분고분했다. 엄마가 백배는 더 기세 등등했다.

나는 김일성의 약점을 너무 늦게 알았다. 저 정도면 뭔 일이 있었던 거다.

“그럼 전에는요?”

하고 말했다.

한데 엄마가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놀라서 딸꾹질을 할 번했다. 너무 나갔다. 젠장할 어른들 사정.

아버지는 숫가락을 놓더니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동생들도 내 눈치 없음을 모든 표정을 다 동원해서 한탄하고 있었다.

엄마가 턱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 빨리 미국가.”

미국 가기 전에 나는 내 방으로 도망왔다.

진짜 어른들 사정이 있었을 줄이야, 젠장. 그런 건 다 드라마에 있는 거 아닌가?

혹시 나도 배 다른 동생이나 오빠가 있는 건 아니겠지?



미국행을 더 서두른 건 내가 집안 분위기를 좀 어지럽힌 것도 이유가 된다.

우리 학교는 방학이 끝나고 나면 안 보이는 애들이 좀 있는 학교다. 친한 애들은 유학 가기 전에 간다고 말하고 롯데리아 같은데도 같이 가지만, 그렇지 않은 애들은 안 보이면 그냥 유학가거나 자퇴했거니 한다.

한데, 나 한가람이는 학년 초에 학기 중에 유학간다.

한 번 본적도 없는 한종남이라는 삼촌집에 가기 위해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타기 전에는 삼촌하고 딱 한 번 더 통화했다.

삼촌은 아빠 동생이 맞았다.

우리말을 잘 못해서 그런 건 맹세코 아닌데, 말이 짧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게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공항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만날 것인지 같은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그냥,

“나오면 보자. 기다리마. 비행기 잘 갈아타고.”

이게 다였다. 그래도 매정하지는 않다. 비행기 잘 갈아타라고 했으니까. 물론 나는 떼를 쓸거다. 짐도 많은데 무조건 직항이다.

내 동생들은 내가 가기도 전부터 기싸움을 했다. 언니가 외국가서 섭섭하다든지 그런 건 없다. 맏이라고 군기잡고 억압하던 내가 없으면 오히려 더 좋아할 것들이다.

나만 독방을 쓰고 동생들은 두 명씩 방 하나를 공유했는데, 내 방이 비게 되니까 온갖 이유를 대고 서로 차지하려 암투를 했다.

싸움이 되는 이유가, 이것들은 연연생이거나 두 살 차이라도 생일로 따지면 연연생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엄마가 급했는지 아빠가 급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들 하나 낳아 보려는 마음이 급했을 수도 있고.

인천공항에서 논스톱으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는 나 말고도 비슷한 또래 아이들 몇 보였다. 외국 가는 게 처음인지 긴장한 티가 얼굴에 난다. 짜식들, 촌스럽게.

나는 책에서 봤던 대로 오렌지쥬스를 달라고 해서 마시고 모포를 올려 덮었다. 외국 가는 게 일상 다반사인척 눈을 감았는데, 잠이 잘 오네.

잘 자던 중에 눈을 뜬 것은 기내방송 때문이었다.


“본 비행기는 잠시 후 허브포트 267에 도착합니다. 섹터 94로 가실 승객들은 빠짐없이 내려서 환승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뭔 소린가? 누가 무식하게 기내 영화를 크게 틀었나?


“조셉 주니어 소빌로프, 아나벨 린제이, 가람 한, 데이비드 장..... 이상 호명한 승객은 허브포트 267에서 환승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15분 후에 본 비행기는 허브포트 267에 도착합니다.”


내 이름이 세 번째로 호명되었다. 두리번 거리니 눈이 마주친 아이들이 처음보는데도 어색하게끔 눈인사를 했다.

난 스튜어디스 언니를 불러서 뉴욕가는 사람이라고 하려했다. 그런데 창밖의 풍경이 내 입을 막아버렸다.

구름은 까마득히 아래에 보이는데, 비행기는 구름 위에 있는 바다를 날고 있었다. 바다에 구름이 비친 것이 아니었다.

아찔한 현기증에 앉은 채로 쓰러질뻔 했다.

내가 탄 대한항공 KE081은 하늘 위 바다를 날아서 베이글 반쪽 같이 생긴 공항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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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지적인 전사 21.04.06 5 0 8쪽
17 16. 영력상자 - 꼬리치기 21.04.03 9 0 8쪽
16 16. 영력상자 - 추적 21.04.03 9 0 8쪽
15 15. 타임 에디팅 21.03.31 8 0 11쪽
14 14. 거인 숲의 유령 지능 21.03.31 9 0 10쪽
13 13. 애플리칸트 집결 21.03.30 14 0 10쪽
12 12. 비행선 탈취 21.03.29 12 0 19쪽
11 11. 순간이동보다 나은 21.03.28 14 0 10쪽
10 10. 첫 통역이 이상하다. 21.03.27 10 0 10쪽
9 9. 비급 '검술의 창조 원리'를 사버렸다. 21.03.27 11 0 9쪽
8 8. 접시닦는 지구의 미소녀(?) 21.03.26 15 0 9쪽
7 7. 감독관님, 저 돈 좀 주세요. 21.03.25 16 0 14쪽
6 6. 인간들의 별 섹터 94 21.03.24 12 0 8쪽
5 5. 탄성공간의 육체파 미소녀(?) 21.03.24 17 0 9쪽
4 4. 통역사가 되었다. 21.03.23 14 0 5쪽
3 3. 나도 카드 있다. 21.03.22 15 0 8쪽
2 2. 멋진 놈들(?) 21.03.20 19 0 8쪽
» 1. 천공의 환승 공항 21.03.20 3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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