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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연대기 SS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취룡
작품등록일 :
2012.12.05 12:57
최근연재일 :
2018.09.01 02:42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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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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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1,157

작성
12.12.0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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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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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글자
9쪽

나이트사가 SS 나이트사가

DUMMY

“에? 못 보셨어요? 나이트사가?”

미호가 별생각 없이 로드 카시리온에게 내뱉은 말 한 마디가 그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되었다.



&



공중거성 제네시스 내부에 자리한 극장 안, 한 손엔 팝콘을, 다른 한 손엔 콜라를 들고 얼굴 한가득 미소를 그리고 있는 것은 로드 카시리온이요, 그 옆에서 참담한 얼굴로 세상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진이요, 다시 그 옆에서 웃고 있으나 무시무시한 안광을 내뿜고 있는 것은 유다요, 소리 죽여 웃고 있는 것은 티르와 시안이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롤랑드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있는 것은 아라요, 씩 웃고 있는 것은 현아와 더스트요, 카레맛 팝콘이 없다고 툴툴거리다가 메데이아에게 꿀밤을 맞는 것은 붉은 왕 클레어 데스필드요, 민망한 얼굴로 땅만 보고 있는 것은 시현이요.

극장 안이 어두워졌다. 모두의 표정을 어둠으로 가렸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



“너무 재밌다! 너무 재밌어!”

스탭롤이 올라가자마자 기립박수를 보낸 로드 카시리온은 그야말로 배를 붙잡고 깔깔거렸고 유다는 진의 왼팔을 꽉 움켜쥐었고, 진은 세상을 넘어 자신을 부정하기 시작했으며, 마왕 롤랑드는 의기소침해졌고, 아라는 그런 롤랑드를 달래기 위해 뺨에 살짝 키스를 해주었고, 티르는 이제는 아예 대놓고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고, 시안은 불편한 눈으로 진을 보았고, 클레어는 어째서 카레맛 콜라는 없냐고 툴툴거리다가 메데이아에게 한 대 더 맞았고, 시현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이건 공개처형이야. 공개처형이라고!’

진은 속으로나마 엉엉 울었고, 유다는 그런 진의 팔을 으스러지도록 꽉 움켜쥐었다. 영화가 진과 아라의 진한 키스신을 고스란히 담은 ‘무삭제 판’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이나 웃어재낀 로드 카시리온은 너무 웃어서 살짝 흘러내린 눈물을 닦았다. 모두를 돌아보며 핵미사일이나 다름없는 말을 던졌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운데? 우리 2편 찍어볼까?”

모두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 와중에 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나갈 거야!”

거의 발작하듯 극장을 빠져나가는 진의 뒷모습에 로드 카시리온은 혀를 끌끌끌 찼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어때, 해볼래?”

티르는 시안을 보았고, 클레어는 시현을 보았고, 메데이아는 한숨을 토했고, 아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너무나 오래 기다렸다. 올 여름, 전설의 작품이 돌아온다!



&



“히잉, 왜 제 역할은 하녀A에요?”

“아기 고양이가 모든 만악의 근원이니까.”

하녀B 역할을 맡은 시온 알테미스는 촬영장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 연기를 토했다.

사대 아크메이지 가운데 하나이자 조직의 총수인 시온 알테미스 자신의 역할이 고작해야 조연도 되지 못하는 하녀B라니.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미칠듯한 출연진 앞에서는.

&

새로운 주인공! 새로운 등장인물!

&

“내 역할은 왕인가?”

“네, 이웃 나라의 패왕… 역할이에요.”

“그렇군. 하기야 내게 왕 이외의 다른 역을 맡길 수는 없을 테니.”

모든 세상 추정서열 2위, 영웅왕 필리우스 하이메슈트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고, 시현은 어설프게 웃었으며, 클레어는 얼굴을 엉망으로 일그러트렸다.



&



전편에서 이어지는 스토리!



&



“이번에는 저랑 아라가 커플인 거 맞죠? 장.인.어.른!”

마왕의 위압감 가득한 물음에 조승우 씨는 못내 아쉬운 얼굴로 턱을 긁적였다.

“…그래, 설정이 좀 망가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전작의 주인공은 요절하고, 여주인공은 그녀를 끝까지 사모하던 이국의 기사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마는데-라니 아침 드라마도 아니고 이건.

하지만 그래도 좋은지 마왕은 음흉하게 웃었다. 은근슬쩍 조승우 씨에게 다가서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키스 씬 잔뜩 부탁합니다. 아니, 이왕이면 베드… 컥!”

순간이동 후 뒷목 후리기로 마왕의 말을 도중에 끊은 아라는 입술 끝을 비틀었다.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냥 엑스트라 처리 부탁해요, 아빠.”

조승우 씨는 어설프게 웃었다.



&



한층 진일보한 액션! CG가 아니다! 수백 대 수백의 대규모 전투 씬!



&



“그러니까 부탁하네. 엑스트라 동원에는 자네만한 인물이 없다더군.”

조승우 씨의 부탁에 티르는 떨떠름한 얼굴로 조승우 씨 뒤에 선 로드 카시리온을 보았다. 결국엔 어깨를 늘어트렸다.

“예예, 그럼 갑니다.”

티르는 검은 회중시계를 높이 들어올렸다. 기운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12시의 봉인해제, 강철의 기사들-!”

99명의 엑스트라들이 촬영장에 강림했다.



&



극상의 미모! 눈을 의심치마라!



&



“유, 유다….”

진은 멍청한 얼굴로 촬영장을 바라보았다. 항상 얼굴 반쪽을 가리고 있던 오른쪽 머리칼을 걷어내고 금안까지 개방한 상태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검은 밸벳 드레스를 입고있는 유다를 보았다.

진만이 아니었다. 촬영장에 모인 모두가 유다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크윽, 시, 심장에 좋지 못하오.”

롤랑드가 낮게 중얼거렸지만 미호는 그 옆구리를 꼬집을 수 없었다. 미호 또한 넋이 나간 얼굴로 유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혀, 형수님 진심이신데요? 그, 금안까지 개방하시고.”

시현은 간신히 쥐어짜낸 목소리로 그리 말했고, 진은 제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



카리스마 그 자체! 스크린을 제압하는 빛나는 주역들!



&



“뭐, 남주인공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야.”

참으로 오랜만에 남성의 모습을 취한 로드 카시리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고, 촬영장에 모여있던 수많은 남자들은 입을 벌렸으며, 메데이아를 비롯한 여인들은 얼굴을 붉혔다.

살기를 풀풀 내뿜어서 남주인공 지원자들을 자진 사퇴하게 만들었던 진은 다시금 무너져 내렸다.



&



강도 높은 노출! 그대를 유혹하는 베드 씬!



&



“참아! 참으라고! 장모님이야! 장모님이라고!”

“형! 로드에요! 로드라고요! 앙그라 집어넣어요!”

실내 촬영장, 하늘하늘하고 반투명한 천으로 감싸인 침대 안에서 반라 상태로 입술을 맞추고 있는 유다와 로드 카시리온의 모습에 진은 광분했다.

마왕 롤랑드는 끌끌끌 혀를 찼다.

“내가 저랬지.”

티르와 시현에게 붙잡힌 상태로 발버둥을 치던 진은 순간 눈을 빛냈다. 으드득 이를 갈며 낮게 외쳤다.

“감독! 감독을 죽이겠어!”

“으아아악! 누가 좀!”

시현은 애타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섣불리 나서는 자가 없었다. 아니, 애당초 거의 모두가 촬영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색기 넘치는 하얀 아오자이를 걸친 메르헨은 담배 연기를 길게 토했다. 미쳐 날뛰는 진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청춘이구나.”

“좀 의미가 틀린 것 같다만.”

전설의 사냥꾼은 다시 개인 소장용 필름을 위한 캠코더를 들어올렸다.



&



엑스트라부터 주연까지! 초호화 출연진!



&



장화 신은 고양이는 눈썹을 팔자로 꺾었다.

“음… 그러니까 제 역할은 여주인공에게 차였지만 끝내 그녀를 잊지 못해 그녀를 수호하다가 장렬하게 사망하는… 그런 역할입니까?”

“그렇다네.”

조승우 씨는 가볍게 답했고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썹은 더더욱 꺾였다. 낮게 물었다.

“…배역 추천한 게….”

“메르헨 씨가 자네는 이런 역할이 딱이라던데?”

“…알겠습니다.”

이를 으드득 갈며 답한 장화 신은 고양이는 결국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기품 있는 꼬리를 흔들며 촬영장으로 향했다.



&



커밍 쑨!



&



“…이거 잘 팔릴까요?”

1편을 능가하는 참혹하기 그지없는 시나리오에 앨리스는 미묘한 목소리를 토했지만 스피커 앞에 선 사바스는 피식 웃었다. 포스터 시안들을 쳐다보며 작게 웃었다.

“잘 팔릴걸. 잘 팔릴 수밖에.”

그리고 사바스의 예언대로,

그해 여름, 조승우 감독의 나이트사가2는 전세계 영화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덧1)

스탭롤이 모두 올라간 극장 안. 제일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아있던 이기환 씨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훗… 자랑가지고 연연할 나이는 아니지 이제.”

낮게 중얼거린 이기환 씨는 어른의 미소를 그렸다. 유유히 극장을 빠져나왔다.


덧2)

“엄마, 제정신이야? 저게 지금 뭐하는 거야?”

린은 물었고,

유다는 얼굴을 빨갛게 붉혔다. 딸의 시선을 피하며 진 쪽으로 입술을 삐쭉였다.

“이,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하지만 진은 답하지 못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화면을 보았다. 흐규흐규 흐느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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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SG SS 눈물 +8 13.06.08 3,473 129 5쪽
13 나이트사가 SS 메데이아 +4 12.12.13 3,431 26 9쪽
12 나이트사가 SS 그 날 +3 12.12.11 3,211 30 10쪽
11 나이트 사가 SS 황제의 아이들 +2 12.12.10 3,866 56 9쪽
10 소야곡 SS 사기꾼 모자 장수의 백일몽 +2 12.12.08 3,375 52 12쪽
9 소야곡 SS 사기꾼 모자 장수의 우울 +3 12.12.05 3,255 52 19쪽
8 광시곡 SS 영생자들의 우울 +3 12.12.05 3,362 35 19쪽
7 소야곡 SS 퍼스트 블러드 +4 12.12.05 3,328 35 11쪽
6 강철의 기사들 SS 성인식 +5 12.12.05 3,467 35 22쪽
5 소야곡 SS 어떻게 +1 12.12.05 3,163 27 6쪽
4 소야곡 SS 밤이 온다 +2 12.12.05 3,306 61 5쪽
3 강철의 기사들 SS 영웅의 시대 +5 12.12.05 5,546 39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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