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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의 문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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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영어 이야기 (2)

제가 처음으로 좌절하고 처참하게 무너졌던 순간은 그렇게 왔습니다.

실력이 뽀록난 것인데, 

영어 단어 10개를 시힘보는데 그 중에 답을 쓸 수 있는 게 3개 뿐이었습니다.

엄청나게 맞았고, 죽도록 공부한다고 했는데, 제 한계는 영어 단어 3개였습니다.


이후의 시험에서도 영어단어 3개만 쓰고 못쓰는 바람에 계속 맞았습니다.

다른 과목 시험은 잘 보니까 선생이 더 때리더군요.


능력이 보잘 것 없다는 게 드러났으니 살기가 싫었고 영어시간이 오면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그런데, 스펠링을 외워서 쓰는 건 전혀 안 되는데, 그게 말은 가능하더군요.

한 과가 끝날 때마다 다이얼로그 라고 해서 대화연습이 있는데, 그건 그냥 무슨 뜻인지 알겠고 할 수도 있고, 알아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단어 때문에 말 그대로 자나깨나 단어장을 붙잡고 살았지만 암기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첫 시간 영어가 시작되기 전에 단어를 외우는 중에, 갑자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읽고 있는 단어가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박히는 것 같았습니다.

발음기호와 여러 개의 뜻이 함께 들어오더군요. 

그날 단어시험에 처음으로 70점을 먹었습니다. 틀린 만큼 맞아도 아픈 줄을 몰랐습니다.

제 가능성을 스스로 확인하고 지옥에서 탈출한 순간이었으니까요.

그 다음부터는 단어가 저절로 외워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놀고 먹는 학생으로 돌아갔는데,

나중에야 그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단어 공부는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 대가로 그때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했던 영어를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잃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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