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장. 영혼교류의 결과-03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내 특유의 에너지를 투입 했기에 재생은 불가능하다. 아마도 스스로 잘라내야 할 것이다. 그대로 둔 다면 천천히 괴사할 테니 말이다.
박상민을 비롯해 윤가의 전위대의 눈이 떨리고 있다.
강화계와 비슷한 육체를 가진 곽호성의 뼈가 한순간에 박살이 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제 너희들 차례인데 말이야.”
“자, 잔인한…….”
타 지역에서 그것도 한반도가 아닌 곳에서 신의 거울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조직은 철혈윤가 뿐이다.
박상민은 윤가의 개!
윤가의 더러운 일들을 맡아 온 이가 박상민이다.
곽호성의 아비인 곽노원에게 부모님에 대한 정보를 흘린 것이 박상민일 것이다.
하버드 MBA를 나올 만큼 머리가 좋은 놈이다. 아버지의 친구인 곽노원의 야망을 부추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떻게든지 윤가에 줄을 대려고 하는 곽노원이었으니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 까?”
“무슨 소리냐?”
“너 말이야. 윤가의 개로 그동안 이보다 더한 일들을 저질러 온 것을 잊었나?”
“으음.”
“빨리 시작해야지. 이번 일을 지우지 못하면 곤란해지는 것 아니었나?”
놈의 눈빛이 달라진다. 아마도 놈은 조용히 이번 일을 파묻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곽가놈의 욕심이 일을 틀어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만들어 낼 타키온에 대해 곽노원이 알아내고 먼저 움직였을 테니 말이다.
능력자가 아니라고 알려져 있지만 비장의 한 수는 있는 놈이다. 전세를 파악하는 것과 함께 텔레파시로 수하들을 지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
전위대원들의 발끝이 미요하게 바뀌고 있다. 놈이 지시를 내리는 모양이다.
파파팟!
자신의 병기를 다리 근처에 앞세우고 전위대원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자신들 앞에 높여 있을 지도 모르는 함정을 경계하는 모양이다.
서걱!
투투툭!
먼저 움직인 자들의 머리가 허공을 날아 바닥에 떨어진다. 에너지 라인에 걸려 순식간에 목이 베어진 것이다.
현무대원들이 걸렸던 것과는 다른 함정에 전위대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박상민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다.
그래도 생각이 있는 놈이다. 전부 움직인 것이 아니라 셋 만 움직여 함정을 파악하다니 말이다.
쉐-엑!
전위대원들이 병기를 휘둘러 댄다. 에너지를 두른 것인지 전위대원들이 들고 있는 병기들이 파랗게 빛난다.
띠-잉!
팽팽하게 당겨진 실이 끊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진다.
얼굴색이 펴지는 전위대원들이지만 에너지라인은 에너지 부비트랩보다 더욱 지독한 함정이다.
“크아아악!”
에너지 라인을 처음 끊어낸 자의 입에서 비명이 터진다.
공간의 양 끝에 걸려 있는 고정점이 뷰렛이 되어 관자놀이에 박혀든 탓이다.
팍!
비명을 지르며 비틀대던 전위대원의 머리가 터지며 화려하게 타올랐다. 3,000도를 육박하는 고온의 에너지 고정점에 인간의 육체가 견딜 리 없다.
전위대원들의 눈빛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
특급능력자와 일합 정도는 겨룰 수 있는 실력자들인 윤가의 전위대원들이 말이다.
“다들 처음 보는 모양이군. 외할아버지의 특기 중 하나인데 말이야.”
“저, 저것이…….”
머리에 이어 몸도 불타고 있었다. 아니, 재조차 남기지 않고 아예 소멸되고 있었다.
“윤가놈이 말을 해주지 않은 모양이군. 어째서 외할아버지를 조심하는지 말이야.”
“으음.”
“후후후, 그럴 만도 할 거야. 이걸 본 자 치고 살아남은 이가 없었으니까. 그럼 시작해 볼까. 약속한 시간이 있어서 말이야.”
피피피핑!
공간에 걸려 있던 에너지 라인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그냥 놔두면 보이지 않는 거미줄처럼 공간에 걸려 있다가 다가오는 물체들은 무엇이든 잘라버리는 것이 에너지 라인이다.
하지만 고정점이 풀리면 완전히 달라진다.
양쪽의 고정점이 추처럼 목표한 상대의 몸통에 틀어박혀 완전히 산화시키는 지옥의 함정이 바로 에너지 라인이다.
퍼퍼퍼퍽
에너지 추가 전위대원들의 몸에 틀어박힌다. 틀어박히는 부위는 다양했지만 결과는 한결 같았다.
커다란 비명과 함께 불타올라 사라지는 모습은 남아 있는 박상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쯔! 쯧! 다 큰 남자가 실례를 하고 말이야.”
“사, 살려 줘.”
“걱정하지 마. 넌 살려 줄 거야. 아주 오랫동안 말이야.”
윤가의 그늘에서 걸리적거리는 것을 치워 온 놈이다. 놈의 머릿속에 잇는 모든 것을 끄집어내야 한다.
물론 쓰러져 게거품을 물고 있는 곽가놈도 마찬가지다.
박상민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놈의 뇌리를 파헤쳐 유용한 정보를 흡수했다.
‘그것들을 얻어서 그런 가, 전보다 훨씬 편안하군.’
이름 모를 무녀의 선물인 결정들을 얻은 탁인지는 몰라도 남의 기억을 읽은 것이 전보다 수월하다.
서가에 책을 꽂는 것처럼 박상민의 기억이 빠르게 분류되어 의식 한 편에 차곡히 쌓인다.
정보를 모두 빼낸 후 일부 기억을 왜곡하고 놈의 팔을 곽호성의 다리처럼 만들었다.
“다음은 네 차례지.”
누워 있는 곽호성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처지를 안 것인지 기절한 놈이 몸을 움찔 거린다.
놈의 기억 속을 전부 헤집어 정보들을 뽑아냈다. 박상민과 마찬가지로 놈의 기억들이 한쪽에 빠르게 정리됐다.
“이제 저들을 처리하는 것만 남았나?”
윤가의 전위대는 전부 사라졌다. 남아 있는 현무대원들을 처리해야 한다.
“전위대와 똑 같이 취급할 수는 없지. 어찌되었거나 불쌍한 자들이니까.”
현무대원들은 원래 곽가놈의 수족이 아니다.
곽가놈은 일본의 태양회로부터 받은 미약으로 현무를 복속시켰다. 사람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자신의 수족으로 삼았다.
놈이 사용한 미약은 뇌에 작용하는 다른 것과는 달리 용천혈에 똬리를 튼다. 일반적이 미약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 놈들이 쓰는 고(蠱)를 원형으로 해서 만들어낸 일종의 생물금제다. 용천혈에 자리를 잡기 때문에 쉽게 발견을 할 수가 없다.
에너지 부비트랩을 만들어 현무대원들의 다리뼈를 산산이 부순 것도 그 때문이다. 단 번에 놈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것들이면 충분할 거다. 저들이 깨어나면 나머지 현무대원들도 모두 빼낼 수 있겠지.”
고의 영향으로 의식의 덧씌워진 장막을 거두어낼 차례다.
곽노원의 명령을 받는 고들이 모두 죽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키온과 결정들을 뿌렸다. 의식 속에 침작해 들어간 결정들이 곽노원이라는 존재를 지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서진 다리뼈도 복구시켰다. 육체가 훨씬 더 좋았진 것은 덤이었다.
“아!”
“여기가…….”
현무대원들이 정신을 차린다.
그간의 기억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탓에 자신들의 상황을 금방 인식한다.
“다, 당신이 우리들을 구한 것입니까?”
“그렇게 됐네요.”
“으음.”
“금제가 깨졌으니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할 것 같은데요.”
금제를 가하고 있던 고가 죽었다.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 문제가 생긴 것을 곽노원이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갈 곳이 없습니다.”
“나를 따라 오겠습니까?”
“괜찮겠습니까?”
“보셨다시피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탱크를 열었다. 어머니께 말씀 드린 대로 정확히 10분 만에 상황을 정리했다.
“찬영아!”
“아버지,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아요. 곽노원 그자가 올테니 말이죠.”
“으음, 알았다.”
아버지도 친구라고 여겼던 자의 배신을 이제 실감하는 모양이다. 쓰러져 있는 곽호성을 노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찬영아.”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궁금한 것이 많으실 테지만 일단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먼저에요. 어머니.”
“그래. 알았다.”
일단 밖으로 나갔다. 양쪽에서 가지고 온 차량들이 있었지만 추적을 당할 염려 때문에 이용하지 않았다.
“각자 손을 연결해서 잡아요. 미영아, 너도 부모님 손을 잡도록 해.”
현무대원들은 왼쪽에 가족들은 오른쪽에 두고 손을 연결해서 잡도록 했다.
“다들 눈을 감아요.”
눈을 꼭 감는 모습을 보고 공간이동을 했다.
의지를 실은 타키온을 남겨 기억의 잔재를 지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겨진 타키온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나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예전에 쳐놓은 결계를 이미 활성화 시켰다. 나오는 것은 가능해도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시를 한 대로 박상민이 곽호성을 업고 나오면 연구소를 출입할 수 있는 존재는 이제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공간이동이 끝났다.
대규모 이동은 처음이라 혹시라도 공간의 틈이 벌어질까봐 눈을 감도록 했었다.
‘다행이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광역 공간이동이다.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라서 걱정을 했는데 다들 무사히 이동해 와서 다행이다.
“이제 다들 눈을 떠도 돼요.”
“여긴!”
“우와!”
“안전한 집이에요. 놈들이 알지 못하는 곳이니 당분간 괜찮을 거예요.”
공간 이동을 한 곳은 예향이 머물고 있는 안가다.
상당히 큰 단독주택이라 이정도 인원이라면 몇 달간은 충분히 머물 수 있다.
“찬영아, 너 외할아버지 만난 거니?”
“아니요.”
공간이동을 한 것 때문에 묻는 것 같지만 만나지 않았으니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은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니 나중에 말씀을 드릴게요. 이곳에서 좀 쉬고 계세요.”
“아, 알았다.”
멍한 눈빛으로 어찌된 영문인지 의혹에 잠겨 있던 아버지는 묻지도 못하신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당황해 하시는 것 같으니까 설명을 좀 해 드리세요. 이면세계와 능력자들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니 내 예상이 맞았다.
어머니는 능력자다. 능력이 강제로 봉인이 된 것 같다. 외할아버지가 손을 쓴 것이 분명하다.
“이미 금제는 풀렸어요. 세계의 변화가 시작됐으니 말이죠.”
“어떻게 그런 일이…….”
“어머니, 지금은 조금 바빠요. 일단 우리 집을 폐쇄해야 하니까 말이죠.”
“집을 말이니?”
“예, 외할아버지가 오시기 전까지는 폐쇄해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았다. 어서 다녀와라.”
“그럼 빨리 다녀올게요.”
외할아버지는 집에 많은 것을 남기셨다. 우리 가족이 사라진 이상 놈들은 뭔가 찾아내려고 집을 점거할 것이다.
그러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폐쇄를 해야 한다.
연구소에 설치한 것과 같은 결계를 가동시켜야 한다. 결계는 이미 쳐져 있다. 가동만 하면 될 뿐이다.
공간이동을 통해 집으로 갔다. 다행이 내가 떠난 이후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다.
집보다는 우리 가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 아직 집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나와 외할아버지만 아는 공간 속에 돌아오실 때를 대비해 연락처를 남겼다. 연락하시기 보다는 내가 남긴 흔적을 쫓아 곧바로 안가에 올 확률이 크지만 말이다.
“후우, 시작해 볼까?”
결계를 활성화시켰다.
혹시 몰라서 이중으로 결계를 하나 더 쳤다. 나를 제외하고 외할아버지만 풀 수 있는 결계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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