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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연대기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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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작품등록일 :
2012.12.05 12:57
최근연재일 :
2018.09.01 02:42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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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975
추천수 :
2,646
글자수 :
181,157

작성
17.07.3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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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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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글자
11쪽

던전메이커/플레이어즈 SS #3 어떤 조우 #2

DUMMY

&



“마신···왕?”


사대신의 세상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칭호였다. 사대신과 대칭을 이루는 어둠의 신조차도 마신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물며 마신왕이라니.


하지만 오필리아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마계의 모든 것들 위에 군림하시는 위대하시고 강인하시며 아름다우신 탐욕의 마신왕께서 당신을 찾고 계십니다.”


마계.


사대신의 세상에는 그런 장소가 없었다. 마물들이 잔뜩 모여 있는 북쪽 땅 일대를 마경이라 부르는 일은 있었지만 아예 마계라 부르는 일은 없었다.


‘설마 다른 세상?!’


에반젤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사대신들의 세상과 이 세상은 하나가 아니었다. 이미 서로 다른 세상이 실존하는 마당에 제3의 세상이 존재하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왜, 대체 왜!’


다른 세상의 지배자가 무슨 연유로 천룡제를 찾아왔다는 말인가.


패닉 상태에 빠진 에반젤린은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천룡제는 달랐다. 이성적인 사고가 아닌 직감으로 서로 동떨어진 사건들을 연결시켰다.


“용호 형이 보낸 건가?”


짤막한 물음에 에반젤린은 눈을 깜박였다. ‘용호 형’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천룡제의 반응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계의 주인이라는 마신왕을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오필리아 또한 조금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다시 우아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천용호 님이 탐욕의 마신왕이십니다.”


“좋아.”


천용제는 짧게 말하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역시 영상 속의 남자는 천룡제 자신의 사촌 형인 천용호가 맞았다. 마계니 마신왕이니 모를 소리가 아직도 잔뜩 있었지만 천룡제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천용호가 무시무시한 강자로 거듭났다는 사실이었다.


“요, 용제?”


기꺼운 미소를 짓는 천룡제의 모습에서 에반젤린은 불길함을 느꼈다. 참으로 익숙한 종류의 불길함이었다.


강자를 마주했을 때.


1:1로 싸우고 싶은 상대를 만났을 때.


에반젤린은 천룡제를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 입을 열기도 전에 천룡제가 다음 말을 꺼냈다.


“용호 형이 날 만나자고 하는 목적은?”


틀렸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두 눈이 호승심으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에반젤린은 속으로 절규하며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그런 에반젤린 대신 천룡제만을 바라보던 오필리아는 풍만한 가슴을 감싸고 있는 정장 상의 안쪽에 손을 넣더니 이내 고풍스럽게 촛농으로 봉인한 편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받으시죠.”


순간 에반젤린은 편지 봉투 속에 들어 있는 분말형 독이라든가, 편지지에 발라져 있는 극독 등을 고려했지만 천룡제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편지의 봉인을 뜯어버렸다.


“청···첩장?”


편지 봉투 안에는 마신왕의 결혼식에 초청한다는 짤막한 글귀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



“이야기는 다 끝났나?”


“네. 이해가 빠르시더군요.”


천룡제와 에반젤린을 데리고 옥상에 올라온 오필리아는 옥상에서 홀로 파이프 담배를 피고 있던 노신사에게 찡긋 윙크하며 인사했다. 겉모습만 보면 할아버지와 손녀딸쯤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었고, 나이 차이도 상당했지만 실제 관계는 친구에 가까웠다.


노신사는 피고 있던 파이프 담배를 허공에 내려놓은 뒤 천룡제와 에반젤린에게 공손히 예를 표했다.


“인사드립니다. 마신왕 전하를 모시는 티그리우스 란돌트라 합니다.”


오필리아와 필적하는,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를 강자의 풍모에 천룡제는 눈을 가늘게 떴고, 에반젤린은 다시 울상을 지었다.


이제 곧 출발할 거니 짐을 챙기라는 오필리아의 말에 천룡제가 딱히 챙길 짐은 없다고 한 터라 천룡제와 에반젤린은 집에서 편히 입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에반젤린은 어렵사리 티그리우스에게 인사를 한 뒤 그나마 말을 붙이기 편한 오필리아에게 슬쩍 다가섰다.


“저기······.”


“왜 그러시죠?”


오필리아는 여전히 친절했지만 역시 가까이 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만난 노신사나 쳐다보는 것도 두려운 죽음의 화신에게 말을 붙이는 것보다는 오필리아에게 말을 붙이는 쪽이 훨씬 더 편했기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에반젤린은 슬쩍 죽음의 화신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 여러분은 마신왕님의··· 사천왕 같은 건가요?”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강자였다. 더욱이 단순히 힘만 센 게 아닌지 오필리아는 천룡제의 자택에서 옥상까지 올라가는 길 사이에 있는 모든 감시 장비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돌파했다. 단순한 기계식 카메라 정도였다면 에반젤린 자신도 우습게 돌파할 수 있었지만 플레이어 연합 본부 플레이어 거주지에 설치된 감시 장비들은 겨우 그 정도가 아니었다. 모두가 강력한 마법적 처리가 된 물건들이었다.


아마 플레이어 연합 본부는 오필리아가 천룡제의 집에 방문했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 할 터였다.


어찌되었든 이 자리에 있는 이가 셋.


그래서 사천왕을 생각했다. 꼭 마신왕의 부하가 넷이라는 법은 없었지만, 이 정도의 강자가 잔뜩 늘어서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오필리아는 에반젤린의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애석하게도 그런 위치는 아닙니다. 12사역마 가운데는 저보다 강한 분들이 잔뜩 계시니까요.”


겸양 섞인 대답이었지만 듣는 쪽은 그렇지 않았다. 에반젤린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세게 내저으며 다시 물었다.


“자, 잠깐. 12사역마요? 당신 같은 사람이 열 두 명이나 된다고요?”


“네, 더 강하신 분들도 많고요.”


“스컬스컬.”


죽음의 화신이 음산한 목소리를 덧붙였다. 무어라 하는 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무서웠다.


에반젤린이 반사적으로 천룡제의 팔을 꽉 끌어안자 오필리아는 귀엽다는 듯 눈을 빛냈고, 그 같은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티그리우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오필리아,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귀여운 손님은 모처럼이라 조금 흥이 나서요. 스컬도 그렇죠?”


“스컬스컬.”


죽음의 화신이 에반젤린을 보며 음산하게 웃었다. 에반젤린은 천룡제의 팔을 더 세게 끌어안았고, 천룡제는 조금이지만 차크라를 열어 전신에 투기를 둘렀다.


“오필리아.”


노신사가 노여움을 섞어 나직이 말하자 오필리아는 입술을 한 번 삐쭉이더니 에반젤린과 천룡제에게 무례함에 대한 사죄를 표했다. 죽음의 화신 또한 무어라 음산한 목소리를 흘렸는데, 에반젤린은 눈을 꽉 감고 듣지 않았다.


짧게 한숨을 내쉰 노신사- 티그리우스는 천룡제와 에반젤린에게 다시 한 번 이번 여정에 대해 설명했다.


“죄송합니다. 마신왕께서는 아직 이 세상의··· 플레이어 연합이란 분들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십니다.”


마계가 사대신의 세상이 아닌 제3의 세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시키는 발언이었다.


천룡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뒤 주변을 둘러 보았다. 몇 번이나 보았던 플레이어 거주지의 옥상이었다.


“마계에는 어떻게 가는 거지?”


“이제 곧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티그리우스는 빙긋 웃어 보인 뒤 무척이나 고풍스런 느낌이 나는 회중시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티그리우스가 회중시계를 거둔 순간 허공에 갑자기 커다란 공간의 문이 열렸다. 파란 빛이 나는 빛의 덩어리 같았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마계로 이어지는 통로입니다.”


에반젤린은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법 금지 구역인 터라 마법이 발동하면 경보가 울리는 옥상이었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하기만 했다.


천룡제는 옥상 대신 공간의 문을 보고 시원한 미소를 지었지만 잠깐 뿐이었다. 이내 자신의 팔에 매달리듯 몸을 붙이고 있는 에반젤린을 돌아보더니 우려 섞인 표정을 지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더욱이 이 자들이 천용호의 진짜 부하들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었다. 천룡제 자신의 감과 싸우고 싶다는 호승심 때문에 여기까지 오기는 했지만 어찌되었든 위험한 여행이란 것만은 분명했다.


에반젤린은 두고 가야 할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같이 갈 거야.”


천룡제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에반젤린이 굳은 얼굴로 말하더니 천룡제의 팔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오필리아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염려 마십시오. 저희는 모두 마신왕 전하의 충성스런 신하들입니다. 염려하시는 위험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천룡제는 오필리아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오직 에반젤린만을 바라보았고, 에반젤린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졌다.


생각해보면 고민할 것도 아닌 일이었다. 에반젤린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천룡제 자신을 찾아올 테니까. 이미 천룡제 자신을 찾기 위해 세상의 벽을 넘은 전적이 있는 그녀이지 않던가.


그렇다면 함께 가는 것이 나았다. 사실 천룡제 자신도 에반젤린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가자.”


에반젤렌에게 작게 말한 천룡제는 더 지체할 것도 없다는 듯 단번에 에반젤린을 안아들더니 그대로 공간의 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 과감한 행동에 티그리우스는 당황했고, 오필리아는 왜인지 꺄하고 감탄 섞인 비명을 토했다.


그리고 죽음의 화신- 스컬은 언제나와 같은 얼굴로 말했다.


“스컬스컬.”


우리도 빨리 가자.


찰떡같이 알아들은 오필리아와 티그리우스는 공간의 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



천룡제는 눈을 떴다. 마계로 통하는 공간의 문은 사대신 세상의 공간의 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뛰어들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이미 세상간 이동이 끝나 있었다.


천천히 눈을 뜬 천룡제는 숨을 길게 토했다. 마치 저녁놀처럼 불타는 붉은 하늘과 광활한 지평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마계. 사대신의 세상이 아닌 제3의 세상.


천룡제의 품에서 눈을 뜬 에반젤린도 감탄을 토했다. 하늘과 땅 모든 곳에 마력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마계.


마신왕이 지배하는 세상.


“왔냐?”


바로 그 순간 장난스런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에반젤린에게는 낯선 목소리였고, 천룡제에게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마신왕.


하지만 그 이전에 천룡제 자신의 라이벌이자 사촌형.


천룡제는 뒤돌아섰다.




fin


작가의말

다음 이야기는 어떤 조우#3가 아니라 다른 제목의 SS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 계속 어떤 조우로 잇자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부득이 분할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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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소야곡 SS 단막 +6 13.08.14 3,698 96 5쪽
14 SG SS 눈물 +8 13.06.08 3,471 129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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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소야곡 SS 사기꾼 모자 장수의 우울 +3 12.12.05 3,253 5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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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야곡 SS 어떻게 +1 12.12.05 3,160 27 6쪽
4 소야곡 SS 밤이 온다 +2 12.12.05 3,304 61 5쪽
3 강철의 기사들 SS 영웅의 시대 +5 12.12.05 5,538 39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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