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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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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작품등록일 :
2012.12.0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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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1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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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8.1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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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던전메이커 SS #5 유리아의 던전디펜스 #1

DUMMY

던전메이커 SS #5 유리아의 던전디펜스 #1



어느 화창한 오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



회의장 안에서는 소리 없는 대화가 한창이었다. 눈빛을 교환하는 자들도 있었고, 상대의 의중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도 있었다.


서로 소속이 다른 이들이 커다란 이권을 나누고자 모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구시대에는 용병이라 불렸고, 지금은 모험가라 불리는 이들의 대표 격으로 참석한 각 길드의 마스터들은 회의장 상석에 자리한 롤스 장군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 했다.


반 년 전에 발견된 던전으로의 출입구 덕분에 빈스 공국이 일확천금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이 자리에 없었다. 던전 공략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그만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게 할 정도로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모험가 길드에 소속된 자유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왕국의 궁전 마법사들까지도 조만간 던전의 문이 열릴 것이라 선언했다. 수도 주변의 마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회의가 열린 명목상의 이유는 던전으로부터 수도를 방위하는 것이었지만 진짜 이유는 달랐다.


누가 던전을 공략할 것인가.

누가 던전의 이권을 취할 것인가.


길드 마스터들은 단독 공략권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이 경계하는 것은 왕국군의 참여 여부였다.


왕국군이 던전 공략에 나서면 이는 일종의 ‘전쟁 상황’으로도 판단이 가능했다. 각 길드에 속해 있는 모험가들은 일단 ‘자유’라는 단어를 자신들의 직업명 앞에 붙이고 다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들은 왕국의 백성들이었다. 전쟁 상황을 이유로 징발을 해버리면 던전 공략의 이권은 이권대로 날리고 이렇다할 이득도 없이 길드원들만 다칠 우려가 있었다.


롤스 장군이 입술을 벌렸고, 그 순간 안 그래도 조용하던 회의장 안이 더욱 더 조용해졌다. 모두가 근엄한 수염 밑에 자리한 롤스 장군의 엄격해 보이는 입술만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꿀꺽 침을 삼킨 그 때 롤스 장군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입과 뺨 근육을 조금 움직인 뒤에야 다시 말을 이었다. 평소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말이었다.


“왕국군은 던전 공략에 참여하지 않을 거요.”


소리 없는 환호가 회의장 안을 가득 채웠다. 허나 아주 잠깐 뿐이었다. 회의장 안의 모두는 다시 롤스 장군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에 집중했다.


“던전 입구가 수도 근방에 생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소.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기라도 했다가는 수도 방위에 차질이 생기오. 때문에 국왕 전하께서는 왕국 내의 모든 모험가 길드들이 합심하여 이번 사태를 빠르게 마무리 짓기를 바란다 말씀하셨소.”


투박한 롤스 장군의 말을 한 바퀴 돌리면 특정 길드 하나에게만 던전 공략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한 마디로 길드들끼리 싸우지 말고 다 같이 힘을 모아 던전을 공략한 뒤 세금이나 잘 내라는 뜻이었다.


모험가 길드의 마스터들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던전의 문 생성은 모험가들에게 있어 축제나 다름없었다.



&



던전의 문이 곧 생성될 거란 소문이 돈지 오래였기에 수도에는 이미 꽤나 많은 모험가들이 집결해 있었다.

이제 막 모험가 일을 시작한 신참내기들도 있었고, 닳고 닳은 베테랑들도 있었다.

모험가의 일은 위험했다. 단지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모험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오래 산 것만으로는 명성을 쌓을 수 없었다.

모험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빛나는 모험을, 그것도 몇 개나 되는 모험을 한 자들만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널릴 알릴 수 있었다.


한 명, 한 명 모험가들이 늘어날 때마다 길드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베테랑들의 말수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신참들의 눈빛은 점점 더 초롱초롱해졌다.

이름 있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중에는 왕국이 아닌, 이웃한 제국과 공국에서 건너온 자들 역시 있었다.


“역시 네 녀석도 왔군.”

“모험왕 케런.”


훤칠한 키에 조각 같은 미모를 갖춘 청년이 싱긋 웃으며 정면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인사를 건네받은 검은 갑옷의 사내가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금발 청년의 이름을 읊조렸다.


모험왕 케런.

왕국의 모험가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왕’의 칭호를 사용하는 모험가.

스무 살 남짓해 보이는 얼굴은 어떤 저주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었다. 케런의 실제 나이는 마흔을 넘어 쉰에 육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었다.

왕의 이름을 쓰는 자답게 케런은 왕국의 모험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말을 붙인 검은 갑옷의 거한은 공국을 대표하는 자였다.


“용병왕 바바로사.”


아직도 모험가 대신 용병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공국의 전사. 케런과 마찬가지로 왕의 칭호를 허가받은 남자.

항상 검은 갑옷으로 전신을 두르고 다니는 그는 과거 몇 개인가 되는 큰 사건에서 케런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적이 있었다. 무슨 연이라도 있는 것인지 모험가와 용병이라는, 돈에 팔려 다니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서로를 적대하는 위치에 선 적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케런과 바바로사는 그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했다.


케런이 있다면- 바바로사가 있다면-

이번 던전 공략은 반드시 성공한다.


“하지만 마왕은 내가 잡겠어.”


케런이 먼저 말했고, 바바로사는 투구 속에서 작게 웃었다.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실로 화려무쌍한 싸움을 즐겨하는 케런과 달리 바바로사의 싸움은 투박하고 단순하며 우직했다. 그리고 그러한 싸움의 방식은 두 사람 각자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지들만 잘났어요, 아주. 다른 사람은 눈에도 안 보인다 이거지?”


날카로운, 그러면서도 어쩐지 정감어린 목소리에 케런과 바바로사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두 사람은 동시에 미소지었다.


“아리스.”


직접 이름을 부른 것은 케런만이었다. 바바로사는 투구 속에서 깊은 시선을 보냈고, 아리스- 제국이 자랑하는 열 명의 마도사 가운데 하나인 질풍의 마녀는 가녀린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바바로사의 두꺼운 팔을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오랜만이네?”

“오랜만입니다, 아리스 누님.”

“누님은 됐다니까, 생긴 것만 보면 네가 배는 더 늙어보여.”


이제 십대 후반이나 됨직한 붉은 장발의 처녀- 아니 소녀였지만 실제 나이는 바바로사는 물론이고 케런보다도 더 많다고 알려진 것이 바로 아리스였다.

하지만 유별난 일은 아니었다. 제국 십대 마도사는 대체로 아리스처럼 젊은 외모들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리스, 제국에서도 눈독을 들이는 거야?”

“나는 공무원이 아니라 프리랜서거든? 그리고 케런, 누가 말 놓으래? 내가 너보다 10살은 더 많거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뭘 또.”

“누님, 일단 자리를 잡도록 하죠.”


마지막 말은 바바로사였고, 그의 말에 아리스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그러자.”


케런에게 보이는 행동과는 말 그대로 천양지차였다.

하지만 케런과 아리스가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케런과 아리스는 문자 그대로 친구사이- 그것도 동네친구 같은 사이였으니 말이다.


케런이 이미 자리 잡고 있던 테이블에 세 사람 모두가 착석하고 나자 아리스가 정말 신난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번 던전은 정말 역대급 던전일 거야. 공국에서 발견된 던전보다 두 배는 큰 게이트가 열릴 가능성이 높거든.”


일반적으로 던전의 깊이나 강함은 게이트의 크기에 비례하기 마련이었다.

공국에서 발현한 게이트의 두 배 크기면 역대급이란 표현이 아쉽지 않았다. 말 그대로 사상 최대 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말을 꺼낸 것은 제국 십대 마도사 가운데 하나인 질풍의 마녀 아리스였다. 케런은 다소 긴장한 얼굴로 바바로사를 돌아보았다.


“쉽지 않겠는데? 공국 쪽 던전 공략 때도 꽤 애를 먹지 않았나?”

“애를 먹었지. 마왕이 꽤 강하기도 했고. 하지만······.”


바바로사를 슬쩍 말꼬리를 흐리더니 아리스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에 아리스는 후후 웃더니 풍만한 가슴을 활짝 펴며 말했다.


“이번에는 이쪽 역시 역대급 전력이니까.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왕국뿐만 아니라 제국과 공국에서도 모험가들이 모여들고 있어. 솔직히 왕국군이 전쟁을 선포하는 대신 모험가들을 투입한 게 신기할 지경이라니까?”

“뭐, 싸게 막자는 거겠지. 강제로 징집하는 것보다 사기도 높을 테고. 수익이야 어차피 세금으로 왕창 뜯지 않겠어? 돈을 써봐야 이 나라 안에서 쓸 테고.”


케런의 대답을 흘려들은 아리스는 다시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튼 던전도 역대급이고 모인 전력도 역대급이야. 우리 셋이 한 자리에 모인 것부터가 엄청 오랜만이지 않아?”


모험왕과 용병왕과 질풍의 마녀.

문자 그대로 꿈의 조합이었다.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내는 아리스의 모습에 케런은 끌끌끌 노인네 같은 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같은 전장에 셋 다 서는 건 오랜만이긴 하네. 그리고 우리만도 아니고.”

“그래, 폭염 녀석도 왔어. 왕국이랑 공국에서도 이름 꽤나 날리는 녀석들이 모였겠지?”


아리스가 슬쩍 등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리스와 마찬가지로 제국 십대 마도사 가운데 하나인 폭염의 마법사 이그너스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만이 아니었다. 케런과 바바로사는 어렵지 않게 이름 난 자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물론 왕의 이름을 쓰는 케런이나 바바로사보다 강한 자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역전의 용사들이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이쯤 되니 마왕이 불쌍할 지경인데?”

“괜찮아, 마왕이니까 당해도 돼.”


케런의 말에 아리스가 웃으며 답했고, 바바로사는 투구 속에서 소리 죽여 웃었다.


“앗, 바바로사가 웃는다. 마왕전을 경험해본 자가 저러는 걸 보면 역시 이번 전투는 낙승이란 뜻인가?”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케런이 까불거리며 말하자 바바로사가 언제나처럼 진지하게, 하지만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목소리로 답했다.


모험왕과 용병왕과 질풍의 마녀.

폭염의 마법사를 비롯한 왕국과 제국과 공국의 이름 난 강자들.

이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으니 던전 공략은 약속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마왕을 쓰러트리고, 누가 더 많은 보물을 차지할 것인지가 문제일 뿐이었다.


“자, 그럼 건배하자고. 던전 공략을 미리 축하하며.”

“이제 곧 하직할 마왕에게 미리 조의를 표하며.”


케런과 아리스가 한 마디씩 더한 뒤 바바로사를 보았다. 그 무언의 압박에 바바로사는 자기 잔을 들어올렸다.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의 무사 귀환을 미리 축하하며.”


마왕을 잡고, 보물을 취해, 무사히 돌아온다.

두 왕과 마녀의 건배사에 길드 안에 있던 모든 모험가들이 열광했다. 저마다 잔을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같은 시각, 전혀 다른 세계.


“집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


자상하게 웃으며 건네는 말에 답하는 이들이 있었다.


“왈왈!”

“낑낑!”

“다녀오세요.”


코볼트와 던전미어캣 새끼와 어린 공주개미.

마신왕 천용호의 사역마들이었다.




꼐쏙!


작가의말

브레 SS #4 어떤 상견례 #2는 주말이나 다음주 초쯤에 올릴 듯 합니다.

유리아의 던전 디펜스 남은 이야기는 그 후에...


다음 SS에서 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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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브레이커즈 SS #4 어떤 상견례 +24 18.08.08 4,260 10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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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월드메이커 SS #4 하늘로 +39 17.09.06 6,078 131 17쪽
26 던전메이커/플레이어즈 SS #3 어떤 조우 #2 +45 17.07.31 7,361 175 11쪽
25 던전메이커/플레이어즈 SS #2 어떤 조우 #1 +49 17.06.29 7,487 16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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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소야곡 SS 단막 +6 13.08.14 3,700 96 5쪽
14 SG SS 눈물 +8 13.06.08 3,472 129 5쪽
13 나이트사가 SS 메데이아 +4 12.12.13 3,431 26 9쪽
12 나이트사가 SS 그 날 +3 12.12.11 3,210 30 10쪽
11 나이트 사가 SS 황제의 아이들 +2 12.12.10 3,865 56 9쪽
10 소야곡 SS 사기꾼 모자 장수의 백일몽 +2 12.12.08 3,374 52 12쪽
9 소야곡 SS 사기꾼 모자 장수의 우울 +3 12.12.05 3,255 52 19쪽
8 광시곡 SS 영생자들의 우울 +3 12.12.05 3,362 35 19쪽
7 소야곡 SS 퍼스트 블러드 +4 12.12.05 3,327 35 11쪽
6 강철의 기사들 SS 성인식 +5 12.12.05 3,466 35 22쪽
5 소야곡 SS 어떻게 +1 12.12.05 3,162 27 6쪽
4 소야곡 SS 밤이 온다 +2 12.12.05 3,305 61 5쪽
3 강철의 기사들 SS 영웅의 시대 +5 12.12.05 5,545 39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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