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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의 문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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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17 17:43
최근연재일 :
2021.04.08 05:0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830
추천수 :
3
글자수 :
175,307

작성
21.04.04 00:54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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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1. 아이러니에 종속되다 - 사랑 혹은 혼란

모든 내용은 순수 허구입니다. 특정 인물, 회사나 단체, 학교와 아무 연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Earl Grey의 '문화 소설'입니다.




DUMMY

'윌리스' 사건은 이러한 존비속살해의 피의자이자 피해자의 딸인 이자벨은 트랙 시즌 중에 소홀했던 부모의 관심에 불만을 품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살해한 후 도주한 사건이었다.

성곡에게 이 사건이 배당된 계기는 확실하지 않았다.

당시 새파란 초보 딱지를 떼지 못했던 성곡은 주로 뉴욕 케이스만 하고 있었고, 다른 입사 동기들과는 달리 자기에게만 두서 없이 떨어지는 여러 종류의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차별을 몸으로 느끼던 때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러 주에 변호사 등록을 하고 자격을 유지하는 것은 불편하기만 하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마다 달라 어떤 주에서는 3년다, 어떤 주는 2년마다 CLE(Continuing Legal Education)을 최소 20학점 이상 받아야 하고, 받기 위해서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것은 바쁜 변호사에겐 매우 피곤한 일이다. (휴가를 겸해서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성곡은 변호사가 된 기간이 짧기 때문에 아직 CLE를 받을 필요가 없었으나 다음 해부터는 대상자였다.

회사의 요구로 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워싱턴 D.C에 등록을 한 성곡은 뉴욕 연방 법원(연방 지방법원, federal district court)에도 등록을 해놓고 있었다. (변호사라도 라이센스가 있는 주의 연방법원에 별도로 등록하지 않으면 연방법원에 변론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윌리스 사건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일어났고 용의자는 뉴욕에서 체포 되었다.

대부분의 범죄 사건과 가사 사건은 주정부의 관할에 속하지만, 테러나 조직범죄, 지능범죄, 사이버 범죄를 포함한 일곱 가지 범죄는 FBI가 관할권을 가졌거나 가질 수 있다.

일곱 가지 중에는 '폭력범죄 및 대형 절도'가 있는데, 은행 강도도 여기에 해당한다.


아직 이자벨은 모르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샬럿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 혐의도 씌워지고 있었다.

FBI가 끼어든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FBI는 상대방이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를 수집한 후에 들이밀어 공황에 빠뜨리는 방법을 좋아한다.

기술적으로 혐의를 먼저 주장하고 나면 상대방 변호사가 증거를 요구할 때 제공해야 하니까 성가심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처음에 별 것 아닌 사건이었다.

라탐앤 왓킨슨이 맡을 만한 일도 아니었고, 사건은 심각하지만 사춘기의 정신 나간 여자애가 부모를 죽이고 도망간 뻔한 것이었다.

그것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벌어진.

그런데 피의자와 무슨 연줄이 있었는지 라탐앤 왓킨슨은 성곡에게 이 사건을 맡겼고, 맡자마자 사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성곡이 맡았으니 이자벨의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고, 회사에서 케이스 매니징을 절묘하게 했다고 할 수도 있었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이 은행강도와 존비속 살해라고 공개 되었으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성곡이 해결한 첫 번째 큰 사건이 될 수도 없었다.

언론에 공개 될 때도 이자벨의 이니셜만 공개되었다가 실명이 나왔다가 다시 이니셜이 되는 등의 혼란이 있었다.

이자벨의 나이 때문이었다. 만 18세가 되기 이전에 저지른 범죄는 청소년 비행(Juvenile delinquency)이라 해서 범죄자를 사회적 비난에서 보호하는 제도가 있다.


성곡은 일요일 저녁에 JFK 뉴욕 공항으로 도착한 오스카에게 윌리스 사건 파일을 건네주었다. 아파트로 오는 차에서 였다.

“윌리스 사건이네.”

하고 오스카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성곡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 사건을 처리한 후에 오스카와 잔 것은 며칠 밖에 안 되었지만 섹스를 한 횟수는 열 번이 넘어간다. 오스카가 그 사건을 잘 알고도 남을 법했다.

“다르게 봐야할 첫 케이스야. 잘 봐줘.”

하고 성곡이 말했다.

오스카가 물었다.

“그러니까 이거 파일만 보지 말고 사건 전체를 조사해 달라는 거지?”

“인토토(in toto, 완전히.)

성곡은 675번 도로에서 바로 맨하탄으로 빠지며 말했다.

오스카가 웃었다.

“야, 이거 내가 하면 잘할 일이긴 한데, 막상 네가 해달라니까 기분이 좀 이상하다. 이용당하다는 거 같기도 하고 팔리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럼 C.O.O 자리는 물 건너 간 거야?”

“내일 인사대상자를 발표할 거야. 그때 넌 최고운영책임자가 될 거고.”

오스카가 성곡의 허벅지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막 독단으로 해도 괜찮아? 반발 없어?”

“보니까 거의 독재더라. 문제 없다. 운전 중에 건드리기 없기. 이 차 빨라.”

“쓰릴은 이런데 있는 거지.”

하며 오스카가 웃었다. 하지만 엉뚱한 짓은 더 하지 않았다.

성곡은 함께 저녁을 먹고 오스카를 벤틀리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오스카가 트렁크를 한쪽으로 밀면서 말했다.

“자고 갈 생각마. 나도 생각할 게 많아. 제발로 호랑이 굴에 뛰어드려니까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좀 떨리네.”

“위장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하고 성곡이 물었다.

오스카는 금방 자기 입으로 자고 갈 생각 말라고 해놓고는 침대에 걸터 앉아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성곡은 옆에 가서 앉았다. 오스카는 남자를 끌고 흥분시키는 타고난 힘이 있어 저절로 심장 박동수가 높아졌다.

오스카가 말했다.

“아직 이걸 모르겠네. 위장을 하는 게 나을지 안 하고 드러내는 게 나을지. 너 세력이 있어 보이고 그 자씩들 견제하려면 내가 드러나는 게 좋잖아.”

성곡은 머리를 저었다.

“넌 아니야. 그냥 위장해.”

오스카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오호..... 챙겨 주는 거야?”

성곡은 솔직하게 말했다.

“네가 위험해지는 건 원치 않아.”

오스카가 키득거리며 성곡의 머리에 손바닥을 얹고 키를 재는 시늉을 하면서,

“코크 다컸네. 내가 좀 이뻐해줘야 겠는 걸.”

하면서 엉덩이를 슬쩍 옮겨 붙였다.

성곡은 허리를 껴안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원래 만큼 거리를 두었다.

“나도 좀 알자. 아프리카 가 있었던 이유가 따로 있는 거지?”

하고 묻자 오스카가 손을 내려 성곡의 허벅지에 얹고 말했다.

“뭐, 이제는 알아도 상관없으니까. 겸사겸사해서 갔어. 모기도 좀 잡고, 투명 브라자하고 실팬티 만들고 싶었거든.”

“뭔 황당한 소리야?”

하자 오스카가 턱을 내밀며 말했다.

“보여줄까?”

성곡이 고개를 흔드는데 오스카가 입을 맞췄다.

'젠장'

했지만 성곡은 오스카를 안았고, 오스카는 성곡의 뺨을 잡아 당겨 밀착했다. 꽉 껴안고 하는 키스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건 두 사람 다 오랫만이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오스카가 입술을 떼면서,

“우리 도망가버리지 않을래?”

하고 말했다.

음성은 조금 울렸고 눈은 성곡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오스카가 말했다.

“난 이제 지구를 떠날 수 있어. 먼 별로 가서 우리 둘만 조용히 살자. 싸움 같은 거 하지 말고. 쉽지는 않겠지만..... 나 다른 사람하고 안 할 수 있어. 아기도 하나 낳고.”

사랑 같은 감정은 일절 없을 거라 생각했던 오스카의 고백이었다.

성곡은 가슴이 떨렸다.

이 말을 지난 주에 들었더라면 받아 들였을 것 같았다. 좋아서, 혹시 사랑이 깊어져서 상처 받기 싫어서 거리를 두었던 여자였다. 조해니스버그에 사막을 횡단하여 호텔로 찾아왔던 것도 정말 성곡을 사랑했기 때문에 왔던 것이지 단순히 섹스하러 온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성곡은 오스카에게 키스했다. 오스카가 성곡에게 매달했다. 다시 그렇게 시간이 멈춘 듯한 키스를 한 후에 성곡은 오스카의 등을 톡톡 두드리고 일어섰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먹고 먹히고, 싸우고 또 싸우고, 사피로가 말했던 섭리라는 것이 다른 혼란을 불러와 성곡의 입을 막고 있었다.

오스카에게 사랑이란 감정이 없을 거라고 했지만 그건 성곡도 비슷했다.

성곡은 다른 여자를 사랑한 적이 없었고 오스카에 대한 작은 불씨 같은 감정이 절대적인 사랑인지는 자기도 확신하지 못했다.

성곡이 언제나 그녀에게 녹아들었던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이 옛날부터 전설적으로 말해지는, 모든 것을 걸고 죽어도 좋을 만한 가치를 가진 사랑인지 아닌지 성곡은 분별할 능력이 없었다.

말 대신 오스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오스카가 웃으며 말했다.

“좋네.”

성곡이 방을 나올 때 오스카는 일어나지 않은 채 손만 흔들었다.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을만하면 추천해주시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격려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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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아이러니에 종속되다 - 사랑 혹은 혼란 21.04.04 16 0 9쪽
33 21. 아이러니에 종속되다 - 이자벨 존속살인 21.04.04 16 0 10쪽
32 20. 헤드 헌팅 21.04.02 20 0 14쪽
31 19. Some woman Oscar Crane. 어떤 여자 오스카 크레인 21.04.02 18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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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8. 천천히 폭주하다 - 테이블 밑에서 21.04.02 16 0 7쪽
28 17. 시험의 종소리 - 델모어의 수작 21.04.01 25 0 7쪽
27 17. 시험의 종소리 - 괴물 속의 평온 21.04.01 1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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