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IMF 그 이후…….
모든 것이 연결될 때

핫머니들보다 위험할 수 있는 자들이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투자 패턴을 바꿔 놈들을 낚아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얼마나 걸려들지는 모르지만 한 번 시도해보자. 정신없이 휘둘리다 보면 할머니가 관여하고 있는 투자사들에 대해 신경을 쓸 틈이 없을 테니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투자가 아니라 일종의 주가 조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위험한 투자가 분명하기에 일반인들은 쉽게 나를 따라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밑밥을 던질 것이기에 놈들은 다르다.
“놈들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걸 뿌리면 놈들은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말이야.”
놈들을 끌어들이려고 내가 원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려 놈들이 군침을 삼킬 만한 것을 뿌려야 한다.
환란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된 놈들이니 정보를 본다면 분명히 분명 미끼를 물게 될 것이다.
세세한 부분은 직접 움직여야 하겠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범위이기에 준비해 두었던 정보들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작전에 끌어들일 회사들을 철저히 조사했다.
머지않아 상장폐지가 되는 회사들이지만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초기 특허만큼은 기대치가 크다.
언 듯 보면 아이디어가 혁신적이고 참신하기는 하지만 하드웨어의 수준 미달로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기억 속의 정보 중에 일대 사건이라 불리는 주가 상승을 모티브로 사람들의 기대를 이용할 생각이다.
정보가 퍼지고 나면 기억 속의 정보보다 주가 상승이 더 크게 부풀려지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다.
내가 뿌린 정보를 얻은 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당장 실현될 확률이 높으니 군침이 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달 정도에 결판을 보게 되는 터라 작전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아도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이걸 위해 그동안 시나리오를 만들고 수십 번을 시뮬레이션 해봤고, 욕심이 모든 걸 집어삼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
“후후후! 이번 작전이 끝나고 나면 놈들도 꽤 당황할 것이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익 중에서 최대 반 이상이 날아갈 테니까. 거기다가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 나중에 배가 아플 테고.”
대한민국에 빨대를 꽂은 놈들은 두 번 당하게 될 것이다.
먼저 내가 가진 주식을 아주 높은 가격으로 사게 될 테니 막대한 자금 손실을 부를 것이다.
놈들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두 투자사에 보내진 정보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잡아놨으니 계획대로만 한다면 엄청난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놈들이 뿌린 자금으로 나는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식이 휴지가 된 후 놈들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난 뒤 나는 파산한 회사를 살 생각이다.
놈들의 자금으로 앞으로 황금알을 낳게 될 거위라고 할 수 있는 특허와 원천기술을 품에 안는 것이다.
“으음, 정보를 푸는 것은 이 정도면 됐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 놈들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새로운 금광을 찾은 것이라고 생각을 할 테니까.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잘 살펴봤다가 적절하게 조절하자.”
사실 이번 작업은 나중에 도래하게 될 IT산업의 거품이 꺼지는 것을 대비하는 측면이 크다.
사람들의 욕심을 타고 IT산업이 폭주하게 될 것이기에 지금 자금을 집어넣는 것이다.
현재의 커가고 있는 IT산업에 대한 희망은 시기상조다.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낮아서 현실에서 상용화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 수준을 미치지 못하는 실적에 IT산업이 불러온 희망의 붕괴로 인해 파산하는 회사들이 속출할 것이다.
폭주하는 IT산업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붕괴가 시작되면 파산한 회사들이 보유한 특허와 기술을 차지할 것이다.
이번에 펼치는 작전은 바로 그때를 대비하기 위한 예행연습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은 미래사회를 선도할 기술들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해서다.
지금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내 능력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필요한 기술들이니 말이다.
기술들을 확보하려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파산할 회사가 가지고 있는 특허 중에서는 미래에서 중요하게 쓰일 것들이 아주 많다.
대부분 외국에 빼앗기게 되는데 기술들은 사간 회사들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부를 얻는다.
큰할머니의 조언이 있기도 하지만 이런 지랄 같은 상황을 막아보고 싶은 것이다.
세 분의 죽음을 막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서 한 일이지만 이게 성공하면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거다.
만약 성공하지 않더라도 이걸로 핫머니들의 시선을 약간 이나마 돌릴 수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한 성과다.
“이건 확실하게 성공할 테니 다른 준비도 해야 한다.”
부모님과 할머니를 구하기 위한 물건들을 제작하는 것은 기술 수준이 올라와야 하기에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제반 기술이 확보되기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능력자가 개입된 게 확실하니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기술 수준이 올라오기 전까지 다른 준비를 해 놓을 생각이다.
그래서 수익을 전부 투입할 수도 있었지만 약간 남겼다.
“직접 움직이는 것이 위험하겠지만 이제는 여유가 없다. 이제 숙달이 됐으니 문제는 없을 거다.”
아직 완벽하게 네트워크를 장악하지 못했기에 위험하지만 직접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변장하고 내일은 정부 종합청사에 갈 생각이다.
신장도 이제 170cm 넘었고, 얼굴을 변화시키는 것도 거의 완벽해지고 있으니 큰 위험은 없을 거다.
아직 국가기간망을 완벽하게 장악하기는 힘들겠지만, 내 능력이라면 파고 들어갈 틈을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한국통신 본사도 갈 생각이다.
앞으로 시작될 이동통신까지도 장악할 생각이니 말이다.
다음 날 방학 중이라 학교에 갈 필요가 없어 도서관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정부 청사로 향했다.
‘드나드는 사람을 확인하지 않는 건가?’
정문 출입구에서부터 내가 들어가려는 청사까지 들어가는 사람에 대한 제지는 전혀 없었다.
보안이 강화되는 것은 테러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시점 이후부터라 청사에 들어가는 건 무척이나 쉬웠다.
안내판을 보고 전산망을 관리하는 부서를 찾아갔다.
‘여긴 그저 행정만 관리하는 곳인가 보군.’
책상과 의자만 보일 뿐 내가 보고 싶은 전산망의 주요 서버에서나 발생하는 전자기파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중에 누군가 다가왔는데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공무원이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주민등록 전산망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왔습니다.”
이미 생각해 두었던 터라 떨지 않고 곧바로 대답을 했다.
“주민등록 전산망에 대해서요?”
“컴퓨터를 전공하고 있어서 견학할 수 있을까 해서요”
“하하하! 그래요. 김학성 사무관.”
이야기를 걸었던 남자가 웃으며 누군가를 부르자 중간에 있는 팀에서 젊은 남자가 일어났다.
“예, 과장님.”
“여기 이 학생이 주민등록 전산망에 대해서 견학하러 왔다는데 시간이 되나요?”
“제가 알려 주겠습니다.”
쉽게 견학을 허락해 줘서 과장이라는 이에게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과장님.”
“하하하! 아니에요. 잘 보고 가요.”
“예.”
과장이라는데 나이가 생각보다 많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행정고시 출신에 능력도 좋은 것 같다.
덕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이리로 와요. 학생”
“감사합니다.”
김학성 사무관이 일하는 자리로 가서 주민등록 전산망에 관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네트워크 기반과 데이터 처리 등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공부하려고 온 학생 흉내를 냈는데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답은 시원치 않았는데 전산망 구축사업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용역을 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개략적인 설명만 들을 수 있어 용역 업체에 문의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업체에서 견학 같은 건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며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대학생 같은데 많이 도와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요.”
“아닙니다.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김학성 사무관과 대화를 나누며 그의 컴퓨터를 해킹해 용역 업체의 위치를 알아낸 터라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업체로 갔다.
‘저기 들어가는 건 쉽지 않겠는데?’
정부 청사와는 달리 들어가려는 사람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터라 안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아 보였다.
방법을 찾다가 나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직원이 퇴근하려고 나가는 것이 보였다.
입구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청원경찰과 잠깐 농담을 하다가 밖으로 나서는 그의 뒤를 따라갔다.
버스를 타려는지 정거장으로 가고 있던 그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건 모토로라 마이크로 스타텍이군.’
통화하는 그의 옆으로 가서 목소리를 유심히 들었다.
‘이 정도면 잠깐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다.’
평범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업체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서 얼굴을 변화시켰다.
업체가 있는 건물에 왔을 때는 뛰듯이 입구로 들어갔다.
“퇴근하지 않으셨어요.”
“바빠요.”
들었던 목소리를 최대한 흉내 내며 목소리를 냈지만, 혹시나 들킬까 봐서 뛰다시피 계단을 달려 위로 올라갔다.
전자기파 때문에 서버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전자 잠금장치구나.’
서버가 있는 사무실 문은 보기 드문 전자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는데 컴퓨터나 마찬가지라 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워낙 구조가 간단한 것이라 내부 화로를 간섭하는 것만으로도 잠금장치가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 전자기파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 머릿속에 만들어 둔 프로그램을 서버에 심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입구로 가니 나를 불렀던 청원경찰이 보이지 않았기에 다행이라 여기며 건물을 나섰다.
“여기도 이런 데 한국통신에서는 정말 쉽지가 않을 테니 여길 기점으로 넓히는 것은 잘한 것 같다.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집으로 돌아가자.”
외주 용역 업체인데도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관리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통신에서의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대한민국 네트워크 기간망을 관리하는 한국통신인 만큼 들어가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했고, 서버에 프로그램을 심으면서 기존에 구상해 두었던 특별한 코드 몇 개를 심었다.
주민등록 전산망은 한국통신망과 연결이 되어 있다.
직접 연결이 되어 있기에 심어둔 코드들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심어둔 프로그램을 복사한 후 조각조각 나누어 한국통신 서버로 전송할 테니 장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코드를 만들어 두고, 인터넷과 전화망에 깔아 둔 것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할머니가 걱정하시겠다.’
서둘러 도로로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밤이 늦은 시간이라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맞으셨다.
“왜 이렇게 늦은 게냐?”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두 분은 오늘도 못 들어오시는 거예요?”
“그런가 보더라. 그런데 밥은 먹은 게냐?”
“아직 못 먹었어요.”
“아니 밥도 안 먹고 뭐 했어?”
“책에 정신이 팔려서, 죄송해요. 할머니.”
“얼른 차려 줄 테니 씻고 나와라.”
“예. 할머니.”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오니 할머니가 주방에서 식탁을 차리고 계셨다.
“찌개만 조금 더 끓으면 된다.”
“하하하! 김치찌개 냄새가 좋네요.”
찌개는 금방 끓었고, 할머니가 식탁에 올려놓으셨다.
“잘 먹겠습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어라.”
“예!”
틈틈이 배를 채우기는 했지만 제대로 먹은 것이 없는 터라 할머니가 차려주신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칠 즈음 할머니가 물으셨다.
“요새 무슨 공부를 하는 게냐?”
“그냥 이것저것 공부하고 있어요.”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설거지는 제가 할 테니 할머니는 들어가서 쉬세요.”
“그러마.”
이미 주무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터라 할머니는 별다른 말씀 없이 방으로 들어가셨다.
설거지를 끝내고 양치를 한 뒤 나도 방으로 갔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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