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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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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작품등록일 :
2012.12.05 12:57
최근연재일 :
2018.09.01 02:42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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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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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1,157

작성
15.08.3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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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월드메이커/플레이어즈 SS #2 왕의 별

DUMMY

월드메이커/플레이어즈 SS #2 왕의 별



빛의 칼날과 문장이 종언을 고하였다.

용산 대전의 승리를 결정지은 최후의 일격.


플레이어들이 환호했다. 위성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던 전세계가 인류의 승리에 열광했다.


그 모든 것의 중심.

폭풍을 부르는 자를 손에 쥔 강석은 하늘로부터 추락했다. 아니, 추락이라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춤추듯 내려왔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마치 깃털이라도 된 것처럼 바람의 인도를 따라 천천히 지상으로 향했다.


강석이 눈앞에서 빛이 비산했다. 산산이 조각나 흩어지는 최흉의 마수들 너머로 햇살이 눈부셨다.


온 몸에 힘이 없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나른함이었다.


지상이 가까워짐에 따라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흉의 마수가 격파된 순간 이탈을 개시한 마수들과 몬스터들을 추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강석을 맞이하기 위해, 함께 기뻐하기 위해 모여드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강석아!”


수많은 목소리들 사이에서 성유진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성유진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했다. 광익을 펼치고 날아올라 천천히 하강하던 강석을 꽉 끌어안았다. 강석도 그런 성유진을 마주 안았고, 두 사람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맞추었다.


지상에 당도하자 더 많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최유라가 제일 먼저 달려와 강석과 성유진을 모두 끌어안았다. 너무 기뻐서 엉엉 울고 있었지만, 어쩐지 모르게 뿔이 난 표정이 엿보이기도 했다. 아마 성유진이 날아오를 때 구경밖에 할 수 없었던 일 때문인 것 같았다.


최유라는 강석에게 뺨을 비볐고, 입술을 맞췄다. 저 멀리서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영혼이 연결되어 있기에 저 멀리서 아이리스가 열심히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온 몸에 힘이 없었다. 성유진과 최유라 두 사람의 품안에서 강석은 약간은 멍한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성유진과 최유라 두 사람의 얼굴 사이, 하늘에서부터 쏟아지는 햇살 너머를 보며 저도 모르게 말했다.


“누구였을까.”


그 사람은.


숨을 길게 토한 강석은 눈을 감았다. 이제는 정말로 의식을 유지할 힘도 없었다.

성유진이 얼른 다시 강석을 끌어안았다. 최유라는 강석이 끝내 손에서 놓지 않은 폭풍을 부르는 자를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으로 옮겼다.


환호성이 이어졌다. 저만치서 아이리스가 세 사람을 향해 달려왔다.



&



강석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낯익은 천장이었다. 방주에 마련된 강석의 거처임에 분명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멍했고, 온몸은 너무나 긴 잠 때문인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강석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있었고, 이내 새로운 감각들을 하나하나 받아들였다.


코끝에 향긋한 냄새가 났다. 역시나 익숙한 향기였다. 강석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예상대로 침대 밑에 쪼그려 앉아 잠든 아이리스가 보였다. 아무래도 강석 곁을 지키다가 잠든 모양이었다.


강석은 목에 매달린 신수 DDP를 가볍게 어루만져 준 뒤 침대 위에서 내려섰다. 아이리스를 천천히 품에 안은 뒤 번쩍 들어 침대 위에 눕혀주었다. 꽤나 곤히 잠들었는지 이 와중에도 아이리스는 끙끙 앓는 소리만 몇 번 낼 뿐 잠에서 깨지 않았다.


아무래도 생각 이상으로 오래 잠들어 있었던 것 같았다. 어쩌면 지나친 과신일지도 몰랐지만, 하루 정도 잠들었다 깼다면 침대 곁에 있는 것이 아이리스 뿐일 리가 없었다. 분명 성유진과 최유라도 함께 했으리라.


“꼬박 사일 동안 잠들어 있었단다. 네 부인들은 용산역 부근을 순찰 중이란다. 혹여나 숨어있는 몬스터가 있으면 큰일이니 말이야.”

방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려온 목소리 역시 낯설지 않았다. 강석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녹색유성.

그녀와 마주한 것은 이번이 겨우 두 번째였다. 첫 만남 역시 그리 길지 못했고, 사실상 일방방적인 대화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석은 녹색유성에게서 친근함을 느꼈다. 그녀에게라면 어쩐지 하대를 듣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잠시 잠든 아이리스를 돌아본 강석은 충동적으로 아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석의 손길이 기분 좋은 듯 잠든 와중에도 아이리스는 미소를 머금었다.

강석 역시 웃었다. 무어라 말하는 대신 아이리스의 뺨을 다시 어루만져준 뒤 방밖을 향해 걸었고, 녹색유성은 그런 강석의 뜻을 오해하지 않았다. 문 밖에서 강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두 사람의 대화는 복도에서 이어졌다. 의례적인 이야기들이 짧게나마 오갔다. 지원에 대한 감사와 겸양 같은 것들 말이다.

강석과 녹색유성은 거실이라 부를만한 공간에 놓인 소파에 각기 자리를 잡았다. 녹색유성은 소파 앞 탁자 위에 등에 메고 있던 검을 올려놓았다.


폭풍을 부르는 자.

최고최강의 신검.


“이틀 뒤에 돌아가기 위한 문이 열릴 거야. 폭풍을 부르는 자를 본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는 역할은… 네가 해주었으면 해.”


폭풍을 부르는 자가 보관되고 있던 장소. 성왕국 샹그릴라의 수도 큰마을의 최중심.

강석은 어째서라는 질문을 입에 담지 않았다. 그저 이해했다. 녹색유성이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그런 역할을 맡기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부탁할게.”

마지막 당부를 끝으로 녹색유성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따라 일어선 강석은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았고, 이내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다시 폭풍을 부르는 자를 돌아보았다.



&



안토니오 최가 만들어준 특대 침대는 위에서 레슬링을 해도 좋을 정도로 드넓었다. 하지만 막상 강석과 성유진, 최유라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면적은 참으로 좁았다.

나란히 앉은 세 사람과 마주한 아이리스는 몇 번 목소리를 고르더니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검은 곰님은 엘더 최초의 성기사세요. 모든 엘더들 가운데서 처음으로 신성마법을 사용하신 분이죠.”


아이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건장한 사내의 모습이 형성되었다. 마법으로 만들어낸 허상이었지만 마치 진짜 같았다.

떡 벌어진 어깨와 두툼한 팔뚝, 야성 그 자체인듯 온 몸에 검은 털이 수북이 난 남자.


하지만 무섭지 않았다. 투박한 얼굴에 걸린 미소는 밝았고, 송충이 같이 굵은 눈썹 아래 자리한 두 눈은 무척이나 맑고 선했다.


“그리고 그런 검은 곰님의 반려이신 하얀사슴 님이세요. 엘더 최고의 미녀로 이름 높으셨던 분이죠.”


아이리스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검은 곰의 옆에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이 더해졌다. ‘하얀사슴’이란 이름 그대로 무척이나 하얀 피부와 가느다란 팔 다리가 인상적인 미녀였다.


“하얀사슴 님도 엘더의 역사서에 몇 번이나 이름을 올리신 대단한 분이세요. 최초로 술을 만드셨고, 엘더의 역사를 기록한 첫 역사학자시기도 하죠.”


성유진과 최유라는 그저 재미있다는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강석은 약간 달랐다.

강석은 분명 두 사람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신조 라움과의 싸움이 있었을 때.

한 번 죽었던 강석은 황색 신의 신기 덕분에 되살아날 수 있었다. 그때 느꼈던 황색 신의 신력. 그때 보았던 두 사람의 환영.


“최초의 신성마법 사용자답게 검은 곰님은 신성마법의 활용에도 일가견이 있으셨죠. 그분의 대표적인 신성마법 활용법에는…….”


네트워크의 기록을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리던 아이리스가 돌연 말꼬리를 흐렸다. 성유진과 최유라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고, 아이리스는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끝내 다시 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했다. 두 뺨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울상을 지었다.


“아이리스?”

참다못한 최유라가 아이리스를 불렀고, 아이리스는 다시 입술을 움츠렸다. 손부채질로 얼굴의 열기를 몰아낸 뒤 헛기침을 터트렸다.


“이, 일단 넘어갈게요.”

성유진과 최유라가 다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아이리스는 꿋꿋하게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어, 음.”

돌연 강석이 멍한 목소리를 내더니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이리스와 연결된 강석인 터라 불완전하게나마 아이리스가 뭘 봤는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이런식으로 어설프게 정보가 흘러가는 일은 없어야 했지만, 아이리스가 짧게나마 패닉에 빠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 아이리스는 다시 한 번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성유진과 최유라는 더더욱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아이리스와 강석을 번갈아 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시선에 강석은 다시 한 번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아이리스에게 물었다.


“황색 신 님의 신성 마법… 배우는 거 어려우려나?”

아이리스의 대답이 돌아온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



다시 한 번 사대신의 세상에 돌아온 강석은 샹그리라의 수도 큰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섰다. 고개를 높이 들어 거대한 자연의 요새를 우러렀다.


이번에도 가이드 역할을 맡은 것은 아이리스였다. 최유라의 품에 안겨 강석, 성유진과 나란히 선 아이리스는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말했다.


“작은나무 님이 붉은 신 님의 신성을 받아 만드신 방벽이에요. 엘더를 지키기 위한 자연의 요새죠.”


간략한 설명 뒤에 아이리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강석의 눈앞에 왜소한 체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곰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팔 다리는 가늘었고, 키 역시 작았다. 하지만 손이 무척이나 컸다. 상처투성이에 굳은살이 잔뜩 박인 손은 바라보는 이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일게 만들었다.


“작은나무 님께서는 엘더 최초의 기술자세요. 그리고 음악과 악기를 처음으로 발명한 분이시기도 하고요.”


강석은 그 역시 본적이 있었다. 해황 베파르와 싸웠을 때. 붉은 신의 신기를 휘둘러 붉은 신의 신성을 빌렸던 그 순간 보았던 남자의 얼굴.


작은나무의 허상이 강석에게 미소 지었다. 참으로 선한, 그러면서도 호쾌한 미소였다.



&



“정말 이러고 자는 거야?”

“이게 제일 공평하니까.”

“다른 방안 있어?”

“무거우세요?”


연달아 들려온 삼중창에 강석은 결국 복에 겨운 쓴웃음을 지었다.

작은나무가 만든 요새에서 야영을 하기로 한 강석은 불가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 왼편에 성유진이 파고들었고, 오른편으로는 최유라가 파고들었다. 양 옆이 이미 만석이라 갈 곳이 없어진 아이리스는 성유진의 옆에 자리를 잡을지, 최유라의 옆에 자리를 잡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강석의 위에 엎드린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과연 이러고 잠을 잘 수는 있을까.


아이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엘더의 역사를 이야기해주었다. 이번 이야기는 멸망의 거인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과연 잘 수 있을까-했던 의문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강석은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따스함과 편안함 속에 눈을 감았다. 아이리스의 목소리는 강석뿐만 아니라 성유진과 최유라에게도 자장가와 같았다.


잠들었다.

분명히 그러했다.


그리고 그랬기에 강석은 마주할 수 있었다.



“안녕.”

온통 하얀 공간에 소파가 두 개 있었다.

서로 마주한 소파 하나에는 강석이 앉아 있었고, 다른 소파에는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하얀 가면을 쓴 채 앉아 있었다.


마주한 순간 강석은 알 수 있었다.


신들의 왕.

사대신의 필두인 하얀 신.


강석과 하얀 신은 대화를 나누었다.

‘신’을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강석은 어쩐지 모를 익숙함을 느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얀 신의 신력은 강석에게 무척이나 익숙했다. 항시 사용하는 듀렌달이 바로 하얀 신의 신검이었으니 말이다.


하얀 신과의 대화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녹색유성이나 테헤누트, 호수의 마녀 비비안과 나누었던 대화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강석은 사대신에게 감사했고, 하얀 신 역시 강석에게 감사를 표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가운데 강석은 폭풍을 부르는 자를 언급했다.


최흉의 마수와의 싸움에서,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직전에 찾아든 최후의 조력.

그것이 없었다면 이길 수 없었다. 그것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강석이 이야기를 꺼낸 의도는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하얀 신의 반응은 강석이 예상한 것과 조금 달랐다.


하얀 신은 가면을 어루만졌다. 턱 아래가 노출된 가면이었기에 강석은 하얀 신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슬픔과 기쁨, 참으로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그것.


하얀 신은 결국 미소지었다. 너무나 인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약간이지만 물기가 어린 목소리였다.


“우리가 아니야. 폭풍을 부르는 자를 보낸 것은.”



&



사대신의 세상에 돌아온 지 오일이 지났다.

강석은 사대신의 교황들과 함께 샹그리라 왕궁 지하에 위치한 성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 년 전, 최초의 신전이 있던 자리라고 했다.


넓고 평평한 제단 위에는 칼을 꽂아 넣을 수 있는 흠이 있었다. 강석은 제단 앞까지 천천히 나아갔다. 이곳까지 함께한 성유진도, 최유라도, 아이리스도 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강석을 지켜보았다. 테헤누트와 에바노엘을 비롯한 사대신의 교황들 역시 그저 먼발치에서만 바라보았다.


폭풍을 부르는 자를 원위치로 되돌렸다.

검이 제자리를 찾을 때 사대신의 신성함이 느껴졌지만 짧은 순간일 뿐이었다.


어쩐지 모를 아련함 속에 강석을 뒤돌아섰다. 성유진, 최유라, 아이리스와 더불어 최초의 신전을 나섰다. 그리고 몇 걸음이나 나아갔을까.



하늘에 계신 분이시여,

종족의 어버이시여.



강석은 돌아섰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 밤하늘을 우러르는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환영이었다. 아니, 겨우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강석은 사내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저 남자가 누구인지 이제는 말할 수 있었다.

그가 돌아섰다. 강석을 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환히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사내의 모습이 흩어졌다. 강석이 멈추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성유진과 최유라가 돌아섰다. 강석뿐만 아니라 하얀 어둠의 여신 야킨과도 연결되어 있는 아이리스는 멍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저도 모르게 흘린 눈물이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


강석은 고개를 들었다.

흩어지는 빛을 따라 밤하늘을 우러렀다.


지상을 비추는 왕의 별을 마주하였다.



fin







녹색 신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엉엉 울며 왕의 이름을, 아이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분명히 들었다.

그의 부름을. 그의 목소리를.

그렇기에 사대신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냥신과 농경신도 다르지 않았다. 과거 17조라 불렸던 여섯 신들은 누구하나 가릴 것 없이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녹색 신은 두 팔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품에 안아주었다. 그 품에 안겼다.

하염없이 울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찰나라 해도 좋을 시간.

결코 영원하지 못할, 너무나 짧고 짧은 기적의 순간.


녹색 신의 품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녹색 신은 울면서 웃었다. 천 년 전 그러했던 것처럼 웃으며 보내주기 위해 있는 힘껏 미소를 그렸다. 마지막으로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번개폭풍.”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사대신은, 녹색 신은 만족했다. 다시 한 번 마주할 수 있었던 자신들의 아이의 미소를 떠올리며 성역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계를 내려다보고 있을 왕의 별을 마주하였다.


언젠가, 언젠가 다시 한 번.


왕의 별이 대답을 대신하듯 밝게 빛났다.



천 년 전 그러했던 것처럼, 그 이후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언제까지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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