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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의 문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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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17 17:43
최근연재일 :
2021.04.08 05:0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762
추천수 :
3
글자수 :
175,307

작성
21.03.18 04:15
조회
27
추천
1
글자
8쪽

1. 평화와 낭만의 종말 - 무슨 짓했어?

모든 내용은 순수 허구입니다. 특정 인물, 회사나 단체, 학교와 아무 연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Earl Grey의 '문화 소설'입니다.




DUMMY

그 녀석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그 녀석이 나를 재미있게 해줬으니까, 나도 만날 때마다 재미 삼아서 이것 저것 가르주었다.

눈치가 빨라서 그런지, 녀석은 '아주 조금' 소질이 있었다.

배우는 내용이 신기한지 그 녀석은 가끔 나에게 어떻게 그런 걸 아냐고 묻기도 했다.


그동안 소년이었던 녀석은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신분은 학생에서 변호사가 되었다.

나는 그보다 더 성곡에게 알맞는 직업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변호사가 되기를 권했었다.

성곡의 대학에서 전공은 따로 없었다.

일반 대학을 가지 않고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자유전공 대학)라고 불리는 소수 정원만 허용되는 작은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전공을 말하자면 리버럴 아츠 학위를 받았으니 리버럴 아츠가 된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했는지 내게 조언을 구한 건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제가 뭐했으면 좋을까요?”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변호사.”

“어떤 점에서요?”

“거짓말 잘 하잖아.”

성곡이 그때 상처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가 오래된 농담을 떠올렸기를 바랐다. 변호사가 언제 거짓말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입만 열면'이다.

성곡은 그 농담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회계사는 어떤 거 같아요. 편할 거 같던데.”

“넌 안 돼. 수학을 잘 하잖아.”

“전 그래서 회계사가 편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좋은 회계사가 되려면 거짓말도 잘 해야지만 수학은 대충 해야 돼. 수학을 잘 하면 그놈의 입방정이 참지 못하고 진짜 숫자를 토해 놓고 말거든. 회계사가 범죄조직에 얽혀 있을 때 회계사만 조지만 줄줄이 다 불잖아. 넌 수학 때문에 회계사 못해.”

텔레비전에서 본 내용이었다.

그렇게 말할 때 나는 성곡이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사회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이미 상정한 상태였다.

내 말 때문인는 확신할 수 없지만 성곡은 그 해 가을에 LSAT (Law School Admission Test, 법대 입학 적성시험)를 보았고, 180점 만점에 176점을 받았다.

한 번 더 쳤을 때는 180점이었고, 성곡은 졸업 후에 바로 로스쿨로 진학했다.

로스쿨에 다닐 때도 방학이면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서 내 집을 제 집처럼 쓰다가 가곤했다. (하지만 나를 배려해서 깨끗하게 조용하게는 썼다.)

그러나 그가 법대를 막 졸업하고 라탐앤 왓킨슨에 들어갔을 때부터 3년 동안은 두 번밖에 그를 보지 못했다.

(라탐앤 왓킨슨은 미국에서 가장 큰 로펌들 중의 하나였고,성곡의 엄마는 그 사실을 매우 기뻐했었다.)

굳이 볼 이유도 없었다.

성곡이 법대 가고 난 후 나는 가끔 성곡 엄마를 만나곤 했으니까. 성곡엄마는 올 때면 집 청소를 하고 빨래도 해주고 갔다.

하지만 그 사이에 나는 취미를 약간 더 발전시켜서 유명한 미녀 배우들을 텔레비젼으로 보면서 그 상대방 배우에게 내 감정을 이입하며 연애 보다 더 짜릿한 연애를 하면서 재미까지 보았다.

아마도 거짓말장이 성곡 녀석에게 영향을 받아서 진실이 아닌 꾸며진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알게 되어버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지구인들은 정말 대단하다.

완전히 거짓말을 해대면서 감탄하고 즐길 수 있다니.

심지어 텔레비젼의 뉴스조차 어떤 때는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대놓고 해도 되는 이 세상이 천국이 아닐까?

더구나 텔레비젼에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의 거짓말은 짧은 성곡의 거짓말보다 훨씬 재미있다. 또 음악은 얼마나 멋진가.


어쩌다가, 어쩔 수 없어서 오게 된 지구였지만, 지구에서 내 생활은 만족 그 이상이다.

병원이 그토록 많이 보이는 것도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서 인간이 떠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교회가 많은 것도 지구인들이 교회를 많이 지어서 아예 그들이 섬기는 신을 이 땅으로 오게 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지 않나 의심한다.)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이 평화와 즐거움을 계속 누리며 살 것이다.

내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상대가 누구라도 전쟁하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나는 그쪽으로 좀 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현관 밖에 성곡 녀석이 와있다. 무려 3년 만이었다.

'저 녀석이 왜 찾아왔지?'

나는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지난 3년 동안 성곡은 크리스마스에도 자기 회사에서 돌리는 연하장 한 장 보내고 만 녀석이다.

여자를 좋아해서 멀리 갈 것도 없이 회사의 예쁜 여직원들이란 여직원들은 다 집적대며 놀기 바쁜 녀석이니까. (정말 여자를 많이 좋아한다).

특히 크리스마스에는. 더구나 오늘은 월요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녀석이 왜 왔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한데, 문을 열고 보니 성곡이 조금 이상하게 보였다.

항상 유쾌함과 침착을 잃지 않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호흡은 불안정했다. 눈은 울 것 같이 물기가 어리었다.

"왜 왔냐? 울고 싶으면 네 집에 가야지."

하는데,

"사피로 선생님, 그게 다 진짜였습니까?"

하고 성곡이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 (성곡도 커지만 내 키가 조금 더 크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성곡은 내가 가르쳤던 것과 했던 말들에 대해서 묻고 있다. 그리고 물어야만 할 일이 발생했다.

나는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그냥 확인차 한 번 물어보고 싶었어요."

"무슨 일이야?"

나는 조금 까칠하게 물었다.

성곡이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방금 사람을 죽였습니다. (I just killed a man.)"

"뭔 프레디 머큐리냐."

거짓말장이 녀석, 만나자마자 거짓말로 입을 여는구나 싶었다.

나는 이제 녀석의 거짓말보다 훨씬 재미있는 걸 많이 알고 있는데. 그러나 녀석이 양손 집게 손가락을 나란히 모아서 내미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쳤다.

"이런 개자씩!"

번쩍!

성곡의 손가락 끝에서 진주구슬 같은 빛이 맺히더니 나를 향해 터져 나왔다.

광선이 내 가슴에 주먹만한 구멍을 뚫었다.

동시에 지구에서의 내 평온함도 산산조각 났다. 무너지는 내 몸을 그놈은 광선을 쏜 두 손가락을 그대로 내밀어 구멍난 내 가슴에 고정시키며 (사실은 내 몸에 남아있는 기억을 읽으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와! 진짜 쓸만한 기술인데 이거. 대단해. 정말 대단해!”

녀석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그리곤,

“어떤 개잡종인지는 모르지만 지구까지 와서 애새끼를 잘못 가르친 값을 치러야지."

하다가 미친 것처럼,

"억 총통각하! 여기 숨어있었군요. 악명높은 각하를 이렇게나마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 기억을 읽은 것이다. 놈의 표정에 경악과 기쁨과 두려움이 함께 떠올랐다. 충격으로 놈은 선채로 기절했다가 깨어났다.

"우와! 죽이는데."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그라지는 내 눈앞에서 놈의 얼굴이 내 얼굴로 변하고 있었다.

내 몸은 가루가 되었다가 완전히 분해되어 흩어지고, 놈은 서부 영화의 총잡이 흉내를 내며 손가락에 대고 후! 하고 연기 부는 시늉을 했다.

어쩔 줄 모를 정도로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춤이라도 출 듯하다.

잡아 쳐죽일 빌어먹을 못생긴 흉내쟁이 도플갱어 XX가! XXXX (나는 욕을 잘 안한다. 아주 특별히 내 신체에 직접적 위해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리고 모든 나쁜 놈에게는 못생겼다고 욕한다. 살아보니 그 반대가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들기는 하지만.)

그리고 성곡 이 개XXX! 뭘 어떻게 하고 돌아다녔기에.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을만하면 추천해주시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격려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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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이상한 능력과 아프리카 빨간 집 - 깊고 긴 함정 +2 21.03.18 27 1 7쪽
» 1. 평화와 낭만의 종말 - 무슨 짓했어? +1 21.03.18 28 1 8쪽
1 1. 평화와 낭만의 종말 - 거짓말장이 성곡 +2 21.03.18 6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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