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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만리(孤雲萬里)

풍운만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완결

화사
작품등록일 :
2013.11.01 02:04
최근연재일 :
2014.08.1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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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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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⑥ 전쟁에는 정도가 없다.

중원대륙을 누비며 중원의 영웅들과 자웅을 겨루는 고구려인 양천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DUMMY

편각의 보고를 받은 상인혼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태양혈을 눌러 잡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보고에 따르면 태원 일대를 적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었다.

상인혼은 생각보다 빠른 적의 정보력에 놀랐다. 양동작전으로 적들의 시선을 백검장으로 돌려놓고 설가상단을 기습하여 설민과 그의 딸을 잡아 태원에 도착한지 불과 칠 일만에 적들이 이쪽의 움직임을 완전히 파악한 것도 놀랍거니와 그 많은 병력을 동원하여 태원 일대를 장악한 것도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었다.

이제 불가불 적과의 전면적인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적들의 수효가 만만치 않았다. 이쪽의 현재 전력으로는 저들을 상대하기에 중과부적이었다. 자신이 이끌고 온 병력과 모용세가의 병력을 합하여 사백 남짓한 병력으로는 천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 된 적들을 막는다 해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었다. 최악의 경우 모용세가가 멸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모용세가가 멸절하게 된다면 설가상단을 기습하여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되는 셈이었다.

적과의 결전을 위해서는 지원 병력이 필요했다. 백가장을 기습하고 귀환한 집전대도 병력의 절반가량이 죽거나 다친 상태로 장안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까운 석가제일문과 사마세가에 연락을 취해 지원을 받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연락을 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모용세가는 적들로부터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 시비 한 사람도 적들의 감시를 피해 편히 다닐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면 이쪽에서 설민과 그 딸을 잡고 있는 한 적들이 쉽게 준동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다급한 것은 저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끌면서 적당한 틈을 보아 석가제일문과 사마세가에 사람을 보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염두를 굴리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있는데 편각이 들어 왔다.


“각주님. 적들이 서찰을 보내 왔습니다.”


편각의 보고에 상인혼은 한 가닥 사태를 해결할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 놈들이 급했던게로군!”


상인혼은 서찰을 열어보았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만나자는 것이었다. 서찰을 다 읽은 상인혼은 사흘 후, 오정에 만나자는 답신을 적어 편각에게 내주었다. 그리고 야음을 틈타 석가제일문으로 사람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날 밤, 권민국은 모용세가를 지키고 있던 병력이 잡아 온 사내의 품에서 나온 서찰을 보고 즉시 한 통의 서찰을 써 수하에게 주어 보냈다.


“귀하가 설가상단의 가주와 그 여식을 잡아두고 있음을 알고 있소. 그렇지 않소?"


다탁을 마주하고 앉은 권민국이 상인혼을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렇소.”

“헌데 공교롭게도 우리도 귀측의 요인을 한 사람 잡고 있소.”


상인혼은 상대가 이쪽의 요인을 잡고 있다는 권민국의 말에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우리 측 요인?”

“그렇소. 귀측 입장에서 보자면 설가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의 인물이오.”

“그래요? 그가 누구요?”


권민국은 짐짓 여유를 부리며 찻잔을 들어 입을 축이며 뜸을 들였다.


“그가 누구인지 밝히기 전에 귀하가 잡고 있는 설가주와 그 여식이 무사한지 먼저 묻고 싶소?”


상인혼 또한 권민국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찻잔을 들며 여유롭게 답했다.


“아, 그 두 사람은 아직 살아 있소. 그들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포로니까. 허나 당신이 말한 우리 쪽 요인이 과연 그 두 사람에 필적할 만한 사람인지 모르겠소.”

“하하하하, 그 점은 의심하지 않아도 좋소. 적어도 당신 정도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니까.”

“나와 같은 정도의 지위?”

“그 여자의 별호가 항주제일미라하던가?”

“항주제일미?”


순간, 상인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항주제일미라면 열락궁주 염교교를 이르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님은 그도 익히 알고 있었다. 헌데 상대가 염교교를 사로잡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만약 상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패웅각은 치명타를 당한 셈이었다. 열락궁은 설가상단에 비해 결코 비중이 적지 않았다. 염교교 개인의 비중은 물론이거니와 자칫 열락궁의 정보망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패웅각의 정보수집 체계는 절반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었다.

상인들이 저잣거리에서 수집하는 정보와 열락궁과 같은 고급 기루에서 나오는 정보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상인들이 수집하는 정보는 각 지역의 민심과 항간에 도는 소문에 근거한 것이지만 열락궁에서 나오는 정보는 관부는 물론이고 각 지역의 재력가들과 유력인사들 사이에서 오가는 직접적이고도 가치가 높은 것이었다.

상인혼은 입이 타는 듯 다시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후 말했다.


“믿을 수 없소. 내 눈으로 그녀를 직접 보기 전에 귀하의 말을 어떻게 믿겠소?”

“그래요? 그렇다면 좋소. 우리도 설가주와 그 여식의 안위를 확인해야 하니 내일 다시 이곳에서 양측의 포로를 확인하면 되지 않겠소?”

“확인한 후엔?”

“포로를 교환하는 것이요. 귀측에도 결코 손해되는 거래는 아닐 듯한데......?”

“교환? 교환이라...........”


상인혼은 애써 여유를 가장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 상인혼의 표정을 살피던 권민국이 몸을 뒤로 빼며 느긋하게 말했다.


“뭐 굳이 싫다면 여러 사람이 피를 보게 될 것이오만?”

“지금 나를 겁박하는 것이오?”

“귀하도 알고 있는 것처럼 이미 우리는 모용세가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소. 설가주의 안위에 이상이 있거나 귀하가 교환을 원치 않는다면 모용세가에 있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살아 나가지 못할 것을 약속하오. 당신이 설가상단을 도륙한 것 이상으로 갚아 줄 밖에!”


권민국의 단호한 말끝에 상인혼은 침음성을 흘렸다.


“끙, 좋소. 내일 다시 봅시다.”

“단, 설가주와 그 여식의 안위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그만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오. 섣불리 설가주를 고문하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설가주의 안위는 책임지겠소. 대신 포로를 교환한 후에는 귀하도 모용세가에 대한 포위를 풀고 태원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해야 할 것이오. 약조하시겠소?”

“굳이 많은 사람의 피를 볼 필요야 없지 않겠소?”


권민국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한 번 상인혼에게 쐐기를 박았다.


“명심하시오. 설가주와 그 여식의 신상에 허튼 짓을 했다가는 서로 원치 않는 피를 보게 된다는 것을!”


권민국과의 조우를 마치고 돌아온 상인혼은 즉시 수하들을 불러 이런저런 지시를 한 후, 모용석과 마주 앉아 대책을 논의했다.


“현재 우리의 힘만으로는 적들을 상대하기 어렵소. 설사 적들을 상대로 일전을 치른다 하더라도 그 피해가 막심할 것이오.”

“허면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석가제일문에 지원 병력을 보내도록 연락을 취해 놓았소. 늦어도 내일 중으로 도착할 것이오. 사마세가에도 연통을 놓았으니 시간을 끌면서 지원 병력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적의 뒤를 치기로 합시다.”

“장안에는 연락하셨습니까?”

“연락은 했지만 거리가 멀어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오. 그러니 각주의 도움은 기대하기 어렵소. 설사 온다하더라도 이미 사태가 끝난 후일 것이오.”

“그렇군요.”

“사태가 완전히 해결 될 때가지 모든 병력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일전을 준비하도록 해야 합니다.”


상인혼과 모용석이 이렇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는 동안 천손련에서도 양천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사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것은 전쟁입니다. 전쟁에는 정도가 없습니다.”


양천이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양천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은 말없이 그의 주장에 동조했다.


“설각주님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적을 칠 것입니다.”


노기가 등등한 양천의 단언에 권민국이 말을 받았다.


“그러나 각기 병력을 물리자고 한 약조는 지켜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먼저 약조를 깬 쪽이 명분을 잃게 됩니다. 명분을 잃는다면 곧 민심을 잃는 결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아직 우리는 중원에서 민심을 얻지 못한 상태입니다. 신중해야 합니다.”


신중해야 한다는 권민국의 말에도 불구하고 양천은 여전히 노기를 띤 채로 되받았다.


“천문각주님께서 우려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압니다. 그러나 전쟁에서 지게 되면 민심도 아울러 잃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고구려 패망의 역사에서 보았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백진용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적들이 먼저 약조를 깨도록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뜻밖의 발언에 좌중의 시선이 모두 백진용을 향했다.


“적을 유인하자는 것입니다.”


야율척무기가 백진용을 향해 물었다.


“어떻게 유인을 한단 말입니까?”


백진용은 천천히 좌중을 훑어 본 후에 말을 이었다.


“놈들과 약조한 대로 우리 병력을 빼는 것입니다. 다만 소수의 병력을 남겨 드러내놓고 모용세가를 감시하는 모양세를 취하자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안방에서 감시당하는 것에 모욕감을 느낀 놈들은 우리의 남은 병력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필시 먼저 칼을 뽑을 것입니다. 이곳은 놈들의 안방과도 같은 곳인데 여기서 우리에게 무시를 당한다면 그만큼 입지가 좁아진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전을신이 백진용을 거들고 나섰다.


“일리 있는 말이오.”


다시 한 번 좌중을 두러 본 백진용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놈들이 먼저 칼을 뽑기만 한다면 명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또, 련주님의 존재가 놈들에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놈들이 먼저 도발하기를 기다렸다가 련주님이 나서서 놈들과 대치하는 동안 우리의 병력을 돌려 놈들의 뒤를 치는 것입니다.”


설명을 듣고 있던 권민국도 백진용의 말에 찬동하고 나섰다.


“그럴 듯한 계책입니다. 백호단주의 말대로 명분을 얻고 난 후라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아울러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비책도 마련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의견 일치를 본 후, 권민국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우선 적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자신과 백진용, 야율척무기가 병력을 빼고 양천과 전을신이 소수의 병력과 함께 남되, 양천은 놈들이 도발해 올 때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기로 했다. 한편, 권민국과 백진용은 설민 부녀를 지켜 백검장으로 가고 야율척무기는 도중에 일단의 병력을 이끌고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피아간에 적의 허점을 치려는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 석가제일문의 병력이 모용세가로 든 것은 밤이 이슥한 후였다.




무협의 세계에 심은 민족혼


작가의말

월드컵의 여파가 글을 쓰는데도 지장을 주네요.

우리나라의 선전을 기대하며 한 편 올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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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작품 후기 +3 14.08.13 3,995 38 4쪽
85 제7부 파국 ⑦ 남은 이야기들 +7 14.07.30 4,982 94 14쪽
84 제7부 파국 ⑥ 최후의 결투 +2 14.07.29 4,300 105 17쪽
83 제7부 파국 ⑤ 난전의 소용돌이 +4 14.07.26 4,156 105 15쪽
82 제7부 파국 ④ 약독의선(藥毒醫仙) +5 14.07.25 4,060 119 16쪽
81 제7부 파국 ③ 불구대천(不俱戴天) +4 14.07.23 4,018 113 16쪽
80 제7부 파국 ② 한천비설(寒天飛雪) +4 14.07.22 4,278 100 20쪽
79 제7부 파국 ① 천하제일미(天下第一美) +4 14.07.21 4,271 120 15쪽
78 제6부 결전 ⑩ 화산(華山)으로 +2 14.07.19 4,088 108 16쪽
77 제6부 결전 ⑨ 통한의 땅, 서백파(西白坡) 14.07.17 4,013 116 15쪽
76 제6부 결전 ⑧ 서백파(西白坡)의 혈투 +3 14.07.16 4,789 116 15쪽
75 제6부 결전 ⑦ 천무각에 이는 소용돌이 14.07.15 4,127 111 12쪽
74 제6부 결전 ⑥ 막 내린 전설(傳說) +4 14.07.11 4,560 131 14쪽
73 제6부 결전 ⑤ 장강일신(長江一神) +2 14.07.09 4,468 115 17쪽
72 제6부 결전 ④ 파양호의 핏빛 아침 14.07.08 4,710 125 15쪽
71 제6부 결전 ③ 지략과 지략 +2 14.07.04 4,569 119 16쪽
70 제6부 결전 ② 영웅과 영웅 +5 14.07.03 4,669 133 18쪽
69 제6부 결전 ① 다시 중원으로 +2 14.07.01 4,985 122 18쪽
68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⑩ 깊어지는 고뇌 +2 14.06.28 4,849 142 17쪽
67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⑨ 과유불급(過猶不及) +2 14.06.26 5,054 137 14쪽
66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⑧ 모용세가에 부는 혈풍 +2 14.06.24 4,869 127 21쪽
65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⑦ 엇갈리는 암계(暗計) +4 14.06.20 4,660 128 15쪽
»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⑥ 전쟁에는 정도가 없다. +2 14.06.19 4,553 128 11쪽
63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⑤ 모용세가에 닥친 암운 14.06.14 4,973 132 19쪽
62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④ 처절한 재회 +2 14.06.12 5,101 133 14쪽
61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③ 반격 - 성동격서(聲東擊西) +2 14.06.10 5,088 148 12쪽
60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② 현명한 잔인함 +2 14.06.08 6,049 176 13쪽
59 제5부 짙어지는 전운 ① 무창보의 혈사(血事) +4 14.06.04 6,670 196 14쪽
58 제4부 출정 ⑩ 항주에 지는 꽃 +2 14.06.02 5,692 15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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