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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의 문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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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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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17 17:43
최근연재일 :
2021.04.08 05:0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10
추천수 :
3
글자수 :
175,307

작성
21.04.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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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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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8. 천천히 폭주하다 - 수영장

모든 내용은 순수 허구입니다. 특정 인물, 회사나 단체, 학교와 아무 연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Earl Grey의 '문화 소설'입니다.




DUMMY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델모어의 뺨을 모질게 쳤다. 엘리베이트가 집까지 올라와 문이 열릴 때까지 양쪽 뺨을 계속 때렸다.

이런 짐승, 괴물이 자기를 사람이라고 호소하며 동질감을 내세웠다.

차라리 사람 인형이면 성곡은 그처럼 때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성곡에게 델모어는 사람 가죽을 꽉 채운 혐오스런 벌레나 마찬가지였다.

해충을 제거하듯이 약을 뿌리고, 불로 태우고, 짓밟아 가루로 만들어 버려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림자 원숭이가 뭉쳐진 공을 발로 차내고 델모어를 안쪽으로 던졌다.

델모어의 몸둥이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알몸이 된 하체를 가렸던 흰 천은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했다. 찢어진 채 허리에 걸린 치마만 너풀거렸다.

요란한 소리에 첫째가 달려와 멀찍이서 본다.

“들어가 있어.”

성곡은 소리치고 오른손으로 델모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끌고 왼손으로는 진주구슬을 펼쳐 그림자 원숭이를 잡고 수영장으로 갔다.

폭력성은 인간의 자기 파괴와 억업의 산물이다.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느냐는 그가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져 있는가에 달려있다.

성인군자 같은 사피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성곡은 태생적으로 그와 달랐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난행을 봤었고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 같은 것도 없었다.

누군가와 주먹을 쥐고 싸워본 적도 거의 없었어도 성곡의 외면당한 폭력성은 그의 깊은 내면에 항상 웅크리고 있었다.

칼이나 주먹이 아니라 혀끝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잔혹하게 박살내는 변호사 성곡의 모습에도 폭력의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었다.

어쩌면 성곡이 접했던 많은 살인 사건들이 그의 폭력성을 구체화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사피로가 떠난 것이 감당하기 힘든 상처일 수도 있다.

성곡은 수영장에 그림자 원숭이들을 던져 넣고 델모어를 대리석 바닥에 팽개쳤다.

자동으로 세팅된 뮤직 플레이어에서는 브람스의 관현악 서곡이 흘렀다.

브람스가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감사의 표시로 작곡한 '대학 축전 서곡'이다. 호른과 팀파니, 큰 북, 오보에와 피콜로, 트라이앵글까지 망라하는 '대학 축전 서곡'의 음표는 큰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잔잔하면서도 도도한 대하의 흐름 같다.

물위에 둥글게 떠있는 그림자 원숭이 덩어리는 던져진 내성에 의해 구르며 그들 각각의 면을 보인다.

성곡은 왼손에 있는 블랙벨에 힘을 주입하여 1미터 남짓한 칼날을 뽑아냈다. 델모어의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들며 성곡이 말했다.

“앤 델모어, 괴물답게 네 피를 마시면서 죽게 만들어주지.”

낮은 톤으로 속삭이는 듯한 음성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화염과 같았다. 성곡은 칼 끝을 델모어의 이마에 대고

“미러 오픈”

하자마자 칼날로 델모어의 양 팔꿈치를 잘라버렸다.

“카악!”

델모어가 고통과 두려움의 비명을 질렀다.

성곡은 델모어의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물속에서 델모어가 고개를 흔들며 발악했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두 팔에서 나온 피가 수영장을 물들이며 번져갔다.

델모어는 고개를 도리질치면서도 우악스럽게 누르고 있는 성곡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 피가 녹아드는 수영장 물을 삼켰다.

델모어를 물속에 거꾸로 넣어버린 성곡은 그녀의 팔도 발로 차서 수영장에 넣었다. 델모어가 발을 버둥거려 떠올랐을 때 성곡은 그녀의 허벅지를 찔렀다. 처절한 비명 속에 피가 물속에서 뭉개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림자 원숭이 덩어리도 델모어의 피에 물들었다.

성곡의 손에서 칼날은 4미터 길이나 늘어나 그림자 원숭이를 조각냈다. 미러 락 상태에서 사과처럼 잘린 그림자 원숭이 조각이 피를 쏟아내며 델모어의 주변에서 가라앉거나 부유했다.

그 와중에 델모어의 잘려진 팔은 아물며 자라고 있었다. 허벅지의 피도 멈췄다. 성곡은 델모어의 배를 찔렀다. 델모어가 죽어가면서 힘없이 말했다.

“보스...... 그만해요. 제발.....”

대학 축전 서곡에 묻혀 그 말은 성곡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에 음악이 멈췄다.

성곡은 고개를 돌렸다. 복제인간 첫째가 수영장에 들어와 있었다.

첫째가 성곡에게 파라콰트에 봉지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넣을까?”

그러나 첫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쓰레기통으로 파라콰트를 던졌다.

“그만해.”

하고 첫째가 말했다.

“넌 성공했잖아. 이렇게 할 필요 없어. 사피로 선생님이나 엄마도 이런 걸 원하진 않을 거고.”

“나가!”

하고 성곡이 말했다.

첫째가 머리를 저었다.

“난 너하고 다르게 살 거야. 평생을 거짓말 속에 숨어서 살지 않을거야. 난.... 좀 더 잘 살 거야.”

성곡은 힘이 빠졌다.

첫째는 성곡의 정보를 3퍼센트만 가졌다.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그는 어떤 면에서 성곡보다 더 성곡 본연의 모습에 가까웠다. 아침에 까탈스럽게 성미부리던 것까지 포함해서. 성곡은 그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첫째가 말했다.

“나한테는 없지만, 넌 다른 방법도 있을 거잖아.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저 여자를 스캔해서 우리 바보들한테 넣어버리는 거 같은 거 말이야. 아니면 그냥 강간하거나. 그건 약속이었으니까.”

성곡은 말없이 델모어를 물에서 꺼냈다. 물에 젖고 망가진 단발머리 바비 인형이 대리석 바락에 엎드려 막 생겨나는 작은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물과 피를 토해냈다. 로버트에서 먹었던 샐러드 조각도 뒤섞여 있었다.

수영장의 핏물은 빠른 속도로 빠졌다. 델모어의 잘린 팔과 그림자 원숭이 조각들이 수영장 바닥에 남았다가 바닥 청소하는 기계가 작동되자 한쪽으로 밀려가 사라졌다. 그들은 드라이아드라는 나무에 기생하며 나무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성곡은 여전히 손에 들고 있던 칼날을 무릎으로 엎드린 델모어의 왼쪽 발꿈치에 댔다. 특이하게 발꿈치 마다 오리진을 가진 델모어의 오리진 중 하나였다. 델모어가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처분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성곡이 발꿈치를 찔러서 오리진을 파괴할 때조차 델모어는 움찔하다가 쓰러졌을 뿐이었다. 작은 힘의 동심원 같은 파동이 델모어한테서 터져나왔다가 사라졌다.

델모어는 이윽고 고개를 돌려 성곡을 두려움에 찬 눈으로 보았다. 눈으로는 이제 됐느냐고 묻는듯했다.

성곡이 나직하게 말했다.

“앤 델모어.”

“예..... 보스.”

입술만 달싹여서 델모어가 대답했다.

성곡이 말했다.

“You got fired,(넌 해고야.). 월요일 출근 즉시 개인소지품 챙겨서 나가. 내가 출근하기 전까지.”

첫째가 전화기를 들더니 회사의 시큐리티 팀장과 IT 팀에 델모어가 해고되었다는 사실과 그녀가 가진 모든 권한을 취소시킬 것, 그리고 그녀가 회사로 나오면 소지품만 가지고 떠날 때까지 에스코트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을만하면 추천해주시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격려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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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5. 권력의 빛 또는 그림자 - 인간으로 살다가 인간으로 죽게 21.04.07 1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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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3. 시인의 이름 - 두 명의 신을 죽인자 21.04.06 13 0 10쪽
36 23. 시인의 이름 - 더 야해 21.04.05 10 0 8쪽
35 22. 우주의 철옹성 21.04.05 12 0 11쪽
34 21. 아이러니에 종속되다 - 사랑 혹은 혼란 21.04.04 11 0 9쪽
33 21. 아이러니에 종속되다 - 이자벨 존속살인 21.04.04 12 0 10쪽
32 20. 헤드 헌팅 21.04.02 12 0 14쪽
31 19. Some woman Oscar Crane. 어떤 여자 오스카 크레인 21.04.02 11 0 17쪽
» 18. 천천히 폭주하다 - 수영장 21.04.02 14 0 7쪽
29 18. 천천히 폭주하다 - 테이블 밑에서 21.04.02 12 0 7쪽
28 17. 시험의 종소리 - 델모어의 수작 21.04.01 15 0 7쪽
27 17. 시험의 종소리 - 괴물 속의 평온 21.04.01 13 0 8쪽
26 16. 블랙벨과 초상화 21.03.31 13 0 12쪽
25 15. 자기만의 괴물 - 선택받는 강함 21.03.30 18 0 9쪽
24 15. 자기만의 괴물 - 세균과 박테리아 21.03.30 1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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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3. 생명 창조의 화요일 밤 - 탐색 21.03.28 17 0 15쪽
21 12. 메이요의 표본 수집가 - 동행하는 적 21.03.27 14 0 9쪽
20 12. 메이요의 표본 수집가 - 골렘 지배 21.03.27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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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1. 너 내꺼 - 캐캐묵은 소리 21.03.26 12 0 11쪽
17 8. 늑대들의 기법전수 - 거짓말까지 잘 배웠다. 21.03.25 1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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