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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의 문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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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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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17 17:43
최근연재일 :
2021.04.08 05:0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764
추천수 :
3
글자수 :
175,307

작성
21.03.18 03:53
조회
65
추천
1
글자
9쪽

1. 평화와 낭만의 종말 - 거짓말장이 성곡

모든 내용은 순수 허구입니다. 특정 인물, 회사나 단체, 학교와 아무 연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Earl Grey의 '문화 소설'입니다.




DUMMY

1. 평화와 낭만의 종말


모든 변호사가 거짓말장이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곡은 거짓말 하는 변호사다.

그는 적당히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14년 전이다.

그는 싱글맘과 살고 있는 열다섯 살 소년이었고, 나는 당시에 그의 엄마와 만나고 있었다. 아주 가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그의 엄마는 내가 부르면 저녁 때 잠시 내 집을 들렸다가 돌아가곤 했다.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성곡의 엄마는 내 집에 오면 부억을 정리하고 모여있는 빨래를 세탁하여 "다려" 주는 일을 했다. (나는 속옷과 넥타이도 다린 것만 입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성곡 엄마를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성곡 엄마는 키가 크고 아름다웠으며, 무엇보다 젊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그녀를 만다고 있었다고 말한 것에는 은근히 즐긴 연애감정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나고' 있었다고 말한 것이다.)

나는 성곡 엄마가 오는 날이면 그녀가 하는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서재에 책을 들고 있었지만 내 몸 하나를 나누어서 투명하게 한 후에 그녀를 따라 다니게 했다. (투명한 내 몸이 보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모두 서재에 있는 내 본체에 귀속된다.)

나는 그녀가 걷는 것, 앉는 것, 빨래 바구니를 드는 것, 가끔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수평이 아닌 각도로 돌릴 때마다 함께 흔들리는 단발머리와 그 아래의 흰 목, 그런 것을 보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 누구나 볼 수 있는 것 이상을 보려 한 적은 없었다. (나는 관음증 환자가 아니다. 다만 아름다움을 관찰하는 취미가 있을 뿐이다.)

그러다 어느날 나는 인간의 경이로움을 처음 그녀를 통해서 느꼈다.

"사피로 선생님은 간혹 보면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무심코 그녀가 던진 한 마디에 나는 속에서 놀라, 들켰구나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진한 호기심을 담아서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는 보조개를 만들며 웃었다.

"여자의 직감입니다. 저 말고 다른 여자들도 쉽게 알 수 있을 걸요?"

그 순간에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슴 속에서 '딩동'하고 경종이 울렸다.

여자들은 다 알 수 있다니. 나는 내 어딘가에 그런 표지나 헛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적잖게 당황했다.

그때는 내가 지구, 또는 이 세상에 온지 5년이 되지 않았을 때였고, 주로 집에만 있어서 내가 만나본 사람은 그때까지 최대 20명을 넘지 않았다.

"한 번도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았잖아요. 야한 농담도 하지 않았고. 뭐랄까..... 이건 신사 그 이상 뭔 거죠. 우리 여자들은 다 알아요."

생긋 웃는 그녀는 그 이전에 내게 보이던 경계심(또는 기대)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도 경계심을 풀고 웃었다.

나에게는 인간 남자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가지고 있다는 성욕이 없다.

그녀는 싱글맘으로서 늘 적당하거나 간혹은 진한 야릇함이 깔려있는 시선 속에 살아왔기에 그렇지 않은 상황의 이질감을 쉽게 알아차린 것 같았다.

"꼭 성자 같아요. 뭐랄까..... 지혜가 가득한 현자?"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것도 내가 지구인이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녀가 알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의미 정도였다.

물론 그녀는 나를 모른다.

나는 성자나 현자와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멀었던 사람이다.

더 이상 그 불편한 상황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다만 인간들의 성에 대한 감지능력 또는 판단능력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진리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모호함을 현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 모호함을 만들어내는 불규칙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이것은 인간의 경이로움이고, 내가 인간으로 치면 남성이지만 여성에 대한 성욕은 없으면서도 연애감정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나의 경이다.

(나와 같은 고향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성욕을 가지고 있다. 지구의 인간과는 조금 차별되는 형태로. 그저 내가 좀 다를 뿐이고, 나는 고향에서도 여러 의미에서 좀 많이 달랐다.)

이후로 그녀는 자기의 마음과 주변 상황을 내게 털어놓기 시작했고, 내게 있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그녀와 마주 앉아서 그녀의 모습을 감상하고 그녀의 마음 속을 알아가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녀가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호소할 때는 과하지 않는 정도로 돈을 주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라도 보답하고 싶어하는 몸짓을 보이곤 했지만 나는 그녀가 내 집에 온다는 것 이상의 보답은 원치 않았다.

성숙한 아름다운 여인의 호감을 사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아주 멋진 일이니까.

그녀가 내 집에 와서 일을 한 것은 1년 정도였다.

그녀는 혼자 살기엔 여전히 젊었고,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만났다는 남자와 재혼하며 필라델피아로 떠났다.

나는 그녀가 나 이외에 다른 남자(진짜 남자)들을 만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즐거움을 잃게 되기에 좀 아쉬웠다.

열 다섯살 성곡은 그때 엄마를 따라가지 않았다.

성곡 엄마가 데려가기를 주저했던 탓도 있었고, 성곡이 나이에 비해 조숙한 것도 한 이유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성곡 엄마는 내가 성곡을 돌봐주기를 원했다.

"선생님은 좋은 분이잖아요."

하는 이유가 다였고 내게는 거부할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나는 일없이 살고 있어서 아무 일이라도 좋았다. 청소하거나 빨래 같은 일만 아니면.)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니. 여자가 만만한 남자를 구속하는 데 이보다 더 지독한 말이 어디있는가?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계속 상상할 수 있고 가끔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더해져 '좋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물론 성곡의 친척이 뉴욕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되기는 했을 것이라 믿는 것으로 나를 위로했다.


나는 그의 엄마를 만났던 것처럼, 가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많을 때는 세 번 성곡을 만났다.

때로는 그의 아파트로 찾아갔고, 때로는 그가 아르바이트 하는 수퍼마켓의 생선코너로 갔다.

학교는 보호자 방문을 요청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지 않았다.

내집에는 모두가 가족을 찾는 휴일 같은 경우에 성곡이 아주 가끔 찾아왔다.

성곡은 학교와 집과 수퍼마켓(직장) 이 세 곳 중 한 군데가 아니면 이동 중일 정도로 생활이 단순했다.

성곡이라는 이름이 Sunoco gas station과 비슷한 발음이라 별명이 개스스테이션인 그는 자기 엄마를 닮아서 잘 생겼는데, 그보다도 여자아이들에게 더 매력적인 부분은 그의 머리가 매우 좋다는 사실이었다.

누구든지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눠 본다면 그가 얼마나 재치있고 머리가 좋으며 재미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연애감정도 없이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만난다는 건 내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성곡은 그 나름으로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녀석은 내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정말 탁월한 거짓말장이였으니까.

내가 진지하게 성곡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왜 그렇게 거짓말을 하느냐고.

"재미있게 해주려고요. 있잖아요. 사람들은 말만 되면 좋아해요. 진실보다는 재미와 적당한 선에서 납득당하기를 더 좋아하니까요. 제가 거짓말을 해도 납득당한 사람들에게는 그때부터 진실이 됩니다."

열 다섯살 아이가 할만한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성곡은 열 다섯 살 제 또래 같은 아이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지켜본 바로, 성곡이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지구에서 유명한 레고 장난감을 이리저리 대보고 맞추면서 노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모든 게 성곡에게는 단지 놀이일 뿐이고, 그 녀석에게는 거짓과 진실을 분간할 이유도 없었다.

왜 (거짓말로) 남을 재미있게 해주느냐고 물었을 때 답은,

“나도 재미있잖아요.”

였다.

나는 그점이 마음에 들었다.

언듯 보기에 완벽하거나 완벽해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나사 하나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 그는 나와 동류였다.

그에게는 인간들이 절실하게 찾고 요구하는 진실이 없고, 나에게는 생존하는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성욕이 없다. (없는 게 그뿐만은 아니지만.)

그는 진실의 언저리에서 놀고, 나는 늘 적당한 연애 감정을 유지하려고 여자를 만난다.(내 400년 인생을 채운 즐거움은 이런 로맨틱이다.)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을만하면 추천해주시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격려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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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평화와 낭만의 종말 - 무슨 짓했어? +1 21.03.18 28 1 8쪽
» 1. 평화와 낭만의 종말 - 거짓말장이 성곡 +2 21.03.18 6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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