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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의 문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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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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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17 17:43
최근연재일 :
2021.04.08 05:0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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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175,307

작성
21.03.21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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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 접시들의 위원회 - 신의 자취

모든 내용은 순수 허구입니다. 특정 인물, 회사나 단체, 학교와 아무 연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Earl Grey의 '문화 소설'입니다.




DUMMY

6. 접시들의 위원회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앤 델모어는 레즈니코프씨의 사무실에 딸린 작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창밖은 이미 어두웠고 빌딩을 밝히는 조명들만 찬란했다.

24명이 앉을 수 있는 회의탁에는 각 자리마다 서류대신 은색 접시가 놓여있고, 은접시에서는 검은색과 흰색이 뒤섞인 가루들이 작은 회오리처럼 쏟아올라 빛을 발하고 있었다. 레즈니코프씨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

"논의할 내용이라는 게....... 레즈니코프가 죽은 일인가?"

빛나는 회오리 중의 하나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델모어가 서있는 곳에서 가장 먼 곳, 앉으면 마주 보는 위치에 있는 접시였다.

"그렇습니다. 알고 계셨군요. 사고가 있었습니다."

델모어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다른 회오리가 말했다.

"누구나 지구에 별도의 채널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까."

“큰 일은 쉽게 알려지지”

어디선가 줏어들은 진부한 소리였다.

델모어는 꼰대가 꼰대 같은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며 그 소리들을 들을 각오를 했다. 어쨌든 접시 위에 요정 가루처럼 빛내며 춤추는 듯한 형상은 늘 그렇듯이 아름답고 황홀하게 델모어를 유혹했다.

접시 중 하나가 말했다.

“레즈니코프가 죽은 것은 놀라운 일이야. 레즈니코프 위원장을 죽일 수 있는 자가 있다니, 우리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니까.”

다른 접시가 돌려가며 말을 받고 진전 없는 소리들을 주고 받았다. 그러다 제일 먼저 말을 꺼낸 접시가 델모어에게 물었다.

“범인은 살해자로 등록하고 추적 중인가? 레즈니코프를 죽였는데 자칫하면 추적하다가 다 죽는 건 아닌가?”

이제야 대화가 진행될 준비되었다. 델모어는 준비했던 내용을 그대로 읊었다.

“우리 회사의 일반, 인간 변호사였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레즈니코프씨가 죽은 것은 사고 때문입니다.”

“너무 쉽게 말하는군. 우리가 우연한 사고로 죽을 수 있는 존재기나 한듯이 말이야.”

“쟤는 아직 우연이 섭리의 표식이라는 걸 알만큼 자라지 않았어.”

이야기가 또 산으로 갈 듯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델모어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회의의 목적은 레즈니코프씨의 살해자를 추적해서 처벌하는 것과 동시에 살해자의 배후를 알아내서 대처하는 것입니다. 이에는 섭리가 적용할 여지가 없습니다.”

“'섭리'가 뭔지도 모르면서 입에 올리진 말고.”

“범인은 회사의 변호사라고 하지 않았나?”

델모어는 스스로 이해하기로 했다. 이 존재들은 시간을 벗어나있기 때문에 일의 선후나 중요도도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의 안전만 가장 중요할 뿐이다. 그들이 신 또는 신처럼 되려고 하는 것도 오직 안전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겁쟁이들.'

델모어는 속으로 냉소한 후에 말했다.

“범인은 코크라는 변호사입니다. 유능한 변호사로 레즈니코프씨가 준 일곱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해서 최종 선택된 자입니다."

“이름이..... 듣기에 몹시 불편하군.”

“지구인이 레즈니코프를 죽일 수 있을리가 없고, 그 놈은 어디에 속해있는 존재지?”

“라탐앤 왓킨슨은 채용할 때 종족과 백그라운드 체크도 안하나?”

인간, 지구인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저런 소리를 태연히 할 수 있는 건 얼마나 정신이 풀어져 있는 것일까?

델모어는 그 말을 무시하고 말했다.

“지구인입니다. 이 부분의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능력을 사용합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능력을 가졌습니다. 기술이. 저희는 본 적 없는 것이 없습니다.”

델모어의 말에 접시들은 폭탄을 맞은듯 조용해졌다.

이윽고,

“무슨 소리야. 지구인이 능력을 사용하다니. 능력이 뭔지도 모를 텐데.”

“착오가 있는 모양이군. 지구인은 능력을 쓸 수 있을만큼 발전하지도 않았어.”

“보시죠.”

하며 델모어는 한쪽 벽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을 가리켰다. 스크린에서는 성곡이 레즈니코프를 살해할 때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성곡의 손가락 끝에서 맺힌 구슬이 레즈니코프의 머리와 가슴을 관통하는 장면이다.

위원들은 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델모어가 지루하게 기다리는 중에,

“펄 비즈!“

누군가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펄 비즈'를 쓸 수 있는 자가 아직도 남아있다니. 그것도 지구인이.”

“대체 어떻게 저 자가 펄 비즈를 쓸 수 있는 거지?”

델모어는 더 지켜보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다시 가리켰다. 스크린에서는 복도로 도망치는 성곡의 모습이 어느 순간에 투명해지면서 사라지는 장면이 보였다.

“스펙터 빌리!”

음성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펄 비즈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저걸 누가 막아....”

하는 소리를 끝으로 접시들은 완전히 침묵해 버렸다.

델모어가 '펄비즈'와 '스펙터 빌리'에 대해 물었어도 대답이 없다.

그러나 델모어의 예상은 맞았다. 그 기술들은 위원회의 위원들도 두려워한다.

스크린에서 영상은 반복 재생되고, 델모어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말했다.

“코크의 대역을 맡았던 베모라는 자도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저희는 코크가 베모도 처리해버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베모는 도플갱어인가?”

“그렇습니다.”

“범인을 복제했다면 그 도플갱어가 정보를 가지고 있겠군.”

“말씀드렸다시피 그는 낮부터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델모어는 짜증을 누르면서 말했다.

한 접시가 빛을 빙빙 돌리며 주의를 끌었다.

“이렇게 되면 레즈니코프가 뭘 잘못 건드린 거 아닌가? 지구에 들어와 있는 건 우리뿐만 아닌데. 지구인이 어떻게 능력을 가졌는가는 궁금하기는 하지만 우리와 별 상관없는 거고.”

한 접시가 불안하게 빛을 발하며 말했다.

“당장 추적을 중지하고 접촉 신호를 보내서 협상을 하지. 우리 측에서 적당히 사과하고 끝내는 게 유일한 답일 거 같은데.”

“동감이야. 우리는 그 배후도 고려해야 돼. 지구인이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한 누군가가 있다고 봐야하니까.”

“거꾸로 우리가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어. 추적은 말도 안 돼.”

자그마치 위원장인 레즈니코프가 죽은 대 사건이었다. 그런데 위원회는 더 밝히지도 말고 그대로 덮어버리는 쪽으로 의견이 흘러갔다.

레즈니코프를 존경하며 따랐던 델모어는 속으로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즈니코프라면 결코 저런 식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아무리 무서워도 피하지 않고 대항할 것이다. 델모어도 마찬가지다.

델모어는 하나의 영상을 더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것도 한 번 보시지요.”

영상은 고급 주택의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CCTV에 잡힌 것이었는데, 거대한 3층 저택 하나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저택이 사라진 곳에는 당황한 표정의 성곡이 손에 주먹만한 핑크 다이아몬드를 쥐고 혼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델모어가 말했다.

“저자가 코크입니다. 그리고 코크의 배후로 짐작되는 자가 있던 집입니다. 인사 기록으로 볼 때 코크의 아버지인 칼 사피로가 집 주인이고, 저희는 그가 그 배후라고 보고 있습니다.”

“성이 다르군.”

“흔한 일입니다. 난잡한 지구의 성생활이 빚어낸 사회적 현상입니다. 지구인들은.....”

델모어가 말하기 싫은 듯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정숙하지 않습니다. 늘 이웃한 여자를 탐하고 이웃한 남자를 엿봅니다.”

“이 종족이 음탕한 건 다 알고 있는 거고, 문제는 저 현상 같군. 저 현상은 스페이스 오리가미(space origamy, 공간 접기, 축지) 같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눈으로 보고도 믿기가 힘들어. 스페이스 오리가미가 저 규모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는지. 역시 그는 아마도.”

“칼 사피로라고 했나? 그는..... 신..... '신'일지도 모르겠군.”

하고 마침내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다른 접시가 말했다.

“우리가 지구에 온 후로 신을 만난 적은 없어. 우리 외의 누구도 만났다는 이야기가 없었지. 심지어 수 천 년 전에 온 자들도. 신이라 불린 자를 만난 자는 있어도 신은 없었어.”

'신'이라는 말에 델모어는 내심 당황했다. 이 역시 그녀가 생각했던 범주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용하기는 더 좋아졌다.

델모어가 화면 속의 성곡을 가리켰다.

“코크 저 자는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서툴고 불안전합니다.”

“그래서? 서투니까 위험해도 그 자를 쫒는다? 그 배후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로?”

“배후가 신일 가능성이 크다.”

이 늙은이들은 겁이 지나치게 많다. 그들이 가진 탐욕에 비례해서.

델모어가 당차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제가 위원회에서 레즈니코프씨를 대신할 수 있도록 승인해주십시오. 그 자를 잡고 비밀을 밝혀 내기 위해서는 레즈니코프씨가 가졌던 권한이 필요합니다.”

“레즈니코프 대신 이라는 그건 안 될 말이지. 어림도 없어. 위원장은 쉬운 자리가 아니야.”

“어떻게 할 건데?”

하고 누군가가 물었다.

델모어가 말했다.

“도플갱어를 이용할 것입니다. 많은 수의 도플갱어들로 저 자의 모든 것을 통채로 끌어내겠습니다.”

“말 같잖은 소리를 하는군. 도플갱어에게 그 정도 능력은 없어. 머리도 나빠서 중복과 왜곡으로 가닥을 일으면 그들의 유전자 트랙이 산산조각 나버릴텐데.”

델모어는 다시 스크린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복잡한 그림과 수식이 적혀 있었다.

“아시다 시피, 저는 생명해석 공학자입니다. 제가 제시하는 이 공식대로 하면 도플갱어의 유전자 트랙이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거 검증된 건가?”

“하루 아침에 급조된 것이 아닙니다. 이 사태를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도플갱어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으며 여러 차례 실험도 했습니다.”

접시들 위의 빛이 빙빙 돌면서 자기들 끼리 의논을 주고 받았다.

델모어는 잠시 기다렸다가 입을 였었다.

“이제 선택해주십시오. 제가 제안하는 표결 안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레즈니코프씨를 살해한 범인 또는 그 배후와 접촉하여 사고에 대해서 해명하고 적정선에서 타협한다. 둘째, 저를 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하여 범인을 추적하며 그 흔적과 접촉을 통해서 범인을 제 3의 장소에서 재생하여 그가 가진 '신의 비밀'을 알아 낸다.”

“정말..... 그가 '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보는가?”

델모어는 확신을 가졌다.

“빛과 시간, 그리고 공간에 대한 능력은 신의 영역입니다. 범인은 스펙터 빌리로 빛을 속였고 여러분은 영상의 마지막에 디스턴스 오리가미를 보았습니다. 범인이 '신의 비밀'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이상의 증거는 없습니다. 위원들께서도 신에 근접하는 증거로 시간을 다룰 수 있지 않습니까?”

“오해야. 우리가 다루는 시간은 전능하지 않아. 우리는 작은 물줄기에 노는 물고기 같은 정도지 물길을 바꾸거나 물을 다 마실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우리가 신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기도 하지.”

“그 비밀의 단초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면서 델모어는 다시 스크린을 가리켰다. 성곡의 잘 생긴 얼굴이 클로즈업 되며 화난 듯한 표정이 웬지 모를 섬득함을 주었다.

어느 접시가 말했다.

“전적으로 델모어양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후자에 찬성하네. 델모어양은 우리 위원회의 브레인 역할을 해왔으니 좀 이르긴 하지만 위원이 된다해도 무리가 없다고 보네.”

“위원장이 아니라면 나도 찬성이야.”

“위원장은 그럼 당분간 공석으로 두기로 하지.”

”이의 없네. 부위원장이 업무만 대행하고.”

”위원장이 해야 할 급박한 일은 위원장이 죽은 것 외엔 없으니.”

”다 찬성한 걸로 하지.”

누군가 말했다.

“축하하네, 델모어양. 이제 우리 중의 하나가 되었어.”

“나도 이의없어. 자네가 '섭리'를 빨리 체득하길 비네.”

회의는 오분 더 끌다가 끝났다.

델모어는 처음부터 모든 위원들이 '신의 비밀'이라는 미끼를 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짐작했었다.

작은 회의실을 나와 레즈니코프가 앉았던 의자에 앉은 델모어는 그 사이에 누군가가 두고간 미완의 보고서를 읽었다. 그 보고서는 사물에 남겨진 분자의 기억을 읽는 능력자들을 총 동원해서 수집한 것이었다. 보고서는 그 순간에도 업데이트 되고 있었고, 회사에 남아있는 성곡의 모든 흔적이 해석되어 문서화되는 중이었다. 추적과 조사는 이제 회사를 넘어서 바깥으로 확대되는 중이었다. 암살자 도플갱어들이 다른 전투능력을 가진 자들을 앞세우고 성곡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성곡은 처음부터 레즈니코프의 부하들 자기를 죽이기 위해 쫓고 있을 거라 지레 짐작했지만, 그들의 새 우두머리인 델모어는 성곡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머리가 좋았다. 델모어는 레즈니코프의 비서였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모든 업무를 배정하고 계획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위원회에 지적 노력을 봉사해왔던 브레인이었다. 그런데, 업데이트 되고 있는 보고서가 조금 이상했다. 흔적이 흐르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았다.

델모어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금방 알 수 없었다.

“이게 뭐야. 이건 마치......여기로 향하는.....”

하다가 델모어는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사람살려!"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을만하면 추천해주시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격려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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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접시들의 위원회 - 신의 자취 21.03.21 16 0 13쪽
9 5. 도플갱어 위대해지다. - 머리 좀 쓸 수 있겠는 걸. 21.03.20 18 0 10쪽
8 4. 비밀은 다이아몬드 속으로 - 살아남는 시험 21.03.20 18 0 7쪽
7 4. 비밀은 다이아몬드 손으로 - 합리적인 보통 사람들은 21.03.20 16 0 7쪽
6 3. 육체와 통제의 강탈자 - 사냥꾼과 곰의 협상 21.03.19 19 0 9쪽
5 3. 육체와 통제의 강탈자 - 환상세계 21.03.19 17 0 8쪽
4 2. 이상한 능력과 아프리카 빨간 집 - 준비된 몸 21.03.18 20 0 9쪽
3 2. 이상한 능력과 아프리카 빨간 집 - 깊고 긴 함정 +2 21.03.18 28 1 7쪽
2 1. 평화와 낭만의 종말 - 무슨 짓했어? +1 21.03.18 28 1 8쪽
1 1. 평화와 낭만의 종말 - 거짓말장이 성곡 +2 21.03.18 6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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